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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균 CJ ENM 한국영화사업부장을 만나기로 한 지난 1월 11일, 이른 아침부터 기사 하나가 주식시장을 잠깐 뒤흔들었다. CJ ENM이 덱스터를 인수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해 ‘쌍천만’을 기록한 덱스터의 주식이 덩달아 급등했다는 기사도 줄을 이었다.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는 공시가 발표돼 명백한 오보로 밝혀지기까지 얼마 안 걸렸지만, 신생 투자·배급사 관련 뉴스가 화제가 된 최근의 영화산업에서 CJ ENM이 여전히 ‘핫’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임명균 한국영화사업부장을 만나 CJ ENM의 덱스터 인수설부터 확인했다. 전략기획팀(2008~2013년)과 해외사업본부장(2013~2018년)을 거친 뒤 지난해 현재의 보직으로 발령받은 그다. 그는 “구관이 명관”이라고 올해 CJ의 각오를 전했다.
-CJ ENM의 덱스터 인수 관련 기사는 사실인가.
=공시했으니 그외의 내용은 얘기할 수 없다(CJ ENM은 “덱스터 인수를 추진 중은 아니다.
[한국영화 기획③] 임명균 CJ ENM 한국영화사업부장 - 배우 풀을 확대하고, 신인 발굴에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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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롯데컬처웍스는 서울 송파구 롯데캐슬골드에서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본사를 이전했다. 롯데월드타워 27층에 위치한 롯데컬처웍스의 새 사무실에 들어서면 잠실 일대는 물론이고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관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앞으로 글로벌하게 나아가야 하는데 사무실이 좁으면 회사의 규모부터 작아 보이지 않겠냐”는 차원천 대표의 뜻이 주효했다고 한다. 지난해 6월 1일,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에서 분리, 독립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업으로 거듭난 롯데컬처웍스는 2018년 국내 메이저 영화 투자·배급사 중 가장 주목할 만한 활약상을 보여줬다. 김용화 감독의 판타지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 <신과 함께-인과 연>이 <신과 함께-죄와 벌>에 이어 다시 한번 천만 관객을 기록했고,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658만명)과 <완벽한 타인>(529만명)도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에 진입하며 순항을 거듭했다. 덕분에 롯데컬
[한국영화 기획②] 차원천 롯데컬처웍스 대표 -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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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공급 과잉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지난해 추석 시장에서 <물괴> <명당> <안시성> <협상> 등 한국영화 4편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충무로 안팎에서 일제히 나온 얘기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순제작비가 적게는 100억원 이상 많게는 220억원에 이른 한국영화 4편 모두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한국영화의 부진 탓에 지난해 추석 시장에서 불러들인 관객수가 전년도(2017년 추석 시장에선 <남한산성>(384만여명,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범죄도시>(688만여명), <아이 캔 스피크>(328만여명), <킹스맨: 골든 서클>(494만명)이 개봉했다.-편집자)에 비해 76% 정도에 그쳤다.
그로부터 두달이 지난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추석 시장의 악몽이 되풀이됐다. <마약왕>(손익분기점 400만명), <스윙키즈>(손익분기점 370만명), <PMC:
[한국영화 기획①] 2018년 성적을 바탕으로 2019년 한국영화 흥행을 예측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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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전조일까, 아니면 우연의 연속일까. 지난해 추석 시장과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한국영화 대작들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한 것을 두고 충무로 안팎에서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최근 신생 투자·배급사들이 산업에 뛰어들었고, 네이버웹툰과 카카오M 같은 공룡 ICT 기업들도 드라마와 영화 같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겠다고 나서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에서 산업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하다. 롯데, CJ, NEW, 쇼박스, 메가박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등 투자·배급사 및 직배사에서 한국영화 투자를 책임지는 사람들을 만나 최근의 산업 상황에서 무엇을 고민하는지 물었다. 또 시장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한국영화 위기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확인했다.
한국영화 기획, 맞는 길로 가고 있습니까?-한국영화 투자·배급사 투자책임자 인터뷰 ① ~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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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장벽이 붕괴된 지 30주년 되는 올해, 시의적절한 영화가 나왔다. 동독 출신 중견 작가 잉고 슐체의 소설 <아담과 에블린>(국내 2012년 번역 출간)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역시 동독 출신인 안드레아스 골트슈타인 감독의 데뷔작이다.
영화는 1989년 동독 어느 시골의 한여름 낮, 파스텔톤 하늘과 구름, 풀벌레 소리, 새소리, 들꽃이 제멋대로 무성히 자라고 있는 정원에서 시작된다. 수천명의 동독 여행객들이 헝가리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 서독대사관으로 탈출하고 있음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음으로 알 수 있다. 여성들에게 아름다운 옷을 만들어주는 재단사이며 취미는 사진 찍기인 아담은 일상에 만족하지만 여자친구 에블린은 틀에 박힌 웨이트리스 생활에 불만이 많다. 에블린이 먼저 동유럽으로 떠나고 그 뒤를 아담이 좇는다. 이들이 길을 떠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영화를 채우고 있다. 고정된 카메라에 담긴 동유럽의 아름다운 여름 풍경과 느릿한 진행, 코믹하지만 진지한 대화
[베를린] <아담과 에블린>, 베를린장벽 붕괴 당시의 로드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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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피터 잭슨 / 출연 이언 매켈런, 마틴 프리먼, 리처드 아미티지 / 제작연도 2012년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보다 <호빗>을 더 좋아한다. <반지의 제왕>이 절대악에 맞서 다양한 종족들이 정의로운 연합을 구성해 어렵사리 승리를 거두는 이야기라면 <호빗>은 욕망과 상처를 가득 품은 채 몰락 이후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몸부림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호빗>의 주인공인 참나무방패 소린(리처드 아미티지)은 한때 에레보르 왕국의 난쟁이 왕자로서 엄청난 부와 영광을 누렸지만 자신보다 더욱 탐욕스럽고 강력한 존재인 용 스마우그에게 왕국의 모든 것을 빼앗긴 뒤, 마지막까지 충성을 맹세한 몇 안 되는 가신들과 함께 세상을 떠돈다. 그는 왕국을 잃어버린 왕자, 즉 살았지만 죽은 존재이다.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그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오직 명예다. 탐욕스런 용
[내 인생의 영화] 장혜영 감독의 <호빗>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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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이디 버드>의 엄마는 차에서 오디오북을 듣는다. 옆자리에 딸을 태우고 오디오북을 듣던 그녀는 청취에 몰입해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레이디 버드와 엄마가 함께 듣는 책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다. 한두번 들은 모양새가 아닌데도 엄마는 같은 문장에서 다시 감동한다. 대공황 시대 경제적으로 위태한 소설 속 주인공에 자기 삶을 대입하고 만 것이다. 그녀에게 오디오북은 일상의 BGM이 아니라 집중해서 듣는 독서 행위다. 실직한 남편 몫까지 가계를 책임지고, 야간 근무 후 가사까지 돌보는 고단한 삶에서 엄마가 유일하게 자기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이 귀로 듣는 독서다. 책을 읽는 많은 방법 중 가장 편리한 방법이 누군가 읽어주는 것을 귀로 듣는 것이고, 낭독자가 또렷하거나 나긋한 목소리의 배우라면 듣기의 효율은 더욱 올라간다.
한국 단편소설 걸작을 배우들이 나누어 낭독한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는 EBS <책 읽어주는 라디오&
씨네21 추천도서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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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다. 그에게는 유년 시절 각인된 이미지가 하나 있다. 폭력적이었던 그 장면, 그 장면의 의미를 이해하는 여정이 영화 <환송대>의 내용이다. 그 사건이 벌어진 때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몇년 전. 장소는 오를리공항의 거대한 환송대였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고 한 사람의 몸이 쓰러졌다. 그 모습을 경악에 찬 몸짓으로 바라보는 여자가 있었다. 얼마 뒤, 파괴가 시작되었다. 파리는 폐허가 되었다.(이때 등장하는 폐허가 된 도시 사진은 파리가 이미 경험했던 과거의 세계대전에서 가져온 것이리라) 생존자들은 지하에 자리를 잡았고, 주인공은 포로가 되어 그곳에 갇혔는데, 어느 날 그는 시간을 통과하는 실험의 주인공으로 선정된다. 현재를 구하기 위해 그는 시간 속으로 떠나야 한다. 그는 과거 특정한 순간의 이미지에 집착하고 있어서 선정되었고, 고통스러운 과정 끝에 마침내 평화 시기의 장소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환송대 위에서 본 여자를 보게 된다. 1차 실험이 성공하
씨네21 추천도서 <환송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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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인 서인도제도에서는 지배계급이었던 애나는 영국에서 하층계급으로 살아간다. 월터와 사랑에 빠진 애나는 서인도제도에서의 나날을 떠올리곤 한다. 월터에게서 버림받은 뒤 현실과 과거는 더욱 뒤섞인다. 남자에게서 버림받는다는 일은 하층계급의 여자에게는 생존이 걸린 재앙이나 다름없다.
“가끔은 내가 그곳으로 돌아가 있는 듯하고 영국은 하룻밤 꿈처럼 느껴졌다. 어떤 때는 영국이 실제이고 그곳이 꿈이었는데, 나는 결코 그 둘을 제대로 끼워맞추지 못했다.” 이 문장을 진 리스의 소설 <어둠속의 항해>의 두 번째 페이지에서 읽었다. 진 리스가 <제인 에어>에 등장하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 즉 로체스터씨의 아내였던 버사 메이슨의 전사(前史)를 상상한 소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썼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가 상상한 버사 메이슨은 <어둠속의 항해>의 주인공과도 닮아 보이고 작가 자신과도 무척 닮아 보인다. 실제로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알려져 있는 &
씨네21 추천도서 <어둠속의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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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중 어느 한명에게 ‘이야기꾼’의 칭호를 내려야 한다면 그것은 단연코 교고쿠 나쓰히코의 차지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기담과 민속학, 종교학을 아우르며 괴이한 사건을 현실에 밀착해 풀어내는 작가다. 교고쿠 나쓰히코의 소설 중 처음 만난 것은 <우부메의 여름>이었다. 책을 읽은 지 10년도 더 되었는데, 지금도 독서 당시 여름의 끈적한 감촉이 기억난다. 더워서 땀이 줄줄 흐르는데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서 땀을 흘리며 그 길고 긴 이야기를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우부메의 여름>은 내게 괴물을 잉태한 여자의 커다란 배를 펜으로 그린 삽화로 기억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내 기억에 달라붙어 있던 삽화가 책에는 없었다. 그러니까 책을 읽고 내 멋대로 상상한 그림을 삽화로 기억하고 있었던 거다. 교고쿠는 독자의 기억에 자기가 만들어놓은 묘사를 이미지로 남겨버린다. 교고쿠는 비논리의 대상인 요괴(혹은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귀신)를 확인하는 추리의 과정을 섬세하게
씨네21 추천도서 <후 항설백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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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느끼게 될 감정은 아마도 ‘부러움’일 것이다. 아니, 이렇게나 부지런하다니! 매일 책을 한권씩 읽고 심지어 그걸 매일 기록했어! 이 엄청난 생산력은 무엇인가! 그런데 우습게도 매일 책을 만지거나(저자 서효인과 박혜진은 편집자다), 읽거나 독서일기까지 썼던 저자들의 글에서 자주 언급되는 감정도 ‘부러움’이다. 이들은 명민하고 다정한 문장을 쓴 작가를 애정하거나, 좋은 기획을 한 편집자를 존경한다. 그리고 ‘나도 이런 책을 만들어 끝까지 가보고 싶다’고 다짐한다. 이 얼마나 곡진한 책 사랑인가. 어쩌면 우리는 나보다 조금 나은 누군가를 동경하기 위해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서효인, 박혜진은 민음사에 근무하는 편집자들이다. 이들은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만들었다. 이들은 모두 문학 편집자이며, 서효인은 동시에 시인이고, 박혜진은 평론가다. 매일 읽는 것은 아무나 못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은 매일 읽은 독서를 기록하
씨네21 추천도서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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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었든 다짐들을 하게 되는 시기다. 그것은 공부나 운동일 수도 있고 건강이나 커리어를 위한 자기 자신과의 약속일 수도 있다. 연초에 하는 다짐들은 필연적으로 ‘미래’적일 수밖에 없는데, 도래한 미래 위에서 또 다른 미래를 걱정한다. <씨네21> 1월의 책꽂이에는 소설과 서평, 오디오북과 사진집 등 여러 종의 책이 꽂혔다. 서효인·박혜진의 독서일기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 교고쿠 나쓰히코의 기담 소설집 <후 항설백물어>, 창비세계문학 66번째 소설 진 리스의 <어둠속의 항해>, 크리스 마커의 영화-소설집 <환송대>, 103명의 배우들이 한국 근현대사 문학을 낭독한 오디오북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가 그것이다. 매달 좋은 책들을 뻐근하게 받아들고 서평으로 소개하는 일은 새해에도 계속된다. 이렇게 좋은 책들과 올해의 항해도 시작되었다.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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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개봉한 <소수의견> 이후 윤계상, 유해진이 3년 만에 재회한 영화 <말모이>. 각각 여러 작품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만큼 이번 영화에서도 두 배우는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윤계상은 조선어학회의 대표로 일제의 눈을 피해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류정환을 연기했으며, 유해진은 극장에서 해고된 후 아들 학비를 위해 가방을 훔치다 얼떨결에 정환과 함께 하게 되는 판수 역을 맡았다.
그러나 윤계상, 유해진 외에도 <말모이>는 수많은 조연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 영화다. 그중 메인 포스터에도 실린 조선어학회 회원들은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감동을 선사하며 다양한 매력을 뽐냈다. 그렇다면 <말모이> 이전, 그들은 어떤 작품으로 먼저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을까. 한 번쯤은 본 듯한 익숙한 얼굴의 조선어학회 조연 배우들. 그들의 전직(?)에 대해 알아봤다.
김홍파
조선어학회의 큰 어른 조갑윤을 연기한 김홍파는 1990년대부터 꾸
<말모이> 속 조선어학회 회원들, 어디서 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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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에서 노숙자로 전락했다가 약자를 돕는 변호사로 돌아온 조들호(박신양)가 새 이야기를 시작했다.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에서 그는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진다. 성폭행 가해자측의 말을 믿고 변호를 맡은 조들호의 차에 피해자가 뛰어들고, 들호는 이후 변호사 일을 포기한다. 자책으로 일상을 무너뜨린 그는 까치집 머리에 삼선 슬리퍼를 신은 추레한 몰골로 고농도의 진정성을 뿜고 다닌다.
초임 검사 시절을 함께했던 수사관 사망사건을 뒤쫓는 조들호는 문상을 갈 때도 진흙탕에 구른 점퍼와 슬리퍼 차림으로 나타났다. 상복을 입고 아버지의 빈소를 지키는 윤소미(이민지)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도 잊을 정도로 애도하는, 그런 진정성이다. 의례나 격식을 개의치 않는 ‘꼴통’ 캐릭터가 없지 않았지만, 늘 진지하게 몰두하는 박신양이 연기하면 진정성의 농도는 더 짙어진다. 누가 그의 적수가 될 수 있을까?
국일그룹 기획조정실장 이자경(고현정)은 타인을 도구로 삼는 소시오패스다
[TVIEW]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 조들호와 박신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