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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 매켈런(64)의 매그니토는 인간의 형상을 한 자석이다. 플라스틱 감옥에서 수모를 겪던 그가 우매한 인간의 피를 마에스트로의 손짓으로 빨아내 탄환을 빚어내고 장엄하게 탈옥하는 순간, 호모 사피엔스인 우리의 심장을 도는 피도 종족을 배신하고 매그니토의 손끝을 향해 들끓는다. “전쟁은 시작됐다”고 뇌까리며 고문에 지친 눈을 희번덕거리면, 건공중을 휘젓는 그의 눈길을 따라 지축이 삐걱거린다. 그런 매그니토가 간수에게 얻어맞는 장면은 어떤 선한 엑스맨이 공격당하는 순간보다 보기 괴롭다. 그는 지구를 집어삼키려는 동기가 ‘과대망상’ 네 글자로 일축되는 뭇 악당과는 리그가 다르다. 어린 시절 유대인 포로수용소의 지옥에서 벼려진 그의 인간 혐오는 만만히 반박당할 수 없는 신념이며 그의 격문은 귀에 달라붙는다. “인간들이 어느 날 당신과 아이들을 죽이러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한밤중에 소스라쳐 깬 적 없나?” 원한의 발로만은 아니다. 그는 돌연변이가 역사법칙에 의해 도래할 사회구성체의 주역								
		
							
							카메라 무릎 꿇어라,이안 매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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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행은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모두 혼자니까.<미소>가 만들어낸 ‘작은 신화’에 처음으로 박수를 보낸 건 제5회 서울여성영화제다. 개막작으로 공개된 <미소>는 요즘 상업영화가 쓰는 제작비의 20%도 안 되는 규모로 만들어진 초저예산영화다. 여러 차례 엎어질 뻔했던 위기를 겪었음에도 스크린 안에서 그런 흔적들을 찾기란 힘들다. 16㎜나 디지털카메라가 아닌 35㎜로 촬영한 화면에는 수많은 로케이션 장소에서 완성도 있게 찍은 컷들, 심지어 근사하게 뽑아낸 항공촬영까지 등장해 그 예산으로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장면들을 쏟아낸다. 엄청난 고집이 있었다. 오로지 이 작품을 위해 프로듀서의 고행길을 자처한 임순례 감독, 시나리오와 캐릭터가 좋다는 이유로 무보수라는 상황까지 수긍한 배우 추상미, 단 한 가지도 타협하지 않았다는 박경희 감독, 편집기사와 연출부로 헌신한 여성 스탭들, 연기라는 모험을 기꺼이 택해준 송일곤 감독 등.험악하게 데뷔전을 치른 박경희								
		
							
							초저예산영화 <미소>의 감독과 배우가 말하는 `미소의 고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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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강호와 김상경이 앉아 있다. 생김생김도, 성격도, 심지어 술먹는 취향도 다른 두 사람은 서로가 ‘이상형’이 아님이 분명하다. 헐뜯고, 미워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시골 형사와 서울 형사가 처음부터 삐걱댔듯이, 박두만과 서태윤이 단 한번도 손을 맞잡고 “우리 한번 잘해보자구” 식의 낯간지러운 파이팅을 외치지 않았듯이, 그럼에도 결국엔 서로 비슷하게 분노하고 닮아갔듯이, 송강호와 김상경은 결국 끈적한 혼합보다는 영리한 배치 속에서 빛나는 커플이다. 이것은 <살인의 추억>이라는 덫의, 혹은 봉준호라는 ‘꾀돌이’의 전략일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각기 화장실 다른 칸에 앉아 있지만 같은 목적을 위해 힘을 주어야 하는, 얼굴을 맞대고 살가워질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떨어질 수도 없는 등이 붙은 쌍둥이 같은 운명을 짊어져야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 운명을 누구보다 제대로 이해하고, 결국엔 운명 이상의 결과물을 세상에 배설해냈다.
송강호가 말하길
김상경, 고전적인 사람								
		
							
							<살인의 추억> 두 배우 김상경, 송강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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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강호, 마음속에 늘 의문부호를 찍는
기자들은 송강호가 귀찮다.  한참 이야기를 신나게 하다가도 “아… 이 말은 좀… 건방져 보이니까… 안 쓰시면 좋은데”라고 먼저 바리케이드를 치고, 인터뷰가 끝난 뒤라도 혹시 미심쩍은 말이 있으면 “저… 그때 했던 그 말은 그 뜻이 아니라…”라고 전화를 해서라도 반드시 확인사살까지 끝낸다. 물론 감독들도 송강호가 귀찮을 거다. 준비과정부터 촬영까지 늘 마음속에 의문부호가 떠나지 않은 채 감독들을 들들 볶는다. 게다가 이 치밀함과 꼼꼼함은 촬영장에서 끝나지 않고 편집실까지 이어진다. “편집실에 매일 나가는 건, 뭐, 딱히 할일이 없기 때문이죠. 물론 배우가 편집실에 앉아 있으면 감독이나 편집하는 분이, 뭐 대놓고는 안 그래도, 사실 부담스러운 점이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집실에 출근을 하는 이유는… 정말로 할일이 없기 때문에… 웃헤헤헤헤헤!” 그의 이런 편집실 출근사는 <조용한 가족> 때부터 시작되었다. 어떤 날은 “감독보다 더								
		
							
							<살인의 추억> 두 배우 김상경, 송강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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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이야기로 관객 꼬실까, 그 생각 뿐이다“아, 방은진 감독님 뵈러 오셨어요?” 이스트필름의 한 직원이 취재진을 맞이하며 건넨 말이 낯설게 느껴진다. ‘배우’라는 단어와 떨어질 수 없을 것 같던 그녀의 이름이 ‘감독’이라는 직함과 만나면서 발생한 화학작용 탓이리라. 그렇다. 방은진은 감독이다. 아니, 감독 준비생이라고 할까. 현재 방은진은 <첼로>(가제)라는 멜로영화를 준비 중이며 아는 사람들에게는 ‘다크호스’로 꼽히는 인물이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면서 장편영화 연출을 준비한 지도 3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감독 방은진’이란 호칭이 뜨악하게 느껴지는 것은 배우로서의 그녀 이미지가 강하다는 이유뿐 아니라 한국에선 배우가 연출을 한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의 태동기를 제외하면 배우 출신 감독은 최은희, 하명중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물론 할리우드에선 찰리 채플린, 클린트 이스트우드, 로버트 레드퍼드, 케빈 코스트너, 숀 펜, 그리고 조디 포스터 등 이루 헤아릴 수 								
		
							
							데뷔작 <첼로> 준비중인 감독 방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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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끝내고 함께 인터뷰를 하는 배우들의 태도는 크게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 같은 ‘우르르 남자영화’를 찍은 배우들이라면 동성간의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느라 소란스럽게 마련이고, 멜로영화를 찍은 커플이라면 서로를 애틋하게 챙겨주느라 바쁘다. 최악의 경우는 서로 데면데면 무심하거나, 아주 사이가 안 좋은 경우다. 그러나 이들은 그 어느 범주에도 놓기 애매한 사람들이었다. 질투하고, 선망받고, 가운데서 그것을 지켜보았던 <질투는 나의 힘>의 세 사람처럼 박해일과 배종옥, 문성근은 극중 원상과 성연, 윤식이 만들어냈던 그 차지도 덥지도 않은 이상한 전선을 스튜디오로 옮겨놓았다.
영화 속에서 예민한 소년처럼 보이는 박해일은 의외로 유들유들한 아저씨 같은 면이 있고, 부유하는 듯 자유분방한 배종옥은 사실 똑 부러지는 목표없이는 웬만해선 몸을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다. 늘 명쾌하고 신념에 차 있을 것 같은 문성근은 의외로 모호한 구석이 많다. 이								
		
							
							<질투는 나의 힘>,문성근 · 배종옥 · 박해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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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러움의 힘,배종옥
그는 참 ‘쫑옥쫑옥’하게 말한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이런 표현은 배종옥을 한번만이라도 만나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만한 것일 테다. 빠른 속도의 하이톤의 목소리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 한마디 한마디를 소화도 잘되게 꼭꼭 씹어서 이야기하는 그의 말투에는 가식적인 따뜻함도, 의도적인 예의바름도, 배타적 차가움도 없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질투는 나의 힘>의 첫 상영에 앞서 만난 배종옥은 무척이나 들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촬영 내내 “혹시 지루하진 않을까?” 고민했던 이 영화가 기대 이상으로 재밌고 만족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예의 그 ‘쫑옥쫑옥’한 말투의 톤을 한 옥타브쯤 올린 상태로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어요”라며 하루빨리 이 자랑스런 영화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다. 반년이 지난 봄, 개봉을 앞두고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는 지난해 가을보다는 조금 지쳐 보였다. 미니시리즈 찍듯 찍고 있는 아침드라마의 빡빡한 촬영일정에, 								
		
							
							<질투는 나의 힘>,문성근 · 배종옥 · 박해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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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 셀로판, 그게 내 이름. 나는 보이지 않으니. 내 옆을 지나치고, 내가 거기 있는 것도 모르니.” (<시카고> 중에서)2002년 이전이었다면, 존 C. 라일리를 ‘미스터 셀로판’이라 부르는 게 이상하지 않았을 거다. 1989년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전쟁의 사상자들> 이래, 30편 가까운 작품에 등장하는 동안 그는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혹자는 ‘칼 말덴 풍의 코의 소유자’라고, 혹자는 ‘양배추꽃처럼 생긴 얼굴’이라고 부르는 외모의 그는 늘 주연 옆에 있었지만, 빛을 투과시키는 셀로판지처럼 존재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세번의 남편과 한번의 악당. 라일리의 2002년은 화려했다. 그는 <굿 걸>에서 제니퍼 애니스톤의 남편으로, <디 아워스>에서 줄리언 무어의 남편으로, <갱스 오브 뉴욕>에서 ‘죽은 토끼파’를 배신한 ‘해피 잭’ 멀레이니로, 그리고 <시카고>에서 르네 젤위거의 무력한 남편으로 각각								
		
							
							보이지 않는 그러나 항상 곁에 있는,<시카고>의 존 C. 라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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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경중(44) 감독은 ‘신용불량자’다. 개인 빚만 10억원이 다된다. 은행에서 융자받고, 카드 돌려쓰는 것도 모자라, 수천만원의 사채까지 끌어다 썼다. 그는 또 ‘불효자’다. 부모가 평생 모아 사놓은 집을 홀랑 잡혀 먹었다. 그것도 모자라 아내가 마련하다시피 한 전세금도 중간에서 몰래 ‘삥’쳤다. 이 모든 ‘비행’이 그 놈의 영화 한편을 찍기 위해서였다면 용서가 될까. 주 감독은 7년 동안의 제작기간을 거쳐 지난해 <동승>을 만들었고, 4월1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동승>의 완성은 누군가의 말처럼 ‘게워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주경중 감독은 10여년 전, 광주민중항쟁을 극화한 영화 <부활의 노래>의 제작자로 충무로에 명함을 내밀었다. 한국외국어대 인도어과 78학번. 대학 시절 김태균(<박봉곤 가출사건> <화산고> 연출), 김대우(<송어> <정사> <로드무비> 시나리오) 등과 함께 								
		
							
							내겐 관객이 부처다,<동승>의 감독 주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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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운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지만 그걸로 부족했던 모양이다. 시카고의 넓은 무대 위에서 리처드 기어가 무엇인가 보여주고 있다. 특별 교습 5개월이 키운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긴 어렵겠지만, 쉰넷이라는 가볍지 않은 나이로 무대 위를 쿵쿵 구르며 노래하는 그를 관객이 알아주지 않는다면 당연히 서운할 것이다. 감독 롭 마셜과의 첫 미팅에서 그는 “이 영화 대본이 정말 맘에 든다. 다른 건 문제가 안 되는데, 탭댄스를 춰 본 적이 없다”며 “하지만 일단 두고 보자”고 했고, 온 신경이 거꾸로 서는 기분을 느껴가면서 연습했다. 30년 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그리스>의 주연으로 프로필 첫줄을 쓴 그는 배우로 제 길을 찾기 이전에 록 뮤지컬과 소박한 오페라를 몇편 했었지만 그래도 <시카고>는 “탭댄스 구두에 적응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찍는 동안 수없이 좌절했던” 작품이다.
젊은 시절 <미스터 굿바를 찾아서>나 								
		
							
							쇼 비즈니스를 아는 로맨티스트,리처드 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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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눈에 반한 이상형의 남자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스토킹을 감행하는 여자가 있다. 그의 집에 무단침입해 다이어리를 훔치고, 일과를 줄줄이 꿴 다음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눈도장’을 찍는다. 임자 있는 남자라는 걸 알고도 물러날 줄을 모른다. 이 여자가 과연 정상인가? 그런다고 남자가 넘어올 것인가?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나 <미저리>를 연상시키는 이 스토리는 분명 섬뜩한 스릴러감이다. 그런데 로맨틱코미디가 될 수도 있더란 말이다. 왜냐, 장나라가 출연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장나라의 힘이다. 일단 몸을 던지면, CF든 드라마든 영화든 무조건 ‘장나라화’한다. 십대 중반으로 가늠되는 작고 앳된 얼굴, 가느다란 코맹맹이 목소리를 지닌 이 아가씨는 귀엽고 밝고 건강하다. 순수와 정의로 어른을 교화하는 어린애의 이미지, 예쁜 척하지 않는 대신 예쁘게 망가져주는 팬서비스 정신에 흔들리지 않기란 힘들다. 최진실의 요정 계보에도, 김정은과 전지현의 엽기 계보에도 								
		
							
							찍은 연기 내것 만들기,<오!해피데이>로 영화 데뷔하는 장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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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성은 노하우나 테크닉을 넘어선다"배창호 감독이 소리없이 신작 <길>을 찍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만남을 청했다. <길>은 70년대에 장터를 떠돌아다니던 대장장이 이야기로 감독 본인이 주연 배우를 겸한다. 막상 배창호 감독과 대면했을 때 서로의 시선이 잠시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흑수선> 때문이었다. <정> <러브 스토리>를 통해 녹슬기는커녕 농익은 연출력을 과시했던 배창호가 버젓한 예산으로 큰 영화를 만든다면 얼마나 멋있을까, 이런 기대가 어긋났다고 생각하며 글을 썼던 필자가 1년 반 만에 감독과 마주 앉은 것이다. 이야기는 선뜻 본론으로 접어들지 못했다. 마침 한달 전에 발간된 에세이집이 돌파구가 되어주었다.<창호야 인나 그만 인나>라는 제목이 중의적으로 들린다.나는 학창 시절부터 나이 마흔이 될 때까지 잠꾸러기였다. 아버지가 경상도 진주 분인데 아침마다 “창호야 인나, 그만 인나” 하면서 흔들어 깨우셨								
		
							
							저예산으로 신작 <길> 촬영 중인 감독 배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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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햇살 가득한 주말, 하루종일 빈둥거리다 전시회를 보러갔다. 물방울 무늬 가득한 전시장에 서 있는데 갑자기 겨울 고속도로로 튀어나온 개구리처럼 뜬금없이 이나영이란 이름이 떠올랐다. 평생을 정신병원을 들락날락거렸을 만큼 분열증과 강박증으로 고생했던 이 일본 아줌마의 특별할 것 없는 ‘땡땡이’무늬의 끝없는 반복이, 텍스트로 설명할 수 없는 이미지의 충격이 가져온 부작용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저 내 머릿속은 온통 이나영과 이 공간이 꽤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뿐이었다. 결국 표지촬영을 이곳으로 정하고 개관 전의 전시장으로 그를 불러들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나영은 들어서자마자 이 괴상한 곳이 마음에 드는 눈치다. 물방울 무늬의 애드벌룬 위에 앉았다, 누웠다, 굴렀다, 몸생각 안 하고, 협찬받은 옷 생각도 안 하고, 아이처럼 즐거워한다. 그래, 이 여자도 정상이 아닌 게 분명하다.
노랗게 멍든 이나영의 무릎엔 아직도 반창고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얼마 전에 어이없게 넘어져서, 어이없게								
		
							
							복수씨 넘어 문수씨 완전정복,<영어완전정복>의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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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청명한 하늘에 펼쳐진 뭉게구름, 잔잔한 호수에 비친 숲의 일렁임, 대나무숲의 가지와 잎새를 스쳐가는 바람소리, 고흐 그림의 강렬한 색채, 로댕의 조각에 불끈 솟아 있는 근육 같은 것은 인간의 감각기관이 무조건적으로 반응하는 미적 대상이다. 이 여인, 모니카 벨루치도 그렇다. 그녀의 신체는 그리스 신화가 숨쉬던 시절 존재했던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주조된 듯하다. 목탄으로 그린 듯한 진한 눈썹, 오뚝한 콧날에서 도톰한 입술로 이어지는 명료한 윤곽, 실크처럼 반짝이며 물결치는 풍성한 검은 머리, 여체의 곡선이 만들어내는 온갖 신비와 비밀을 집약시킨 대리석 조각 같은 몸매, 벨루치가 모델로서 경력을 시작했던 것은 당연하다. 그녀를 그리고, 그녀를 사진에 담는 것은 거기 이미 존재하는 절대적인 관능의 선을 포착하는 일일 따름이다(<말레나>가 상영됐던 베를린영화제에 취재갔던 한 사진기자는 그녀가 나타나자 자신의 손이 신들린 듯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								
		
							
							유리의 성에서 깨어나다,<돌이킬 수 없는>의 모니카 벨루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