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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쁘게 분노하고, 답답하고, 괴로우면서 동시에 외로웠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다. 아직은 현재형이지만 그래도 민주주의 대한민국이 나아간 한 발짝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은 분명하다. 우리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1600만 촛불의 힘으로 조금씩이라도 바뀐 세상은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최근 대통령 탄핵과 관련된 일련의 상황에서 언론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가장 야무지게 해낸 JTBC에서 새로운 방송을 들고 나왔다. 질문을 던지는 방송이다. 전 대통령 박근혜씨의, 그리고 바다 건너 아메리카의 불통의 아이콘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 대응하는 화면이 인트로에 깔린다.‘질문이 사라진 시대, 불통의 시대를 소통의 시대로’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걸린다. <차이나는 클라스>.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다. 도올 선생의 명강의로 이 지면에서도 다뤘던 <차이나는 도올>에 (세트를 비롯해서) 빚진 것이 많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언니쓰’의 걸크러시 홍진경, 브로콜리너마저의 덕원, 래
[김호상의 TVIEW] <차이나는 클라스> 질문이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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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어렸을 때 사진을 몰아서 보게 되었다. 집에서 찍은 사진도 있고 온천에 놀러가서 찍은 것도 있었다. 그러다 찍은 장소와 시간은 달라도 언제나 똑같은 책이 손에 들려져 있다는 걸 발견했다. 다이나믹 콩콩에서 출간된 <괴수군단 대백과>였다.
다이나믹 콩콩은 당대의 해적판 전문 레이블이다. 일본 원작을 한국 이름으로 바꾸고 작화와 대사를 엉성하게 덧칠해서 출판했다. 손에 꼭 들어오는 판형에 부담되지 않는 가격으로 내 세대 독자들의 영혼을 집어삼켰다. 다이나믹 콩콩의 대백과 시리즈는 우리 세대의 위키피디아였다. 다이나믹 콩콩의코믹스 시리즈는 우리 세대의 마블이었다. 낮에는 <용소야>와 <권법소년>과 <프로레슬러 대장군>과 <쿤타맨>을 읽고 밤에는 <괴수군단 대백과>와 <로보트군단 대백과>를 읽었다. 친구들과 용소야의 경사기도권을 연마하다가 동네 가로수에 손가락이 접질려 다치기를 수십회. 통배권을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고질라 시리즈 본연의 정체성 정리해낸 <신 고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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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특집은 ‘영화 굿즈’의 세계다. 점심시간만 되면 사무실에서 사라져 수돗물로 주린 배를 채우며 남은 돈으로 블루레이와 각종 굿즈를 사모으고 있는 <씨네21>의 거지왕 김춘삼 김현수 기자가 생애 최초의 영화 굿즈로 <우뢰매>(1986) 엽서 세트를 떠올렸던 것처럼, 나 또한 기억을 더듬어보니 특정 영화보다 영화 월간지 <로드쇼>와 <스크린>이 나눠줬던 각종 영화 포스터와 스타 브로마이드가 떠오른다. 부록 때문에 몇권 더 사기도 했었으니까. 그리고 생각해보니 직접 굿즈를 제작하기도 했던 것 같다. 매달 잡지를 두권씩 사서 한권은 보관하고 다른 한권은 마음대로 찢어 스크랩을 하거나 코팅해서 책받침을 만드는데 썼다. 소피 마르소나 피비 케이츠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홍콩 스타들의 얼굴과 영화 스틸로 책받침을 만들어, 차마 팔지는 못하고 친구들에게 선물로 나눠줬다. 돌이켜보면 왜 다 버렸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픈 옛 소장품들이다. 굿즈라는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영화 굿즈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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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로지는 매카시즘을 피해 유럽으로 망명한 감독이다. 1930년대에 옛 소련을 방문하여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같은 혁명주의자 영화인들과 교류하고, 당시 그곳에 있던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친교를 맺은 사실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후로도 로지는 브레히트와 친하게 지냈다. 아직 매카시즘의 광풍이 불기 전인 1947년, LA에서 브레히트의 희곡 <갈릴레오>를 무대에 올려 그와 공동연출을 맡기도 했다. 그 연극을 연출하며, 로지는 바로크 시대의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로부터 자신의 분신을 봤다. 국가와 화합하지 못하고 긴장 관계에 놓인 인물 혹은 사회적 통념에 반항하는 억압받는 개인으로서 갈릴레이를 본 것이다. 갈릴레이처럼 ‘정치적 재판정’의 피고석에 앉을 위기에 놓였을 때, 로지는 자발적 망명을 선택했다.
조셉 로지, 비첸차에서 <돈 조반니>를 찍다
청년 로지의 분신이 갈릴레이였다면, 노년 로지의 분신은 모차르트 오페라의 주인공 ‘돈 조반니’일 것이다. 그는 사
[한창호의 트립 투 이탈리아] 르네상스 거장 팔라디오의 건축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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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저께는 공중파에서 실시간 추격전을 보게 되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카체이싱이었다. 댓글란에선 서울판 <매드맥스>라는 둥, 사람들은(나를 포함하여) 전 대통령의 퇴거 장면을 본격적으로 ‘관람’했다. 많은 방송국 중계차량의 선두엔 청와대에서 출발한 에쿠스가 달리고 있었고 몇번의 신호위반 끝에 반포대교쯤에서 추격에 실패한 방송국 차량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삼성동 카메라로 화면을 옮겼다. 내심 기대하는 장면이었다. 박근혜는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
대통령으로부터 탄핵 이후 이렇다 할 말 한마디 들어보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내가 예상한 1안은 ‘그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황급히 집 안으로 들어간다’였다. 여태 보여준 캐릭터에 의하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2안은 ‘굳은 표정으로 간단한 담화문을 발표한 후 들어간다’였다. 상식적으로 나와야 할 담화문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담화문 발표 현
[노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미소를 띠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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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허진호 / 출연 한석규, 심은하 / 제작연도 1998년
“테이프가 늘어지게 들었다.” 카세트테이프 세대라면 한번쯤 써봤을 말. 너무 많이 들으면 카세트테이프가 늘어나 특정한 구간만 늘어진 소리가 난다는 뜻이다. 내게는 늘어진 비디오테이프가 있었다. 대학 시절 내 허름한 자취방엔 꾸역꾸역 아르바이트를 해서 장만한 비디오덱이 있었고 언젠가 동네 비디오가게 폐업정리 때 산 비디오테이프 몇개가 책장에 꽂혀 있었다. 영화에 대한 열정은커녕 극장도 잘 가지 않던 놈이 무슨 바람이 불어 비디오덱을 사고 테이프들을 주워왔는지는 아직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포레스트 검프>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등 취향이랄 것도 없이 마구잡이로 가져온 테이프 열댓개 중 유일하게 늘어난 테이프는 <8월의 크리스마스>다. 극장에서 보지 못한 영화였고 사실 이 영화의 존재도 잘 몰랐다.
대학 1학년 말, 엄하던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태어나 처
[내 인생의 영화] 황석희의 <8월의 크리스마스> 비디오 시대 스타일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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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68세대 리버럴 아버지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일하는 딸의 삶이 진정 안녕한지 어느날부터 적극 간섭하기 시작한다. 영화가 1/3이 넘어가도록 부녀는 닮은 데라곤 없어 보인다. <토니 에드만>의 기업 컨설턴트 이네스(산드라 휠러)는 창백하고 마르고 단단하다. 그녀는 피로도 상처도 딱 붙는 비즈니스 슈트와 킬힐로 동여매고 다닌다. 반면 은퇴 교사인 이네스의 아버지 빈프리트(페테르 시모니슈에크)는 덥수룩하고 육중하고 느리적거린다. 이네스는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정답을 말하려고 긴장하고, 빈프리트는 상대가 예상치도 못한 말을 하려고 벼른다. 부녀가 이루는 시각적 대조는, 한쪽이 벌거벗고 한쪽이 특별하게(?) 차려입은 후반의 한 대목에서 정점을 이룬다. 하지만, 이 아버지와 딸은 결국 얼마나 닮았는지!
02/23
<문라이트>도 먹고 먹이는 행위가 중요한 영화다. 식사가 그냥 대화 장면에 마땅한 맥락이 없어서 들어가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개인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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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부조리극 <더 랍스터>(2015)에서 가까운 미래의 사람들은 혼자를 기르며 살 수 없다. 어떻게든 완벽한 짝을 찾아야만 한다. 홀로 남겨진 이들은 커플 메이킹 호텔에 머무르며 ‘서로를 기르는 법’을 배우는 가운데, 유예기간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 영원히 숲속에 버려지게 된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타인의 생명을 사냥해서 그 유예기간을 늘려야 한다. 호텔 사람들이 단체로 인간 사냥에 나설 때 극단적인 고속촬영과 함께 1920년대 그리스 노래인 <Apo Mesa Pethamenos>가 흘러나온다. 굳이 해석하자면 ‘내부로부터의 죽음’으로 “겉은 살아 있어도 속은 죽었다”고 노래한다. 남을 사냥하며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죽어버린 삶이다.
혼자 사는 게 힘들다고 느낄 때는 아파서 몸져 누워 있을 때가 아니라 바로 깻잎 먹을 때, 라는 어느 비혼 지인의 얘기에 모두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인 적 있다. 그러고 보니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혼자를 기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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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의 원작 소설 <침묵>(1966)을 읽은 것은 2013년 1월의 겨울이다. 당시 나는 당인리 발전소 담벼락을 따라 들어가는 외진 골목길, ‘합정 슬럼’이라 부르던 동네에 살았다. 내가 기거하던 판잣집(농담이 아니다), ‘Southern Tears’로 이름을 붙인 무허가 건물에서 보내는 혹한은 괴로웠다. 월세가 싼 대신, 지독하게 추웠다. 방 안에 텐트를 치고 침낭 속에 몸을 파묻은 채 책만 읽으며 소일하는 삶은 어느 흑백사진 속 젊은 콜린 윌슨(<아웃사이더>(1956)의 작가)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지만 결코 낭만적이지는 않았다. 나는 영화를 선택한 죄, 아니 첫 영화를 잘못 만든 죄로 그에 대한 오랜 벌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보일러에 기름을 넣고 그날의 끼니로 찐빵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근처의 홍성사에 들러 이 책을 샀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 메모장에다 적었다. “엔도 슈사쿠의 <침묵>이 나의 교회입니다.”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시노다 마사히로의 <침묵>과 마틴 스코시즈의 <사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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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처럼 ‘이상한’ 매력의 소유자에게 끌리기도 하지만 때론 고전적인 게 좋다. FKA 트위그스처럼 4차원으로 몸을 휘감은 캐릭터도 좋지만 샬롯 갱스부르처럼 유럽풍의 우아함에 끌릴 때도 있다. 후자 취향이라면 니아에 주목해보면 어떨까. 니아는 신곡 <Hurt You First> 뮤직비디오에서 단조로운 검은색 의상을 입고 미술관 같은 흰색 벽 앞에 앉아 신문을 읽는다. 깔끔하게 넘긴 머리와 커다란 귀고리에선 심플함과 화려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뿌연 재즈 무드를 가진 보컬이지만 노라 존스처럼 마냥 달콤하지 않고 어둠과 슬픔이 배어 있다. 성숙함이 물씬 풍긴다. 템포와 사운드도 느릿하고 몽롱해 자극적이기보다는 여유롭다. 샤데이나 제시 웨어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마냥 고전적이지 않다. 유럽 흑백영화 같은 무드 아래로 감각적인 힙합 비트와 전자음 베이스가 흐른다. 니아는 퓨지스의 멤버 와이클리프 진의 2007년 히트곡 <Swe
[마감인간의 music] 고전적 모던함 - 니아, <Hurt You Fi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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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청승이랄까, 요즘처럼 월세가 주름처럼 밀릴 때 보들레르의 시 <알바트로스>를 주책맞게 찾아 읽는다. 뱃사람들에게 붙잡혀 농락당하는 알바트로스, 영락없이 예술가 처지와 닮아 있다. “방금까지 그리 아름답던 신세가, 어찌 그리 우습고 추레한가!” 제아무리 하늘을 고고하게 날아도, “땅 위의 야유 한가운데”로 끌려내려온 알바트로스는 그저 다리를 저는 우스꽝스러운 예술가 신세라는 것이다. 월세 밀린 무능력한 광대라는 것이다.
물론 이처럼 생활력 없는 예술가들이 조롱만 받고 사는 건 아니다. 가끔 동정도 받는다. 2011년 최고은 작가가 세상을 떠났을 때 가난한 예술가들을 동정하는 소리들이 세상에 넘쳐났다. 수많은 이들이 “남은 밥과 김치 좀 주오”라는 슬픈 유언을 연민했다. 그 덕에 소위 ‘예술인복지법’이 만들어졌다. 예술 경력에 덧붙여, 얼마나 ‘가난’한지를 증명하면 남은 밥을 적선하는 온정의 손길. 그 몇 개월치 식량이 아쉬워 나 역시 신청서를 내려다 충분히 가난을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예술이라는 노동의 존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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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무서움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귀신은 나를 보는데, 나는 귀신을 보지 못한다. 거기서 소름이 돋는다.
귀신의 ‘보이지 않는 이미지’는 힘센 자들에겐 군침 도는 매력이기도 했다. 추한 권력일수록 자신을 신비로운 공포로 감싸고 싶어 했다. 물론, 제아무리 귀신일지라도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면 공포는 사라진다. 귀신은 ‘귀신도 곡할 노릇’을 사람에게 던진다. 흉내내는 자들은 애당초 ‘보이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 게 아니었고, 귀신을 따라할 재간도 없기에 피치 못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그 틈으로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자들의 그림자를 보아왔다. 뿌리를 찾자면 일제강점기 비밀경찰을 들 수 있다. 줄기를 찾자면 박정희 공포정치의 기둥 중앙정보부를 말할 수 있다. 꽃은 살인마 전두환 시절에 만개했던 국가안전기획부였다. 숱한 독립투사들이 비밀경찰에, 반독재운동가 장준하들이 중정에, 노동운동가 박창수들이 안기부에 의해 살해됐다. 그들은 귀신처럼 들러붙어 사람
[노순택의 사진의 털] K가 만든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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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 출연 헨리 토머스, 로버트 맥노튼, 드루 배리모어, 피터 코요테 / 제작연도 1982년
페이드인되듯이 서서히 세상을 인지하고 보니 날 키우고 있던 사람이 엄마가 아니라 할머니였다는 걸 알게 됐다. 객지에 나가 장사를 해야 했던 부모님이 어린 나를 할머니에게 맡겼고 덕분에 나는 지리산 두메산골이 애초에 내가 태어난 곳이라고 느끼며 자랐다. 할머니는 첫 손자를 애지중지 키우셨고 아이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은 채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미친 듯이 놀았다. 7살 때 마을에 전기가 들어왔다. 점등식을 하던 날, 집집마다 호롱불로 겨우 어둠을 밝히던 마을이 한순간에 대낮처럼 밝아지는 경이로운 체험을 했다. 그때까지 그런 빛을 본 적이 없었다. 10살이 되던 해, 부모님은 청주에 어렵사리 장만한 집으로 나를 데려왔다. 소심한 성격 탓에 새로운 세계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공부도 변변치 않은 데다 촌놈이라 놀리는 반 아이들 때문에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할머니가 있
[내 인생의 영화] 박광현의 <E.T> 비약적 쾌감을 알게 해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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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알코올중독 엄마가 쏟아내는 맥주캔을 모아 피라미드를 쌓으며 꾸제트가 다락방에서 혼자 노는 오프닝부터, <내 이름은 꾸제트>는 어른들 세계의 결함과 병 때문에 덩달아 고통받아야 하는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가난 때문에, 엄마가 추방돼서, 가족에게 성추행당하고 보호소에 온 일곱명의 소년, 소녀에게 가정은 반드시 그리운 곳이 아니다. 지혜로운 신입 카미유가 “난 여기서 사는 게 나아”라고 고백하자 꾸제트도 털어놓는다. “가끔 내가 어른이 돼서도 엄마랑 사는 꿈을 꿔. 엄마는 여전히 맥주를 마시고 혼잣말을 해. 나도 술을 많이 마셔. 그런 일이 안 생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둘은 헤어지기 싫어진다.
02/21
작가 터렐 앨빈 매크레이니와 배리 젠킨스 감독이 기억하는 1980년대 마이애미 서민 공공주택 단지는 젊은이들이 의식적으로 사력을 다하지 않으면 빈곤과 범죄, 마약중독의 악순환에서 인생을 건져내기 어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달의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