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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축축한 런던 거리를 유령처럼 쏘다니는 이 남자는 확실히 정상이 아니다. 구부정한 자세로 불편한 걸음을 뻗으며, 시종 알 수 없는 말을 혼자서 중얼거리고, 수시로 해독 불능의 상형문자를 노트에 휘갈기는 그는 보는 이의 마음속에 그늘을 만드는 존재다. 깨어진 거울 속 이미지처럼 조각난 기억 또는 자아의 파편을 짜맞추는 사내의 이야기 <스파이더>는 과연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작품답다. 하지만 <스파이더>가 이룬 성취를 전적으로 감독 몫으로 돌린다면 그건 부당한 일이다. 스스로를 완전히 ‘거미-인간’으로 변화시킨 레이프 파인즈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그저 ‘스파이더 맨’이 됐을지도 모른다(그는 자신의 이름이 영어 고어의 발음을 따라 ‘레이프’라고 발음한다고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사실, 태생부터 <스파이더>는 레이프 파인즈를 빼놓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가 프로듀서 캐서린 베일리와 함께 이 시나리오를 접한 것은 1998년으
암흑을 사랑하는 선굵은 정통파, <스파이더>의 레이프 파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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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힘>에서 여주인공 지숙(오윤홍)과 술을 마시다가 취해 아파트 테라스에 매달리던 경찰관을 기억하는가. 스크린에 담긴 카메라 앵글 밖의 촬영현장에는 그가 떨어질까봐 이삿짐 사다리차에서 노심초사하던 연출부가 있었다. 그 연출부는 풋풋한 신인이던 경찰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훗날 내가 내 영화를 만들면 꼭 당신과 작업하고 싶다”고. 풋풋한 신인이던 김유석이 결국 약속을 지킨 민병국 감독에게 새롭게 받아 쥔 역할이 <가능한 변화들>의 종규다. 김유석은 연기자인 동시에 연기를 가르치는 선생이다. 러시아 쉐브킨대학에서 2년, 슈킨에서 2년간 스타니슬라프스키론에 입각한 시스템 안에서 연기를 배운 그는 강단뿐 아니라 “그를 끝까지 믿어줬고 스스로 책임감을 느낀다는” 극단 미추에서도 7년을 가르쳤다. “선생님이라기보다는 코치에 가깝죠”라고 말하지만 김유석은 자신이 경험한 러시아의 교육체계와 국내 예술교육의 장단점을 세세하게 지적할 만큼 꼼꼼하다. “다른 건 몰라도 교육
물 같은 남자, 칼 같은 배우, <가능한 변화들>의 배우 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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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32)은 조총련계 고등학교를 나와 대학을 다니던 중, ‘무작정 영화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뛰어든 재일한국인 영화감독’이다. 그에게도 “언젠가 정체성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긴 하다”. 하지만 단편영화 <청>(2000)과 장편 데뷔작 <보더 라인>(2003) 이후 만든 두 번째 장편영화 <69>(2004)의 주인공들을 보면 그 시기가 지금은 아닌 것 같다. <69>는 ‘무작정 축제를 열겠다고 마음먹은 1969년 남자 고등학생들’의 무용담이다. 감독의 말을 듣다보면 그해 나온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부치와 선댄스식 막무가내 모험에도 겹친다. 영화 개봉에 맞춰 한국에 온 이상일 감독은 “지금 우리가 보고 싶은 69년을 그리고 싶었다”고 들려준다.
-영화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일본의 시네콰논 영화사 이봉우 대표를 찾아가 “영화를 하고 싶다”고 말한 걸로 알고 있다. 용감하다.
=용감이
영화 <69>의 이상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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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스왱크가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소년은 울지 않는다>(1999)에 이어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자 미국 언론은 그녀가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고 말했다. 배우가 되자고 결심하고 엄마와 단 둘이 LA행을 감행했던 열여섯살 때, 스왱크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소녀였다. 주머니에는 75달러와 주유카드만 들어 있었다. 그녀가 등을 돌린 고향집은 땅에 뿌리를 내린 주택이 아니라 바퀴달린 트레일러였고, 그녀가 가진 것은 우악스런 턱선과 돌출형의 구강구조, 허스키한 목소리와 튼튼한 몸이었다. 외동딸로 자란 아이의 보글보글하고 고운 인상이 아니라.
그러니 그것은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니다. 신데렐라는 얼굴이 재투성이어도 예뻤으니까. 왕자님은 요정이 바꿔놓은 신데렐라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했던 것이니까. 스왱크는 <소년은 울지 않는다>에 대한 호평과 오스카 수상으로 3천달러 받던 개런티를 300만달러까지 받게 됐지만, 그로부터 2년 뒤
오스카가 사랑한 소녀,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힐러리 스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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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이란 지독히 반어적인, 그리하여 상투적이기까지 제목. 인생이란 실은 달콤하지 않을뿐더러 달콤하더라도 그 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가버릴 것이란 암시가 아닌가.
앞날은 온통 장밋빛일 듯한 잘빠진 사내의 추락담인 김지운의 누아르 <달콤한 인생>의 주인공이 이병헌이라는 건 의외로 신선하지 않다. 이병헌 말고 누가 이보다 더 근사하고 절망적인 추락을 보여줄 수 있을까. 보스인 강 사장(김영철)이 절대 신뢰할 정도로 성실하며, 그 지위가 강 사장 바로 아래일 만큼 연륜도 있어야 하되, 강 사장의 숨겨둔 정부를 보자마자 설렐 정도로 소년 같은 데가 있어야 하며, 까닭없이 강 사장의 뜻을 거스를 만큼 반항아 기질도 있어야 한다. 복수의 순간조차도, <킬 빌>의 경구처럼 차가운 음식 먹듯이 하는 게 아니라 그 순간에 와락 눈물이 가득 고이는 커다란 눈이 있으면 더 좋다. 이쯤 되면 이병헌 말고 누군가를 생각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겨드랑이에
달콤한 남자, 이카로스가 되다,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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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에가 돌아왔다. 깜찍한 표정과 기이한 행동, 때묻지 않은 발칙함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오드리 토투가 이번에는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면서도 전쟁 중에 실종된 약혼자를 찾기 위해 프랑스 전역을 헤매는 순정파 소녀 마틸드로 돌아왔다. 장 피에르 주네의 신작 <인게이지먼트>에서 다시 주연을 맡음으로써 주네의 뮤즈임을 확인시킨 그녀를 몽마르트르가 아닌 베벌리힐스에서 만났다. 프랑스 스탭과 배우들로 완성됐음에도 워너브러더스의 투자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프랑스영화인지 미국영화인지 논쟁에 휩쓸려 있는 영화이니만큼 전세계의 영화 홍보를 위해 미국에 불려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이전 영화들과는 사뭇 다른 정통 순정멜로에 도전한 주네의 주문에 맞춰 오드리 토투는 아멜리에의 짓궂은 표정을 깨끗이 지우고, 지고지순한 사랑에 목숨을 거는 고전적이면서도 강인한 여인상을 연기했다.
실제로 만난 그녀는 아멜리에와 마틸드의 중간쯤이랄까. 할리우드 여배우였다면
세상의 끝에서 사랑을 외치다, <인게이지먼트>의 오드리 토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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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애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일주일에 사나흘은 드라마 <해신> 촬영장에서 먹고 잔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쉼없이 촬영이 이어지는 게 다반사다. 인터뷰가 있던 바로 전날도 20시간 가까이 민속촌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런데도 피곤하다는 내색은 좀처럼 안 한다. “음… 저, 체력이 좋거든요.” 인터뷰를 끝내자마자 곧바로 드라마 주촬영지인 전남 완도로 떠나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지만, 본인은 “투정부릴 시간 있으면 눈붙여야죠”라며 태연하게 답한다. 차에서 새우잠을 청해야 하는 생활을 시작한 지도 벌써 반년, 그는 “<가족> 찍을 때도 드라마를 같이 했었거든요. 아마 그때부터 단련이 됐나봐요”라고 덧붙인다.
250만 관객을 울린 대가로 한꺼번에 안은 트로피가 ‘보약’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수애는 지난해 연말 “서글픔과 당당함이 묘하게 공존하는 개성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신인으로 뽑혔고 각종 영화상 신인
대본을 놓치않는 열성파, <나의 결혼 원정기>의 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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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왔다. <펄프 픽션>의 우마 서먼에게 빌려온 듯한 가발에 자극적인 주황색 운동복을 입고, 녹슨 낫을 든 그 모습이 외계인 같다. 여운계, 김을동, 김수미. 점잖고 당당하며 인자했던, 안방극장의 마님들이 <마파도> 포스터를 위해 기꺼이 망가진 것이다. 마파도를 지키느라 동분서주했던 이들은, 최고의 지성 회장댁으로, 여장부 여수댁으로, 신기어린 욕쟁이 진안댁으로, 그간의 이미지를 절묘하게 변주한 캐릭터를 맡아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불태웠더랬다.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한때 멜로물의 주연급으로 스크린을 누볐다는 이들은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배우는 모두 같다고 말한다. 깐깐한 태도로 완성된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건 작업에 최선을 다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요, 화면에서 최대한 예뻐 보이고 싶은 건 모든 배우의 솔직한 심정. 그만큼 열정과 애정이 크다는 이야기다.
-오랫동안 조연이나 감초 역할을 맡아왔다. 주연급(?) 캐스팅을 제안한 <마파도>
<마파도>의 세 배우, 여운계·김을동·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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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시카고, 플로리다, 피닉스, 샌디에이고, 시애틀, 댈러스, 캔자스, 뉴욕. 어느 록 밴드의 전미 투어 일정을 연상시키는 이 명단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주요 상들을 차지한 영화비평가협회들이다. 물론 전미비평가협회, 골든글로브도 예외없이 기립박수와 갈채를 보냈다. 벌써부터 또 다른 거장 마틴 스코시즈의 아카데미 감독상 도전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흉흉한 예측도 공공연하게 나도는 중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할리우드에서 75살의 나이로 현역감독 겸 배우로 활동하는 것, 그 존재만으로도 경의를 표할 만하다. 심지어 만들어내는 영화의 내공은 무협지에 나오는 한 문파의 장문인처럼 갈수록 높아져만 간다. 인터뷰 안 하기로 소문난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아카데미를 코앞에 두고 서면 질문지를 보냈을 때는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이 노회한 거장은 자신이 만들어낸 영화의 깊이만큼 꼼꼼한 답신으로 질문에 응해 시름을 덜어줬다. 냉소적인 눈빛을 지닌 총잡이,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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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영화제는 이제 루비콘강을 건넜다. 김홍준 감독에 대한 일방적인 해촉을 시작으로, 신임 정홍택 집행위원장의 돌발적인 사퇴, 집행위원장 없이 영화제를 진행하겠다는 이사회의 폭탄선언에 이어 부천시쪽은 드디어 기존 프로그래머 해고라는 마지막 방아쇠를 당겼다. 문화적 무지를 넘어서 행정적 파시즘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는 부천시장과 이사회의 이번 행보에 국내외 영화계는 경악하는 중이다. 한국독립영화협의회와 한국제작가협회의 출품거부로 올해 부천영화제에는 사실상 한국영화가 봉쇄된 상황. 외국의 반발은 한술 더 뜬다. <씨네21> 온라인에 게재된 해외영화인 17명의 성난 편지만으로도 그들의 분노는 쉽게 읽힌다. 이번 사태의 피해자 겸 가장 확실한 목격자들을 지난 주말에 만났다. 지난 2월20일 오후 청년필름 사무실에서 만난 두명의 전 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영덕과 김도혜씨는 예상외로 담담했다. 그들과 어처구니없는 이 사태의 정치적 문제에 초점을 맞춘 인터뷰를 하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영덕, 김도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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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로봇>을 보던 윌 스미스의 네살배기 딸이 불쑥 던진 한마디. “아빠, 이제 지구는 그만 지켜.” 툭하면 외계인이나 로봇과 드잡이를 벌이며, 달리고 넘어지고 치고받는 아빠가 안타깝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했을 것이다. 어린 딸의 조언은 시의적절했다. 베벌리힐스를 누비던 힙합 키드는 어느덧 중후함이 어울리는 나이 서른여섯이 되었고, 전환점을 찾고 있었다. 너무 거창하거나 생뚱맞아 보이지 않을 자연스러운 변신이 필요한 시점. <Mr. 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는 그때 그를 찾아왔다.
“히치는 카리스마가 있고 여자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는 도시의 완벽남으로, 여자들을 사로잡는 법을 지도한다. 세련되고, 현대적이고, 남자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로맨틱코미디라는 점에서, 그에게 어울린다.” 윌 스미스의 오랜 동료이자 <Mr. 히치…>의 프로듀서인 제임스 라시터의 증언이다. 하긴 연애의 노하우를 일러주는 윌 스미스에게 ‘너나 잘하셔’라고 응수할 남
“이제 지구는 그만 지키련다”, 의 윌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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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반장 누구야?” 2002년 <공공의 적>이 개봉했을 때 관객은 아마도 서로에게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강력반에 새로 부임해 수사에 힘을 불어넣고, 감찰반으로부터 부하 직원들을 보호하는 강직한 반장 역을 맡은 배우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만약 그중 연극 공연장을 더러 찾아온 친구가 끼어 있었다면, 답은 쉽게 튀어나왔을 터. 하지만 대학로와 거리를 두고 살아온 ‘보통 관객’으로서는 그가 1980년 연극계에 입문해 <칠수와 만수> <변방에 우짖는 새> <김치국씨 환장하다> <날 보러 와요> <진술> 등 30여편 연극무대의 주인공이었으며, 연극계의 온갖 상을 대부분 품에 안아본 배우 강신일(45)이라는 사실은 알아차리지 못했으리라. <공공의 적> 이후 그는 <광복절특사> <청풍명월> <천년호> <실미도> <썸> 등에 출연하면서 천천히 자신의 존재를
<공공의 적2>의 배우 강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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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폭스는 밋밋한 흑인 남자의 얼굴을 지녔다. 덴젤 워싱턴처럼 지적인 미남형도 아니고, 윌 스미스처럼 세련되거나 친근하지도 않다. 크리스 록이나 마틴 로렌스처럼 익살맞은 장난꾸러기 이미지도 아니고, 포레스트 휘태거나 로렌스 피시번처럼 영묘한 카리스마를 풍기지도 않는다. 어느 누구도 아니고, 어느 누구도 될 수 있는 얼굴. 그래서일까. 폭스는 장르와 캐릭터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자유로운 행보를 보여왔다. 심지어 그의 분신들은 시작과 끝이 확연히 다르다. 필드에 오바이트를 해대는 소심남에서, 감독의 작전을 무시하는 기고만장 벼락 스타로, 다시 팀워크의 교훈을 깨닫고 진정한 팀 플레이어로 거듭나는 쿼터백의 다이내믹한 변화를 보자(<애니 기븐 선데이>). 무하마드 알리의 정신적 지주였다가, 마약의 유혹에 챔피언 벨트를 팔아먹는 파렴치한으로 추락하던 모습도 있었다(<알리>). 악질 킬러에게 끌려다니다, 공모자가 되길 거부하며 몸부림치던 <콜래트럴>의 택시
젊은 레이 찰스의 환생, <레이>의 제이미 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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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표정으로 세상을 건너는 여자가 있다. 참혹한 기억을 품고도 그는 식물처럼 덤덤하기만 하다. 거센 세상의 물살에도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는 태도에서 느껴지는 것은 씩씩함이 아니라 포기와 체념이다. 머리 위로 부는 바람에도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주제에, 그 무엇을 향해서도 손을 뻗으려 하지 않는 단호함만이 그를 지탱하고 있다. 처음엔 그런 정혜가 안쓰럽다가,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답답함으로 화가 치밀 지경이다. 스스로를 끝없이 감춤으로써 생존을 향한 본능을 불태우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의외로 많을 수 있겠지만, 끝내 눈에 띄지는 않게 마련. 그러니까 이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장편영화 <여자, 정혜>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처음부터 감수해야 했다. 만든 감독이나, 출연한 배우나 영화 속 정혜처럼 한없이 외로워질 각오를 해야만 한다. 고집스런 신인감독 이윤기의 행보에 기꺼이 동참한 용감한 얼굴이 궁금해진다. 이는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동적인, 14년만의 외출, <여자, 정혜>의 김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