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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빈(에이사 버터필드)은 극심한 불안과 씨름 중이다. 정해진 시간마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며 암의 징후에 집착하고, 지속해서 병원을 찾는다. 문제가 없다고 연거푸 이야기하는 의사의 말도 믿지 못하는 일종의 건강염려증을 안은 채 살아가는 캘빈. 의사의 권유로 암 서포터스 모임에 참여하게 되는데, 그 자리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스카이(메이지 윌리엄스)를 만난다. 통통 튀는 매력의 스카이는 다소간 엉뚱한 이야기로 채워진 ‘다이 리스트’(Die List)를 함께 실천해주길 부탁한다. 밝고 용감한 척하지만 역시나 죽음이 두려운 스카이와 캘빈은 점차 가까워지며 서로의 온기를 채워간다.
<디어 마이 프렌드>는 <나우 이즈 굿>(2012), <안녕, 헤이즐>(2014) 등 10대 시한부 암환자가 등장하는 기존 영화의 큰 궤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예고된 죽음을 맞이하기 전 소원(본 영화에서는 ‘다이 리스트’)을 현실화시키며, 주변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감
<디어 마이 프렌드> ‘다이 리스트’(Die List)를 함께 실천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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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추격하는 사람이 ‘나’라면?” 주인공 헨리(윌 스미스)는 미국 DIA의 전설적인 요원이다. 어느 날 헨리는 미션 과정에서 정의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일을 그만두지만, DIA는 젊은 요원 대니(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를 이용해 헨리를 뒤밟도록 한다. 대니의 정체를 눈치챈 헨리가 대니를 타일러 감시를 그만두도록 한 날 밤, 헨리는 조직의 갑작스러운 습격을 받는다. 기민한 몸놀림과 완벽한 저격 능력으로 조직원들의 위협에서 벗어난 헨리는 대니의 목숨을 구해주며 그녀와 동료가 된다. 다음날, 과거 동료 배런(베네딕트 윙)의 도움으로 헨리는 대니와 함께 미국을 떠나 콜롬비아에 머무르게 된다. 조직의 그림자로부터 멀어졌다고 느낀 이른 아침, 헨리는 의문의 요원 주니어(윌 스미스)에게 기습을 당하는데, 주니어는 ‘제미니 프로젝트’를 통해 헨리의 DNA로 탄생한 복제인간으로 헨리와 능력, 취향, 성향은 물론이고 생김새도 똑같다. 헨리는 이제 또 다른 자신인 주니어의 추격에 대응해 조직과
<제미니 맨> 나를 추격하는 사람이 ‘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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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3년 가을 명동. 문인이나 예술인들이 즐겨 찾는 오리엔탈 다방에서 시인 10명이 간밤에 백두환 시인이 남산에서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주고받는다. 무리 속에서 그 얘기를 엿듣던 육군 특무부대 소속 수사관 김기채(김상경)는 자신이 그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관이라고 소개하고, 화가, 시인, 소설가, 교수 등 문인과 예술가 10명을 상대로 수사를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시인들은 백두환 시인의 마지막 행적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둘씩 꺼낸다. 그에 대한 좋은 기억도, 미심쩍은 기억도 있다. 이들의 증언이 하나로 모이면서 혼란스러운 시대와 역사의 이면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김기채 수사관이 다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화가, 시인, 소설가, 교수 등 문인과 예술가 10명을 탐문하는 서사는 추리극 형식을 띤다. 백두환 시인에 대한 화가, 시인, 소설가, 교수 등 문인과 예술가 10명의 기억과 인상들은 제각각이다. 이 영화는 백두환 시인을 죽인 범인을 찾는
<열두 번째 용의자> 다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문인과 예술가 10명을 탐문하는 추리극 형식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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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들의 티타임>은 영국의 저명한 네명의 여배우 주디 덴치, 매기 스미스, 에일린 앳킨스, 조앤 플로라이트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오랜 친구인 이들은 주말에 가끔 영국의 조용한 시골에 사는 조앤 플로라이트의 집에서 만나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눈다. <노팅 힐>(1999)을 연출한 로저 미첼 감독은 네명의 대배우가 한자리에 모인 이곳을 방문한다. 정원은 촬영 준비로 분주하다. 티테이블에 앉아 있는 연기 경력 70년의 배우들은 감독에게 “왜 이런 걸 찍는 거죠? 의도가 뭐예요?”라고 묻는다. 영화는 젊은 시절의 모습이 담긴 그녀들의 흑백사진을 한장씩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감독은 ‘이들의 첫 만남에서부터 자연스러운 연기에 대해, 배우인 남편과 같이 일한 건 어땠는지, 젊은 시절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이 들어가는 것이 어떤가?’에 대해 질문한다. 영화는 그들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간에 그들의 어린 시절 사진과 출연한
<여배우들의 티타임> 여배우들의 진솔한 대화를 가감 없이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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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가 선보이는 단편영화 <내 꿈은 컬러꿈>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제 관객과 만난다. <내 꿈은 컬러꿈>은 그린(the Green), 레드(the Red), 퍼플(the Purple), 블랙(the Black)의 컬러감을 강조한 4가지 프리미엄 카드의 정체성을 판타지 장르로 풀어낸 단편 옴니버스영화다. 녹색 달에 매혹된 반항적인 10대, 붉은 문을 열고 들어간 욕망의 여인, 보라색 폭우 아래 만찬을 즐기는 요리사, 그리고 새까만 청바지를 입은 악명 높은 카우보이까지 영화가 품은 인물과 정서 모두 컬러만큼이나 제각각이다. 연령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상품의 철학을 간결한 스토리텔링과 감각적인 비주얼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광고 상품이 직접적으로 화면에 배치되는 PPL(poduct placement advertisement) 형식에서 탈피한 것은 물론, 영상의 완성도와 분위기를 중시하는 일반적인 브랜드 필름과 달리 자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는 현대카드 단편영화 <내 꿈은 컬러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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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IT 기업의 행보가 거세다. <씨네21> 1223호 국내뉴스 ‘카카오M, 콘텐츠의 제왕 될까?’에서 보도된 대로, 카카오M(대표 김성수)이 사나이픽처스와 영화사 월광의 지분을 인수해 영화 제작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자회사 메가몬스터를 설립해 <붉은 달 푸른 해> <진심이 닿다> 등 드라마를 제작해왔고, 지난 1월에는 BH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 컴퍼니, 숲 엔터테인먼트, 레디 엔터테인먼트 등 매니지먼트사를 인수합병해 눈길을 끌던 차다. 9월 30일 발표된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M은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688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현빈, 이민호, 박서준 등 배우들이 참여했다. 카카오M을 포함한 많은 IT 기업들이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면서 카카오M 또한 배우들을 확보하기 위해 입도선매를 한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기업들간에 거대 규모의 치킨 게임이 시작된 셈이다. 이들의 경쟁은 올해 초 신생 투자·배급사들이 충무
[한국영화 위기설④] 중간 규모 흥행작들 더 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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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와 옥수수의 통합 OTT 플랫폼 ‘웨이브’가 9월 16일 출범했다. CJ E&M과 JTBC도 합작법인 출범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내년 디즈니+가 국내 진출을 예고했다. 한국 진출 초기에는 마니아 중심으로 소비됐던 넷플릭스도 올해 가입자 수 180만명을 돌파했다.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짐에 따라 이전과 같은 제작 방식을 답습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이상윤 쇼박스 투자제작본부장은 “관객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흥행에 참패하는 영화가 많아졌다”고 언급했다. TV 드라마 <추노>가 영화 현장에서 쓰이던 레드원 카메라를 도입한 것이 무려 10여년 전 일이고, 올해 초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은 회당 제작비 20억원을 투자받았다. 예전에는 극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퀄리티의 작품을 안방TV 내지는 스마트폰으로 쉽게 볼 수 있게 되면서 관객의 안목은 더욱 깐깐해졌다. 물론 이는 창작자 입장에서 기회가 될 수
[한국영화 위기설③] ‘극장’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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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개봉 첫주 주말이 오기도 전에 결판난다. 개봉일 오후까지 발권량 추이만 봐도 흥행 감이 온다.” 홍보마케팅사 관계자 A씨는 부정적인 소문이 얼마나 빠르게 관객수에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했다. 실제로 올여름 송강호 주연의 <나랏말싸미>는 첫날 관객수 15만명(좌석점유율 37.1%, 좌석판매율 13.3%)을 기록한 뒤 첫주 주말 좌석점유율이 25%대로 하락했으며, 문화의 날이었던 개봉 8일차에는 2.4%까지 하락했다. 이같은 극장의 스크린 배정에 대해 조성진 CJ CGV 전략지원담당은 “모바일의 영향으로 안 좋은 얘기가 돌면 너무 빨리 흥행에 영향을 받는다. 좌석판매율이 10% 정도 나오는 영화에 계속 스크린 1천개를 줄 수는 없다. 극장에서 보기엔 과도한 스크린 배정이 되기 때문에 관을 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개봉 후 2~3주 동안 스크린 수를 보장하기에는 매주 새로 개봉하는 영화를 챙겨야 하고, 관객은 전보다 꼼꼼하게 영화의 퀄리티를 검증한다. 영화홍보마케팅
[한국영화 위기설②] SNS와 입소문, 전보다 쉽고도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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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린 배급이다. 2019년을 3개월 남겨둔 현재까지 CJ엔터테인먼트(이하 CJ)는 브레이크 없는 독주를 하고 있다. 설(<극한직업>의 1626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여름(<엑시트>의 941만여명), 추석(<나쁜 녀석들: 더 무비>(448만여명) 같은 성수기 시장뿐만 아니라 2월(<사바하>의 239만여명), 5월(<걸캅스>의 162만여명, <기생충>의 1008만여명) 등 비수기까지, 내놓은 거의 모든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흥행했다. 천만 영화도 무려 두편이나 된다. 11월 개봉하는 <신의 한 수: 귀수편>과 겨울에 공개될 <백두산> 등 남은 라인업이 크게 찬물을 끼얹지 않는 이상 CJ가 올해 총 관객수 5천만명을 동원하는 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백두산>마저 겨울 시장을 차지한다면 설, 여름, 추석, 겨울 4대 성수기 시장 모두 석권하게 된다. 한 배급사가 성수
[한국영화 위기설①] 결국 재미있어야 흥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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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고백하겠다. 올해 초만 해도 <씨네21>은 한국 영화산업이 위기라고 판단하고 빨간불을 켰다. 지난해 추석과 겨울 성수기 시장에서 한국영화들이 연달아 출혈 경쟁을 하며 흥행에서 참패한 상황은 무척 심각했다.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동영상 거대 기업들이 안착하면서 관객의 입맛과 눈높이도 달라졌다. 극장을 찾는 단골 관객이 바뀌었고, 그들의 달라진 입맛을 얼마나 만족시키는지가 올해 한국영화의 관건이었다. 중급 규모(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에 한하여 200만~600만 관객)의 흥행작이 눈에 띄게 줄어들긴 했지만, <극한직업> <기생충> <엑시트> 등 크게 흥행한 작품들의 면면은 그나마 희망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이 한국영화의 위기라고 말하고 있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씨네21>은 아직은 빨간불을 켜기엔 이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9년이 3개월 남은 현재, <씨네21>은 올해 한국 영화산업을 4가
[스페셜] 한국영화 위기설의 실체 ①~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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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가 또 다른 테러 사태를 방지할 전환점이 되긴커녕 수사 요원들의 성과급과 진급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면? 바로 이같은 내용을 풍자적으로 다룬 작품이 크리스 모리스 감독의 <더 데이섈 컴>이다. 9월 27일 미국 내 한정 개봉한 <더 데이 섈 컴>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모세(마샨트 데이비스)와 그의 가족, 그리고 그를 따르는 몇몇 젊은이들이 FBI의 함정수사에 의해 테러리스트로 모함받는 과정을 풍자적으로 그린다. 마이애미에 사는 모세는 착한 아내 비너스(대니얼 브룩스)와 어린 딸, 그를 따르는 동네 젊은이들과 함께 ‘스타 오브 식스’라는 신종교를 전파하고 있다. 가족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고, 흑인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총기 폭력을 막고, 조용히 농사를 짓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소박한 소망도 돈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FBI는 집과 신전을 빼앗긴 모세를 함정수사에 엮어 테러리스트로 몰아가고, 그때부터 예상치 못한 우스운 일들이 펼쳐진다. 이 작품을 단
[뉴욕] 영국인의 눈으로 미국 사회의 현실 그린 풍자 코미디 <더 데이 섈 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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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 출연 마이클 J. 폭스, 크리스토퍼 로이드, 리 톰슨, 토머스 F. 윌슨, 엘리자베스 슈 / 제작연도 1989년
영화 <엑시트>는 미래영화다. 2019년 7월 31일에 개봉했지만 영화 속 유독가스 테러사건이 벌어지는 날은 2019년 9월 7일이다. 근미래지만 미래, 의도치 않게 데뷔작으로 미래영화를 찍게 된 셈이다. 물론 지금 시점에선 모든 것이 과거가 돼버렸지만.
슬프지만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 <백 투 더 퓨처2>가 개봉하자 막내 삼촌은 나와 누나를 데리고 시내에 있는 극장으로 향했다. 친구 집에서 비디오로 본 1편이 충격적으로 재밌었던지라 몇 정거장만 더 가면 2편을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날 굉장히 들뜨게 만들었다. 하지만 비도 오는 데다가 어린애 둘을 데리고 가는 여정이 쉽지는 않았을 터, 우린 결국 상영시간에 늦게 도착했고 영화 초반 10분을 놓친 뒤 좌석에 앉게 됐다. 얼마나 기다렸던 2편인데 10분이나
[내 인생의 영화] 이상근 감독의 <백 투 더 퓨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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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vN <최신유행 프로그램> 새 시즌이 시작했다는 사실을 여기저기 뜨는 ‘짤’(인터넷상에 올라오는 사진, 그림이나 짤막한 영상)을 보고 알았다. 몇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았던 ‘100일 기념 이벤트로 번화가에서 하회탈 쓰고 상모놀이 펼치다가 여자친구에게 차인 썰’을 재구성해 찍은 콩트는, 원글의 클라이맥스인 “여자친구를 유혹하려는 것처럼 어깨춤을 추면서 다가갔다가 멀어졌다가 다가갔다가 멀어졌다” 장면을 실로 완벽히 구현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프로그램은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유행한 모든 ‘드립’과 유머 코드를 쏟아부어 이를 공유하는 시청자로부터 웃음을 낚는 예능이다. 그래서 아는 만큼 웃기기도 하고, 보이는 만큼 찜찜할 때도 있다. 수평적 문화와 독창적 비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젊은 꼰대인 대표(권혁수)의 기분에 좌우되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IT 스타트업을 배경으로 한 코너 ‘스타트엇!?’에는 노골적인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구도’가 등장하다
<최신유행 프로그램>, 모든 것은 드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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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Maurice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 / 출연 휴 그랜트, 제임스 윌비 / 수입·배급 알토미디어 / 개봉 11월 7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전에 이 영화가 있었다. <모리스>는 영국 헤리티지 필름의 전성기를 이끈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대표작이다. 관객에겐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각색가로 익숙하겠지만,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은 <전망 좋은 방> <하워즈 엔드> 등 문학작품을 기반으로 한 우아하고도 섬세한 시대극으로 1980, 90년대를 풍미한 연출자다. 그의 1987년작 <모리스> 또한 영국 작가 E. M. 포스터가 세상을 떠난 뒤 비로소 발간된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20세기 초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을 배경으로, 우연히 만나게 된 동갑내기 청년 모리스(제임스 윌비)와 클라이브(휴 그랜트)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서로를 향한 감정은 명확하지만, 사
[Coming Soon] <모리스>, 우아하고도 섬세한 시대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