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두나는 <괴물>의 남주가 “나중에는 게릴라 같은 모습으로” 괴물을 쫓아다닌다고 표현했다. 모습만 게릴라 같은 게 아니라, 촬영현장에서도 남자배우들이 많다보니 스스로 너무 거칠어진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양궁을 배우느라 생긴 어깨 통증은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괴물>이 흥행에 성공하면 <괴물>은 배두나가 출연한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한 영화로 기억되겠지만, 배두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건 완성된 영화의 흥행 여부보다는 새로 찍을 작품에 대한 설렘이다. 배두나는 런던에서 찍은 사진에 글을 쓴 책 발간을 앞두고 있고, 가을 즈음에는 새 영화도 찍을 생각이다.
-눈물 연기를 할 때 티어스틱을 사용해서 인공적으로 눈물을 만들지 못한다고 했다. <괴물>의 합동장례식장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감정적으로도 격앙된 느낌인데다 꽤 길어서 매번 감정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4일인가 5일 동
<괴물>의 배두나, 나의 본질은 유체이탈
-
이럴 때 쓰는 말이 있다. 표정관리가 안 된다는. 다소 심각한 얼굴로 촬영장을 찾았던 송강호는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연신 트레이드 마크인 ‘으하하하하하∼’ 하는 웃음을 날리고 있다. <친절한 금자씨>의 카메오 역과 <마다가스카>의 목소리 연기를 제외하면, <남극일기> 이후 1년2개월 만에 대중 앞에 나서는 그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굳이 묻지 않아도 <괴물>이 연기에 대해 욕심 많기로 소문난 그의 기대를 채워줬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가 자신의 연기보다 봉준호 감독과 영화에 대해서 더 말하고 싶어하는 것도 ‘어차피 영화를 보면 다 알 텐데’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자리하는 탓이리라.
-들리는 얘기도 그렇고, 현장에서 만났을 때도 그렇고, <괴물>을 하면서는 유달리 의욕을 불태웠던 것 같다.
=배우 입장에서 어떤 작품이든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지금 찍고 있는 <우아한 세계>도 그렇고, 그 이전에 찍었
<괴물>의 송강호, 폼나지 않아도 괜찮아~
-
“어이구, 우리 아성이 벌써 숙녀가 됐네.” 오랜만에 다시 모인 ‘가족’들이 던진 말은 사실이다. 고아성 스스로도 “내가 크는 게 느껴진다”고 말할 정도니까. 물론 그동안 이 중학교 2학년생 ‘꼬마 숙녀’의 몸만 쑥 자란 건 아닐 것이다. 똑 부러지는 연기를 선보이는 영화 데뷔작 <괴물>을 통해 고아성은 덧니가 귀여운 아역에서 한명의 배우로 자리매김한 게 틀림없으니 말이다.
-첫 영화를 보니까 어땠나.
=보기 전에는 내가 출연한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객관적으로 보려 했는데 결국엔 떨쳐낼 수 없더라. 내가 처음 한 영화니까 그런 부분에만 계속 감동받게 되더라. (웃음)
-본인의 연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잘했다, 못했다, 이런 게 아니라, 한편으로는 대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정말 창피하기도 하다. 모든 게 아쉽긴 한데, 다시 촬영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고생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시 하면 저런 감정이 나올 것 같지 않아서.
-<괴물>에는
<괴물>의 고아성, 꼬마 숙녀의 떨리는 가슴
-
송강호부터 고아성까지 <괴물>의 연기자들은 하나같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지만, 변희봉이야말로 진정한 발견이라 할 만하다. 그동안 어수룩하거나 비딱한 성품의 인물을 연기해왔던 변희봉은 <괴물>에서 인상적인 한순간을 보여준다. 자식들과 손녀를 위해서 정의롭고 강인한 모습을 드러내는 그의 모습은 기존의 허허실실 이미지를 뒤집어버린다. 예순이 다 되어가던 2000년,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를 통해 ‘재발견’된 그의 연기는 <괴물>을 통해 다시금 한발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면서도 “모든 공은 감독에게 있다”면서 자신을 낮추는 그의 모습은 한없이 넓은 등을 가진 우리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현장에서 만났을 때 <괴물>이 그동안 연기생활에서 가장 좋고 흐뭇하다고 말했었는데.
=그건 이번에 봉준호 감독에게 출연 제의를 받았고, 그로써 그의 영화 세편에 모두 출연하게 됐다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배우로서 정말로 흐뭇하고 좋다는
<괴물>의 변희봉, 아버지는 언제나 변신 중
-
-
표지사진을 찍기 위해 <괴물>의 다섯 배우들, 변희봉,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 고아성이 한자리에 모였다. 가족의 막내 고아성의 생일파티라는 사진 촬영 컨셉을 들은 배우들은 영화에서 연기하지 못했던 ‘한데 모인 따뜻한 한때’를 연출해달라는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면서도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다섯 사람은, 놀랍고도 당연하게도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살가운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아무리 CG가 발달해도 만들어낼 수 없는 생생하고 절절한 인간적인 표정을 보여준 다섯 배우들과 함께한 즐거운 오후의 초상.
<괴물>의 변희봉,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 고아성
-
많은 인터뷰에서 김태우를 모범생이라 했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김태우는 모범생이라는 답답한 단어 속에 우겨넣기 힘든 인물이었다. 모범생이라 부르기에 그의 혀끝은 지나치게 재치있고 날카로웠다. 풍성한 화법을 사용하는 그는 간간이 누군가를 흉내내거나 손짓을 사용하는 것으로 문답에 생기를 더하곤 했다. 지금까지 9편의 장편영화에 출연한 스크린 속 김태우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연기한 인물들은 일견 평범하지만, 어떤 것에 몰입하거나 누군가를 배반하거나 혹은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는 점에서 제각각의 강렬함을 지니고 있다. 예비 영화감독 헌준은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지만 옛사랑 선화에겐 비열하기 짝이 없다(<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정신과 의사 석원은 치료를 받으러 찾아온 환자를 탐닉하다 결국 그녀가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도록 최면을 걸기에 이른다(<얼굴없는 미녀>). 시니컬한 학원 선생 재섭은 당돌한 여고생을 만난 뒤 그녀에게 한없이 빠져든다(<버스, 정류장>)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 청춘에게 고함>의 김태우
-
사실 그녀가 꽃이 아니었던 적이 있었을까. 열여섯에 데뷔한 화제의 하이틴 스타로, 불굴의 여성 기업인에서 신경증에 사로잡힌 미녀까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든 히로인으로, 20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김혜수는 한번도 스타덤 밖으로 밀려난 적 없는 희귀하고도 화려한 꽃이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엔 꽃을 든 남자들을 만났다. ‘대한민국 미남미녀’가 아닌 돈과 욕망의 꽃, 화투를 든 남자들이다. 꽃 하나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건 <타짜>의 세상에 ‘도박판의 꽃’ 정 마담 김혜수가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욕망에 철저히 충실한 여자죠.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고, 거기에 대해서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여자가 바로 정 마담이에요.” 타짜들을 불러모아 판을 운영하고 수익을 챙기는 도박 세계의 여왕벌 정 마담은 놀랍게도 김혜수의 스크린 연기 역사상 최초의 악역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정말 하고는 싶은데, 저랑 너무 닮은 면이 없어서 과연
20년 연기경력, 모험은 끝나지 않았다, <타짜>의 김혜수
-
지난 5월 촬영 종료를 며칠 앞둔 부산의 현장에서 만난 안병기 감독은 조금 지쳐 보였다. 도저히 피로를 느낄 것 같지 않은 기골장대한 감독은 네 번째 공포영화에 대한 중압감으로 인해 눈 밑 다크서클이 완연했다. 시나리오가 7고까지 나왔던 지난해 여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때 안병기 감독은 “여태껏 만들어온 영화를 정리하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는데 시나리오만 7고째 쓰다가 지쳐서 쉬고 있다”는 고충을 막막하게 털어놓았다. 게다가 개봉을 눈앞에 둔 지난 6월22일에는 <아파트>의 배경이 된 아파트 입주민들이 영화에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안병기 감독은 개봉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담담하게 말하지만 오랜 시간 부담감을 안고 만들어온 작품이라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것이다.
이게 다 공포영화만 고집해온 덕이고 탓이려니. 그동안 공포영화는 그만 만들겠다고 종종 말해오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감독은 로버트 저메키스의 <왓 라이즈 비니스&g
우리에겐 축적된 공포문화가 없다, <아파트> 안병기 감독
-
강우석과 조재현, 전작 <실미도>로 1천만 관객을 불러모았던 감독과 아직까지 ‘김기덕의 페르소나’ 이미지가 남아 있는 배우의 만남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블록버스터와 저예산영화의 만남? 양지와 음지의 조화? 직설화법과 간접화법의 절충? 영화 <한반도>의 조합은 이렇게 낯설었다. 특히 한강 다리 밑에서 시작된 조재현의 발자취가 미군 기지촌과 사창가를 거쳐 한반도로 이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에 강우석 감독이 출연 제의를 해왔을 땐 나도 의아했다. 강 감독과 나는 잘 맞지 않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게다가 한반도 역사를 다룬 영화라고? 나는 보통 국민보다도 국가관이 철저하지 못한 사람이다.” 조재현은 강우석 감독의 신작 <한반도>에서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사학자 최민재를 연기했다. “애국심? 김기덕 영화에 출연했던 내가 무슨 애국심이 있었겠나? 그냥 그건 내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후 그는 ‘애국심 만들기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매
결핍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한반도>의 조재현
-
현영은 특이한 케이스다. 대중에게 한번 낙인 찍히면 좀처럼 일어서기 쉽지 않은데, 현영은 비호감 연예인이라는 딱지를 결국 떼냈다. 대단한 건 자신의 캐릭터를 버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때 공격 대상이었던 웽웽거리는 하이톤의 비음은 언제부턴가 묘한 개성으로 바뀌었고, 대중은 점점 엔터테이너 현영에게 중독되어갔다. 평소 현영의 <누나의 꿈> 후렴구를 몇 차례 흥얼거렸다는 이유로 떠밀려 나간 인터뷰. 6월28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에서 류승범, 임창정과 함께 목소리 연기에 참여한 것이 만남의 계기였다. 안티 팬들의 악플 공세를 뚫고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는 신데렐라처럼 그냥 운이 좋았던 것일까. 아니면 남모르게 발버둥쳤을까.(독특한 말투를 살리려고 경어체를 썼으나 하이톤 비음까지 재연할 순 없었다. 기이한 목소리를 떠올리면서 문답을 따르시길.)
-인터뷰 약속 잡기가 쉽지 않더군요.
=<아치와 씨팍> 무대인
<조폭마누라3> <아치와 씨팍>의 현영
-
인터뷰에 익숙한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송윤아는 자기가 받게 될 질문들을 몇개 짐작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2004년 <페이스>에 이어 ‘두 번째 공포영화에 출연한 것’에 대한 질문이었다. 기자의 질문이 두 번째 공포물에 방점이 찍혔든, 단순히 신작의 출연 계기에 방점이 찍혔든 송윤아는 인터뷰의 서두를 조금 불편해했다. “공포물을 다시 해봐야겠다는 것 때문에 선택한 건 아니에요. 연기자로서 저는 그냥 또 한 작품을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는데 장르물이다보니 주변에서 공포영화를 강조하는 거 같아요.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아랑>이 스토리에 중점을 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한번에 읽히는 시나리오였고, 억지스럽지 않고 치밀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와 같은 평범한 대답, 본인의 말로는 “가식적인 인터뷰”가 얼마간 흐른 뒤 그는 돌연 태도를 바꾸어 솔직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편집본을 봤는데, 내 연기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고요.”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
현실에서 길을 찾다, <아랑>의 송윤아
-
“괴물 같은 배우다.” 윤제문(36)을 두고 <남극일기>의 임필성 감독은 그렇게 잘라 말한다. <열혈남아>의 이정범 감독 또한 다르지 않다. “평소에는 무표정 심드렁인데 카메라 앞에 서면 달라진다. 마지막 장면 촬영 때는 (설)경구 형이랑 붙어서 기를 뿜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대단하더라.” 자신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라고 치켜세우는 건 아니다. <비열한 거리>의 중간보스 상철은 그동안 눈에 쉽사리 띄지 않았던 배우 윤제문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남극일기>의 죽음의 크레바스를 향해 걷는 부대원을, <너는 내 운명>에서 외국인 아내와 함께 사는 재호를, <로망스>에서 권력에 빌붙은 악질 형사반장을, 굳이 떠올릴 필요는 없다. 눈빛 하나로 ‘진짜’를 만드는 배우 윤제문을 뒤늦게 대학로에서 만났다.
-6월18일까지 연극한다고 들었다.
=오늘도 한다. 오후 7시30분에.
-한국이랑 토고랑 축구하는 날인데.
=끝나면 바로 축
<비열한 거리>의 윤제문
-
날카로운 강철 손톱과 얼굴선을 따라 뒤덮인 구레나룻의 히어로 울버린. 과거의 기억을 찾아 헤매던 외로운 전사가 최후의 전쟁에 뛰어들기까지 6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건 대타로 울버린의 역할을 낚아챘던 호주 사나이 휴 잭맨이 ‘남반구의 가장 섹시한 수출품’이라는 별명을 지닌 할리우드 스타가 되기까지의 세월이기도 하다. <엑스맨: 최후의 전쟁>의 휴 잭맨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가 도착한 날은 공교롭게도 토고와 한국의 월드컵 경기가 있었던 지난 6월13일. 조심스레 “호주 국가대표팀의 승리를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더니 “한국팀의 승리를 축하한다. 어젯밤에 경기를 보느라 한숨도 못 잤다”는 답례가 돌아온다. “안녕… 안녕하세요.” 장신의 할리우드 스타가 간밤에 급히 외운 듯한 인사를 정확하게 발음하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울버린의 거친 숨소리를 떠올리기란 쉽지가 않다. 휴 잭맨은 인터뷰를 마친 뒤 수천명의 팬들이 운집한 레드 카펫 행사를 남반구의 태양 같은 미소로 끝내고 돌아갔다
<액스맨: 최후의 전쟁> 홍보차 내한한 휴 잭맨
-
프롤로그
소문이란 게 원래 믿을 것이 못 되지만 그래도 소문에 잠시 귀를 기울여보자면, 고소영은 까탈스러운 디바다. 그날의 시작을 한번 되감아보자. 촬영을 위해 복도의 창문을 판자로 막는 대공사를 거친 3층짜리 카페 겸 게스트 하우스. 시간에 딱 맞춰 현장에 도착한 고소영에게 사진기자가 의상 컨셉을 설명한다. 돌아온 것은 왠지 퉁명스러운 한마디. “만약 제 몸에 맞지 않으면 그건 못 입어요.” 유난히 후끈한 날이었다. 촬영도 후끈해지겠구나 싶었다. 제 몸에 맞지 않으면 못 입어요. 그 첫마디가 질낮은 대패로 비벼댄 나뭇결처럼 까칠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였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고소영은 완벽하게 준.비.완.료.였다.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그는 3층 건물을 3시간 동안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었다. 완벽한 옷을 까다롭게 고르지만, 일단 몸에 맞는 옷을 찾으면 후회없이 돌진하는 배우. 그렇지. 고소영은 신인배우가 아니지. 4년을 쉬었다고 13년차 배우의 노련함이 사라진
나는 나를 사랑할 권리가 있다, <아파트>의 고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