또 하나 어떤 ‘경향’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다. 과거 영화평론상 심사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어느 해랄 것도 없이 언제나 압도적으로 홍상수 작가론과 홍상수 작품비평이 많았다. 접수된 비평의 50%를 넘긴 해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에 관한 비평이 사실상 ‘전멸’에 가까웠다. 물론 해마다 일정 부분 이상 차지했던 박찬욱, 봉준호 감독에 관한 이론, 작품비평 또한 드물었다. 반면 가까운 시기에 개봉했다는 이유가 클 텐데, 단일 감독과 작품으로 보자면 이창동 작가론과 <버닝> 작품비평이 그나마 가장 많았다. 굳이 분류하자면, 옹호론보다는 비판론이 조금 더 많았다. 그간 <씨네21>에 실린 여러 비평도 그러했지만, <버닝>이 흥행과 무관하게 비평적으로는 보다 옹호의 시선이 더 많았음을 떠올려보면, 접수된 비평들은 비판론쪽이 좀더 많았다는 게 눈에 띄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어느 쪽의 비평도 우리가 최종적으로 뽑지는 못했다. 뭐랄까, 써낸 사람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와닿았다. 이번호에 실린 김소희, 송형국, 안시환 세 평론가의 비평 대담(52~58쪽)에서 “좋아하면 좋아하는 대로 싫어하면 싫어하는 대로 좀더 이야기가 나왔어야 했다. 미적지근한 상태에서 다들 침묵해버린 게 아닌가 싶다”는 안시환 평론가의 얘기가 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전체적으로 보자면, 올해 수상자인 김병규 평론가의 이론비평 ‘액체적 영화에 관하여’처럼 특정 감독이나 사조, 이론에 기대지 않고 자신만의 시각과 이론을 자유롭게 펼쳐나간 글들이 꽤 많았다. 또 홍은미 평론가의 짐 자무시 감독 작가론처럼 직관적인 관찰력과 분석력을 디딤돌 삼아 결코 딱딱한 개념이나 용어에 먼저 휘둘리지 않는 글들이 많았다. 두 사람의 글은 올해의 그러한 서로 다른 경향을 대표하는 값진 글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지금껏 쭉 얘기한, 이런 올해의 결과를 어떤 의미로 이해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올해 가장 달라진 점이라 할 수 있다. 굳이 정리하자면, 올해야말로 가장 개성 넘치는 글들이 많았던 것 같다. 비평을 필요로 하는 영화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나쁜 시대의 좋은 변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