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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목포에서 배를 타고 두어 시간 달리면 나오는 신안 앞바다에 건져올리기만 하면 돈이 되는 노다지가 묻혀 있다. 서울에서, 전라남도 광주에서, 부산에서 도굴꾼들과 일확천금을 노리는 범죄자들이 목포로 모여든다. 악인들이 한줌 돈을 위해 서로 속고 속이며 수 싸움을 벌인다. 게다가 건달들이 모여드니 술이 빠질 수 없고, 술에는 안주가 따라간다. 미식의 고장 목포이니 이들이 먹는 음식들도 대단한 볼거리다. 바닷속 보물을 찾기 위한 모험과 서울, 광주, 부산의 악인 총출동. 여기에 음식까지. 어마어마한 진수성찬이 윤태호의 만화 <파인>에 담겨 있다.
악당들이여 목포로 가라
1970년대 중반, 신안 앞바다에서 어부들의 그물에 그릇이 하나 걸려 나온다. 어부들은 그릇이 그물에 걸리면 재수가 없다고 바다에 던져버렸다. 그중 한 어부가 그릇을 집에 가져왔고 학교 선생이던 어부의 동생이 보상금을 탈 요량으로 군청에 그릇을 가져가 신고한다. 중국 송나라의 배가 일본으로 가다가 신
[오승욱의 뒷골목 만화방] 윤태호의 <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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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을 좋아한다. 그의 목소리를 사랑한다. 그가 작사가인 박창학, 박주연과 보여줬던 환상의 콤비 플레이는 대한민국 교과서에 실려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이 교과서가 국정 교과서를 의미하는 건 절대 아니다.
여하튼 윤상이 막 발표한 신곡 <그게 난 슬프다>를 들어봤다. 과연 그가 창조해낸 사운드의 공간감은 가히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곡에서 주목해야 할 요소는 비단 사운드뿐만이 아니다. 일단 이 곡을 그에게 한국대중음악상을 안겨준 <날 위로하려거든>과 비교해 들어보라. 일렉트로 vs 아날로그, 1인 작업 vs 밴드 작업이라는 대조를 통해 이 곡만이 지닌 특징을 더욱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설명했듯이 윤상은 이 곡을 위해 아예 밴드를 결성해 1인 작업 방식으로부터의 탈피를 시도했다. 더욱 아날로그적이고 한결 밴드적인 음악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단독자로서의 우아한 아우라는 유지하되 그걸 다른 멤버들과 공유하면서 훨
[마감인간의 music] 더욱 아날로그적이고 한결 밴드적인 - 윤상, <그게 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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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도야마라는 곳에 다녀왔다. 충동적인 여행이었고, 작업실 친구들과 함께였다. 지난여름 누군가가 새로 생긴 저가 항공사의 광고 배너를 클릭하면서 여행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편도 3만원짜리 최저요금을 찾다가 저마다 도야마 항공권을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출발을 앞두고 이런저런 일들이 생겼고, 그때까지도 우리는 도착지의 지명을 제대로 외우지 못해 도야마를 도라야라고 부르고 있었다. 우리는 네명이었고 저마다 출발하는 날짜와 목적하는 바가 달랐다. 특가요금이 날마다 달랐고, 여행 경험이 제각각이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우리는 모두 도야마에 가본 적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조금 설렜다. 하지만 앞서 말한 ‘이런저런’ 일들이 실은 중요하고 힘겨운 일들이었기 때문에, 막상 출발일이 다가오자 갈 수 없다는 마음이 반, 그래도 가서 무념무상으로 지내다 오고 싶은 마음이 반이었다. 나와 한 친구가 가장 먼저 출발했다. 도야마 공항은 지방도시 버스터미널 정도의 규모였다
[한유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차악을 선택하며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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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는 괜찮은 삶이 올 거라 믿(고 싶)었다. 스무살 언저리, 오지 않은 미래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소진했고, 다음날이면 그렇게 만들어진 과거 때문에 허우적댔다. 스펙이라는 단어가 탄생하기 이전이었으므로 스펙을 쌓을 생각은 못했고 개방형 외톨이답게 극장이나 전시회장을 홀로 기웃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슬로모션으로 넘어가는 시간을 채우기에 남의 인생만 한 것은 없다. 그날은 종일 낮잠을 잤고 다 저녁에 일어나 밥을 먹고 또 좀 누워 있다가 빌려둔 비디오를 봤다. 장만옥과 여명이 나오는 영화였다. 본토에서 홍콩으로 건너온 ‘촌년’ 이요(장만옥)는 망하고 싶지 않아서 정말이지, 열일했다.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영어학원 사기 모객, 주식. 그리고 절대 같은 ‘촌놈’인 여소군(여명)과는 사랑에 빠지지 않는 일까지 해냈다. 그녀는 사랑 따위 때문에 인생을 망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누가 봐도 이요와 여소군은 잘 어울리는 한쌍이지만 누가 봐도 여소군은 이요에게
[내 인생의 영화] 이지의 <첨밀밀> 세상에 인생이 단 한번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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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6이 막 시작했다. 이번이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에 부제는 ‘더 라스트 찬스’. 말 그대로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연습생과 가수 출신, 일반인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K팝스타>라는 거대 공룡 오디션의 출범과 비슷한 시기에 또 하나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출발선에 섰다. 1, 2, 3, 4등을 뽑는 것이 아니라 4명의 하모니를 찾아내겠다는 남성 4중창 결성 프로젝트. <오페라의 유령>의 <더 팬텀 오브 디 오페라>(The Phantom of the Opera)에서 제목을 따온 것일까. JTBC의 <팬텀싱어>는 성악, 팝페라, 뮤지컬을 포괄하는 지상 최고의 크로스오버 오디션 프로그램을 지향한다. 참가자들도 중학생부터 대학생, 뮤지컬 배우, 직장인, 성악가까지 다양하다. 가수 윤상, 윤종신, 바다 등 오디션 프로그램의 단골손님들뿐 아니라 뮤지컬 배우인
[김호상의 TVIEW] <팬텀싱어> 오디션 프로그램, 아직 살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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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관련이 없습니다. 나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라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말했다.
리처드 닉슨은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하야한 대통령이다. 처음에는 누구도 일이 그렇게 커지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모든 건 워터게이트 호텔에 입주해 있던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누군가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다가 적발되면서 시작됐다.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작은 일이었다. 단순 절도로 보였다. 닉슨 대통령은 당시 재선을 준비 중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그의 재선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결국 닉슨은 그해 대통령 선거에서 일방적인 초압승을 거두며 두 번째 임기에 들어간다.
그리고 2년 후, 닉슨은 의회의 탄핵 가결을 코앞에 두고 자진해서 하야를 선언한다. 대체 2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시민도 언론도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도 진실이 저절로 드러나고 대통령이 하야한 걸까. 아니다. 이 과정에 대해서는 영화 <모두가 대통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닉슨 대통령이 사기꾼이 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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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좀 과한 거 같지 않아요?” <아수라> 시사회를 보고 나온 뒤 일행 중 누군가가 얘기했다. 그러자 또 다른 사람이 얘기했다. “영화 제목이 <아수라>인데 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나 또한 후자에 공감하는 입장이었다. 이런 영화들에 이끌리는 내 세계관이나 영화관을 길게 설명하자면 어떤 영화적 ‘원체험’에 대한 얘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겠지만, 내게 있어 <아수라>는 납득할 만한 흥분과 과잉으로 점철된 최고의 ‘폭력영화’였다. 그리고 그냥 남김없이 다 죽였다. 그렇다고 해서 브로맨스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요즘 주고받는 말로 ‘알탕영화’에다 ‘개저비엘’ 영화라는 낙인을 벗어던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홀린 것처럼 영화를 봤다. <연애담>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뜨거워지고 쓸쓸해졌다가 비참해지고, 역시나 홀린 것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갔다. 이번호 인터뷰에서 이상희 배우가 왕가위의 <해피 투게더> 이야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아수라>와 <연애담>의 팬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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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캐나다 토론토의 공군 비행장 부지를 이용해서 공원을 만드는 현상설계가 진행되었다. 렘 콜하스는 이 현상설계에 공원설계 계획안을 제안한다. 수많은 원과 선으로 구성된 그의 다운스뷰 공원(Downsview Park) 프로젝트는 ‘나무 도시’(Tree City)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배치도의 원들은 작은 숲을, 선들은 산책과 운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의미한다. 렘 콜하스는 이 길들을 ‘교차하는 1천개의 오솔길’이라고 명명했다. 자연을 인공적으로 재단하여 사용하는 서구식 정원의 전통 안에 있는 이 프로젝트는, 도시에서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길과 교차점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프로젝트이다. 아마도 그것이 프로젝트 이름을 ‘나무 도시’로 붙인 이유일 것이다.
최근에 홍상수의 영화를 볼 때면 끝없이 교차하는 길들을 보고 있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이 ‘지금’ 아닌 ‘지금’과 ‘여기’ 아닌 ‘여기’에도 반복될 것 같은 상상을 하게 하기 때문이다.
[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개별작품보다 필모그래피 전체로 읽히는 홍상수의 세계와 다운스뷰 공원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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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갇혀버린, 내가 강화하고 있는 사회구조에 맞서기란 너무 어려웠다.’ 에머 오툴의 <여자다운 게 어딨어>의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그래서, 뭘 어쩌겠다고?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겠다. 강남역 한복판에서 여성 혐오 살해가 벌어지고, 거대한 정치적 목소리를 내보자고 모인 광장에서는 성차에 따른 혐오 발언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도시에서 살아남으려면 마땅히 ‘나쁜’ 페미니스트여야만 한다. ‘그 사람이 그럴 줄 몰랐다’는 결과론적인 말 따위는 쓸모없다. 사회적 편견 때문이든 개인의 경험에서든 각자가 만들어둔 ‘범죄 가능형 프로필’로 폭력을 예방하겠다는 생각은 가장 손쉽고 가장 안일하며 위험한 대처법이다. 여성을 향한 혐오와 폭력의 언사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러니 그런 프로파일링이 다 무슨 소용인가. ‘우리는 누구를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지 절대 알 수 없다’는 페미니스트 록산 게이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쁜’ 페미니스트가 될
[정지혜의 숨은그림찾기] 오드리 에스트루고의 <뷰티풀 레이디스>와 록산 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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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이 요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활동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몇 개월 전부터 눈에 띄게 활동이 늘었다는 인상이다. <힙합의 민족>이나 <리바운드> 같은 방송 출연 덕분일 것이다. 나는 요즘 주석의 초기 앨범들을 다시 듣고 있다. 다시 들어보니 당시에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고로 주석이라는 뮤지션에 대해, 이제 와서 혹은 이제야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주석은 한국에서 여러 가지를 ‘처음 시도’하거나 꼭 처음이 아니더라도 ‘퀄리티 있게 처음으로’ 보여준 뮤지션이었다고.
무엇보다 모든 게 ‘straight from 힙합!’이었다. 사운드, 작법, 태도, 주제, 구성, 아트워크부터 비유 하나, 관용어구 하나까지 모든 것에서 주석이 힙합이라는 장르/문화의 열렬한 팬이었음이 너무나 잘 느껴진다. 2000년 전후는 무언가 진지하고 거창한 랩 가사들이 만연한 시기였다. 돌이켜보면 당시 시대의 기운 같기도 하고 ‘힙합 정신’이라는 미국의 모호한
[마감인간의 music] 힙합은 주석이다 - 주석, <開戰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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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망명자 출신의 코신스키는 1971년 <정원사 챈스의 외출>(Being There)이라는 소설을 썼다. 소설은 1979년 피터 셀러스와 셜리 매클레인 주연으로 영화화됐다. 미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지자 우리나라에 책이 번역되었고, 그것을 내가 읽은 모양이다. 책은 두어 차례 더 번역된 후 절판되었고, 영화는 수입되지 않은 것 같다. 영화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에 <챈스>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어 있다.
아주 어려서 고아가 된 이후 중년이 되기까지 정원사로 살아온 챈스는 평생 저택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다른 사람들보다 지능이 낮은 그의 유일한 낙은 TV를 보는 것이고, 그는 현실 세계와 TV 속 세계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다. 고령의 주인이 죽자 그는 주인의 고급 신사복을 입고 처음으로 세상으로 나오는데, 길을 가다가 엘리자베스의 차에 치인다. 엘리자베스는 대통령과 자주 독대할 정도로 저명한 재계인사 랜드의 부인인데, 챈스가
[조광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정원사 챈스의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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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를 걷다가 잠시 멈췄다. ‘바디숍’이 있고, ‘고디바’가 있고, 그 사이에 박근혜가 있었다. 기묘한 풍경이었다. 박근혜는 바디숍을 택할 수 있었고, 고디바를 택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둘 다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디숍만 택했다.
물론 이곳의 ‘고디바’는 벨기에산 명품 초콜릿 제조사의 서울 매장이며, 바디숍은 흔한 화장품 가게일 뿐이다. 그런데 달리 읽혔다. 고디바 때문이었다.
고디바는 사람 이름이기도 하다. 11세기 잉글랜드 중부 코벤트리의 영주 부인 고디바는 몰락해 가는 농민들의 삶이 안타까워 남편에게 가혹한 세금 징수를 멈춰달라고 간청한다. 남편은 비웃는다. 당신이 진심이라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도시오! 고디바는 고심 끝에 영주의 제안을 따른다. 농민들은 감격한다. 그녀가 알몸으로 마을을 도는 동안 누구도 창밖을 내다보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한 사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재단사 톰이 몰래 훔쳐보다가 걸려 두눈을 잃고
[노순택의 사진의 털] 고디바와 바디숍 사이의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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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불운은 한꺼번에 닥친다고, 안 좋은 일이 겹쳐 일어날 때 ‘이게 현실이 아니었으면’. 그러다 누군가가 ‘몰래카메라였습니다! 속았지, 이 녀석아!’ 하고 웃으면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다시 멀쩡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다. 되지도 않는 상상이지. 거꾸로 내가 아끼는 가족이 혹은 친구가, 인생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가짜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라면, 일상의 모든 것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모든 게 잘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는 거라면 과연 어떨까.
태어나면서부터 트루먼(짐 캐리)의 일거수일투족은 전세계에 생방송으로 중계된다. 그는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고 믿지만 모든 것은 감독 크리스토프(에드 해리스)에 의해 철저하게 만들어진 극이다. 그가 생활하는 곳은 커다란 세트이고 만나는 사람들, 심지어 친구와 가족 모두 ‘트루먼 쇼’를 위한 배우다. 어느 날 트루먼은 하늘에서 조명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자신의 삶을 의심하기 시작한
[내 인생의 영화] 장도연의 <트루먼 쇼> “상황을 바로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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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덜 알려진 작품을 각색한 <레이디 수잔>은 도덕적으로 흠결 있는 여성이 벌 받지 않은 채 목표를 이루는 이야기다. 남편과 사별한 궁핍한 귀족 부인 수잔(케이트 베킨세일)은 낭만적 연애와 결혼 따위 일축하고, 오로지 본인과 딸의 여생 보장을 유일한 기준으로 남자들을 대한다. 툭하면 내쫓겠다는 남편의 으름장을 받는 미국 출신 알리시아(클로에 셰비니)는, 수잔과 잘 통하는 벗. 남자들을 저울질하는 작전이 탄로나자 두 여인은 개탄하며 혀를 찬다. “우리야 그래도 되지만 남의 사적인 편지를 훔쳐보다니 무슨 비신사적인 짓이래요?” 어차피 여성의 동등한 생존 경쟁 기회가 차단된 사회에서 그녀들이 믿는 공정한 게임의 법칙은 따로 있는 것이다.
11/10
<줄리에타>에는 독특한 조연 캐릭터가 있다(써놓고 보니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에선 평범한 조역을 찾는 편이 빠르긴 하다). 주인공 줄리에타(에마 수아레스)와 재혼하기 전부터 남편 소안의 살림을 돌봐온 가정부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범죄와 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