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미술관 속으로 그의 동물원이 소리없이 들어왔다!
결혼식 비디오 촬영기사 춘희는 식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반듯하고 세련된 국회의원 보좌관 인공을 짝사랑한다. 그런 춘희의 보금자리에 말년 휴가 나온 군인 철수가 무단 침입 한다. 그는 애인 다혜가 이사 가버린 줄 모르고 여느 때처럼 다혜와 휴가를 즐기기 위해 찾아 든 것이다.다혜가 곧 다른 남자와 결혼할 몸이란 것을 알게 된 철수는 다혜의 맘을 돌려보겠다며 춘희의 집에서 막무가내로 버틴다. 춘희는 이 낯선 남자의 뻔뻔함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측은한 생각도 들어, 당분간 집을 나눠 쓰기로 한다.
짝사랑 중인 춘희와 실연당한 철수는 사사건건 부딪히며 서로의 상처를 한껏 헤집어놓다가 안쓰러워지면 다독여주기도 하면서 조금씩 정을 붙인다. 춘희가 짬짬이 쓰고 있는 시나리오에 철수가 끼어들고, 두 사람은 인공과 다혜를 분신으로 내세워 현실에서 못다한 사랑을 시나리오에서 풀어가기로 한다.
-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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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more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멜로드라마. 지난해 연말 개봉된 흥행작이다. 97년도 청룡영화제 시나리오 공모 당선작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우연히 남녀가 한집을 쓰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영화 속에는 또 다른 액자 형태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그것은 철수와 춘희가 함께 써나가는 시나리오다. 신인감독 이정향은 무리없이 복고적 감각의 두 가지 로맨스를 포개놓았다. 현실 속 춘희와 철수, 액자 이야기 속 다혜와 인공의 이미지가 서로 엇갈리면서 주인공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간다. 심은하는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확실히 최고의 여자배우로 자리잡았다. 씨네21 19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