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에서 침착하게 검은 머리 끈을 묶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현실에서는 전혀 침착할 수 없었다. 호주에 살던 나로서는 할리우드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디디기가 두려웠다. 연기를 하게 된 계기도 연극계에 있던 같은 반 친구의 부모님 눈에 띄어서였으니까.
-<트와일라잇> 작가 스테파니 메이어는 당신이 벨라 역을 맡아주길 바랐다고.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안나와 알렉스: 두 자매 이야기>를 한 뒤여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3부작이나 되는데 덜컥 맡았다가 나중에 후회하긴 싫었다. 원래 한 군데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그리고 벨라에겐 어딘지 소심한 구석이 있는데 내겐 없는 기질이다.
-회복기를 가지고 싶었다면 <써커 펀치>는 다소 과격한 선택이 아닌지.
=베이비돌은 원래 아만다 시프리드에게 갔던 역이다. 그녀가 <HBO> 시리즈 <빅 러브> 스케줄
[who are you] 에밀리 브라우닝 Emily Browning
-
유아인은, 길게 혹은 넓게 찍어야만 할 것 같은 피사체다. 1분만 지켜보라. 그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한다. 이완 혹은 이완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미세한 몸부림. 고정된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얹고 인터뷰라도 녹화할라치면 어느새 프레임 밖으로 삐져나가 귀만 잡혀 있기 일쑤인 골칫거리. 지난 2년간 유아인은 TV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와 <성균관 스캔들>에서 바스트숏 혹은 그보다 더 바짝 다가선 프레임 안에서 누가 얼굴로 더 파장 큰 표현을 하는가를 겨루는 연기를 했고 호평받았다. <하늘과 바다> 이후 3년 만의 영화 <완득이>는 유아인에게 우선 육체적 해방감을 주었다. “몸이 편해지면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 같아요. 굳이 뭘 더 얹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내 본능이 보는 사람에게도 먹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완득이>의 완득은 놀랄 만큼 편안해 보인다. 문제아라고 불리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안정된 인격의 소유자로
[유아인] 가면을 가리키며 걷는 배우
-
스스로 얘기하듯 <히트>의 이성한 감독은 충무로의 아웃사이더 같은 존재다. 데뷔작 <스페어>(2008)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바람>(2009)으로 다시금 주목받았지만 아직 흥행이라고 할 만한 성적을 거둔 적도, 주류영화계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적도 없다. 그런 그가 다시 범죄스릴러 장르 <히트>로 돌아왔다. 어쨌건 그 역시 하나의 장르에 매진하는, 그러면서 그 속에 그만의 색깔을 심어놓는 고집있는 감독 중 하나다. 개봉일 직전까지 자신의 장기라 할 수 있는 액션과 사운드 편집을 마지막으로 손보고 있던 그를 만났다.
-세 번째 영화를 끝낸 소감이 어떤가. 데뷔작이나 두 번째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일 것 같다.
=돌이켜보면 <스페어>로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일 자체가 나에게 꿈같은 일이었다. 고등학생 때 영화연구회 동아리에 있으면서 영화과 형들에게 배운 적은 있지만 한겨레영화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한 게 영화연
[이성한] 맨땅에 헤딩
-
-어릴 때 캐나다로 유학을 갔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외국인 학교에 다닐 때 연기 수업을 듣고 배우가 되겠다고 한 인터뷰를 봤다.
=고1 때 한국에 돌아와서 미술 공부를 했다. 그런데 심각하게 생각을 해보니까 나중에 늙어서 혼자 그림 그리면 심심할 것 같았다. (웃음) 나는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다. 우연히 친구따라 드라마 클래스에 들어갔는데 사람과 소통하고 나누는 즐거움이 있더라.
-외삼촌이 배우 강성진이다.
=처음에 연기를 하겠다고 했을 때 집안의 반대가 심했는데 외삼촌은 반대를 안 하셨다. 배우를 시작할 때 큰 힘이 됐다.
-<완득이>의 정윤하는 1등 모범생인데 어떻게 준비했나.
=윤하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친구다. 내가 뭘 더 한다기보다는 행동이나 느낌을 따라간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평소에 안경을 쓴 내 모습을 보고 잘 어울린다고 해서 학교신에서만 안경을 쓰기로 했다. 완득이와 데이트할 때는 벗는다.
-그러고 보니 완득이 역의 유아인과 키스신이 있
[who are you] 강별
-
-
“모르겠어요.” <Mr. 아이돌>에 대해 물으면 박재범의 거의 모든 대답은 “모르겠어요”로 시작했다. 처음엔 습관적인 말투인가 싶었다. 하지만 음악과 춤에 대해 물을 때면 이와 같은 표현을 쓰지 않았으니 습관은 아니다. 박재범은 첫 한국영화 출연작에서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나왔을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고 했다. 영화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캐릭터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연기했는지, 시나리오에 아이돌로서의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도 했다. 많은 신인배우들이 잘 몰라도 아는 것처럼 인터뷰 답변을 포장하기 바쁘지만 박재범은 이처럼 거침없고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 “완성된 영화를 빨리 보고 싶어요. 그래야 제가 이 영화를 찍으며 어땠는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함께 인터뷰를 하던 지현우가 “난 첫 영화 가슴 떨려서 못 보겠던데, 괜찮겠어?”라고 농담 섞인 말을 건네도 박재범에겐 첫 영화의 두려움보다
[박재범] 연기 앞에서도 당당한 이 청년의 순수
-
“영화 보시면 아마 깜짝 놀라실 거예요.” 아이돌 그룹의 리더로 변신한 지현우가 말한다. 하지만 이미 깜짝 놀랐다. <Mr. 아이돌>의 예고편에는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하고 근육이 드러나는 옷을 입은 채 팔을 흔들며 춤추는 지현우의 모습이 담겨 있다.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의 백댄서 역할을 통해 그의 춤추는 모습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이돌로 분한 지현우를 지켜보니 낯선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촬영을 앞두고 2개월간 춤연습을 했는데, 처음을 생각하면 진짜 한심했다. (웃음) 춤의 기본도 몰랐으니까. 아마 재범이가 그 모습을 미리 봤다면 우리랑 영화 안 찍는다고 했을걸? (웃음)” ‘아이돌’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은 지현우가 처음 <Mr. 아이돌>의 시나리오를 제안받고 고사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출연을 결정한 건 라희찬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작품을 결정할 때 감독님이 어떤 분인지 주
[지현우] 밴드와 아이돌 사이에서 초심을 발견하다
-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한해 두편의 영화를 선보인 건 처음이다. <청담보살>(2009)로 시동을 건 뒤 상반기에 <헤드>(2011)를 내놓았고, <Mr. 아이돌>로 연달아 관객과 만난다. “너무 좋다. 몇년 동안 영화 한편도 못하고 지냈는데 그때보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나 욕심이 더 많아졌다. (드라마든 영화든) 같은 연기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좀더 주력하는 쪽으로 신경을 쓰게 된다.” “기회를 얻지 못해 더 기대하고 더 실망했던” 시기에 “영화를 마음속에서 슬쩍 밀어내기도 했다”는 박예진의 속엣말이다. 대중에겐 친숙하지만 자신에겐 생소했던 로맨틱코미디에 도전하고 싶어서 <청담보살>을, 여자 캐릭터가 혼자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부담과 매력 때문에 <헤드>를 선택했다면 <Mr. 아이돌>에선 다른 배우들과의 ‘어울림’을 만끽하고 싶었다. “오구주라는 인물은 중심을 잡아주면서 다른 배우들이 놀 수 있게끔 (멍석을) 깔아
[박예진] 콧소리 애교는 없다 즐거운 협업은 있다
-
아이돌이 지배하고, 오디션이 난무하는 요즘이다. 10월 말 개봉하는 라희찬 감독의 <Mr. 아이돌>은 실제 있을 법한 연예계 가십과 비화를 적극적으로 끌어와 쇼비즈니스 세계를 파헤친다. 지현우와 박재범은 꿈을 이루지 못하고 현실에서 방전되는 청춘들인 유진과 지오를, 박예진은 그런 유진과 지오를 ‘미스터 칠드런’이라는 그룹으로 묶어 다시 일으켜 세우는 독한 조련사 오구주 역할을 맡았다. 그들은 “영화 보시면 아마 깜짝 놀랄 거예요”라고, “아직 영화를 못 봐서 답답하시죠?”라고 번갈아 말했지만 영화에 대한 궁금증은 인터뷰하는 기자보다 여름 내내 땀 흘린 배우들이 더할 것이다. 후배들에게 살가운 장난을 먼저 걸지 못하는 박예진, “촬영하면서 예진 누나와 사이가 더 멀어졌다”는 지현우와 박재범, <Mr. 아이돌>의 세 사람은 따뜻한 격려보다 싸늘한 시선을 더 많이 주고받아야 했던 캐릭터의 자장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박예진, 지현우, 박재범] 위대한 슈퍼스타의 탄생
-
주어진 시간 단 열흘. 차하연(전도연)의 간이식을 받아야 살 수 있는 남자 태건호(정재영). <카운트다운>은 이 긴박한 상황을 범죄스릴러에 녹여낸다. 채권추심원과 희대의 사기꾼의 만남. 여기에 피라미드계의 거물 조명석(이경영)과 옌볜 흑사파 두목 스와이(오만석)가 얽혀든다. 신예 허종호 감독은 장르적 감각을 십분 발휘해 제 잇속 차리기 바쁜 인간 군상의 아귀다툼을 발빠르게 포착한다. 범죄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 인물간의 복잡한 관계, 영화적인 캐릭터의 특성을 보자면, 딱 최동훈 감독의 작품에서 오는 얼개가 그려진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 카운트다운의 와중에 그는 눈 딱 감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당신이 상상했던 모든 틀을 깨는 예측 불허의 시도. 어쩌면 지금까지 전개해온 장르와 캐릭터를 모두 배반할 후반부의 반전. 허종호 감독의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다. 과연, 당신은 이 배짱 두둑한 신인감독의 방향에 동의할 텐가.
-영화의 출발점은 어디였나.
=2∼3년 전
[허종호] 삶이 힘들 때, 현실의 괴물은 그렇게 등장한다
-
김주혁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초콜릿을 닮았다. 남자다우면서도 젠틀한 김주혁의 이미지가 마냥 ‘백마 탄 왕자’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로맨틱코미디 장르에서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때로는 용기가 없어 첫사랑을 놓치고 혹은 현실에 부딪쳐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택하는 우리 주위의 인물들이었다. 그래서 한층 더 거리감 없이 이 배우가 가까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때쯤 김주혁은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투수 윤도훈으로 마운드에 섰다. 영화 <YMCA 야구단>에서 이미 투수 역할을 맡은 적이 있었기에 <투혼>을 촬영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 어깨에 부상을 입을 정도로 촬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작 <적과의 동침>을 끝내자마자 <투혼>에 빠져들고 이어 <커플즈>를 끝내면서 그는 쉼없이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영화 제목처럼 김주혁에게도 ‘투혼’이 필요한 시기였던 것이다. 지금도 피곤하지 않냐고 묻자
[김주혁] 그의 다음 선택이 궁금해
-
두 유형의 배우가 있다고 치자. 자유자재로 캐릭터와 일상을 오가는 배우가 있다면 작품이 끝난 뒤에도 캐릭터의 잔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배우가 있다. 굳이 분류하자면 김선아는 후자에 가까운 배우다. 스튜디오에 들어온 김선아는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여인의 향기>의 ‘연재’ 를 온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핼쑥 들어간 볼이며, 입술을 동그랗게 모은 채 반 박자 느리게 내뱉는 말투며, 김주혁의 가랑이를 소심하게 차는 시늉은 ‘로맨틱코미디의 여왕’ 김선아가 아닌 영락없는 연재의 그것이다. “연재가 많이 그리울 것 같다”는 말을 던지자 김선아는 말한다. “그립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것 같다. 솔직히 지금도 드라마가 끝난 것 같지 않다. 몸이 아픈 것을 떠나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캐릭터였으니까.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 모두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S 다이어리>(2004)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2005)처럼 늘 힘겹게 사랑을 이루고, 힘
[김선아] 그녀, 두번 살다
-
참 못난 남편(김주혁)이다. 한때 한국 최고의 투수였으면 뭐하나. 지금은 구단은 물론이요, 자신의 뒷바라지에 청춘을 그대로 바친 아내(김선아)의 속을 그렇게 썩이는 ‘먹튀’ 가장이 다 됐는데. 아내는 그런 남편의 어디가 좋은지, 아니면 아직도 정이 남아 있는 건지 남편을 감싸안는다. 어느 날, 철부지 남편이 변한다. 아내가 암 선고를 받은 것이다. 이때부터 부부의 애틋한 사랑이 시작된다. <투혼>의 부부, 뛰는 ‘남편’ 김주혁과 나는 ‘아내’ 김선아의 사연으로 안내한다.
[김선아, 김주혁] 이 배우들의 무패행진
-
-연기자 데뷔 소감이 궁금하다.
=배울 게 많다는 걸 느꼈다.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는데 선배님들 하는 걸 보고 연기가 뭔지 살짝 깨달은 느낌이랄까.
-미쓰에이로 활동하면서 TV에 자주 출연하지만 스크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건 다른 느낌일 것 같다.
=VIP 시사회에서 처음 영화를 봤는데 너무 떨렸다. 저 큰 스크린에 진짜 내 얼굴이 나올까 생각했다. 내가 나온 신에서는 약간 얼었다. 민망해서 미쓰에이 멤버들과 같이 못 보고 뒤에서 혼자 봤다.
-전도연이라는 배우와 엄마와 딸로 연기했다. 가까이에서 본 느낌은 어땠나.
=살짝 무섭기고 하고 두렵기도 했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촬영장에 갔는데 전도연 선배님이 진짜 딸처럼 대해주셨다. 전도연 선배님은 리허설을 하기 전부터 감정 몰입이 되어 있는 편이다. 그 기운이 나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굉장한 에너지가 날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극중 현지는 교복을 입고 나온다.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서 교복 입은 모습이 색
[who are you] 이민영(미쓰에이 민)
-
정재영은 악인도 연기하고 선인도 연기한다. 하나마나한 말을 지금 이렇게 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선인을 하건 악인을 하건 간에 정재영이 연기하는 인물들은 한 가지 인상만큼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끼>의 그 교활한 노인이 <나의 결혼원정기>의 그 순진무구한 시골 총각과 공유하는 바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 중인데, 그렇다면 그건 무엇일까. 확실성이다. 두 사람은 자기의 방식으로 확실하다. 정재영이 악인을 할 때 그 악인은 자기의 악함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의 악함은 확실하다. 정재영이 선한 인물을 할 때 그 선함은 얼마나 확실한지 심지어 바보 천치처럼 보일 정도다. 어느 쪽이건 모두 확실함에 그 존재를 건다. 그렇다면 그가 특별히 악인도 선인도 아닌 일상의 인간으로 나오는 경우라면 혹은 <카운트다운>의 태건호라면? 영화 속 태건호에게도 우직한 확실성이 있다. 그건 만사를 제치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이다.
태건호는 채권추심원이
[정재영] 몸통으로 밀고 나간 우직한 확실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