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극장이 영업을 종료함으로써 극장 1번지 종로 시대를 주도했던 서울극장, 피카디리극장, 단성사로 이어지는 흥행의 트라이앵글은 막을 내렸다. 피카디리는 롯데시네마를 거쳐 지난 2004년 CJ CGV의 직영점이 됐고, 단성사는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던 지난 2019년 영화역사관으로 재탄생했다.
서울극장은 1990년대 말 한국영화가 질적으로, 양적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1998년 멀티플렉스 시대를 열었던 CGV 강변이 개관하기 훨씬 전이었던 1989년 한국영화 최초로 복합상영관을 도입했다. 강우석 감독이 이끌었던 시네마서비스가 <투캅스2>를 시작으로 <홀리데이인> <초록물고기> <넘버3> <올가미> <투캅스3> <여고괴담> <생과부위자료청구소송> <미술관 옆 동물원> <연풍연가> <마요네즈> <간첩 리철진> 등 많은 한국영화를 제작·배급할 수 있었던 건 고 곽정환 서울극장 회장과의 파트너십이 크게 작용했다.
서울극장 기획실 출신인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서울극장을 나와 명필름을 설립한 뒤 서울극장에서 개봉한 영화가 <조용한 가족>이었다. <조용한 가족>을 포함해 <해피엔드> <공동경비구역 JSA> 등 여러 영화가 서울극장에서 개봉했을 때 영화로 보러 온 관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광경이 생각난다”며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없던 시절이라 개봉 첫 날 극장 앞에 있는 커피숍 팡세에 가서 극장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확인하며 흥행을 가늠했다. 단성사 옆에 있는 중국집에 가서 물만두와 자장면을 먹었다. (웃음)” 한국영화 산업의 메카였던 서울극장가 문을 닫는다니 한 시대가 저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시네마서비스 배급이사였던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는 “지난 몇년 동안 영화산업이 급변했음을 실감케해 주는 것 같다”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영화 흥행의 중심이 종로였고, 지금도 종로를 통해 영화계에 진출한 영화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서울극장 폐업은 영화인들에게 아쉬움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극장에서 각각 1개관으로 대관 운영되고 있는 인디스페이스와 서울아트시네마는 서울극장이 영업을 종료한 뒤에도 당분간 계속 운영된다. 서울극장 영업 종료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별도로 공지하겠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