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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거론됐던 디즈니와 21세기 폭스(이하 폭스) 합병이 드디어 완료됐다. 21세기 폭스는 20세기 폭스, 폭스 서치라이트 픽쳐스, 폭스 2000 픽쳐스, 폭스 패밀리, 폭스 애니메이션 등의 영화 관련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3월19(이하 현지시간), 디즈니는 약 710억 달러(우리 돈 약 80조 2860억 원, 3월20일 환율 기준)에 폭스를 최종 인수했다.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3월20일부터다. 디즈니의 밥 아이거(로버트 아이거) 회장은 “특별하고 역사적인 순간이다. 디즈니와 폭스의 창조적인 콘텐츠와 입증된 재능이 결합하면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탁월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폭스 인수로 디즈니는 <아바타>, <에이리언>, <킹스맨>, <판타스틱 4>, <데드풀>, <엑스맨> 시리즈 등의 판권을 손에 쥐게 됐다. 그중 팬들의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역시 마블 코믹스 원작
디즈니, 폭스 합병 완료, 데드풀이 축하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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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들은 녹음된 제 목소리 듣는 일에도 엄청난 고통을 느낀다. 기자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다. 인터뷰 정리를 위해 녹취 파일을 꼼꼼히 다시 듣는 일만큼 발 동동 구를 일이 없다. 평생을 알고 지냈던 내 목소리가 어쩜 그렇게도 이질적인지. 그런 맥락에서 새삼 배우들은 본인이 출연한 작품을 과연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상상만으로도 아찔해진다. 살펴보니 의외로 ‘내 작품 안 본다’는 배우들이 많았다. 심지어 우리가 믿고 본다는 명배우들의 이름이 넘쳐난다. 어쩌면 자신의 작품을 보지 않는다는 이들의 철칙이, 최고의 캐릭터를 탄생시켜온 지도 모른다.
메릴 스트립
현존하는 최고의 명배우 중 하나. 아카데미 최다 후보 지명자. 메릴 스트립을 따라다니는 대단한 수식어와는 무관하게, 그는 본인이 출연한 영화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저 나는 앞을 향해 갈 뿐이다. 그것이 유일한 연기 방식이며, 내 연기를 볼 일은 없다”고 말한 메릴 스트립의 태도는 어떤 불안으로부터 기인했다
본인이 출연한 영화 못 보겠다는 할리우드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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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속편 영화하면 MCU, DCEU, <엑스맨>, <007>, 시리즈 등 이미 하나의 ‘프랜차이즈’가 된 영화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시리즈물로 자리 잡지 않았음에도 순전히 1편의 흥행, 명성만으로 속편이 제작되는 작품들이 있다.
일례로 2017년 개봉, 제작비의 5배가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던 <킬러의 보디가드>의 속편,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가 있다. 1편의 성공에 힘입어 2018년 5월 제작이 확정됐으며 지난 3월12일(현지 시간) 촬영에 돌입했다. 전편에서 활약했던 킬러 다리우스(사무엘 L. 잭슨)와 그의 보디가드 마이클(라이언 레이놀즈)가 그대로 등장하며, 조연이었던 다리우스의 아내 소니아(셀마 헤이엑)가 더 큰 비중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처럼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아님에도 속편 제작에 착수한 할리우드 영화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에 해당하는 다섯 예정작들을 모아봤다. 1편
그래서 개봉은 언제? 프랜차이즈 영화 제외, 다가올 할리우드 속편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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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렸다. 미국 드라마계의 ‘왕좌’를 차지해온 HBO의 <왕좌의 게임> 시리즈,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시즌 8이 4월14일(현지 시간) 공개된다. 1년 단위로 공개됐던 이전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 8은 완성도를 위해 제작 기간을 2년으로 늘린 후 공개되는 것이다. 오랜 기다림으로 팬들의 기대는 극에 달한 상황. 3월6일 공개된 공식 예고편 속에는 주요 캐릭터들의 모습과 의미심장한 대사들이 담겨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는 그 명성에 걸맞은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을까.
그 결과를 확인해보기 전, 명장면을 통해 이전 시즌들을 복습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반전이 백미인 <왕좌의 게임> 시리즈인 만큼, 아직 드라마를 보지 않았고 정주행을 계획 중인 이라면 스크롤을 멈추기를 권한다. 반대로 이미 모든 시즌을 섭렵한 <왕좌의 게임> 팬이라면, 기억을 떠올려보며 어떤 시즌이 가장 재밌었는지 골라보는 것도 좋을 듯
왕겜 팬이라면! 명장면으로 복습해보는 <왕좌의 게임>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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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신뢰하는 친한 동생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며칠 지났을까. 나는 각 잡고 감상을 시작했다. 오호라. 강렬한 퍼즈 톤 기타가 내 귀를 압도하더니 보컬은 들릴 듯 말 듯한 볼륨으로 그 사이를 부드럽게 흐른다. 세상은 이런 유의 음악을 보통 슈게이징(shoegazing)이라 칭한다. ‘고개를 숙이고 구두를 보면서 연주한다’라는 의미다. 메인스트림은 아니지만 1990년대 이후 꽤 단단한 팬 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장르라고 보면 거의 정확하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지금껏 꽤 많은 수의 슈게이징 밴드 음악을 접했다. 걸작도 있었고, 망작도 있었다. 이를 가르는 기준은 적어도 나에겐 하나뿐이다. 마치 분쇄기 소리처럼 들리는 기타 연주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주요 멜로디가, 비록 뒤에 묻혀 있다 하더라도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거다. 이런 측면에서 바로 이 앨범, 나싱(Nothing)의 통산 3집 《Dance on the Blacktop》(2018)은 최소 별 4개는 받을 자격이 있다. 각각
[마감인간의 music] 나싱 《Dance on the Blacktop》, ★★★★+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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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금속 표면을 연상시키는 냉혈한적 인상과 굳은 입매, 본심을 파악하기 어려운 깊고 푸른 눈. 페미니즘적 비주류 영화에 가까운 <더 와이프>를 비롯한 <파라다이스 로드>(1997), <앨버트 놉스>(2011)부터 상업영화 <101마리 달마시안>에서 조차 글렌 클로스는 대개 인간, 좁게는 여성의 범주를 넘어서는 비인간적 인격으로 등장해왔다. <더 와이프>는 글렌 클로스의 배우적 페르소나를 활용한 영화다. 세간에선 아무래도 영화가 그녀의 재능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것이 중평인 듯하다. 작품에서 그녀는 들끓는 정념을 표정으로는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대작가의 아내이자 속내가 궁금한 여성 조안 역을 맡았다.
그림자 없는 조명이나 침실과 홀 등의 실내 공간은 마치 고전 스웨덴영화의 차분한 실내극을 연상시킨다. 실버와 민트를 중심으로 한 색조는 노작가와 그의 아내의 백발과 조응하며 부드러운 정조를 만들어낸다. 사실 <더 와이프>
<더 와이프>, 그녀를 응원만 할 수는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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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규모 9.0의 대지진이 일본 8개현을 강타한 날이다. 동일본대지진으로 2만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재해 직후 피난민 수는 47만명, 그중 8만명은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폐허가 되어버린 땅에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지금을 살아가고 있을까. 재일교포 3세 윤미아 감독의 <봄은 온다>는 동일본대지진 이후 6년이 지난 2017년부터 10개월간 재해 지역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무너진 삶을 재건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인간의 고결함과 강인함에 대해 배웠다”고 말하는 윤미아 감독을 만났다.
-재일교포 3세인데 국적이 한국이라고 들었다. 한국은 얼마 만에 방문한 것인가.
=이누이 히로아키 감독의 다큐멘터리 <이예: 최초의 조선통신사>(2013)의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울산은 여러 번 오갔다. 당시 조선통신사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서 울산 MBC와 협업했기에 서울보다 울산을 자주 갔다. (웃음) 한국은 내게 짝사랑하는
<봄은 온다> 윤미아 감독 - 색을 잃은 세상에서 꽃을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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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한 가족의 이야기다. 아들 수호(윤찬영)의 시간은 그날에 멈춰 있다. 해외 출장 중이었던 아빠 정일(설경구)은 아들을 먼 곳에서 떠나보내야 했고, 엄마 순남(전도연)은 어린 딸 예솔(김보민)과 단둘이서 슬픔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수호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 수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수호가 없는 수호의 생일에 모여 각자의 기억을 꺼내놓는다. <생일>은 이종언 감독이 실제 안산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고 아이들의 생일을 치르며 느꼈던 마음을 조심스레 영화에 담은 작품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담고 싶었다는 이종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 편집을 마칠 때까지 유가족들과 소통하며 영화를 만들었다. 그 누구도 이 영화로 상처입지 않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감독의 진심에 감응한 전도연과 설경구가 출연을 결정했고, 영화는 다가오는 4월 3일 개봉한다.
<생일> 이종언 감독 -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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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도 하기 전에 차이기 일쑤지만 연애에 목숨 건 <철벽선생>의 왈가닥 여고생 사마룬과 실사판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서 세상과의 이별 과정을 차곡차곡 감내하던 사쿠라를 한 배우가 연기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철벽선생>의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 “왜 나에게 이런 역할을?”이라며 당황했지만 “도전해보자고 마음먹었다”고. 첫 주연작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그해 일본에서 자국 영화 박스오피스 5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흥행했으니, 이제 막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올리고 있는 10대 배우의 가능성에 일본영화계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 낯을 가린다거나 춤과 노래를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돌변하는 그녀는 최근 출연했던 드라마 <벼랑 끝 호텔>에서도 말끝마다 “도전”을 외치는 씩씩한 주방장 하루 역할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2011년 제7회 도호 신데
<철벽선생> 하마베 미나미 - 그녀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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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증권회사에 입사한 평범한 청년이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위험하지만 달콤한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변해가는 이야기다.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부푼 꿈을 안고 여의도에 입성한 신입 주식브로커 조일현(류준열)을 중심으로, 일현을 부자로 만들어주는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 번호표를 오랫동안 쫓아온 금융감독원의 한지철(조우진)이 서로를 이용하고 대립하는 구조다. <돈>이 전제로 하는 것은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는 마음이다. 영화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부자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수수료 0원인 신입사원 일현의 처지를 소상히 보여준다. 겹겹이 쌓아 올린 리얼리티는 일현에 대한 감정이입의 강도를 높이는 장치가 되는데, 이때의 리얼리티는 여의도를 부지런히 뛰어다닌 박누리 감독의 발품 덕에 확보될 수 있었다. 돈에 대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욕망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돈>은 <남자가 사랑할 때>(2013), <부당거래>
한국영화 화제작 감독 인터뷰②_ <돈> 박누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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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한공주>(2013)에 쏟아진 호평 이후 이수진 감독은, 지난 5년간 차기작이 가장 기대되는 감독으로 손꼽혀왔다. 전작의 영향으로 그의 다음 영화는, 또 한번 우리 사회를 향한 통렬한 비판이 되리라 미루어 짐작했다. <우상>은 그런 지점에서 이수진 감독이 꺼내든 또 한번의 날카로운 ‘칼’이다. 교통사고, 시체유기라는 범죄 스릴러 장르 속 사건으로 연결된 세 사람. 아들의 죄를 덮으려는 도지사 후보 구명회(한석규), 그 사고로 아들을 잃은 소시민 유중식(설경구), 그리고 그날 사고의 목격자인 중식의 며느리 최련화(천우희)가 각자의 ‘폭주하는 행동’을 전개한다.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서 상영된 후, 복잡한 전개에 대한 호불호로 의견이 분분한 작품. 전작처럼 ‘청소년 관람불가’가 아닌 15세 관람가지만, <우상>에는 본성을 드러내는 인물들의 행동을 뒷받침할 충격적인 장면들도 적지 않다. 5년 만에 신작 개봉을 앞둔 이수진 감독을 만났다. “
한국영화 화제작 감독 인터뷰①_ <우상> 이수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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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와 ‘아름다움’을 결합할 수 있을까? 부당하기 짝이 없는 질문 같지만 바보처럼 답변의 과정을 일일이 캐묻기로 하자. 두 단어를 함께 거론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 정당성은 어떻게 입증될 것이며, 불가능하다면 그 금기는 무엇을 근거로 주장할 수 있을까? 후자의 견해를 따른다면 우리는 상식적이고 단호한 결론에 도달한다. 아우슈비츠의 참극은 반인륜적인 집단 학살로, 인류 역사의 깊은 블랙홀이다. 그곳에서 발생한 것은 “삶과 죽음의 바깥(한나 아렌트)”에 있는 영역이며 침묵조차 버겁게 만드는 육중한 사태다. 수용소의 재앙이 사고와 언어, 표상의 일대 위기를 가져왔다는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언급은 전후의 서구 예술 체계가 직면한 문제의식을 집약한다. 이를 ‘아름다움’이라는 공허한 미적 언어와 연관 짓는 것은 비열한 상상이자 포르노그래피적 극화라는 것이다.
평균적인 교양과 의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이런 견해에 동의하지 않기는 어렵다. 차마 반론을 제기할 수나
하룬 파로키, <세계의 이미지와 전쟁의 각인>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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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의 37번째 장편영화이자 본인이 직접 배우와 감독을 맡은 23번째 영화 <라스트 미션>이 개봉(3월 14일)했다. 마치 이스트우드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은 제목이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2008년 <그랜 토리노>가 시대를 마감하는 고별사처럼 보인 것에 반해 멕시코 카르텔의 마약 운반책이 된 87살 노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라스트 미션>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세계가 아직 끝날 수 없음을 역설하는 것처럼 보인다. 스스로 영화가 된 사나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적인 것이란 무엇일까. 2008년과 2018년의 이스트우드를 비교하며 노쇠한 몸에 새겨진 ‘영화라는 기억’을 더듬어본다.
구부정한 어깨의 각도가 이미 가파르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바로 이 초라하게 쭈그러든 노인의 뒷모습이다. 한껏 당긴 활시위처럼 굽은 뒷모습에서 지나온 세월의 무게를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이윽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라스트 미션>과 그의 연출, 연기세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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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의 결근으로 그날 체육 시간에는 우리 반과 옆 반의 피구 시합이 벌어졌다. 운동장에 주전자 물을 부어 그은 선 안으로 아이들이 비좁게 섰다. 피구는 공에 맞으면 ‘죽는’ 경기다. 공을 잡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밀집도가 높은 초반엔 공에 맞은 아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대부분 나처럼 공을 두려워해 섣불리 잡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평소엔 나도 포식자를 피해 우르르 떼 지어 다니는 작은 물고기같이 도망가다 휩쓸려나갔다. 근데 그날은 웬 운이 따라주었는지 중반이 넘도록 살아남았다.
경기는 우리가 열세였지만 담임 선생님도 안 계신데 질 순 없다는 이상한 승부욕이 아이들 사이에 있었는지 응원의 열기가 거셌다. 여느 때라면 벌써 탈락해 여유롭게 응원이나 하고 있을 내가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덩치가 작아 그나마 공을 운좋게 피하긴 했지만 빠른 공을 잡을 실력도 용기도 없었다. 맞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공은 마치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알 수 없
나를 죽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