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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잖이 당황스러운 소식이었나 보다. 웅성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올해로 22회째를 맞는 인디포럼 2017 신작전 경쟁에서 단 한편의 장편극영화도 뽑히지 못했다. 응모작 편수가 적으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올해 출품된 영화들은 1041편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우선 영화제 구조 탓이 크다. 다른 국제영화제들은 장편극영화에 특정 프로그램들이 있어 최소한의 정족수를 채워야 하지만, 인디포럼의 경우 다큐멘터리, 단편, 장편, 애니메이션 등 매체 형식의 차이 없이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올해처럼 장편극영화가 없는 비상사태가 빚어지곤 한다.
물론 모호한 균형보다 확실한 미학적 지향에 방점을 찍는 패기는 박수를 칠 만한 일이지만 이런 식의 절대평가는 상대적 빈곤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안타까운 건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래된 이야기다. 지금은 관뒀지만 10여년 인디포럼 작가회의 의장을 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게 황폐화된 장편 독립영화를 어떻게 활성화할까 하는 문제였다.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한국 독립영화의 멈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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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창동 / 출연 설경구, 문소리, 김여진 / 제작연도 1999년
나는 ‘박사모’였다. 웬 뜬금없는 커밍아웃(?)이냐고? 나도 사실 잊고 있었다. 나의 정체성을 혹은 나의 시작을. 나는 박사모, 영화 ‘<박하사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이었다. 17년이나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다.
Chapter#1 포토25, 1999년 봄. 나는 당시 대전 시내 한복판에서 스티커 사진 가게를 1년째 운영하고 있었다. 휴일도 없이 오후 2시에 출근해 새벽 2시까지 코 묻은 현금을 긁어모았다. 그 재미에 빠져 살면서도, 영화 잡지 <키노>를 읽고 DVD방을 드나들었다. 유일한 낙이었다. 그때 <키노>에서 <박하사탕> 현장 취재기사를 봤던 것 같다. <초록물고기>의 팬이었던 나는 <박하사탕>이 완성되기를 기다렸다.
Chapter#2 부산국제영화제, 1999년 10월 14일. 오직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 <박하사
[내 인생의 영화] 조계영의 <박하사탕> 나는 박사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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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는 연애 감정이 성립하고 유지되는 데 필요한 가치 거래의 시장 역할을 한다. 운명론이나 희생, 치유와 회복을 덧입혀 사랑의 효능을 강조하는가 하면, 사랑의 불완전함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연애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성장 이벤트라고 호객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가치를 이해하고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높은 언어능력을 갖춘 상대가 있어야 하고, 관계는 상호적이며, 성을 돈으로 거래하려는 부류는 배제되어야 한다. 일종의 통제된 시장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말이 잘 통하는 남자,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 성 매수자가 동일인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집단으로 공유하고, 그리 크게 놀라지 않게 된 동시대 여성들에게 앞서 말한 전제들은 더이상 설정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차라리 시간여행, 귀신, 도깨비쪽이 더 몰입하기 수월하다. SBS <수상한 파트너>의 흥미로운 점이라면, 주인공인 변호사 은봉희(남지현) 주변에 위의 세 가지 남성이 다
[유선주의 TVIEW] <수상한 파트너> 로코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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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더러 여기 앉으라는 얘기인가요?” 안톤 후쿠아의 <킹 아더>(2004)에서 아서 왕(클라이브 오언)과 원탁의 기사들을 찾아온 로마제국의 대사는 짐짓 놀라는 척한다. 그들 사마시아족에 비하면 신적인 존재나 다름없는 대로마제국에서 온 자신이 그들과 함께 원탁에 빙 둘러앉는 게 영 못마땅한 것이다. 하지만 아서 왕은 “신의 아들이란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태어날 때부터 자유인이죠”라며 언제나 원탁에 앉아 얘기한다고 말한다. 그로부터 10년 전에 만들어진 제리 주커의 또 다른 ‘아서 왕’ 영화 <카멜롯의 전설>(1995)에서도 아서 왕(숀 코너리)은 탁월한 검술 실력을 지닌 랜슬롯(리처드 기어)을 원탁의 기사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서로를 섬기면서 우리는 자유를 얻죠. 이 원탁은 위아래가 없는 평등한 곳이자, 바로 카멜롯의 정신”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원탁을 끄집어낼 때, 김무성 전 대표가 ‘노 룩 패스’ 신공을 선보이는 모습을 보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원탁의 대통령, 원탁의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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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중목욕탕을 처음 가본 것은 교토에서였다. 1995년 여름, 아내와 함께 도쿄를 거쳐 교토로 여행을 떠났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신칸센 대신 완행기차를 타고 여행을 했다. 교토행 야간열차를 탔게 되었는데, 불행하게도 그날은 일본의 추석 ‘오봉’ 전날이었다. 열차 안은 귀향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자리조차 없었다. 하룻밤을 서서 보낸 후 아침에 도착한 교토에서, 절실했던 것은 관광보다는 자는 것이었다. 정오에, 게스트하우스에서 우리는 간신히 일어났다. 어렵게 예약해두었던 가쓰라별궁을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건축가 브루노 타우트부터, 르 코르뷔지에, 발터 그로피우스가 감탄했던, 다다미, 벽, 구조 전체에 일관되게 적용된 직각디자인, 일본 건축의 형식미에 매혹되기에는, 내 교양이나 몸의 생리적 상황이 적합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목욕 시설이 없는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동네목욕탕 이용권을 나누어주었다. 일본의 끈적끈적한 8월 날씨 속에, 우리는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행복 목욕탕>으로 떠올린 일본 사회의 형식에 대한 집착과 그 변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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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출신으로 뉴욕에서 음악을 갈고닦은 코리 킹은 최근 마주한 재능 중에서도 특출하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곡가, 키보디스트이자 트롬본 연주자인 그는 11살 때 트롬본을 잡으며 ‘재즈’를 받아들인다. 휴스턴의 예술고등학교 시절 다수의 재즈 앙상블 연주자로 참여하며 이른 나이에 실력을 입증했다.
거점을 뉴욕으로 옮기고, 재즈 현대 음악 학교를 졸업하고 본격 트롬본 연주자로 활동한 이력 또한 다채롭다. 마크 론슨과 로린 힐, 와이클리프 장과 메리 제이 블라이즈 같은 음악가들은 물론, <지미 키멀 라이브>와 <레이트 쇼 위드 데이비드 레터먼> 같은 심야 토크쇼 백밴드 연주자 경력도 쌓았다. 다양한 음악과 환경을 넘나들며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처음 생각한 정신을 잃지 않는 것’이라 했다.
여기까지 읽으면 2016년 발매한 그의 데뷔 음반, 《Lashes》(2016)는 재즈 느낌 충만한 연주 음반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첫곡 <I
[마감인간의 music] 실험적이고 매력적인 - 코리 킹, 《Las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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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나를 보았다 말하고, 나는 그가 대학생일 때 처음 만났다고 말한다. 우리의 첫 기억은 엇갈리지만, 뜨겁게 만난 게 2004년 5월 29일이라는 점엔 다툼이 없다. 우리끼리 ‘오이구’라고 부르는 평택생명평화대행진의 핵심 구호는 전쟁 반대였다. 참석자들은 대추리에 드리운 전쟁기지의 그늘을 걷어치우라고 외쳤다. 아울러 삶이 전쟁터가 되어버린 노동자, 빈민, 여성, 장애, 생태의 아우성을 함께 듣자고 호소했다. 구호와 함성,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한국판 우드스톡, 1박2일의 반전축제였다.
어쩌다 우리 가족은 바느질로 면생리대를 만들던 ‘피자매연대’ 천막에 놀멍쉬멍 머물렀는데, 거기서 그를 만났다. 학생활동가였다. 우리집 꼬맹이와 잘 놀아준 언니였다. 그날 밤하늘을 가르던 한편의 감동적인 연설이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문정현 신부는 지팡이를 움켜쥔 채 ‘평화가 무엇이냐’고 역설했다. 그 밤을 함께했던 음악가 조약골은 훗날 그 연설에 곡을 붙였다. 문 신부는 평화유랑단
[노순택의 사진의 털] 딸기는 어떻게 전복이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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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송일곤 / 출연 김혜나, 서주희, 임유진, 손병호 / 제작연도 2001년
일어나자마자 벌써 수십번 본 영화를 틀어놓는다. 영화가 끝나면 다른 영화를 틀어놓는다. 영화가 끝나면 또 다른 영화를 틀어놓는다. 나는 만화가다. 대부분 밖에 나가지 않고 책상에 앉아서 이것저것을 한다. 이것저것을 하며 잠이 들 때까지 영화를 틀어놓는다. 어떤 것은 10년 전에 50번을 봤을 때까지 세어봤는데 지금은 얼마나 봤는지 모르겠다. 나의 이야기를 한 것만 같아서 펑펑 울어버린 영화, 인생의 모든 것을 말한 것 같은 영화, 너무 사실적이라 두려웠던 영화. 그 감동들을 다 잃어버렸다.
그 영화가 하는 얘기가 좋아서 보기 시작하다가, 너무 많이 보게 되면 그 영화가 무슨 얘길 하고 있는지를 모르겠다. 하나의 이야기였던 영화가 30번을 넘어가는 순간 모두 해체되고 대신 순간순간으로 변한다. 28분25초, 주인공이 노래를 부르며 옆을 흘기다가 살짝 감았다 뜨는 눈, 영화 속 정신지체 아이가 순간 연
[내 인생의 영화] 앙꼬의 <꽃섬> 순간순간이 완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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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시 특별전을 맞아 지난 1월 네덜란드 필름 뮤지엄에서 산 자무시 굿즈(?)를 다시 펼쳐 보았다. “고유한 것은 없다. 당신의 영감과 공명하고 상상을 지피는 모든 것으로부터 훔쳐라. (중략) 오로지 당신의 영혼에 직접 말 걸어오는 것들만 골라 훔쳐라. 그러면 당신이 만들어낸 것(과 도둑질)은 진정해질 것이다. 진정성은 무한히 소중하고 완전히 오리지널한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훔쳤다는 사실을 감추려 애쓸 것 없다. 오히려 기념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취했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어디로 가져가느냐다’라는 고다르의 말을 어떤 경우에도 기억하라.” 독창성 결핍에 괴로워하는 모든 사람을 격려하는 이 조언은, 20세기 미학의 주요 선언들로 대사를 대신하는 영화 <매니페스토>(2015)에서도 케이트 블란쳇을 통해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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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화제에나 연일 도전적 예술영화에 응전하느라 지친 관객을 기분전환시켜주는 유쾌한 치어리더 같은 상영작이 있다. 이번 전주국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튼튼이와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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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 전에 또 스승의 날을 맞았다. 우리 사회에 진정한 스승은 있는가, 라는 흔한 화두에서부터 김영란법, 사교육 문제까지 다양한 레퍼토리가 언론과 SNS를 떠돌았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트위터 무라카미 하루키 봇의 글귀 하나였다. “학교에서 우리가 배우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다’라는 진리이다.”
tvN의 새 프로그램 <우리들의 인생학교>가 막 개교한 참이다. 이 지면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다. 2008년 작가 알랭 드 보통이 런던에서 시작해서 서울에도 개교한 비정규 학교, ‘The School of Life’.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인생’에 관해 알려주는 것을 모토로 하는 학교라고 하겠다. 인생학교 서울의 교장인 손미나 전 아나운서가 이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앵커 역할을 맡는다. ‘비난에 대처하는 법’, ‘나쁜 습관을 바꾸는 법’, ‘당당하게 미움받는 법’, ‘자존감을 높이는 법’….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을 것
[김호상의 TVIEW] <우리들의 인생학교> 인생의 학교에서 인생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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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알 수 없었다. 댄 오배넌과 로널드 슈세트가 “사람을 숙주로 삼아 알을 낳는 외계인이 있는데 이게 자라서 가슴을 뚫고 나온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만 하더라도 이 아이디어가 무려 38년 동안 계속될 굉장한 이야기의 시작이었다는 걸 말이다. 데이비드의 대사처럼, “네 시작은 미약하되 나중은 창대하리라(욥기 8장7절)”.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가장 나중에 나온 에일리언 영화인 동시에 에일리언 연대기에서 가장 앞부분에 위치한 영화다. 물론 시간순으로 <프로메테우스>가 앞서 있지만 여기에는 제노모프가 등장하지 않는다. 제노모프는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에 등장했던 첫 번째 에일리언이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바로 그 제노모프의 탄생을 다룬다. 이건 에일리언 연대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독교 세계관에서 최초의 인간이 아담인 것처럼 이 영화는 최초의 제노모프가 어떻게 창조되었는지 다루는 창세기인 것이다.
잠시 제노모프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보고 괴물을 연기한 배우들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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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변 집 천장에 숨어 살던 쥐새끼, 꼭 보러 오세요.” <변호인>(2013) 개봉 당시 20자평을 저렇게 남겼다가 무수히 많은 이메일을 받았다. 여기서 ‘송변’은 ‘송 변호사’의 줄임말로 영화에서 실제 과거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기한 송강호가 노무현 대신 송우석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쥐새끼’는 알다시피 4대강 대통령의 다른 말이다. 물론 일베임을 증거하는 원색적인 욕설의 항의 메일보다는 ‘통쾌하다’, ‘<씨네21>에 친노 기자분이 계셔서 반갑습니다’라는 요지의 응원의 이메일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당황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친노’라고 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 자신에게 궁금한 것도 하나 있다. 당시 내가 왜 저런 20자평을 남겼나, 하는 것이다.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다. 엄밀하게 말해 영화에 대한 평이라고 할 수도 없고, 나 또한 원래 저런 식의 20자평을 쓰던 사람도 아니어서, 당시 동료 기자들도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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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라라는 도시를 알게 된 것은 전적으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덕분이다. 그의 고향이 페라라다. 안토니오니 영화 특유의 안개가 자욱한 풍경은 바로 이곳 페라라에서 싹튼 것이다. 안토니오니는 어릴 때부터 페라라의 안개 속에서 자랐다. 온몸을 싸고 감도는 솜털 같은 안개부터 폐부를 찌르는 겨울의 차가운 안개까지, 포 강(江) 유역의 대표도시 페라라는 늘 안개와 함께 기억됐다. 사람을 이유 없는 멜랑콜리 속으로 몰아넣는 안개는 안토니오니 영화의 돋보이는 매력이다. 그리스의 명감독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안개 속의 풍경>(1988)도 안토니오니에게 빚졌을 것이다. 나에겐 그 안개의 매력에 이끌려 들어간 게 안토니오니의 영화였고, 페라라의 풍경이었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고향
페라라는 베네치아에서 남쪽으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내가 살던 볼로냐에선 북동쪽으로 30분 거리다). 르네상스 시절에는 에스테(Este) 집안 덕분에 최고의 도시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에스테
[한창호의 트립 투 이탈리아] 안개의 도시 페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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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는 천의 얼굴을 가진 악기다. 연주에 따라 다양한 소리를 들려준다. 이펙터를 통해 변형도 가능하고 브랜드마다 고유의 음색을 갖고 있기도 하다. 대중음악 역사에서 록이 그토록 오래 사랑받은 이유는 기타가 가진 다양한 사운드 잠재력 덕분일 것이다.
지머의 <Lost Your Mind>는 기타의 여러 매력 가운데서도 유독 몽롱한 음색이 돋보이는 곡이다. 록에서 자주 쓰는 공격적인 이펙터를 배제하고 깔끔한 톤에 리버브(목욕탕 울림 현상)를 세게 걸어 뿌옇고 아름다운 울림을 만들어냈다. 후렴에 등장하는 솔로 연주를 듣고 있으면 심호흡처럼 이완의 기분이 든다. 보컬 및 다른 악기들도 기타 연주와 닮아 느릿하고 몽환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기타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드는 음악, 오랜만이다.
지머는 프랑스의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다. 부드럽고 서정적인 음악을 잘 만들어 ‘슬로 하우스’, ‘지평선의 디스코’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한다. 페스티벌의 서브 스테이지에서, 드라이브 중에, 집에서
[마감인간의 music] 몽롱하고 아름다운 - 지머, <Lost Your Mind>(Feat. F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