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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그램>이라는 영화가 있다. 숀 펜과 샬롯 갱스부르, 나오미 와츠와 베니치오 델 토로 등이 호연을 펼친 영화이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 찾아보니 2003년 영화. 시간은 이렇게 13년을 달려왔다. 하지만 <21그램>의 의미는 달라지지 않는다. 사람이 죽는 순간 줄어든다는 영혼의 무게, 21그램. 살과 뼈를 제외하고 나를 지탱하는 진정한 나의 무게를 지금 우리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이제 2017년이다. 연말부터 방송을 탄 프로그램, tvN의 <내게 남은 48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제목이 직관적이기 때문에 ‘웰다잉 리얼리티’라는 부제는 자연스레 이해된다. 탁재훈과 성시경의 진행으로 시작하는 프로그램 첫 게스트는 배우 이미숙과 박소담. 그들에게 VR기기가 담긴 죽음상자가 배달된다는 설정이 썩 와 닿지 않았고 생경한 화면과 자막 또한 좋아지긴 어려웠지만 그들에게 남은 48시간을 지켜보는 동안 나는 평소와 다른 생각에 빠져 있었다. 슬프지
[김호상의 TVIEW] <내게 남은 48시간> 2017년, 삶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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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수의 생애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그가 어떻게 아버지 없이 태어났고 그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며 이후 그의 나이 12살에 예루살렘을 찾았던 일도 알고 있다. 일찍이 메시아로 예언되었던 그가 30살이 되어 세례를 받고 공생애가 시작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러나 12살부터 30살 사이, 그러니까 공생애 이전의 알려지지 않은 기간에 관해서는 알 방법이 없다. 공식적인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기간을 다룬 상상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마틴 스코시즈가 영화화했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최후의 유혹>처럼 말이다. 그러나 정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건 없다. 신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건 신성모독이다.
<스타워즈> 연대기를 신약에 비교한다면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이하 <로그 원>)는 바로 이 ‘알려지지 않은 기간’에 관한 이야기다(이건 타당한 비교다. <스타워즈>는 수많은 신화로부터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스타워즈>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완벽하게 메운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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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출간일 기준으로 신년호를 만들었지만, 2016년의 마지막날을 3일여 앞둔 지금이야말로 진짜 지난 1년을 정리하는 송년/신년호를 만드는 느낌이다. 일단 이번호 특집은 박근혜 정권하에서 벌어진 영화계의 각종 외압과 비리의 기록이다. 김성훈 기자가 ‘박근혜 정권의 극장 정치’ 취재를 위해 크리스마스 휴일도 반납한 채 정의당 김종대 의원실에서 밤을 지샜고, 라고 쓰면 좋은데 밤까지는 있지 않았다고 하고, 정지혜 기자도 영화인들이 영화진흥위원회 김세훈 위원장과 박환문 사무국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러 떠난 먼 길의 부산행 KTX에 함께 몸을 실어 밤새 영화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영진위를 성토했다, 고 쓰면 좋은데 역시 숙박까지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 기자의 후속 취재는 계속될 것이다.
다른 기자들의 1년도 얘기해야겠다. 이화정 팀장은 특유의 친화력과 섭외력을 발휘하여 <무한도전> 독점 현장 취재부터 여러 독점 커버 인터뷰를 따내며 후배들의 귀감이 됐고, 모 IPTV 인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내일도 저희들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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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하면 한 청년이 밧줄을 타고 콘크리트 장벽을 능숙하게 올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청년이 2, 3층 높이의 콘크리트 장벽 꼭대기에 올라갔을 때 어디선가 총알이 날아들고, 청년은 반대편으로 미끄러지듯 줄을 타고 내려간다. 손바닥 상처를 슬쩍 바라본 후, 청년은 황급히 좁은 골목길로 도망쳐 한 집에 도착한다. 문을 두드리면 청년 앞에 한 소녀가 나타난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배경으로 한 하니 아부 아사드의 영화 <오마르>(2013)를 보고 나서 떠오른 의문은 팔레스타인 청년 오마르(아담 바크리)가 왜 이 위험한 장벽을 넘어서 여자 친구 나디아(림 루바니)의 집을 찾아가는가 하는 거였다. 처음에는 당연하게 여자 친구가 이스라엘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장벽 양쪽 마을의 풍광은 어떠한 차이도 보여주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 속 멕시코와 미국 국경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팔레스타인 상황에 대한 어떤 은유 <오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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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힙합을 논할 때 폭력, 돈, 섹스, 여성 혐오 등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나처럼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라임, 샘플링, 메타포, 진실함, 긍정적인 마인드, 구원의 힘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전자가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남자와 여자의 대화처럼 서로가 보는 곳이 기묘하게 다름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스토리텔링’ 역시 내가 힙합을 떠올릴 때 늘 함께 손에 쥐는 단어다. (좋은) 래퍼는 기본적으로 시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한다.
랩의 역사에는 늘 그럴듯한 이야기꾼이 있었다. 1980년대 힙합을 상징하는 스토리텔러 슬릭 릭이 대표적이지만 이 글에서 소개할 이야기꾼은 나스다. 시와 시학에 관한 프린스턴 백과사전에서는 ‘이야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야기란 사건이나 사실의 연속을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중략) 시간을 배열하는 순서는 인과관계와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나스의 <Rewind>는 탁
[마감인간의 music] 들어, 한번, 노래, 이 - 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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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에 착수함으로써 공은 법률가에게 넘어갔다. 주권자는 이토록 중요한 일을 저토록 미심쩍은 손에 넘기고 나니 자존심도 상하고 불안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서리라는 생각이 순진하다는 것과 다른 경로는 없다는 것이 증명된 이상 어쩌겠는가.
법대에 들어간 1984년은 전두환씨가 청와대를 점거하고 있던 때였다. 지금은 29만원으로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는 인물로 조롱받지만, 당시에는 시민을 학살하고 고문하는 악의 화신이자 공포의 대상이었다. 교수가 불가침의 인권과 법의 숭고한 이념을 가르칠 때, 학생들은 잡혀간 친구를 생각하며 교정에 주둔한 전경을 바라보았다. 법은 종편 패널의 장광설만큼이나 권위가 없었고, 법률가는 권력의 공범인 어릿광대였다. 그 시절에 공부해서 법률가가 되었다면, 회개는 못할망정 자랑할 일은 아니다. 세상의 고통에서 눈을 돌렸거나, 좋게 보아도 불의한 세상과 어느 정도 타협한 것은 분명하다. 나도 그렇다.
우여곡절 끝에 연수원에 들어가니
[조광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법을 믿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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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19일 오후,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을 앞둔 광화문 네거리. 광장과 차도와 인도가 민주주의를 실천하려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기 전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 두망에 3천원짜리 귤을 팔던 초로의 노점상은 울 지경이었다. 까만 점퍼를 입은 종로구청 단속반원들은 가차 없었다. 좌판이 걷어차였다. 떼구르르, 작은 귤들은 야속하게 흩어지며 차도로 굴러갔다. 그 녀석들이 마치 길가에 내놓은 어린 새끼라도 되는 듯 달려가 품에 주워 담던 남자는 터져버린 귤을 바라보다가 웃통을 벗어버렸다. 길 가던 시민 서넛이 너무 심하게 단속하는 거 아니냐며 항의하자 움찔한 단속반원들은 경찰을 불렀다. 가재는 게 편이었다.
정복을 입은 두개의 손이 웃통 벗은 남자의 양손을 거세게 잡았다. 한손은 그를 끌고 가려는 손이었다. 또 한손은 남자가 끝내 움켜쥔 바구니를 빼앗으려는 손이었다. 이것이 법이라는 거였다. 당신을 한번 봐주기 시작하면 대체 누가 법을 지키겠냐는 거였다. 구구절절 옳은 소
[노순택의 사진의 털] 풍경의 교체, 풍경의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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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 당황한다.
사랑하는 배우는 어쩌면 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존경하는 감독도 단숨에 몇명을 꼽을 수 있는데,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는 질문에는 늘 우물쭈물한다. 하물며 내 인생의 영화라니, 더욱 난감하다. 예전에는 그런 질문에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안개 속의 풍경>(1988)을 말했던 것 같다. 가끔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를 꼽기도 하고, 임권택 감독의 <짝코>(1980)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1954)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소나티네>(1993)를 좋아하기도 했고,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데어 윌 비 블러드>(2007)나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퐁네프의 연인들>(1991)이 가장 아름다운 영화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내 인생의 영화라고 하면 에미
[내 인생의 영화] 박석영의 <언더그라운드> 1997년 가을에 본 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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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두 교사와 한 남학생을 꼭짓점으로 그려진 <여교사>의 삼각구도에서 재미있는 것은 효주(김하늘)와 혜영(유인영)을 잇는 선이다. 평범한 조건의 효주는 동동거려야 겨우 한 발짝씩 다가갈 수 있는 모든 욕망의 대상을, 재단 이사장의 딸 혜영은 아주 간단하게 처음부터 소유하고 있다. 유사한 모티브를 가진 영화 <노트 온 스캔들>에서 주디 덴치는 젊고 이상주의적인 동료교사 케이트 블란쳇을 동경(envy)하여 그녀 자체를 가지려 하지만 <여교사>의 효주는 혜영이 가진 것을 빼앗는 질투의 길을 택한다. <여교사>는 보통의 일하는 여자의 관점에서 쓰는 계급 이야기로 볼 때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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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2014)는 재즈 드럼 주자가 여자 친구를 찾는- 그러다가 음악 때문에 어그러지는- 이야기이고 <라라랜드>는 재즈 피아노 주자가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내가 내가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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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가 어디 도착하는지 알고 이러는 거야? 여학생이 으슥한 곳에 가게 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TV 통해서 많이 봤을 거 아냐.” 김은숙 극본의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2화. 사채업자들에게 납치된 고등학생 지은탁(김고은)이 위협당하는 장면이다.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올 정도로 끔찍한 상황. 곧이어 팔등신 도깨비(공유)와 저승사자(이동욱)가 모델 워킹으로 나타나 코트 자락을 펄럭이며 승합차를 반으로 쪼개버린다. 은탁은 무사하고, 두 남자는 근사하지만, 앞선 장면의 고약함은 여전하다. 유사한 상황은 또 있다. 임신부를 치고 달아나는 차량이 있는가 하면, 여성의 시신을 싣고 가는 차의 뒤 트렁크가 열린 장면은 지난해 남성 잡지 <맥심>이 연출했던 화보를 상기시킨다. 즉각적인 불쾌 이후 찾아오는 것은 궁금증이었다. 신체를 위협하는 장면이 여성 수용자에게 징벌과 규율로 작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로맨틱 코미디는 종종 위협을 해프닝화하며 가상세계에서의 안전
[유선주의 TVIEW]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기묘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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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사발이라 불리는 아이가 있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올 때는 분명 이름이 있었겠지만 누구도 그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 졸업할 무렵엔 아무도 본명을 기억하지 못하던 그 애는 묵사발처럼 생겼다… 미안하다, 알아봐서. 어쨌든 우리에게 묵사발이란 “얻어맞거나 하여 얼굴 따위가 형편없이 깨지고 뭉개진 상태를 속되게 이르는 말”, 다시 말해 못생겼다기보다는 다소 정돈이 안 된 상태를 뜻하는 단어였다. 그러니까, 묵사발은 어딘지 재미있는 얼굴이었다.
묵사발과 식구들도 그 애칭을 싫어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 집에 전화를 걸었다가 가끔 아무 생각 없이 “안녕하세요? 사발이네 집이죠? 사발이 집에 있어요?”라고 묻곤 했는데, 그 애 부모님도 마찬가지로 아무 생각 없이 “사발아! 전화 왔다!” 하며 딸을 불러주었다.
그처럼 얼굴은 엉망이지만 세상 즐겁기만 했던 묵사발에게 불행이 닥친 건 대학에 입학한 다음이었다. 사발이는 음대에 갔던 것이다. 대학 2학년 여름방학이 끝났을 무렵, 동기 40명중에 성형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성형 미인의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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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신년호다. 2017년 만나게 될 한국영화와 그 인터뷰들로 가득 채운다. 2017년도 만만찮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 류승완 감독의 <군함
도>,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를 비롯해 총 26편을 모았다. <변호인>(2013) 이후 돌아온 양우석 감독은 자신이 직접 스토리를 쓴 웹툰 <스틸 레인>을 영화화하기에 전작보다 자신의 ‘본색’을 드러낼 것 같고, 단편 <런던 유학생 리처드>(2010)부터 주목했던 이용승 감독이 <10분>(2013)을 지나 명필름에서 만들게 될 <7호실>이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하고, 언제나 액션 장면에 관한 한 뭔가를 보여줬던 정병길 감독의 <악녀>도 기대되고, 개봉 당시 거의 <씨네21> 홀로 주목했던 것 같은 <모비딕>(2011)의 박인제 감독의 신작 <특별시민>도 궁금하다. 그런데 이처럼 한호에 다 모으다보니 아쉽게도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2017년 한국영화, 역시 풍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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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그람시는 척추장애인이다. 어릴 때 등에 혹이 하나 있었는데, 집이 너무 가난하여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모친은 혹에 요오드를 바르며 밤새 마사지도 해봤고, 또 시골 의사의 조언에 따라 소년을 천장에 매달기도 했다. 하지만 혹은 더 커졌다. 그람시는 평생 질병과 그에 따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굶는 일은 다반사였고, 이에 따른 영양실조로 몸은 점점 쇠약해져 갔다. 남들처럼 잘 뛰어놀지도 못했고, 결국 키도 150cm 정도에 머물렀다. 소년은 내성적이고 우울한 성격으로 변했다. 그람시는 혼자 책을 읽었다. 특히 토리노에서 군복무 중이던 큰형이 보내준 사회주의 계열의 잡지, 팸플릿 등은 그람시에겐 복음이었다. 사르데냐 섬의 시골에서 자란 그람시는 ‘붉은 도시’ 토리노로 가고 싶었다.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장학금을 받는 것이다. 의사는 심한 공부는 건강을 더욱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그람시는 시험 준비에 독하게 매달렸다. 가난 때문에 하루에 겨우 한끼
[한창호의 트립 투 이탈리아] 토리노, 북부 산업의 중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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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너마저(Broccoli You Too)의 음악을 들은 게 벌써 10년 남짓 되었다. 지금 내 30대의 노래를 고르라고 한다면 브로콜리너마저가 되지 않을까. 11월18일 발매한 <단호한 출근>은 여러모로 지난 2010년 발매한 정규 2집 《졸업》의 첫 트랙, <열두시 반>을 떠올리게 한다.
<단호한 출근>에 앞서 지난 6월 발매한 《천천히》와 그들이 공개한 주석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래 중에는 유독 ‘돌아가는 길’에 관한 가사가 많습니다. 대부분 유쾌하지 못한 상황들과 감정들을 담고 있지만, 그만큼 그 순간에 느껴지는 무언가가 참 많고도 무겁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혼자 드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덕원(보컬)의 담백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내뱉은 것처럼 <단호한 출근>은 그 모든 생각의 밤을 넘어선 이 시대 아침 출근길의 젊은이들을 묘사한다. ‘단호하게 마음을 먹고 출발할 시간/ 아
[마감인간의 music] ‘어쩐지 내 얘기 같다’ - 브로콜리너마저, <단호한 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