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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했다. 온갖 스트레스성 병마가 창궐하고 노트북 침수의 변까지 당했지만, 예전보다 두배는 빠른 속도로 ‘끝’을 써냈다. 그래서 걱정이 됐다. 대체 왜 이렇게 빨리 쓴 거지? 중요한 문제를 놓친 걸까? 혹 시작부터 뭔가 잘못된 거 아냐? 근거를 알 수 없는 불안이 엄습하는 와중에 한편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떻든 내 속에만 품어온 또 다른 이야기를 난생처음 세상 밖에 꺼내놓은 게 아닌가. 또 어떤 격려와 상처를 받게 될지 전혀 알 수 없으면서도, 어쨌든 피하지 않고 당당히 뭔가 주장한 거잖아.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늘 엄청난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갑자기 의기충천한 나는 다시 생각이 바뀌기 전에 빨리 나를 칭찬해주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내게 아주 맛난 크림빵을 사주었다.
빵을 냠냠 먹으며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들의 폐막식 기자회견 영상을 보고 있으니 오랜만에 좀 행복했다. 여성 심사위원들이 올해 경쟁작들을 보며 느낀 점을 솔직하게 말하는 장면
[윤가은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목소리를 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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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나홍진 / 출연 곽도원, 황정민, 구니무라 준, 천우희 / 제작연도 2016년
내 인생 영화를 꼽아달라는 요청에 한참 고민했다. <쇼생크 탈출> <포세이돈 어드벤처> <올드보이> <비포 미드나잇> 등 머릿속을 스치는 수많은 영화가 있었지만, 인생에 다시 없을 혹은 인생을 바꿔놓은 영화라고 할 만한 작품은 역시 하나뿐. 바로 <곡성>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경이로웠고, 관객과 놀이하듯 대담하게 미끼를 던지고 현혹하는 감독의 연출도 더할 나위 없이 새로웠지만 <곡성>이 나의 인생 영화인 이유는 따로 있다.
<곡성>이 개봉할 무렵 회사 같은 팀에 좋아하는 동갑내기 친구가 있었다. 회사에서는 밥도 자주 같이 먹고 회식도 종종 하는 좋은 동료 사이였지만 사적으로 만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혹여 그런 말을 건넸다가 어색해질까 무서워 만나자고 청하기는커녕 커피 한잔하자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어느 날 둘이
[내 인생의 영화] 권해봄의 <곡성> 최고의 로맨스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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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서클>은 이른바 ‘투명사회’를 직격 비판하려는 야심 큰 영화다. 극중 공룡IT기업 ‘더 서클’은 페이스북과 유사한 ‘트루유’ 애플리케이션을 근간으로, 만인이 자발적으로 사생활을 공유함으로써 완벽히 개방되고 연결된 세계를 건설할 수 있다는 유토피아니즘을 성공적으로 판다. CEO 에이몬(톰 행크스)이 뽑아낸 슬로건 “비밀은 거짓말이다”가 특히 의미심장하다. “남이 보지 않을 때 인간은 악하고 약한 면을 드러내게 되므로 완전한 사생활 공유야말로 진보”라는 논리에, 젊은 엘리트 사원들이 갈채로 동조하는 광경은 모골이 송연하다.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그들은 세계 최대 기업에 입사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쾌감, 여가와 노동이 하나된 쿨한 기업 문화에 도취돼 있다. 흥미로운 설정을 충분히 전개하지 못한 각본이 아쉽다.
06/01
20대 말 어느 날 유학 중 영국 하원의 토론을 중계하는 텔레비전을 무심코 틀어놓고 과제를 하던 나는, 불현듯 내 눈앞의 그림이 뭔가 잘못돼 있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노 맨스 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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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트랙’이라는 재미있는 장치를 고안한 드라마가 나왔다. tvN <써클: 이어진 두 세계>(이하 <써클>)는 한회를 30분씩 나눠서 2017년 현재와 2037년 근미래의 이야기를 병행한다. 시간여행 드라마들이 과거에 개입하거나 미래를 보고 현재를 바꾼 평행세계를 가정하는 것과 달리 <써클>은 단일한 시간선을 다룬다. 긴 종이테이프에 2017년과 2037년을 각각 표시하고, 뒤를 접어서 앞으로 겹친다고 생각해보자. 두 지점 사이에 고리가 생기고 20년의 시간은 고리 안쪽으로 감춰진다. 이어진 두 세계가 만드는 써클, 드라마의 시작점이다.
사라진 쌍둥이 형을 추적하는 김우진(여진구)이 이끄는 파트 원. 20년 전의 쌍둥이 형제 실종사건에 매달리는 형사 김준혁(김강우)의 파트 투가 복선과 단서를 주고받는 구성은 한 사람의 인생을 청년과 노년 시절로 교차해 엮는 영화나 서술 트릭을 쓰는 소설과도 닮아 있다. 그리고 더블트랙 구성의 다른 목적은 극중 신경
[유선주의 TVIEW] <써클: 이어진 두 세계> 플래시백 줄이는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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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부터 영화제로 바빴다.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제6회 아랍영화제가 6월 1일부터 7일까지 같은 시기에 나란히 열렸다. 제5회 무주산골영화제도 6월 2일부터 6일까지 열렸다. 예전에는 영화제 일정이 겹치면 적당히 시기를 조정하기도 했는데, 올해는 여러 영화제들이 징검다리 휴일인 현충일(화요일)을 놓칠 수 없었을 테다. 놀랍고도 반가운 것은 영화제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아랍영화제는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하고, 무주산골영화제 또한 지난해보다 관객이 2천명 늘어 2만8천여명을 동원했다는데, 그것은 무주군 전체 인구수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라 한다. 서울에서 열린 앞선 두 영화제의 경우(아랍영화제는 부산 영화의전당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도 열린다) 메인 상영관이 각각 메가박스 신촌점과 아트하우스 모모여서, 시간표를 잘 짜서 두 상영관을 부지런히 오가는 관객도 꽤 많았다. 나 또한 그럴 계획이었으나, 올해는 무주산골영화제 한국장편경쟁 심사위원으로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서울국제여성, 아랍, 무주산골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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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미국 캔자스주의 작은 마을 홀컴에서 농장주 일가족 4명이 엽총에 맞아 살해당한다. 이 학살로 범인(들)이 가져간 것은 망원경과 라디오, 그리고 50달러가 채 안 되는 돈과 1달러짜리 은동전 하나가 전부였다. 당대의 알려진 소설가이자 할리우드 시나리오작가이고 뉴욕 사교계의 셀러브리티였던 트루먼 카포티는 신문에서 사건에 대한 짤막한 박스 기사를 읽자마자 커다란 영감을 떠올리고, 오랜 친구였던 넬 하퍼 리(<앵무새 죽이기>의 저자)와 함께 홀컴으로 간다. 취재 도중에 범인이 붙잡히고, 딕 히콕과 페리 스미스, 두 떠돌이(Drifter)를 만나는 순간 카포티의 영감은 뚜렷한 확신으로 변한다. 특히 페리라는 존재와, 가난과 고통이 잠식한 그의 불행한 삶은 카포티에겐 ‘금광’이나 다름없었다. “아직 한 단어도 쓰지 않았지만, 이건 엄청난 대작이 될 거야. 겉으론 소설과 똑같지만 그 안에 담긴 단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진실이라는 게 다르지.” 1966년 카포티는 자신의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카포티>와 <인퍼머스> 그리고 <인 콜드 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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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부터 우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Spaceship out of Bones>라는 제목의 곡을 발표해 이미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곡이 수록된 그들의 동명 EP 《Spaceship out of Bones》(2016)는 저 유명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영화팬들도 그들의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면 좋을 이유다.
<Spaceship out of Bones>는 우주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듯한 작품이었다. “뼈다귀로부터 우주선”라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광대한 우주의 역사를 집적해놓은 듯한 이 곡은 강렬했다. 듣는 이를 압도하는 곡이었다. 나도 압도당해서 한동안 넋을 놓고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로바이페퍼스(Raw By Peppers)는 갓 발표된 데뷔작 《Cosmos》에서 이러한 세계관을 확장하는 데 몰두했다. 단순한 곡의 모음이 아닌 하나의 덩어리로서 변화무쌍하게 작동하는 앨범을 꿈꿨고, 단일한 이미지를 연속
[마감인간의 music] 소리의 우주 - 로바이페퍼스, 《Cos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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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사청문회는 언제나 난항이었다. 특히 이번 정부가 스스로 공언한 고위 공직자 5대 배제 원칙인 병역 면제,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 전입, 논문 표절이라는 다섯개의 허들은 꽤나 높았던 모양이다. 파격과 감동의 인사였지만 청문회 통과가 한명 한명 쉽지 않다. 기준을 현실적으로 바꾸자는 말도 나온다. 어떤 기준이어야 할까.
박근혜 정부 시절 ‘국민은 개돼지’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공무원이 징계를 받은 바 있다. 19대 대선에서는 유력 후보 한명이 강간 모의를 고백했던 자서전 내용이 알려져 대중에게 크게 질타를 받았다. 새로운 시대가 원하는 공직자의 상은 최소한 인권의식을 갖춘 인물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문제되는 인물들이 몇명 있다.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한다고 알려진 탁현민씨는 본인이 쓴 책의 내용으로 구설에 오르자 이렇게 사과했다.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표합니다.” 문제는 누군가가 불편하거나 상처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책에 ‘콘돔을 사용하는 것은
[권김현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실수,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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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란 자가 권력을 등에 업고 벌인 낯 뜨거운 횡포가 세상에 드러나기 전까지 나는 민정수석이 그토록 힘센 자리인 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기세등등하던 검사들도 떵떵거리던 기업가도 심지어 국정원 요직을 꿰찬 자들도 인사권력자 우병우 앞에선 귀여운 병아리였더군요.
‘이명박근혜’가 호령하는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벼랑으로 내몰렸으며, 독선과 폭력에 맞서 거리와 굴뚝과 감옥에서 얼마나 많은 나날을 견뎌야 했는지 조국 교수 당신은 알 것입니다. 당신은 권력의 오만에도, 고통받는 이들의 호소에도 눈길을 거두지 않던 학인이었으니까요.
우병우가 쫓겨난 자리에 당신이 섰습니다. 당신 스스로 선 것이 아니요, 대통령이 세워준 것도 아닌, 우리 사회를 더는 망칠 수 없다는 시민의 실천이 당신을 그 자리에 서게 했다는 것 또한 알고 계시겠죠.
당신과 두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제주 강정마을이었습니다. 안보라는 명분으로 강행된 해군기지 건설이 오래된 마을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했는지 당신은
[노순택의 사진의 털] 조국 민정수석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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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아웃>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얘, 너 피나.”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낀 우아한 여인의 입술에서 옆집 언니 같은 말투가 촐랑촐랑 흘러나온다. <꿈의 제인>의 트랜스젠더 제인(구교환)은 등장부터 관객의 호흡을 앞지르고 예측을 비껴난다. 선악과 희로애락의 구분은 이 배우의 연기 매뉴얼에 없다. 제목대로 제인은 이상적 인간형이다. 인생은 대체로 불행하므로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그녀는 불행의 달인이고 행복의 감식자다. 그래서 알록달록하고 반짝이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나누고자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시시해지지 않는 제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 속에도 스르륵 잠입할 법한 캐릭터다.
05/17
전도유망한 사진가 크리스(대니얼 칼루야)는 여자친구 로즈(앨리슨 윌리엄스)의 부모와 처음 인사를 나누러 주말 여행을 떠난다. 로즈는 흑인 애인은 처음이라면서도 가족에게 크리스의 피부색을 미리 말할 필요 없다고 장담한다. 아프리카계 남자친구를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언더 더 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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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KBS에서 <프로포즈>라는 드라마가 방송되었다. <가을동화> <겨울연가>를 연출한 윤석호 감독의 작품이자 배우 원빈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에서 친구와 연인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선보인, 류시원의 친구 역할이자 히로인이었던 배우가 바로 김희선이다. 1997년의 김희선은, 20년이 훌쩍 지난 2017년 지금 시점에서 어떤 배우와 비교해야 할지 망설여지지만, 그 존재감만은 단연 역대급이었다. 청순하고 순종적인 (여)배우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시대였기에 그녀의 발랄함과 자기 주도적인 매력은 신선했다.
1977년생이자 1997년을 평정했던 김희선이 2017년에 개인 첫 리얼리티 예능에 참여하고 있다. tvN의 <섬총사>.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를 패러디한 이 이름은 tvN답게 매우 직관적이다. 강호동, 정용화, 김희선의 삼총사가 섬으로 떠난다. 목포에서 4시간이나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이 섬에는 16가구가
[김호상의 TVIEW] <섬총사> 그녀의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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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쓰면 여기 좀 담아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던 2003년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가 나의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 칸영화제 출장이었다. 당시 내가 일하고 있던 영화주간지 <필름2.0> 선배였던 현 전주국제영화제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와 함께 칸을 누볐다. 불문학 전공자였던 그 덕분에 매일 레스토랑에서 와인에 다채로운 요리를 즐겼다면 거짓말이고, 언제 어떤 상황이건 ‘실브플레’ 한마디로 보름을 버티며 맥도널드를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 물론 기사도 열심히 썼다. 하루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를 울면서 보고나온 뒤 프레스 센터에 가서 리뷰를 작성하고 있었다. 충격을 안겨준 어린 주인공 야기라 유야를 비롯해 배우들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고, 연출이나 작품 스타일 또한 고레에다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는 사뭇 달랐기에, 유럽의 열악한 인터넷 환경과 싸워가며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런 내 고통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2003년 칸국제영화제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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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첫 페이지를 열면 일직선으로 뻗은 아스팔트 도로가 한 페이지 전체를 가득 매우고 있다. 시커먼 도로는 구불구불 내리막과 오르막의 연속이고 고개 너머 안 보이는 곳에는 독을 품은 까치 독사 같은 악의가 숨어 있는 것 같다. 그 도로의 갓길을 따라 걷는 소년의 뒷모습이 보인다. 소년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운동화만 바라보고 걷는다. 소년의 발걸음마다 작은 흙먼지가 풀썩 일어나고, 그의 발끝에 차에 치어 죽은 고양이의 시체가 걸린다. 보통 사람이라면 질겁하고 죽은 고양이의 주위를 맴도는 파리가 몸에 닿을까 화들짝 피하겠지만 이 소년은 죽은 고양이를 주워 옆구리에 끼고 집으로 간다. 짐승의 시체는 사후경직이 일어나 빳빳하게 굳어 있고 파리들은 도망치지 않고 소년과 시체 주변을 사납게 날아다닌다.
내가 어렸을 때 간혹 있었던 동네의 개구쟁이들도 죽은 짐승을 주어와 아이들을 질겁하게 하며 즐거워하는 일이 있었지만 그들이 옆구리에 죽은 짐승을 끼고 다녔던 경우는 없었다. 거의 모두 죽
[오승욱의 뒷골목 만화방] 더프 백더프 <내 친구 다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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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튜브 레드’에 가입했다. 간단히 말해 월 7900원을 내고 광고없이 유튜브를 이용하는 서비스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이렇게 쾌적해지다니. 자연스레 유튜브 사용시간도 늘었다. 요즘 나의 우주는 유튜브다.
특히 좋아하는 뮤직비디오를 즐겨찾기해놓고 틈날 때마다 보고 있다. 투팍(2Pac)의 <To Live & Die in L.A.>도 그중 하나다. 제목에서 이미 느껴지듯 이 노래에서 투팍은 LA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표현한다. 하지만 제목에 ‘Die’라는 단어가 들어갔다고 해서 뮤직비디오에 비장미 같은 것이 서려 있진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투팍은 몇몇 여성과 LA 곳곳을 ‘드라이브’한다. 긴장감 같은 것은 전혀 없다. 대신에 바다, 햇살, 어울림, 웃음, 장난 등이 이어지며 여유로움과 평안함을 안긴다. 그리고 이 느낌이야말로 내가 이 뮤직비디오를 아끼는 이유다. 그러나 당연한 말이지만 이 뮤직비디오가 현실의 LA를 온전히 대변하진 않는다. 예를 들어
[마감인간의 music] 천사의 도시에서 - 투팍, <To Live & Die in 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