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범 PD는 <한겨레> 기자 출신이다. 1989년에 입사해 2006년까지 기자로 일했다. 90년대 말부터 영화기자로 일했고, 중간에 <씨네21> 취재팀장을 맡기도 했다. 그가 쓴 영화에 대한 글은 좀 독특했다. 정곡을 찌를 때도 촌스럽게 덤벼들지 않았고, 에둘러 가면서도 사소한 변별점을 포착해냈다. 그때 이미 애주가로서도 명성이 자자했는데, 그가 아니었다면 폭탄주의 황금비율이나 소맥의 맛이 <씨네21>에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그는 술 못 마시는 여자 후배들을 위해서 양주잔에 미니 폭탄주를 제조하는 재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프로듀서 하겠다고 영화판으로 떠난 지 5년이 됐다. 영화인이 되겠다고 떠났지만, 어찌된 일인지 술꾼으로 더 유명해졌다. 술 칼럼을 쓰고, 술에 관한 책을 내고, 급기야 술에 관한 다큐멘터리까지 만들었다. 9월1일 개봉하는 <술에 대하여>는 그가 직접 구성하고 연출한 방송다큐멘터리다. 방영되지 못한 3
[임범] “<생활의 발견>의 소주, 가장 기억에 남네”
-
제아무리 일생일대의 명연기를 펼친다 해도 절대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는 일 따위 허락되지 않은 사람. 앤디 서키스는 아마도 영화 역사상 가장 ‘낮은 데로 임하는’ 배우일 것이다. ‘디지털 배우’의 등장이 과거 토키영화의 등장만큼이나 혁명적인 일이라면 앤디 서키스는 그 첫머리에 놓여야 할 인물이다. 이처럼 따로 소개를 하고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과연 그 누가 그의 존재를 알아챌까. ‘모션캡처 연기의 달인’이라는 칭호는 거창하기만 할 뿐 그의 감춰진 존재감을 드러내기엔 역부족이다. 사악함을 감춘 주눅든 눈빛과 앙상한 몸, 그리고 구부정한 허리의 골룸이 없는 <반지의 제왕>을 상상할 수 있을까, 킹콩 역할을 위해 르완다까지 가서 고릴라의 행동양식과 습성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체득한 그의 열정은 또 어떤가. 그리고 서늘한 표정만으로도 인간을 압도하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이하 <혹성탈출>)의 ‘시저’의 ‘미친 존재감’은 단연 올해 여러 시상식의 연기
[앤디 서키스] 그에게 오스카를 수여하라
-
-인도 뭄바이 태생이다. 대니 보일의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출연하기 전에는 모델로 활동했다.
=뭄바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모델 생활을 아주 열심히 한 건 아니었다. TV 여행쇼에 출연하다가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라티카 역할을 만났다. 그 이후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런데 이름도 그렇고, 얼핏 보면 인도 사람처럼 안 보인다.
=사람에 따라 인도인, 아랍인, 스페인계라고 생각하더라.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출연하기 전에 인도에서 영화 오디션을 많이 봤는데 다 떨어졌다. 어떤 사람은 “너무 인도 여자 같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웃음) 얼마 전 이스탄불에 휴가 갔을 때 포르투갈 관광객을 우연히 만났다. 핀토라는 성이 포로투갈에서 아주 흔한 성이라고 하더라.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이하 <혹성탈출>)에서는 영장류 동물학자로 나온다.
=<혹성탈출>은 생각하는 블록버스터 같다. 영화에는 아주 많은 이슈가
[who are you] 프리다 핀토 Freida Pinto
-
북촌에서 유준상을 만났다. 유준상이 연기한 영화 <북촌방향>의 주인공 성준이 걸어다녔던 그 길을 좇아서 촬영지를 선택했고 차례로 돌아다녔다. 사람 많은 휴일이라 시선도 많고 복잡함도 더했지만 유준상은 흔쾌히 즐겼다. 재동삼거리에서, 정독도서관 옆길에서, 한옥집 사이에서, 층층계단 사이에서 그는 즐거워했다. “영화 속 장소를 이렇게 다시 돌아다니다니. 기분이 정말 좋네요.” 북촌의 이 남자는 <북촌방향>을 정말 흥이 나서 찍었던 것 같다.
홍상수 감독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해도 유준상은 주목할 만한 배우였을 것이다. 그가 홍상수 영화 이외의 작품들에서 이룬 현재의 성취가 그 점을 말해준다. <나의 결혼원정기>에서 자타가 공인할 만한 유쾌하고 정감있는 양식적 인물을 살아냈고 <이끼>처럼 장르적 연기가 발동되어야 하는 순간에는 그에 걸맞게 넓은 스펙트럼을 오가며 활동력을 입증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는 세심한 감정을
[유준상] 행복하다, 나를 발견해서
-
-
“세상에, 역사학이라고?” 줄리아 로버츠가 웃음을 터뜨렸다. <로맨틱 크라운>의 홍보차 만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대학에 들어간다면 역사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톰 행크스의 말을 전해들은 다음의 이야기다. “톰에게 역사 공부가 더 필요할까? 그의 머리 뚜껑을 열면 역사책으로 가득 차 있을 텐데!” 그녀의 말이 맞다. 톰 행크스만큼 역사에 박학다식한 배우도 드물 것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자. 주연을 맡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프로듀서로 참여한 <퍼시픽>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20세기 미국이 참전했던 가장 큰 전쟁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그가 세운 제작사 플레이톤은 미국 대통령 존 애덤스와 존 F. 케네디의 암살사건을 드라마로 제작했다. 어디 그뿐인가. 톰 행크스는 <다빈치 코드>와 <천사와 악마>에도 출연했다. 종교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이 세계 역사를 좌지우지했던 비밀조직의 음모를 파헤치는 바로 그
[톰 행크스] 좋은 사람의 성실한 승부수
-
-사람들이 알아보나.
=글쎄. 쥬얼리 멤버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고. 그라비아 모델 하은정씨와 헷갈려하기도 한다. 친구한테 “넌 언제 이런 화보 찍었냐”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이웃집 좀비>에서 좀비였다. 이번엔 에일리언이다.
=감독한테 제발 사람 좀 만들어달라고 간청한다. 지금 촬영 중인 <영건 인 더 타임>에선 소원처럼 사람이 됐다. 물론 이번에도 죽는다.
-영화집단 키노망고스틴의 대표 배우다.
=오디션 보러 다닐 때 캐스팅 디렉터하는 오빠 소개로 단편 <크리스마스를 베다2>를 찍었고, 지금까지 같이 했다. 요령 피우지 않는 성실한 사람들이고, 나보다 더 나를 케어해주는 사람들이라 즐겁다.
-영국에서 공연예술학을 전공했다.
=연극영화과에 떨어진 뒤 잡지모델 알바하고 드라마 단역하다 연극이 멋져 보여서 대학로에 갔는데 울타리가 너무 높았다. 극단들이 대개 같은 대학 출신들로 짜여져 있으니까. 그 무렵에 세미 뮤지컬 <블러드 브러더
[who are you] 하은정
-
윤제균 감독, 아니 윤제균 대표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 8월4일, 개봉을 오전에서 오후로 반나절 연기하는 초유의 사례를 낳았던 <7광구>가 개봉 5일 만에(8월9일 현재) 1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주간 흥행 1위를 기록했지만 동시에 인터넷상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반면 앞서 개봉한 <퀵>은 부지런한 뒷심을 발휘하며 250만 관객을 돌파했다. 모두가 2011년이 윤제균 대표와 JK필름이 <해운대>를 떨치고 일어서는 원년이 되리라 예상했다. 아직 그 목표와 성과에 대해 서둘러 얘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지난 몇달 사이 부쩍 초췌해 보이는 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자신의 3년 만의 연출작 <템플스테이> 준비차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JK필름에서 그를 만났다.
-무척 피곤해 보인다.
=너무 마녀사냥식으로 악플들에 시달려서 이거 원. (웃음) 제대로 된 얘기를 해주시는 기자나 기사도 있지만 영화를 안 본 게 분명한 사람
[윤제균] 뭐라해도 앞만 보고 달릴거야
-
입소문이 뜨겁고 빠르다. <최종병기 활>이 개봉하고 나면, 아마도 병자호란 당시 사랑하는 여인을 구출하기 위해 압록강을 건너는 청년 서군을 연기한 김무열은 또 다른 의미에서 ‘최종병기’로 떠오를 것이다. 일직선으로 내리꽂히는 활처럼 사랑을 지키려 물불 가리지 않는 열혈청년 서군은 꽤 매력적이다. 그러나 정작 김무열 본인은, 상영 중인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무대에 집중하고 있는 중이라 아직까지 관객의 열기를 실감하지 못했다고 했다.
-<최종병기 활>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은 게 언제였나. 첫인상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아마 기억하기로 12월 정도, 눈이 수북이 쌓였을 때였다. 김한민 감독님이 한번 만나자고 부르셔서 시나리오를 읽고 갔다. 일단 재미있었고, 서군이라는 캐릭터도 기존에 자주 맡았던 악역이 아닌 서글서글한 역이라 욕심이 났다. 그리고 감독님을 뵈었는데, 머리를 길게 길러 하나로 땋고 물담배도 갖다놓으시고, 활을 갖고 오시더니 다리 사
[김무열] 김무열이 하면 ‘다르다’?
-
-커피와 도넛을 즐겨 먹던 그 남자였다.
=일본에서 모델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찍은 CF였다. 반응이 너무 좋았고, 한국 에이전시에서 제안을 해왔다. 일본에서는 경력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외국에서 활동하는 데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최종병기 활>에서 청나라 니루 중 한명인 노가미를 연기했다.
=회사에서 이런 영화가 있다며 감독님을 만나야 한다더라. 김한민 감독님은 내가 출연한 작품을 보신 것 같지 않았다. “이미지가 괜찮아서…” 이 말씀만 하셨다. 지금도 내 연기가 어땠을지, 나를 어떤 배우로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극중 노가미도 주인공인 남이 못지않게 활을 잘 쏘는 남자다.
=일단 운동에 자신이 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배구를 했다. 그런데 무술 액션은 내가 하던 운동과는 많이 달랐다. 배구의 특성상 부드러운 움직임에 강한데, 무술은 각이 있어야 한다더라. 혼자 남아서 나머지 공부를 많이 했다.
-드라마나 CF에서는 주로 귀엽고 부드러운 남자였다.
[who are you] 오타니 료헤이
-
‘올해의 발연기상’이란 부문이 영화 시상식에 존재한다면 류승룡은 이미 이 부문의 강력한 수상 후보다. 표정으로 해야 할 연기를 발로 하는 것마냥 엉망이라는 뜻이 아니다. 올 한해 류승룡만큼 땅에 발을 밀착시키고 힘차게 전진한 배우는 없으리란 확신에서 하는 말이다. <최종병기 활>에서 병자호란 시절 청나라 장군 쥬신타를 연기하는 그는, 자신이 모시는 왕자를 태워 죽인 ‘그놈’을 잡을 때까지 조선 산천을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사냥감을 포획하기 위해 넘어지고 구르는 걸 망설이지 않으며, 급기야 절벽까지 뛰어넘는 쥬신타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 같은 인물이다.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500%였다. 내가 그랬다. 한국의 벤 존슨(캐나다 육상선수) 같다고. 숲속에서 남이를 뒤쫓는 장면을 통해 류승룡은 진정한 발연기란 어떤 것인지 확실히 보여줬다.” 김한민 감독의 코멘트처럼 류승룡은 <최종병기 활>을 통해 중년 액션배우로의 연기 변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러나 류
[류승룡] “해냈다, 끝났다, 시원하다”
-
장도리를 쥔 남자를 그리면 그가 곧 최민식이다. 소뼈를 쳐든 남자를 그려놓으면 김윤석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박해일의 캐리커처에서는 ‘화염병’이 빠질 수 없다. “연기를 하면서 특별히 누군가에게 가해를 해본 적이 없었던” 그에게 ‘화염병’은 처음 주어진 무기였고, <괴물>은 박해일의 날렵한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영화였다. 그에게 이번에는 ‘활’이 쥐어졌다. 빨리 뛰고 재빠르게 간파해 0.01초 단위의 호흡으로 쏴야 하는 활의 직선적인 성격만큼 박해일이 연기한 남이의 캐릭터 또한 명쾌하다. 납치된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오빠. 이중적이거나 때로는 찌질했던 박해일의 캐릭터들과 비교할 때 남이는 숨겨진 모습 따위를 드러낼 겨를이 없는 남자다.
<최종병기 활>은 박해일의 두 가지 갈망이 한데 모인 작품이다. 말과 표정보다는 몸으로 이야기하는 남자를 원했고, 사극을 해보고픈 마음이 있었다. 물론 활에 대한 관심까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나한테 활
[박해일] 몸이 말한다, 배우의 증명
-
<최종병기 활>은 두 사람 중 한명이 화살에 맞아야 끝나는 이야기다. 박해일의 남이는 뛰어난 지략과 예측 불가능한 화살의 움직임으로, 류승룡의 쥬신타는 막강한 체력과 육중한 활로 서로에게 맞선다. 액션의 스타일은 다르지만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는 두 남자의 충돌은 상당한 에너지를 증폭시킨다. 영화에서 끓어넘쳤던 두 남자의 긴장감을 다시 재현하려 했다. 박해일은 새처럼 날아올랐고, 류승룡은 바위처럼 묵직했다. 두 배우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류승룡, 박해일] 라스트 액션 히어로!
-
여대생 실종사건, 사건의 목격자는 시각장애인 여성이다. ‘보이지 않는’ 눈은 <블라인드>의 사건을 해결하는 가장 결정적인 단서다. 장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에서 스릴러적인 장르의 쾌감을 전달할 도구로 재치있게 사용된다. 그러나 안상훈 감독은 이 장르적 재미 안에서 편견에 치우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직시할 것을 권유한다. <블라인드>가 스릴러보다는 한편의 따뜻한 휴먼드라마에 가까운 울림을 주는 것도 이 주제의식 때문이다. 공포영화 <아랑>(2006) 이후 오랜만에 두 번째 작품을 연출한 안상훈 감독을 만났다.
-데뷔작 <아랑> 이후 휴지기가 길었다. 첫 영화의 부진이 가져온 결과가 아닐까 지레짐작을 하게 된다.
=영화 끝나고 다시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대학원 과정)에 갔다. 학교 다니다가 운 좋게 연출 데뷔하고 나니 주변에서 뭐하러 학교를 다시 가냐, 빨리 다음 작품 들어가는 게 좋다, 하더라. 내 생각엔 아무래도 학교는 마
[안상훈] 뭐든 자신 있다 멜로만 빼고
-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 동화 원작에서 출발했다는 걸 알고 나면 그 원작이 궁금해지고 그걸 쓴 원작자가 궁금해진다. 이미 베스트셀러에 오른 유명 작품의 원작자이지만 우리는 황선미 작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다. 그녀에 관하여, 그녀의 작품 세계에 관하여, 그녀 작품의 배역들에 관하여. 매해 지금의 계절이면 여행을 떠나 작품 구상과 집필에 매진한다는 황선미 작가. 캐나다에 있는 그녀에게 질문지를 보냈고 답장을 받았다.
-동화에 앞서 먼저 등장하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유년 시절에 폐가 나빠 군인이나 경찰, 형사처럼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 했던 ‘아이’가 지금은 작가가 되었다는 말이 그러했습니다. 유년 시절의 건강과 그에 관련해 가졌던 꿈과 소망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사연 혹은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머리말에 적은 그대로예요. 폐병 환자였거든요. 그것도 심각한. 지금도 엑스레이를 찍으면 폐에 흔적이 커서 의사가 재검을 해보는 게 어떠
[황선미] 죽음도 생태계의 부분이란 걸 아이들도 아름답게 이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