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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만났던 감우성은 마르고 검은 얼굴에 머리를 짧게 깎고 있었다. 얼마 뒤에 미루어지기는 했지만 전쟁호러 <알포인트>의 촬영을 준비해두었던 탓이었고, 먼저 도착해 있던 그를 한눈에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이번에도 약속했던 시간보다 30분이나 먼저 지하 바에 도착한 감우성은 웨이브진 머리카락의 그늘 아래에서 이목구비가 섬세하게 솟아오른,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기가 어려운 배우의 모습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흔히 말하는 남자다움이란 군인에 더 가까울 텐데도 지금 이 순간 감우성은 이전보다 남자다웠다. 얼마 전까지 권세가 두렵다 하여 몸을 꺾지는 못했던 사내를 연기했던 탓일까.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드라마가 지워준 이미지의 굴레를 수정하기 시작한 그는 몇년 사이 마치 성장기의 소년처럼 몇번이고 달라져왔던 것이다. 어두운 실내, 셔터 소리가 울릴 정도의 정적. 빼곡하게 러플이 달린 셔츠와 동그라미가 이어진 스카프를 이상해하면서도 기나긴 촬영에 열심히 응해주
늘 변하는 남자, 진화를 꿈꾸는 배우, <왕의 남자>의 감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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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창작자의 인격이란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 있다. <YMCA 야구단> <광식이 동생 광태>를 만든 김현석 감독은 수줍지만 따뜻하고, 썰렁하지만 재밌고, 감성은 올드하지만 재기는 번득이고, 널널한 듯 보이지만 은근히 치밀한, 그런 사람이 아닐까, 막연히 짐작했는데 틀리지 않았다. “그런 감성, 유머,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오나요?”라고 물을 필요도 없이, 김현석 감독의 영화들이 그의 성격과 취향과 경험에서 빚어진 것을 알겠다. 그중에서도 캐릭터와 스토리가 현실에 가장 가까이 내려앉아 있고, 친한 친구들의 이름부터 그 자신의 연애의 추억과 소소한 일화까지 반영했다는 <광식이 동생 광태>는 김현석 감독을 가장 많이 닮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김현석 감독은 대학 시절 처음 쓴 시나리오 <사랑하기 좋은 날>이 영화화되는 행운을 안았다. 두 번째 시나리오 <대행업>까지 시나리오 공모에 당선되자, 참신한 이야기꾼을 찾던 충무로의 프러포
두 번째 작품 <광식이 동생 광태> 만든 김현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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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검>의 공식 시사가 있던 날인 11월14일, 태원엔터테인먼트는 10주년맞이 파티를 열었다. <무영검>의 투자·배급에 참여한 뉴라인의 관계자들을 비롯해 스타급 배우들이 참석한 이 자리는 새벽 4시까지 이어지는 성황을 이뤘다. 다음날, 뉴라인 관계자들을 공항까지 배웅하고 돌아왔다는 정태원 사장은 이내 홍콩에서 날아온 손님들을 맞이해야 했다. <무영검>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해외 배급 계약을 진행하는 와중에, 또 다른 프로젝트 <삼국지: 용의 부활>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속성 복습차 주문했다는 만화 <삼국지> 전집을 펼쳐든 그는 고등학생 시절 자신이 운영했던 치킨 가게의 단골손님이었다는 고 고우영 화백에 대한 추억을 풀어놓았다. 어려서부터 남다른 사업가 기질이 있었던 듯한 그는 이제 ‘글로벌 프로젝트’를 굴리는 프로듀서이자, 영화와 방송과 음악을 아우르는 종합문화 콘텐츠 제작소의 사령관이 돼 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자
<무영검> 개봉 앞두고 <삼국지: 용의 부활> 준비 중인 제작자 정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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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의 단편 <영창 이야기>가 나온 지 정확히 10년이 지났다. 그뒤로도 군대는 쉽게 영화의 배경이 되지 않았고, 된다고 해도 관심을 끌지 못했고, 관심을 끌 만큼 좋은 작품이 부족했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그 소재를 가져와서는 지금 세간의 중심에 서 있다. 놀라운 신인감독이 출현했을 때마다 거치는 의식들은 이미 행할 만큼 다 행했다. <씨네21>은 <용서받지 못한 자>가 호응을 받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동안 여러 번의 기사 할애를 통해 공감을 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만남은 성격이 약간 다르다. 지금 시점에서 이 신인감독에게 정작 필요한 건 무조건적인 찬사가 아니라, 호감 어린 비판이다. 또는 비판으로서의 지지다. 또는 글보다는 말이다. 이 인터뷰는 일종의 불운한 미래의 광경을 미리 경계하기 위해 청한 자리다. 좋은 재능의 한 감독이 초심을 잃고 나쁜 두 번째 영화를 만들게 되는 것, 대중성과 작가성을 동시
<용서받지 못한 자>의 윤종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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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에 시나리오를 받아서, 6시까지 읽고 6시 반에 사무실에 전화를 했다. 하고 싶다고, 해야겠다고. 무엇보다 단번에 읽힌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다. 내가 까불고 껄렁댄다고, 광태에 더 가까울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광태는 자신 없었다. 사실 여자들에 대한 광태의 마음이, 사랑은 아니지 않나. 내가 광식이에 공감한 것은 여자를 대하는 광식이의 방식, 그런 힘든 사랑을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언젠가 짝사랑을 할 때 수화기를 들었다 놨다, 전화를 걸었다 끊었다 하는 내 모습을, 영화로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짝사랑은 사랑하는 마음이 정점에 이른 채로 끝나는 것이다. 상대에게 실망할 일도 없고, 시들해질 일도 없다. 사랑만 가득한 마음이 바로 짝사랑의 본질이고, 그래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생각된다. 광식이 세대의 삼십대 관객이라면, 그런 연애, 그런 정서를 이해할 것 같다.
할 수 있는 연기를 하면서, 범
<광식이 동생 광태>의 김주혁 & 봉태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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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과 봉태규가 형제로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의아했다. 한 군데도 닮지 않은 ‘친형제’라니, 사돈에 팔촌도 아니고, 이건 좀 억지가 심하다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광식이 동생 광태>는 ‘닮은 형제’ 이야기가 아니라, ‘안 닮은 형제’ 이야기였다. 형 광식이는 7년 동안 짝사랑한 여자에게 ‘좋아한다, 사귀자’ 한마디 못하는 소심남이고, 동생 광태는 한 여자랑 열두번 이상 자지 않는 바람둥이다. 계란 노른자와 흰자를 가르듯, 남자의 “배꼽 위 마음과 배꼽 아래 마음”을 나눠 캐릭터로 빚으면, 이들 형제와 같은 모습일 것이다. 서로 다른 의미로 사랑에 미숙하다는 공통점 외에 광식이와 광태는 닮은 데가 없어 보인다. 김주혁과 봉태규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마주 보고 웃고 담소를 나누는 이들 사이의 친밀감이 장난이 아니다. “우리 그런 사이 아니에요.” 끌어안다시피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다가 얼른 팔을 풀고 정색하는 시늉을 할 때도, 가볍게 미소만 지으라는 사진기자의 주
<광식이 동생 광태>의 김주혁 & 봉태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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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낯이 익다. 그런데 누구시더라. 씩씩하게 걸어와 맞은편 소파에 앉은 유준상은 얼마 전 스크린 안에서 만난 모습과 너무 달랐다. 생각해보면 TV에서 어떤 전자제품 판매점으로 가자고 매일같이 우리를 설득하는 유준상 그대로이거늘, 이날 인터뷰의 중심이 됐던 <나의 결혼원정기> 속 희철의 모습과는 아주 판이했기에 순간적으로 당황했던 것이다. 준수한 얼굴과 호리호리한 체구의 배우 유준상보다는 시골 아낙네 스타일의 뽀글 파마와 시커멓게 탄 얼굴, 터질 것 같은 볼, 축 늘어진 뱃살의 농촌총각 희철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대화가 진행되면서 배우 유준상과 예천의 택시기사 희철의 간극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장난기 많고 쾌활하지만 중요한 대목에선 진지함을 잃지 않으려는 그는 유준상이자 희철이었다. 배우로서나 캐릭터로서나 <나의 결혼원정기>는 중요한 구실을 했다. 우즈베키스탄 원정을 통해 인생을 깨닫게 되는 캐릭터 희철이야 두말할 나위 없지
<나의 결혼원정기>의 배우 유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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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함이라는 상태에 이목구비를 갖추고 몸을 만들어 붙인다면 아마 이날의 문정혁이 아닐까 싶다. 약속시간을 훌쩍 넘겨 나타난 문정혁은 피곤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배우’라는 꼬리표보다는 ‘스타’나 ‘아이돌’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그는, 에릭으로서의 일정과 문정혁으로서의 일정을 동시에 소화하느라 무척 지쳐 있었다. 특유의 활짝 피어나는 미소도 없이 나타난 그는, 놀랍게도,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아름다운 피사체가 되어주었다. 노곤한 표정 사이사이 예고도 없이 강렬한 눈빛이 튀어나왔고, 잠시 쉬는 짬이라도 나면 눈을 감고 피로를 다독이다가도 금세 이런저런 포즈를 취해보이곤 했다. 늦은 것 때문에 미안했는지, 문정혁의 매니저는 “새벽 6시까지 일이 있었다”고 둘러댔지만,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은 에릭은 “어제 모처럼 신화 멤버들이 다 모여서 새벽 6시까지 술을 마셨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거짓말보다 털털한 솔직함이 어울리는 이 남자를, 늦었다고 미워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신인
문정혁에 대처하는 에릭의 자세, <6월의 일기>의 배우 문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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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일의 태흥영화 사무실에는 온화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연출부와 제작부로 보이는 청년들이 웅성거리는 테이블 주변의 벽에는 커다랗게 확대된 신별 분석표와 캐스팅표, 촬영 후보지의 사진 등이 단정하게 붙어 있었다. 이 가정집을 개조한 사무실 2층 벽이 빽빽하게 메워져 있다는 얘기는 거대한 작전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징표이기도 하다. 이 작전의 이름은 <천년학>이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연출작’이라는 부제급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게 될 <천년학>은 이청준의 단편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삼으며, <서편제>의 맥락을 잇는 이야기다. <천년학>의 주인공은 의붓아버지 유봉의 광기어린 예술혼 때문에 눈이 먼 송화(오정해)와 유봉과 배다른 동생 송화를 떠났던 동호(김영민)다. 그러니까, <천년학>은 동호가 유봉과 송화 곁을 떠난 뒤부터의 이야기를 재구성하게 된다. 아직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지, 어떤 영화
100번째 작품 <천년학> 준비하는 감독 임권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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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박해일의 표정은 비껴간 것 같았다. 70년도 넘는 세월 동안 삼대에 걸쳐 운영된 작은 이발소에서 사진촬영을 하는 동안, 박해일의 커다란 검은 눈동자는 장난감을 선물받은 어린아이의 그것처럼 유쾌함이 넘실거렸다. 사람들로 둘러싸인 좁은 공간에서 천진한 표정을 요구받던 그는 멋쩍은 듯 웃다가도 초등학생 같은 표정을 천연덕스럽게 지어 보였고, 카메라가 다른 곳을 향해 있는 순간에는 오롯이 혼자 방 안에 있는 것처럼, 혼자만의 놀이를 생각해내는 양 골몰한 얼굴이 되곤 했다. 부모님과 누나가 집에 돌아오기 전, 어두운 방 안에서 불도 안 켜고 가상의 스파이더맨과 대결하곤 했다던 어린 시절에서 그는 멀리 떠나온 것 같지 않았다. <연애의 목적>에서 “지금, 젖었어요?”라고 대담하게 작업의 기술을 펼쳐 보이던 그는 어디로 갔을까 하고 있는데, 그가 씩 웃는다. “(사진을) 여자 목욕탕에서 찍는 건 어때요?”
<소년, 천국에 가다>에서 박해일은 우연한 사고로 순식간에
세상에서 가장 천진한 ‘선수’의 웃음, <소년, 천국에 가다>의 박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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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별 도움 안 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눈물을 쏟다 죽을지도 모르는 월래스와 바지런하고 영리하며 충성심 강하기로는 충견 래시 뺨치는 그로밋의 팬으로서, 그들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단편과 장편을 보고 또 봐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몇 가지 있다. 언 발에 오줌누기 격으로 잠시의 곤궁은 해소해도 결국은 스스로를 곤경에 밀어넣는 기괴한 발명품들을 전문적으로 고안해내는 월래스는 어떻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에게는 왜 가족이 한 ‘사람’도 없는 걸까? 게다가 월래스에게는 친구도 없다. 평범한 남자(?)라면 여자 옷을 투시해 알몸을 보는 기계를 고안하거나, 광속으로 달리는 스포츠카를 생각해내겠지만, 월래스는 어쩐 일인지, 치즈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우주선을 발명(<화려한 외출>)해 거대한 치즈 덩어리인 달로 떠나고, 그로밋을 직접 산책시키는 일도 귀찮아졌는지 생일선물이랍시고 산책용 전자바지를 만들어 선물할 뿐이다(<전자바지 소동>). 월래스보다 더
월래스와 그로밋: 하반신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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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은 여느 배우들과 다르다. 대중과의 만남에 거리낌이 없고, 스스럼이 없다. 벽을 만들기보다, 허물기 위해 무진장 노력한다. 인터뷰 장소로 효창공원 근처의 한 기사식당을 택한 걸 보면 안다. “사회 보러 오셨나요?” 김치찌개를 한술 뜨다 말고 옆 테이블에서 날아든 질문에 싫은 내색 않고 일일이 사정을 일러주는 걸 보면, 더더욱 그렇다. 마땅한 인터뷰 장소가 없나 재차 고민하다 결국 밥숟갈 놓고 자리를 뜨는 기자의 뒤통수에 그가 던진 한마디. “내가 무슨 심은하야? 같이 걸어다니면서 이야기하면 되는 거지.” 그러니 인터뷰도 매한가지다. 날을 세운들 소용없다. 언제나 그랬듯이, 담소(談笑)가 되고 마니까. <질투는 나의 힘>(2002) 이후 한동안 여의도에서 활동하다 <오로라공주>의 오성호 형사 역을 맡아 충무로로 회귀한 ‘배우’ 문성근을 만났다.
-새벽에 산에 다녀왔나? 등산복 차림인데.
=요즘 나 양복 잘 안 입는다.
-등산복이 평상복인 셈인가.
3년 만에 배우로 복귀한 <오로라공주>의 문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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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독일 개봉 당시 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성공을 거둔 영화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 영화는 2차대전의 막바지에 이른 1943년 2월, 독일 내 반정부 단체 백장미단의 일원이었던 소피 숄의 마지막을 세심하게 재연했다. 극장용 드라마영화를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마르크 로테문트 감독은 1968년생.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그는 뮌헨대학에서 반나치 리플릿을 배포한 혐의로 체포된 한스 숄과 소피 숄 남매의 믿을 수 없을 만큼 의연한 최후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인지가 궁금했고, 관객이 주인공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영화를 만들었다. 영웅으로 죽어간 평범한 소녀의 용기를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 그 어떤 정치사상과 논리를 익히는 것보다 큰 힘을 지닌다고 믿었던 탓이다. 지난 10월8일. 영화제의 열기가 한껏 달아오른 부산에서 로테문트 감독을 만났다. 영화적이고 형식적인 야심보다는 관객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의 마르크 로테문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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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는 두렵다고 했다. 데뷔한 지 10년이 훨씬 넘었고, 가수로 이미 성공을 거두었으며, 최근 TV와 영화에서 실패한 적이 없는 그녀가, <오로라공주>의 개봉을 앞두고는 두렵다고 말했다. 먼저 개봉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 이상적인 흥행성적을 기록하는 이런 상황에서 들을 거라고 생각했던 말은 아니었다. <오로라공주>가 지금까지 했던 배역과 전혀 다르다는 걸 염두에 두지 않으면 으레 하는 말로 흘려들을 법한 소리다.
<오로라공주>는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정순정이라는 여자의 이야기다. 충격적인 첫 번째 살인, 곧 이은 다음, 또 다음 살인사건들. 연쇄살인의 이유를 찾는, 범인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알고 시작하는 이 영화에서 모든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살인자 정순정을 연기한 엄정화의 어깨는 당연히 무거웠을 것이다. 친한 사이인 <오로라공주>의 음악감독 정재형이 가지고 있던 시나리오를 뺏어 읽은 뒤, 엄정화 본인이 직접
연쇄살인자를 연기하는 여배우의 도발, <오로라공주>의 엄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