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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애타게 오스트 출시를 기다리던 ‘아가씨갤러’(이하 아갤러)들의 숙원은 결국 이루어졌다. 8월25일 <아가씨>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출시됐다. 출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만큼 조영욱 음악감독의 주옥같은 곡들이 무려 38곡이나 수록되어 있다(가인과 민서가 부른 <임이 오는 소리>도 포함되어 있다). 앨범 재킷이 히데코와 숙희 두 버전으로 출시됐으니 취향대로 고르면 되겠다.
작품에 묻은 세월
국립현대미술관이 과천 이전 30주년을 맞아 그간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특별전을 연다. 전시의 제목은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내년 2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300여 작가의 소장품과 소장 자료, 신작 등 56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미술관의 대부분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한 이번 전시는 ‘해석’, ‘순환’, ‘발견’ 3부로 구성되고, 다양한 퍼포먼스들이 전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펼쳐진다.
늦여름, 반딧불이
무주의 반딧불
[culture highway]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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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뭐라고 정의하려고 하면 단어의 사이로 도망가는 것 같다. 아마도 시간의 흐름에도 살아남은 대부분의 예술작품이 그러하리라. 시인 마크 스트랜드는 <빈방의 빛: 시인이 말하는 호퍼>라는 책으로 호퍼의 그림을 글로 옮겨보고자 한다. 그림이 등장하고 글이 따른다. 1963년작 <빈방의 빛…>에 대해 스트랜드는 “호퍼의 방들은 욕망의 침울한 안식처다. 우리는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지만, 물론 알 수가 없다. 본다는 행위에 수반되는 침묵은 커져만 가고, 이는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호퍼에 대한 해설이 아니라 감상이고, 호퍼에 대한 글인 동시에 그림에 대한 글이고, 또한 마크 스트랜드 자신에 대한 글이다. 그리고 당연히, 세 번째에 가장 방점이 찍혀 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찬찬히 살피며 다른 누군가와 대화하는 기분으로 읽으면 좋은 책. 스트랜드의 글을 읽다보면, 수평과 수직의 직선이 분할하는 공간들 사이의 틈
[도서] 그 찬란한 고독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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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된다는 것은,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제2의 존재와 그 존재를 만들어낸 세상을 인내심을 가지고 오랜 세월 동안 노력하여 발견하는 것입니다. ‘글쓰기’라고 하면 먼저 소설, 시, 문학적 전통과 같은 것들이 아니라 방 안에 틀어박혀 책상 앞에 앉아서 홀로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여 단어들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이가 눈앞에 떠오릅니다.” 오르한 파묵의 이 글은, 그의 에세이집 <다른 색들>의 맨 마지막 9부 ‘아버지의 여행가방’에서 인용한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인 이 글은 시인을 꿈꾸었던 아버지가 어느 날 그에게 주고 간, 그간 쓴 글이 담긴 가방에 대한 것이다. 그의 소설만 읽었던 나는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에 이 글을 읽었고, <다른 색들>에 수록된 문장, 풍경을 즐거운 마음으로 600쪽이나 읽은 끝에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여행가방’과 재회했을 때, 목이 메는 것을 느꼈다. 이미 알고 있는, 심지어 좋아했던 글을, 처음 읽었을 때와는 완전히 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작가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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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된 대단한단편영화제
올해로 10년차 영화제로 자리잡은 대단한단편영화제가 9월1일부터 7일까지 홍대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열린다. 본선 진출작 25편은 물론이고 특별전의 주인공들도 눈여겨보자.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 특별전에서는 <사루비아의 맛> <손님> <콩나물>이 상영된다. 배우 특별전의 주인공은 <남매> <바캉스> 등에 출연한 이상희 배우다. <문영> <연애경험> <전학생> <졸업여행> <타이레놀>이 단편 초청 섹션에서 상영된다.
전설의 밴드, 비틀스, 산타나, 토토를 한 무대에서
‘살아 있는 전설’이라는 수식어는 너무 뻔하다. 하지만 그 대상이 비틀스 멤버라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긴 힘들 거다. <500일의 썸머>의 그 까다로운 썸머조차 애정을 고백한 남자, 비틀스의 드러머 링고 스타가 내한 공연을 갖는다. 1963년에
[culture highway] 10살 된 대단한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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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뮤직 한국 서비스가 시작된 뒤 음악 듣는 재미가 커졌다. 열흘쯤 지나자 눈에 익은 곡들만 보였다! 나는, 힙합과 R&B를 많이 듣고, 비발디와 바흐를 비롯한 바로크 시대 건반악기곡을 좋아하고, 재닛 잭슨과 휘트니 휴스턴, 에이미 그랜트를 비롯한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여성 팝보컬리스트의 노래를 반복 청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안에서 큐레이션은 아무리 돌고 돌아봤자다. 바다는 넓다는데 속초 앞바다만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큐레이션 서비스는 안전하다. ‘당신이 좋아할지도 모를’ 음악이나 책을, 기존 데이터(유사한 취향을 지닌 다른 유저들의 이용 결과를 포함하는)를 통해 골라준다. 내가 하는 일도 그런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쯤은 숫자와 고유명사에 어두운 나보다 컴퓨터쪽이 더 능할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오스카리아나>는 그런 고민의 연장에서 만난 특이한 책이다. 세상 웬만한 명언의 발화자를 찾아보면 십중 이삼은 오스카 와일드가 했다고 한다. <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정연히 골라 더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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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권 삼국의 포스터를 만나다
매년, ‘100 Best Poster Association’에서는 독일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100장의 독특하면서도 재치 있는 포스터 디자인을 선정한다. 수상작은 독일의 베를린, 에센, 뉘른베르크,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도른비른 그리고 스위스의 루체른과 라쇼드퐁 등에서 전시가 열리는데 올해는 최초로 서울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8월13일부터 27일까지 KF갤러리에 마련되는 <100 베스테 플라카테: 100개의 베스트 포스터 2015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D.A.CH>는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삼국의 현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살필 수 있는 자리다.
니들이 그림을 아냥?
<고양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어머니가 남긴 뚱보 고양이 자라투스트라를 촬영하는 동안 슬럼프로부터 자신을 일으킬 수 있게 된 작가이자 미술 큐레이터 스베틀라나 페트로바의 신개념 서양미술사다. 넉넉한 몸매의 고양이 사진을 명화에 넣어
[culture highway] 독일어권 삼국의 포스터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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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일본은 신문의 외교면 앞자리를 번갈아 차지하는, 한국의 가장 친숙한 이웃 나라들이다. 하지만 친숙한 것과 잘 아는 것은 다르다. 미국의 세계 정책에 대해선 어느 정도 말할 수 있어도 총기사고가 왜 그리 빈번히 발생하는지는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다. 일본에서 오타쿠 문화가 확산된 계기나 중국 대중이 구글 대신 바이두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대신 웨이보와 위챗을 쓰는 이유를 말하는 건 쉽지 않다.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현대 미국, 중국, 일본의 정치·경제·문화·생활상을 담은 교양서가 나왔다. ‘이만큼 가까운’이란 제목처럼 세 나라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을 알려주는 시리즈물이다. 현대의 미국, 중국, 일본을 설명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는 물론 한국 대중이 흔히 갖고 있는 오해까지 꼼꼼히 짚고 넘어간다. 각국에 대해 오래 연구해온 학자들이 국가별로 저술을 맡았다. <이만큼 가까운 미국>에서는 미국인의 삶과 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핵심적인 가치관으로 개인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이만큼 가까운 미국> <이만큼 가까운 중국> <이만큼 가까운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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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이 쓴 <만약은 없다>는 환자의 죽음에 대한 의사의 치열한 투쟁 기록이다. 삶과 죽음이 시시각각 결정되는 응급실이란 공간. 그곳에서 저자는 한명이라도 더 삶의 품으로 끌어오고자 분투하지만 차마 막지 못한 환자의 죽음에 대해선 그 순간을 곱씹고 마음에 새긴다. 1부에서는 저자가 지키지 못했던 생을 돌이켜본다. 병명에 가려진 환자 저마다의 사연과 긴박했던 의료 과정을 생생하게 더듬는다. 2부는 응급실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인간사와 거기에 담긴 희로애락을 그린다. 1부보다는 훨씬 경쾌한 톤으로 휴머니티 가득한 에피소드들을 담는다. 38편의 이야기 끝에는 공통적으로 통렬한 자기반성의 시간이 따른다. ‘만약은 없다’라는 단언은 저자 남궁인이 의사로서 견지하는 태도와 닿아 있다. 새로운 환자를 만날 때마다 의사 남궁인은 헛된 희망 대신 단호한 다짐을 더한다. <만약은 없다>에는 한국의 의료현실과 사회현상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비판이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만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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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덕후들의 덕심을 제대로 자극하는 아이언맨 지침서가 나왔다. 미국의 코믹스 전문가 대니얼 월리스가 글을 썼고, 그래픽 노블 전문 번역가 이규원이 한국어로 옮겼다. <아이언맨 매뉴얼>은 토니 스타크의 A.I. 비서 자비스가 스타크의 둘도 없는 파트너, 페퍼 포츠에게 아이언맨의 모든 것에 관해 브리핑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홀로그램 스크린을 통해 다음 스크린으로 넘어가는 상황이 그려진다. 자비스는 “온갖 주제에 대한 테라바이트급 정보”들이 녹아 있다며 자화자찬하지만 과장을 조금 덜어내면 틀린 말도 아니다. 토니 스타크의 성격, 인생사, 가족 관계를 고루 훑으며 시작한 책은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역사, 아이언맨의 아머들, 저택과 작업실, 아이언맨을 향한 국제적 위협의 사례와 든든한 친구들까지 152페이지에 걸쳐 총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아이언맨> DVD와 블루레이 속 장면들, 제임스 캐리의 일러스트가 각 페이지를 알차게 채운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아이언맨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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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하는 행복은 거창하지 않다. 파문 하나 없는 아침의 풀장에서 발로 벽을 살짝 찰 때의 감촉, 겨울밤에 부스럭부스럭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존재. 이렇듯 행복의 정수는 작지만 확실한 것(小確幸)에 있다고 소설가는 말한다. 일러스트레이터 퍼엉의 그림책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는 연인과 함께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순간들로 가득하다. 함께 책을 읽고, 요리를 하고, 산책을 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그림의 소재다. 간간이 등장하는 길고양이 가필드와 작은 새 짹짹이를 제외하고 그림 속에 담기는 인물은 오로지 연인뿐이다. 그림체는 그림의 사연만큼이나 소박하다. 투박한 연필선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밝고 다채로운 색채들은 시공간의 아늑함을 표현한다. 그림 곁에는 닭살스러울 정도로 꾸밈없는 사랑의 언어들이 함께한다. “뽀뽀: 그 어떤 것보다 효과 좋은 피로 회복제예요!” “자꾸만 안고 싶은 걸 어떡해요. 사랑스러운 당신.” ‘퍼엉’이란 작가의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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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발견한 로마는 진흙으로 되어 있었지만 내가 남기는 로마는 대리석으로 되어 있을 것이오.” 제정 로마의 근간을 마련하고 200년에 달하는 팍스 로마나를 이끈 고대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 소설 <아우구스투스>는 여리고 명민한 열아홉 청년 옥타비우스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뒤를 이어 로마의 1인자 아우구스투스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는다. 아우구스투스는 이미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안토니우스에게 군사력과 재력 면에서 열세였지만 노회한 정치적 감각과 선왕의 명예 회복에 대한 의지로 내전에서 차근차근 승리를 쟁취해나가며 초대 황제 자리에 오른다. 1부가 공적 영역에서 주인공의 입신을 다룬다면 2부는 그와 달리 철저히 불운했던 사적 생활을 그린다. 황제는 후계자 문제를 둘러싼 파벌과 암투에 얽혀 애지중지하던 무남독녀 딸을 유배하기에 이른다. 1, 2부는 황제 주변 인물들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아우구스투스의 친구, 신하, 정치적 라이벌, 딸, 아내, 유모 등 다양한 관계에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아우구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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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씨네21> 북엔즈에 꽂힌 7권의 책은,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동반하는 작품들이다. 역사소설 <아우구스투스>는 주변 인물들의 증언과 관찰을 통해 고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라는 인물을 재구성한다. 일러스트북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는 연인과 함께하는 소중한 일상의 시간을 100장의 그림을 통해 세심하게 묘사한다. 코믹스 전문 서적 <아이언맨 매뉴얼>은 21세기 슈퍼히어로의 끝판왕 아이언맨의 A to Z를 담고 있고, 픽션과 에세이의 경계에 서 있는 <만약은 없다>는 치열한 의료현장 속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에 대해 숙고한다. 교양서적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는 한국과 남다른 외교를 구축한 미국, 중국, 일본 세 나라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제공한다.
미국 출신의 존 윌리엄스는 출간한 지 50년 된 소설 <스토너>로 지난 한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주목받은 소설가다. 지극히 평범한 남자
[도서] 애정 담긴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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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으로 영화읽기
영화는 빛의 예술이다. 이 명제를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곱씹어볼 기회가 생겼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7월27일부터 8월24일까지 매주 수요일(8월10일 제외) ‘빛의 예술: 촬영으로 영화읽기’라는 강의를 열고 있다. 총 네 차례에 걸친 강의는 8월17일, 24일 단 두번만을 남겨두고 있다. 8월17일엔 코언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통해 소설 속 언어를 영화적 이미지로 표현하는 작업을 들여다보고, 8월24일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걸어도 걸어도>를 통해 프레임과 카메라의 거리감이 삶의 시선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확인한다. <다른나라에서> <간신> 등의 작품에서 촬영을 맡아온 박홍열 촬영감독이 강사로 나선다.
한마디면 충분하다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정교하게 세공된 말과 글로 소비자를 설득해온 매체, ‘광고’. 개화기부터 현재까지, 한국 광고 130년의 역사가 한자리에 전시된다. 국립
[culture highway] 촬영으로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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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는 지난 2015년 <세계의 문학>을 폐간했고, 편집위원이 아닌 편집부가 중심이 되어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를 창간했다. 커버스토리는 ‘뉴 노멀’로, 문학이 드러내는 사회의 얼굴을 바라보는 동시에, 가족모델을 분석하는 것으로 한국 문학을 읽을 수 있는 틀을 제시한다. 산문으로 따지면 소설가 장강명의 <장편소설 공모전이라는 시스템>을 비롯한 글이 실렸고, 인터뷰도 문학잡지로는 떠올리기 힘든 인터뷰이를 골랐다. 뮤지션 종현(샤이니)의 인터뷰 같은 것. 필자와 그들이 쓸 글의 내용을 정하는 법부터 내지 편집 디자인, 판형까지, 이전의 <세계의 문학>보다는 조금 더 요즘 세상의 어떤 모습을 닮아가려고 노력하는듯 보이는 책이다. 그들의 눈에 담긴 세상이 어떤 곳인지 <릿터>를 들춰보면 될 것이다. 편집자의 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릿터’는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를 일컫는다. 이 잡지를 내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읽
[도서] 이토록 근사한 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