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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의 창시자로 불리는 이사도라 덩컨은 자동차 사고로 어린 두 아이를 잃었다. 이 일은 덩컨의 삶에 큰 비극으로 남았고, 개인사적 비극은 독무 <마더>로 탄생했다. 이 작품에 감동받은 다미앙 매니블 감독은 네명의 여성을 통해 <마더>를 재현하는 <이사도라의 아이들>을 만든다. 브레이크 댄스, 애크러배트를 한 댄서로서의 경험 때문인지 그의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건 서사가 아닌 신체의 언어, 이미지, 미장센이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JCP) 네편 중 한편으로 선정돼 전주에서 처음 공개된 <이사도라의 아이들>은 고요하지만 격정적인 감정을 품은 아름다운 영화다.
-전주국제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다.
=<공원의 연인>(2016), <타카라, 내가 수영을 한 밤>(2017)에 이어 연이어 전주에 오게 됐는데, 올해는 JCP를 통해 제작지원을 받아 만든 영화를 들고 오게 돼 더 특별한 것 같다. 독립적으로
[전주에서 만난 영화인들⑤] <이사도라의 아이들> 다미앙 매니블 감독 - 예술이 된 일상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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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한 시기에서 다른 시기로 이동하는 것과 같은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고 싶었다.” 1990년대 청소년기를 겪고 있던 개인의 성장담을 통해 당대 칠레라는 국가의 성장통까지 보여주고 싶었다는 도밍가 소토마요르 카스티요 감독. 실제 영화의 배경이 된 공동체에 직접 살았던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확장해 만들어 한층 리얼한 감흥을 전달하는 영화다. <목요일에서 일요일까지>(2012), <보트>(2015)에 이어 제71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신작 <죽기에는 어려>까지. 세편의 영화를 전주의 관객에게 소개하게 된 도밍가 소토마요르 카스티요 감독을 만났다.
-장편 데뷔작 <목요일에서 일요일까지>에 이어 <죽기에는 어려>도 10대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많은 사건이 가족 내 관계에서 발생하며, 일련의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다.
=언제나 주변을 살피는 편인데, 나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대상이 아이들이다
[전주에서 만난 영화인들④] <죽기에는 어려> 도밍가 소토마요르 카스티요 감독 - 영화를 통해 흘러간 시간을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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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자의 역사를 기록한 <위로공단>(2014)의 임흥순 감독과 일본의 영상 아티스트 모모세 아야 감독이 3년간 각자 찍은 일상적 풍경을 주고받으며 상대방의 영상을 편집하고 내레이션을 더했다. <교환일기>는 두명의 화자, 두개의 내러티브가 내는 상호작용을 관찰하고 이미지와 사운드 사이의 작은 틈새를 살피는 진귀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동안의 작품이 가능한 한 정제하는 작업이었다면 이번엔 만드는 과정의 고민이 그대로 묻어난 경우”라는 임흥순 감독의 말처럼, 두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결과물만큼이나 흥미로운 창작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분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임흥순_ 2015년 한·일 국교정상화 기념으로 국립현대미술관(서울)과 국립신미술관(도쿄)이 공동 전시를 기획했는데, 이왕이면 두 나라 작가가 한 작품을 같이해보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어쩌다보니 참여 작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과 가장 어린 사람의 조합이 됐다. (웃음) 조금
[전주에서 만난 영화인들③] <교환일기> 임흥순·모모세 아야 감독 - 현실과 형식의 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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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업의 가장 큰 화두는 지속(duration)이다.” 7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원 웨이 부기우기/ 27년 후>(2005)가 초청된 이래 10여편의 작품으로 꾸준히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제임스 베닝 감독. 장면의 지속을 넘어 40여년 작가로서 굳건함을 지켜온 우리 시대의 거장이 올해 마스터클래스와 함께 <국가의 탄생> <L. 코헨> 두편의 신작을 선보였다. 정치와 생태를 향한 관심을 토대로 특정 이미지를 오랫도록 응시하는 베닝의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장소에 축적된 역사적 맥락을 읽도록 유도하고 보이지 않는 시간을 지각시킨다.
-<국가의 탄생>은 D. W. 그리피스의 <국가의 탄생>(1915)의 일부를 재해석한 설치작품이다. 트럼프 시대에 다시 인종주의의 화두를 꺼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렇다. 트럼프 집권과 함께 빠르게 인종주의적 시각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 문화는 폭력으로 침범당하는 중이다. 그리피스
[전주에서 만난 영화인들②] <국가의 탄생> <L. 코헨> 제임스 베닝 감독 - 지속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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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니의 재림”이라는 전주국제영화제 장병원 프로그래머의 찬사와 함께,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한 <내일부터 나는>은 세르비아 감독 이반 마르코비치와 중국 감독 우린펑이 공동 연출한 영화다. 첫 장편 극영화를 만든 이반 마르코비치 감독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감독상)을 수상한 <나는 집에 있었지만…>(감독 앙겔라 샤넬렉, 2019)의 촬영감독 출신. 베이징 외곽의 지하방에 머물며 매일 노동과 휴식을 반복하는 이주민 청년 리의 삶을 60분간 예의깊게 기술해 나간다. 스토리가 아니라 한 인간의 상태 혹은 존재를 포착하는 감독의 길고 정밀한 숏이 현실의 고독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인터뷰는 수상 소식에 앞서 나누었다.)
-베이징에 있는 거대 빌딩의 야간관리인으로 일하는 리와 그와는 생활 패턴이 정반대인 룸메이트가 나온다. 둘은 지하방의 한 침대를 오가며 완벽하게 교대로 잠을 잔다.
=처음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2014년 무렵에 우린
[전주에서 만난 영화인들①] <내일부터 나는> 이반 마르코비치 감독 - 현실적으로 절망을 짚을 때 우리가 보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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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무살이 된 전주국제영화제는 이제 진정한 의미에서의 성인식을 마쳤다. 한국영화 100주년이기도 한 기념비적인 해,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이제껏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본 후 앞으로의 20년을 위한 또 다른 첫발을 내딛는 중이다. 다시금 ‘독립, 대안’이라는 정체성을 선명하게 재확인한 이번 영화제에서는 뉴트로 전주, 프론트라인 등의 섹션을 통해 영화언어와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했다. 영화의 역사를 훑는 ‘시네마톨로지 섹션’을 시작으로 거장의 신작을 거쳐 혁신적인 실험영화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영화들로 넘쳐난 축제의 장이었다. 영화제 기간 내내 이어진 매진 행렬은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열망과 기대를 반영한 결과라 할 만하다. 올해도 <씨네21>은 전주에서 많은 국내외 영화인들을 만났다. 마스터클래스의 주인공인 제임스 베닝 감독을 비롯하여 올해 국제경쟁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내일부터 나는>의 이반 마르코비치 감독, 일본영화의 새로운 기수로 주
[전주에서 만난 영화인들] 오월 전주는 영화의 꿈을 꾼다 ① ~ 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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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새로 쓰는 박스오피스 기록들로 연일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개봉 2주 만에 전세계 극장 수입 21억89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올타임 글로벌 박스오피스 1위인 <아바타>(27억8900만달러)를 바짝 추격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개봉 첫주, 북미에서 3억달러 이상의 극장 수입을 벌어들이며 지각변동을 예고했었다. 위키피디아에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경신한 기록들”이라는 타이틀의 페이지가 만들어졌다.<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이로써 최단기간 내 20억달러 극장 수입을 달성한 영화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이제 궁금한 것은 메모리얼데이(미국 전몰자 추도기념일)와 함께 시작되는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의 경쟁작들 속에서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올타임 박스오피스 1위 왕좌의 새로운 주인이 될 수 있을까이다. 미국 금융기업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한 조사분석가는 전편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LA]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오늘도 박스오피스 기록 경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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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얀 드봉 / 출연 키아누 리브스, 샌드라 불럭 / 제작연도 1994년
1994년,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마치고 친구들과 학교 근처 영화관에 가서 <스피드>를 보았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영화가 끝난 후에도 나는 영화에 완전히 압도됐다. 고등학생의 시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주는,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만드는 영화였다. 테러범(데니스 호퍼)은 출근길 버스에 폭탄을 설치하고, LA경찰인 잭(키아누 리브스)에게 3가지 조건을 내건다. 속도가 50마일 이하로 내려가면 폭탄이 터지며, 승객 중 누구도 내려서는 안 되며, 3시간 내에 370만달러를 입금하라는 것이다. 테러범이 내건 조건과 출근길 시민들을 볼모로 한 협박은 나에게 리얼하게 느껴졌고, ‘저런 아슬아슬한 상황을 잭이 어떻게 해결해나갈까’ 하는 생각에 같이 고민하며 영화에 몰입했다. 더구나 버스기사가 총에 맞자 승객이었던 애니(샌드라 불럭)가 버스를 운전하게 되면서 잭 혼자 영웅이 되는 이야기가 아
[내 인생의 영화] 김지혜 제작자의 <스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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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은 자서전 <싸울 기회>에서, 자신이 처음 정치에 뛰어들 무렵 들었던 한 여성 전문가의 조언을 소개한다. “우리는 시도해야 합니다. 한 여자가 선거에 출마하면 다음번 여자가 훨씬 더 쉽게 출마할 수 있고, 그런 식으로 여자들이 승리하게 될 거예요.” 물론 다른 전문가의 말처럼, 공직에 나서는 여성은 남성에겐 펼쳐지지 않는 가시밭길을 밟아야만 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그녀의 외모를 먼저 언급하고 나서 그녀가 한 말에 대해 이야기하죠.”
뉴욕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역시 같은 고민을 했다. “여성이 출마 준비를 할 땐 세상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많은 결정을 해야 해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은 2018년 민주당 예비선거에 도전했던 네명의 여성 후보를 따라가는 작품이다. 거액의 기업 후원금을 받으며 오랫동안 지역구를 지켜온 남성 정치인들
[TVIEW]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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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딜릴리 Dilili in Paris
감독 미셸 오슬로 / 목소리 출연 나탈리 드세이, 브루노 파비오트, 릴리안 로베르 / 수입·배급 오드(AUD) / 개봉 5월 예정
환상적인 애니메이션의 세계가 파리를 재해석한다. 페이퍼 애니메이션, 그림자 애니메이션의 장인 미셸 오슬로 감독의 신작 <파리의 딜릴리>는 파리로 밀항해 숨어 들어온 소녀 딜릴리와 배달부 소년 오렐의 미스터리한 모험담이다. 어느 날부터 아이들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평화로웠던 도시가 이상한 기운에 휩싸인다. 두 소년 소녀는 파리 전역을 누비고 최상류층 집단과 하층민 사이를 오가면서 의문의 사건을 풀기 위해 캐묻고 다닌다.
영화는 두 아이의 모험을 따라다니면서 그들이 만나는 퀴리 부인에서부터 마르셀 프루스트, 루이 파스퇴르, 툴루즈 로트레크, 피카소, 로댕, 모네, 드뷔시, 르누아르 등 당대 최고 예술가들의 영혼을 환생시킨다. 꿈보다 더 환상적이고 예술보다 더 아름다운 보랏빛 모험! <키리쿠와
[Coming Soon] <파리의 딜릴리>, 소녀 딜릴리와 소년 오렐의 미스터리한 모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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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이 뜨면 범죄자들이 벌벌 떨었다. 한때 여자 형사 기동대의 에이스였던 그는 결혼과 함께 출산과 육아라는 큰 벽에 부딪혀 민원실 주무관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우연히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맞닥뜨리면서 잠자고 있던 수사 능력이 되살아난다. 5월 9일 개봉한 정다원 감독의 <걸캅스>는 배우 생활을 시작한 지 20년 넘는 동안 영화 48편을 찍은 배우 라미란의 첫 주연작이다. 화창한 봄날에 만난 라미란은 “경사라면 경사인데… 책임감이 막중해져 설레는 동시에 부담스럽다. 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초조하기도 하다”며 첫 주인공을 맡은 소감을 말했다. 낯을 많이 가린다고 해서 살짝 긴장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그의 말솜씨는 청산유수였다.
-<걸캅스>는 전작 <소원>(2013)을 함께한 제작사 필름모멘텀의 변봉현 대표가 라미란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오랫동안 개발한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나를 염두에 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걸캅스> 라미란 - 힘 있게, 치고 달리고 승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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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비슷한 사람끼리 친구가 된다고들 하지 않나. 그간 버디무비의 역사도 그렇게 전개되는 듯 했다. 둘이 함께 결탁해 한바탕 범죄 행각을 벌이거나, 어딘가 부족한 사내들이 좌충우돌 소동을 벌이거나. 공통분모를 공유한 콤비의 활약으로 시작된 버디무비이지만, 조금 들여다보면 이 갈래의 핵심은 ‘다름’에 있다. 비슷하지만 명백히 다른 둘이기에 가능한 에피소드의 나열이라는 것이다. <나의 특별한 형제>, <걸캅스> 등 특별한 우정을 그린 영화가 찾아온 이때, 서로 다르지만 특별한 교집합을 이룬 버디무비들을 떠올려 봤다.
범죄자와 형사의 우정이라니
<히트> 1996
범죄자 콤비, 형사 콤비. 이들은 버디무비의 정석이라 해도 무방할 조합이다. 거의 버디무비 장르의 시초 격으로 거론되는 <내일을 향해 쏴라>,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같은 작품들이 누아르의 구조 아래 범죄를 작당한 두 주인공을 비췄다. 같은 사건을 추적해가는 두
서로 다르지만 특별한 교집합 이룬 버디(buddy)무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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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벤져스: 엔드게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전 세계 극장가를 휩쓸며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하 <엔드게임>). 차곡차곡 쌓아올린 MCU(Marvel Cinematic Universe)의 쉼표를 찍는 영화인 만큼 그 열기는 쉽사리 식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알다시피 <엔드게임>은 MCU의 마지막 영화가 아니다. <이터널스>로 대표되는 MCU 페이즈 4가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시점에서 <엔드게임> 이후 히어로들의 행방을 추측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제작이 완료, 확정된 히어로들만 선정했다.
영화로 만나요
스파이더맨
첫 번째는 7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다. MCU 페이즈 3의 ‘진짜’ 마지막 영화다. 시점은 <엔드게임> 직후. 어벤져스의 활약으로 되살아 난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이
세대교체를 앞둔 현시점, MCU 히어로들의 행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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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호텔 뭄바이> 먼저 프론트를 점거하고 직원을 감금한다!
[정훈이 만화] <호텔 뭄바이> 먼저 프론트를 점거하고 직원을 감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