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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형사, 진작 이렇게 하고 다녔어야지~.” 표지 촬영 중 포즈를 취하던 송강호가 이나영에게 농담을 건넨다. 송강호의 농담에 스튜디오의 모든 스탭들은 자지러지고 이나영은 쑥스러워하는 눈치다. 송강호와 이나영은 유하 감독의 스릴러영화 <하울링>에서 파트너 형사로 출연한다. 논두렁을 구르던 <살인의 추억>의 박두만 이후 9년 만에 형사 역할로 돌아온 송강호는 승진에 매번 실패하고 말썽만 일으키는 아들을 둔 생활형 형사 조상길로 출연한다. 이나영은 오토바이 순찰대 출신으로 강력계에 갓 들어온 형사 차은영을 연기한다. 흔하지 않은 남녀 파트너 형사로 만난 둘은 살인을 한 늑대개와 연루된 사건을 좇는다. 송강호의 연기에서 여유로운 연륜을 기대할 수 있다면 이나영에게서는 첫 형사 연기의 패기가 엿보인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하울링>의 두 형사와 똑 닮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가운데 한 사람인 고참 송강호와 신참은 아니지만 스스로 신참임을 자처하는
[송강호, 이나영] 연륜과 패기의 파트너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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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장발이 아니어서… 누군지.
=형배(하정우)의 지시로 익현(최민식)을 형님처럼 모시지만, 사실 그가 자기 자리를 뺏는 것 같아 내내 못마땅한 형배의 오른팔 박창우를 연기했다. 속마음이 어떤지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저도 안 해본 거 없이 다 해봤습니다”라는 대사처럼 산전수전 다 겪은 친구다.
-대학로에서 활동하다 첫 번째 영화 출연작에서 무척 큰 역할을 맡았다.
=몇번 오디션을 보긴 했지만 영화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개인적으로 절박한 상황이어서 합격이 큰 힘이 됐다. 대구 출신이라 사투리 구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웃음)
-연극 <보고 싶습니다> <라이어>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우연히 <보고 싶습니다>라는 연극에 대해 알게 된 뒤 미친 듯이 주인공 ‘손독희’를 연기하고 싶었고 그게 결국 서울 대학로로 올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어딘가 거칠면서도 섬세한, 그리움이 가득한 연극이다. 그리고 <라이어&
[who are you] 김성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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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적인 외모와 달리 가지고 오는 시나리오는 정말 골때린다.” 이석훈 감독의 전작 <방과후 옥상> <두 얼굴의 여친>을 함께한 스탭에게 그가 어떤 감독이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인터뷰 장소에 들어온 이석훈 감독을 보니 확실히 외모는 모범생처럼 보였다. 이 얘기를 들은 그는 웃으면서 말한다. “학교를 졸업한 뒤 스크립터로 현장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때 오전 9시에 편집실에 출근해 순서편집하고 오후 5시에 퇴근했다. 규칙적인 패턴으로 일을 하다보니 ‘공무원’, ‘법대생’, 그런 별명이 많이 붙었다.” 영화는 감독을 닮는다더니 <댄싱퀸> 역시 모범적인 코미디영화다. 서울시장이 되려는 남편 정민(황정민)과 남편 몰래 아이돌그룹 데뷔를 앞두고 가수와 서울시장 아내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내 정화(엄정화), 부부의 이야기를 웃음과 감동, 그리고 춤과 음악과 함께 담아낸 작품이다. <두 얼굴의 여친> 이후 5년 만에 충무로에 복귀한 ‘모범생’ 이석
[이석훈] 두 얼굴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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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줄이 꼬였다. 커버스타 인터뷰가 예상보다 늦어졌고, 고아라는 최민식, 하정우 두 선배 배우들과 맞닥뜨리는 상황이 됐다.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고아라를 보면서 이렇게 넘겨짚었다. 선배들과 시선 마주치기조차 어려우니 그냥 분장실로 직행하겠지, 그런데 웬걸. “안녕하세요. 고아랍니다!” 선배들 앞에 가서 또렷한 목소리로 배꼽인사를 한다. 심지어 최민식에겐 새해인사까지 곁들인다. <반올림>(2003)을 시작으로 드라마 <눈꽃>(2006), <누구세요?> <맨땅에 헤딩>, 영화 <푸른 늑대: 땅끝 바다가 다하는 곳까지> <스바루> 등에 출연한 10년차 배우 고아라. 그녀는 여전히 자신을 ‘신인배우’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페이스 메이커> <파파> 등 2012년 초에 한국영화 2편을 양손에 들고 찾아온 고아라는 인터뷰 내내 ‘이름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몇번이고 말했다. 보일락 말락이 아니라
[고아라] 미션: 파서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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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 <의뢰인>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 <러브픽션> 촬영, 그리고 백상예술대상에서 내건 약조를 완수하기 위한 국토대장정과 9일간 세편의 단편영화를 릴레이로 찍는 프로젝트. 2009년 12월부터 최근까지 두해 동안 하정우가 일과 일 사이에 가졌던 가장 긴 휴식은 보름 남짓에 불과했다. “해보니까, 부작용이 있더군요.” 실험 결과를 보고하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예의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이 근면한 배우가 안타까워 속엣말로 물었다. 저, 그걸 꼭… 해봐야만 아나요? 윤종빈 감독과의 세 번째 작업 <범죄와의 전쟁>에서 부산 폭력 조직의 젊은 보스 최형배로 분한 하정우는 꼭 필요한 장면에만 나와 정확한 점에다 바둑돌을 놓아 집을 짓고 슬쩍 물러나는 연기를 한다. 조금 말하고, 가만있다 느닷없이 몰아서 움직인다. 러닝타임의 상당량을 거의 무성영화처럼 대사도 없이 상대도 없이 몸만으로 연
[하정우] 프로파일러형 배우, 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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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깡패 아입니다. 공무원 출신입니다. 공무원.” 아내와 삼남매, 그리고 결혼도 챙겨줘야 할 두 여동생, 그런 가족을 위해 동료들과 거리낌없이 비리를 저지르던 세관원 최익현은 우연히 알게 된 ‘먼 친척’이자 부산 최대 폭력 조직 보스 최형배를 만나 어두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저 밀수품을 빼돌리고 뒷돈을 받아 챙기던 수준과는 거리가 먼, 나이트클럽을 두고 상대 조직과 맞짱을 뜨고 정치인들을 구워삶아 호텔 카지노의 운영권을 따내는 ‘로비의 신’이 된다.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또 어디까지 왔는지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검은 물이 들어간다. 하지만 최익현은 개의치 않는다. 아니 어쩌면 그 자신이 바라던 바였는지도 모른다. 건달도 일반인도 아닌 일명 ‘반달’의 길, 그렇게 허세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지독한 생존본능은 그를 그렇게 ‘괴물’로 만들어간다.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감옥에 갇히기 직전 모습이라고 하면 맞을까. 최익현은 딱히 모델이 된 남자가 없다.
[최민식] 끝을 보는 남자,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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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나쁜 놈과 손을 잡고, 그러다 자기도 나쁜 놈이 되고 결국에는 누가 더 나쁜지 경쟁하는 지경에 이른다. 의리라는 거짓된 이름으로 편법과 권모술수가 횡행하던 시절, 해고될 위기에 처한 비리 세관원 최익현(최민식)은 순찰 중 적발한 히로뽕을 계기로 우연히 부산 최대 폭력 조직의 젊은 보스 최형배(하정우)와 손을 잡게 된다.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는 시기를 전후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꼰대’들의 세상이자, 서로 넘버원이 되려고 발버둥치던 ‘나쁜 놈’들의 춘추전국시대다. 충무로 남자배우의 신구 대결을 보는 듯한 최민식과 하정우의 호흡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꽉 채운 그 무엇이다. 곧 죽어도 자신은 공무원이라고 우기는 허세 가득한 ‘반달’ 최민식과 ‘건달은 싸워야 건달’이라는 정통 건달 하정우가 만났다.
[하정우, 최민식] Catch Me If You Can 캐치 미 이프 유 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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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크코트>의 모녀 관계를 보며 실제 엄마 생각도 했나.
=원래 엄마랑 무지 사이가 안 좋았는데, 서울로 대학 진학해 떨어져 지내면서 애틋한 사이가 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엄마가 한 개인으로 다가왔을 때 되게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내가 지금껏 엄마 개인의 삶을 먹으면서 자라왔구나, 하고 생각하니 묘한 공감이 왔다. 그래서 딸 ‘수진’을 꼭 하고 싶었다.
-임신부로 나온다. 특별히 힘들지 않았나.
=임신부처럼 무게중심을 뒤에다 놓고 몸을 무겁게 해야 했다. 반면 마음도 무거운 영화다. A, B 카메라가 동시에 돌아가니까 언제 어디서 어떤 각도로 잡힐지 모르니 항상 긴장해야 했다. 그냥 내 몸이 아니다, 생각했다. (웃음)
-기억에 남는 장면은.
=큰이모(김미향)에게 대들면서 싸우는 장면. 막 병실로 달려와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숨이 가쁜 상황에서 스스로도 계산하지 않은 느낌의 연기가 나왔다. 그때 엄마 현순과 닮아 있다는 얘기를 들어 뿌듯했다. 그런데 김미향
[who are you] 한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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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은 일종의 도박이다. 관객이 기대했던 감정을 클로즈업 숏이 제대로 터트리지 못하면 리스크는 곱절이 된다. 1월12일 개봉하는 <밍크코트>는 클로즈업의 영화다. 배우에 대한 믿음 없이는 찍을 수 없는 영화라는 뜻이다. 그 결과는? 지난해 말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들은 <밍크코트>에 대상을 안기며 이렇게 덧붙였다.
“주연배우 황정민씨가 보여준 현순은 최근 충무로와 독립영화계를 통틀어 가장 독특하고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캐릭터였습니다”라고. <밍크코트>의 황정민은 극중 현순에 빙의된 것 같은 광기의 연기를 선보이며, 보는 이를 시종 리드한다. 2년 전 <하녀>에서 은이(전도연)의 친구 역으로 잠깐 얼굴을 비춘 것을 제외하면, <지구를 지켜라!>(2003)의 순이 역을 맡은 뒤 대부분의 시간을 연극 무대에서 보내왔던 황정민. 그녀가 돌아왔다. 제대로 돌아왔다.
-첫눈에 알아보지 못해 죄송해요. 너무 예쁘게 하고 나오
[황정민] 머릿속 계산보다 몸의 경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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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은 트위터에 <부러진 화살>에 관해 안성기와 나눈 대화를 올렸다. “형님! <부러진 화살> 죽인다면서요?”라고 묻자 안성기는 “응, 본 사람들이 좋아해. 극장·배급 관계자들도 호감을 가져서 괜찮을 것 같아”라고 답했다. 이어지는 박중훈의 인사는 “야아~ 잘됐네요. 개봉하면 볼게요”. 그러자 안성기의 대답. “<라디오 스타> 이후로 내 연기 평가가 제일 좋네….” 배우로서 자신의 연기에 대한 평가가 좋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지만 안성기처럼 좀체 세월의 두께를 가늠할 수 없는, 바꿔 말하자면 연기에 대한 평가 자체가 별 의미가 없어 보이는 관록의 배우에게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이 워낙 좋아하니까 또 극장을 찾고 싶다”고 아이처럼 말하는 그를 보면서 묘한 신선함이 든다. 그렇게 안성기는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게 여전히 즐거운 얼굴로 바라보고 싶은 배우다.
안성기를 만난 곳은 공교롭게도 헌법재판소 근처 카페였다. <부러진
[안성기] '국민배우'를 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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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95km. 마라토너가 점령해야 할 궁극의 거리다. 하지만 모든 마라토너가 전력을 다해 이 거리를 질주하는 건 아니다. 우승이 유력한 동료의 더 좋은 기록을 위해 30km 지점까지 달리는 마라토너를 페이스 메이커라 부른다. 맡은 역할마다 결승점까지 전력질주하는 배우 김명민과 천재 마라토너를 위해 12.195km를 양보해야 하는 <페이스 메이커>의 ‘페이스 메이커’ 주만호는 얼핏 보면 닮은 구석이 없다. 하지만 사람이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며 달리는 데에는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김명민과 주만호는 공유하고 있다. 그 이유를 김명민에게 들어보았다.
집중력과 집요함
“된다, 된다, 된다, 안심이 된다.” 모 보험회사 광고에서 손을 하늘 위로 쭉 뻗으며 흥겹게 CM송을 부르는 이 남자를 우리는 자주 목격해왔다. 김명민은 이 회사의 간판 모델로 7년여간 활동하고 있다. 하긴 신뢰가 생명인 보험업계에서 누가 그를 놓치고 싶겠는가. 김명민은 작품의 연출력과 스토리를
[김명민] 뛴다, 뛴다, 뛴다. 인생을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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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연극을 해왔는데, 영화에 꿈을 갖게 된 건 언젠가.
=<아버지의 이름으로>의 대니얼 데이 루이스를 보고 영화의 힘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전까지는 영화가 내게 그 정도로 물리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지 몰랐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었다.
-<007 어나더 데이>의 본드걸로 데뷔했다.
=첫 촬영이 기억난다. 나의 우상이었던 주디 덴치 앞이었기 때문에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마치 허우적거리며 수영을 처음 배우는 기분이었다. 6개월 동안 촬영했는데 아무리 해도 나아지지 않더라. 하지만 두려운 만큼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오만과 편견>으로 만난 조 라이트 감독에게 청혼을 받기도 했다고.
=제인 베넷으로 산 그해 여름은 내 생애 최고의 여름이었다. 가식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배우들끼리 정말 가족처럼 지냈다. 이야기가 사람들의 좋은 면을 많이 끄집어내주었다고나 할까. 동생들을 연기한 배우들도 영화가 처음이
[who are you] 로자문드 파이크 Rosamund P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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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은 급변하는 최근 정치환경에서도 유난히 큰 변화가 일어날 해이다. 4월11일 국회의원 선거와 12월19일 대통령 선거가 한꺼번에 치러지는 정치의 해이기 때문이다. 영화계 또한 이러한 정치의 회오리바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영화에 대한 정책이 실패라기보다 전무(全無)에 더 가까웠던 탓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 있기도 하고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변화에 대한 요구가 분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를 포함한 문화 정책의 수장인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의지는 중요해 보인다. 표류하고 있는 영화정책을 바로잡아야 하고 혼탁한 시장환경 또한 개선해야 하는 임무가 그에게 부여된 까닭이다. 올 9월17일 취임한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최광식 장관을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에서 만났다. 고대사를 전공한 이력으로 인해 고루한 성격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지만 그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연극까지 두루 관심을 갖는 ‘멀티문화인’이었다. 게다가 영화업을 했던
[최광식] “동반성장 발로 뛰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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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하거나 정겹거나. 친숙하거나 낯설거나. 그녀를 보면 두 단어가 동시에 떠오른다. 만 20년 동안 수없이 가면을 갈아치워온 그녀는 대중을 상대로 기묘한 거리감을 형성해왔다. 최근 몇년만 돌아봐도 그렇다. 아방가르드 룩을 선보이며 자기보다 스무살쯤 어린 남자 아이돌과 <D.I.S.C.O>를 들고 나왔을 때 그녀는 현실보다 먼 곳에서 당도한 미지의 생물체 같았다. 반면 전작 <마마>에서 푸근한 몸매를 숨김없이 드러내 보이며 자식을 품에 끼고 도는 억척어미로 분했던 그녀는 현실법칙에 옴짝달싹 못하는 평범한 아줌마였다. 파격적인 무대의상도 자기 피부처럼 소화해내는 관록의 여가수. 민낯과 군살로 연기의 디테일을 채우는 허물없는 여배우. 그 사이를 신속히 오가는 엄정화는 여전히 변신의 희열을 대리 경험케 해주는 몇 안되는 스타 중 하나다.
그 엄정화가 이번에는 바로 엄정화 자신으로 분했다. 지루한 일상에 지친 가정주부가 <슈퍼스타 K>를 거쳐 ‘성인돌’로
[엄정화] “내 인생이 여기 다 들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