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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채롭다. 2019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관전평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시상식의 진행 방식을 두고 시작부터 수많은 잡음을 낸 올해의 아카데미는 후보작 선정에서 전례 없는 파격을 선보이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분명한 건 영미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동시에 가장 보수적인 시상식인 아카데미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는 시청률과 다변화된 플랫폼을 넘나들며 콘텐츠를 즐기는 현대 관객의 성향, 영화적 다양성에 대한 요구는 아카데미에 여러 측면에서 경각심을 심어준 듯하다. 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법이다. 현지시각 2월 24일 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상연될 이 극본 없는 드라마가 끝나고서야 우리는 비로소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온전하게 해독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둘러싼 화제와 논란의 키워드를 정리해보았다.
1. 올해 작품상 후보
[제91회 아카데미①] 형식 면에서 큰 변화를 겪은 아카데미, 과연 내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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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2월 24일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를 필두로, 한해 동안 주목할 만한 성취를 거둔 영미권 영화들이 각축을 벌이게 된다. 이어지는 지면에서 더 자세히 말하겠지만, 올해의 시상식을 둘러싼 다양한 사건과 해프닝은 시대 변화에 따라 아카데미의 보수적인 기반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게 한다. 올해 시상식의 주요 키워드와 수상작 예측, 국내 개봉을 앞둔 화제작에 대한 다채로운 분석 글을 준비했다. 변화의 기점에 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현재를 만나보시라.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미리 보기 - 오스카의 행방을 점친다! ① ~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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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중국영화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중국영화를 볼 수 있었다. 경쟁부문에 중국 감독 왕취안 감독의 <공룡단>과 왕샤오슈아이 감독의 <소 롱, 마이 선>이 진출했고, 로우예 감독의 <더 섀도 플레이>와 샹쯔 감독의 <어 도그 바킹 앳 더 문> 그리고 바이쉬에 감독의 <더 크로싱>이 제너레이션 부문에 진출했다. 이 밖에도 왕리나 감독의 데뷔작 <어 퍼스트 페어웰>은 제너레이션 Kplus 섹션에서 심사위원이 뽑은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또 한번 관객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번 베를린에서 관객의 가장 큰 탄성을 불러일으킨 장면은 경쟁부문에 진출한 왕샤오슈아이 감독 <소 롱, 마이 선>의 두 주연배우 왕징춘과 용메이가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탄 순간이었다. 국제영화제에서 중국 배우가 남녀주연상을 모두 휩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배우 모두 중국영화계에서 20여년
[베이징] <소 롱, 마이 선> 베를린국제영화제 남우·여우주연상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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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켄 로치 / 출연 폴 브래니건, 존 헨쇼 / 제작연도 2012년
켄 로치 감독의 모든 영화를 사랑한다. 역사물인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작품이 하나의 긴 변주곡 같다. 가난한 소년과 야생 매의 우정을 다룬 <케스>(1969)로 시작해 영국 사회복지제도의 문제를 신랄하게 비꼰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에 이르기까지 켄 로치는 일관되게 노동계급의 애환과 연대를 통한 희망을 그려왔다. 감독의 거의 모든 작품이 유사한 주제와 플롯을 가지고 있음에도 다양한 소재, 디테일한 묘사와 개성 있는 해학이 각각의 이야기에 설득력과 존재 이유를 부여한다. 마니아로서 그중 한편을 꼽는 것은 쉽지 않은데, 누구든 재미있게 보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은 아무래도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인 것 같다.
국내 개봉 시 이례적으로 우리말 제목 앞에 원제(‘The Angels’ Share’)가 나란히 적힌
[내 인생의 영화] 밴드 9와 숫자들의 9(송재경)의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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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스캔들에 휘말렸던 톱스타 오윤서(유인나)는 무혐의 처분을 받고도 잠정 은퇴 상태로 2년을 보내야 했다. 유명 드라마 작가의 차기작으로 복귀 계획을 세우지만, 작가는 캐스팅에 조건을 붙였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3개월간 현장실습을 할 것.’ 변호사 권정록(이동욱) 쪽에선 로펌 대표의 압력으로 떠맡게 된 연예인 비서가 달갑지 않다. 첫날부터 지각을 한 데다 복사 용지도 줍지 못할 정도로 꽉 끼는 원피스를 입고, 전화 내선 연결도 하지 못하니 당연히 일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으로 판단한다.
세상물정 모르는 여성 톱스타가 나오는 드라마들이 숱하게 반복한 해프닝이다. tvN <진심이 닿다>는 여기에 짧은 부연을 더한다. “누가 비서인 줄 알고 왔어? 알았으면 나도 이렇게 안 입었지.” 어떤 역할로 ‘현장실습’을 하는지 알지 못했던 윤서는 대중이 기대하는 ‘여배우’ 차림을 했고, 15년간 스케줄 관리를 맡긴 매니저가 데려다준 시간에 로펌에 도착했다. 일종의 업무 전달 착오다.
[TVIEW] <진심이 닿다>, 착실한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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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
제작 리공동체영화사 / 공동제작 폴룩스(주)바른손 / 감독 이수진 / 출연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 배급 CGV아트하우스 / 개봉 3월
도의원 구명회(한석규)는 깨끗한 정치인으로 명성이 자자해 차기 도지사감으로 주목받는다. 그러던 중 아들이 교통사고를 낸 뒤 은폐한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정치 인생을 지키기 위해 아들을 자수시킨다. 유중식(설경구)에게 지체장애를 가진 아들 부남은 금쪽같은 새끼다. 중식은 부남이 교통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자 절망하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부남의 아내이자 중식의 며느리인 최련화(천우희)는 사고 당일 부남과 함께 있다가 사고의 진실을 안은 채 연기처럼 사라진다. <우상>은 한 사고를 둘러싼 세 인물이 저마다 믿는 꿈이나 신념이 맹목적으로 변하는 순간, 욕망의 민낯이 정체를 드러내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담은 이야기다. 사고 친 아들을 둔 아버지 한석규와 사고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 설경구가 부딪는 상황만으로도
[Coming Soon] <우상>, 욕망의 민낯이 정체를 드러내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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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시민 케인> <현기증>의 공통점은 뭘까?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 그 앞에 수식어도 하나 붙는다. 바로 ‘박스오피스 폭망’이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회자되는 작품들이지만, 이들은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에서 참패의 성적을 거뒀다. 이처럼 명성과 정반대로 낮은 박스오피스 흥행 수익을 기록한 비운의 명작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 300만 달러 (약 34억 원 흑자)
<쇼생크 탈출>
제작비 $25,000,000 |
북미 흥행 수익 $28,000,000
맛보기 작품부터 소개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유독 사랑받는 작품 <쇼생크 탈출>은 제67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을 비롯해 무려 7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던 명작이다. 2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탄생한 이 작품은 북미 극장가에서 28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제작비보다 300만 달러를 더 벌어들이며 체면 치레는 했지만, 명성
북미 극장가에서 제작비 대비 폭망 성적 거둔 명작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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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67세를 맞이한 리암 니슨의 액션 영화가 극장가를 찾았다. <콜드 체이싱>은 마약 조직의 사이코패스에게 죽음을 당한 아들의 복수를 다짐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죽음과 복수, 아버지란 단어가 유달리 돋보인다. 어느 작품에서나 순탄치 못한(?) 인생을 살았던 리암 니슨의 캐릭터들. <콜드 체이싱>의 개봉을 맞아 리암 니슨에게 닥친 영화 속 사건·사고를 한자리에 모았다. 다른 시간, 다른 공간 안에 같은 인물(=리암 니슨)이 존재하는 듯한 착시를 주는 영화들이다. 이란성 쌍둥이(!) 같은 매력을 자랑하는 리암 니슨의 액션·범죄 영화들을 소개한다.
아내와 아내의 내연남을 죽였단 누명을 쓴 전직 경찰
<써스피션> 1991
리암 니슨 캐릭터의 ‘전직 경찰 계보’ 시작을 알린 작품. 이혼 사건을 주로 맡아 처리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전직 경찰 출신 사설탐정 토니(리암 니슨). 어느 날 자신의 고객 중 한 명과 아내가 호텔에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이번엔 또 무슨 일이? 리암 니슨에게 닥친 영화 속 사건 ·사고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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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란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증인>과 <사바하>. 전혀 다른 분위기의 두 영화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정우성, 이정재 두 90년대 청춘스타들이 활약했다는 것. 한때 청춘의 초상이었던 두 배우는 이제는 중견배우로서 다양한 작품, 캐릭터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그들처럼, 90년대 청춘스타에서 최근까지도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배우들이 있다. 정우성, 이정재를 포함해 X세대의 마음을 훔쳤던 7인의 풋풋했던 ‘그때 그 시절’을 알아봤다.
정우성
멋지다고 따라하면 절대 안 된다. 90년대를 주름잡던 정우성의 영화 속 캐릭터를 두고 하는 말이다. 1994년 데뷔작 <구미호>를 통해 순정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외모 자랑한 정우성. 그러나 그를 청춘스타로 만들어준 것은 이와 상반되는 거친 캐릭터들이다. 본격적으로 반항아적 이미지를 구축한 작품은 장현수 감독의 <본 투 킬>. 이미 <마지막 승부>로
‘그때 그 시절’ 90년대 청춘스타 출신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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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명대사가 현실이 됐다. 지금까지 이런 흥행은 없었다. <극한직업>은 개봉 27일 만에 누적 관객수 14,650,675명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 순위 2위에 올라섰다. 안정된 균형감과 빵 터지는 웃음 코드로 수많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극한직업>의 비하인드스토리를 한자리에 모았다.
【지금까지 이런 #배우 는 없었다】
-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의 중독성 강한 억양은 단 한 번의 리딩으로 탄생했다.
<극한직업>의 대표 명대사는 류승룡의 직감으로 탄생했다. 류승룡은 <씨네플레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처음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영화에 담긴 톤으로 대사를 읽었고, 이것이 영화에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밝혔다. “다른 억양을 반영해보니 오히려 어색했다”고.
- 극 중 마 형사의 헤어스타일은 래퍼 비와이를 따라 했다.
진선규는 KBS 쿨FM <장항준, 김진수의 미스터라디오>에 출연해 마 형사의
지금까지 이런 OO는 없었다! <극한직업> 비하인드스토리.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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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계 형사, 권력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선 검사, 북한 최정예 요원, 미래 한국의 특기대 훈련소장까지(순서대로 <아수라> <더 킹> <강철비> <인랑>). 최근 영화 속에서 다양한 전문직을 섭렵해왔던 정우성이 또 다른 전문직으로 변신해 극장가를 찾았다.
이번엔 변호사다. 속물로 살며 이름 좀 떨쳐보려 했으나 양심에 금 가는 일은 절대 못하는 ‘좋은’ 변호사 순호를 연기했다. 따스하고 정의로운 마음의 힘에 승부를 거는 올곧은 캐릭터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저만의 확고한 개성을 지닌 한국영화 속 변호사 캐릭터들! <증인>의 순호처럼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 그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송우석 변호사 | <변호인> 송강호
‘빽’ 없고 가방끈도 짧은 우석은 부동산 등기나 세금 등의 돈 문제를 주로 해결하는 세무 변호사다. 어려웠던 시절 밥값 신세를 졌던 국밥집을 찾아간 그는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
관객 마음 뒤흔든 한국영화 속 변호사 캐릭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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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사바하> 그런 종교가 있습니까?
[정훈이 만화] <사바하> 그런 종교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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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시타 겐지는 교토의 작은 서점 가케쇼보를 열었고, 2015년부터는 호호호좌라는 이름의 ‘책이 아주 많은 선물가게’에서 책을 팔고 있다. <서점의 일생>은 야마시타 겐지가 쓴 에세이로 ‘일생’이라는 말에 걸맞게 개업과 폐업, 새로운 도전을 아우른다. 서점 아르바이트, 잡지 창간과 판매 관련 일을 한 건 물론, ‘성인물을 만드는 청년’이라는 챕터를 보면 성인물 모델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항상 사진 촬영을 하던 남자배우에게 일이 생겨 편집자인 자신이 모델을 한 경험 이후 아예 서양 어덜트 편집부로 이동해 근무했다고. 그러던 어느 날 “출근하니 회사가 숯검댕이 되어 있었다. 가끔 회사 가기 싫을 때 ‘아, 갑자기 회사가 없어져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는 했는데 그날 출근하니 그것이 현실이 되어 있었다. 건물 전체가 홀랑 다 타버린 것이다. 아무래도 누가 불을 지른 것 같다. 당시에 출판사 괴롭히기가 계속되고 있었는데 다른 출판사에서는 편집실에 온통 똥칠을 해놓은 곳도 있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서점의 일생>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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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영화·연극계의 별이 졌다. <베를린 천사의 시>(1993)의 천사에서부터 <다운폴>(2004)의 히틀러까지 선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수많은 감독들과 함께 작품 활동을 했던 스위스 배우 브루노 간츠가 지난 2월 16일 취리히 자택에서 향년 77살로 별세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오스트리아 잘츠브루크 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무렵 대장암 선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독일 영화와 연극계에서 50년 넘게 활동했으며, 생전에 베르너 헤어초크, 빔 벤더스, 에릭 로메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등과 교류하며 여러 편의 영어권 영화에 출연하며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특히 1976년 에릭 로메르 감독의 <O후작 부인>(1976)에서 명성을 얻은 뒤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빔 벤더스 감독의 <미국인 친구>(1977)에서 데니스 호퍼와 함께 킬러로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후 1987년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
독일 배우 브루노 간츠, 향년 77살로 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