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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젊음을 누리고 싶은가. <가타카>의 앤드루 니콜이 감독한 SF스릴러 <인 타임>은 25살부터 노화를 멈추고 시간을 거래하는 게 가능해진 미래가 배경이다. 주인공 윌 살라스는 100년의 시간을 강탈하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죄로 도망길에 오르고, 부잣집 여자 실비아가 그의 인질로 붙잡혀 LA 시내를 함께 질주한다. 주연배우가 누구인지를 묻기 전에 먼저 이 질문부터 해보자. 만약 당신의 육체적 나이를 25살에 멈춰 세워 살아갈 수 있다면 누구의 모습으로 살고 싶은가? 할리우드의 대답은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아만다 시프리드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아만다 시프리드] American Sweet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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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기대하셔도 좋아요.” 이윤지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여유와 자신감이 넘쳤다. 그동안 자기를 수식했던 말들이 ‘성실한’ 혹은 ‘똑똑한’이었다면 지금까지의 이윤지를 깨는 모습이 두렵지 않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이윤지가 사극을 포함해 수많은 드라마를 거치며 보여줬던 밝고 건강한 ‘엄친딸’ 이미지는 <드림하이>의 매서운 무용선생 시경진 역할을 통해 큰 껍질을 벗었다. 그사이 연극 <프루프>를 통해 광기의 천재수학자 역할에도 도전했고, 엠넷의 페이크 다큐 프로그램 <UV신드롬>에도 출연해 능청스런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커플즈>에서는 옛 남자친구가 선물한 다이아 반지가 사실은 큐빅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는 애처로운 여자이기도 하다. 물론 예능인으로서 특수대학원이 아닌 일반대학원에 다니는 부지런한 학생의 모습도 거기에 겹쳐진다. 그렇게 이윤지는 계속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조바심이 났다. 물론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윤지] 허술하지만 귀엽게, 딱 나 자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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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작 단 한편으로, 헨리 호퍼는 지금 할리우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기대주다. 리버 피닉스와 맷 데이먼을 이을 소년이라는 데에야 그를 주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구스 반 산트의 <레스트리스>에서 그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자신 역시 3개월간 임사상태에 빠졌던 경험을 가진 소년 에녹을 연기한다. 죽음에 가장 가까이 갔던 그는 그 트라우마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해 고통받는다. 구스 반 산트 영화의 청년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총을 쏘며 반항을 구체화하는 동안 그가 하는 일은 이렇다. 남의 장례식에 몰래 참석해 조문을 하거나 환상 속에 존재하는 가미카제 친구와 대화하기. 어느 날 우연히 말기암 선고를 받은 애너벨(미아 와시코스카)을 만나면서 꽁꽁 닫혀 있던 문을 열고 생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미아 와시코스카가 밝고 청량한 젊음의 색을 발현한다면 잔뜩 웅크리고 있는 헨리의 젊음은 연약해서 지켜줘야 할 것 같은 동그란 형체를 띠고 있다. 마치 애너벨이 그 작은 원에 채색
[who are you] 헨리 호퍼 Henry Ho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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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여자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걸 수 있는 남자. 지금은 사라진 신파극의 전형성 안에서 소지섭은 자신의 남성성을 찾는다. 감정의 격랑, 표출하는 연기로 여성 팬들을 사로잡았던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차무혁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이미 그는 과거에서 한참 벗어나, 그만의 새로운 캐릭터를 정립해냈다. <오직 그대만>의 철민은 차곡차곡 쌓아올린 감정을 조심스레 내놓는, 그래서 더할 나위 없이 멋있는 연인이다.
캐릭터가 배우 본연의 모습과 접점을 가지는 수치를 계산한다면, 배우 소지섭은 가장 상위권에 속할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스튜디오로 들어와 의상을 입고, 촬영을 하고, 그리고 인터뷰를 하기까지. 그가 보여준 모습은 한치 낭비가 없다. 허튼 농담도, 부연설명도 없다. 소지섭의 용어는 단호하고 빠르고 정확하다. <영화는 영화다>를 함께한 장훈 감독의 말에 따르자면 ‘말 없고 속 깊은 남자’, 곧 오랫동안 가까이 친구로 두고 싶은 남자
[소지섭] 속 깊은 순정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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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는 산악자전거 타는 게 취미라고 했다. “한계령을 넘어보는 게 꿈입니다. 안개가 자욱한 한계령 길을 혼자서 넘어가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페달을 밟고 있는 그 모습에 반해 그때부터 자전거를 타게 됐습니다.” 이런 상상을 해봤다. 김상호가 자전거를 타고 한계령을 넘어가고 있다. 그가 봤던 그 사람처럼 말이다. 누군가 지나가다가 ‘힘내라’고 말을 건다. 그러면 그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상황 속에서도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네에~ 고맙습니다” 하고 다시 고개를 숙인다.
이 상상을 그의 연기 인생에 대입해보면 어떨까. 지금 배우 김상호는 묵묵히 페달을 밟고 있다. 극단 청우의 배우로서 <남자충동> <인류 최초의 키스>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김상호는 실질적인 영화 데뷔작인 <범죄의 재구성>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그때 그사람들> <너는 내 운명> <타짜> <연애, 그 참을
[김상호] 자전거 탄 광대, 정상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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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에서 침착하게 검은 머리 끈을 묶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현실에서는 전혀 침착할 수 없었다. 호주에 살던 나로서는 할리우드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디디기가 두려웠다. 연기를 하게 된 계기도 연극계에 있던 같은 반 친구의 부모님 눈에 띄어서였으니까.
-<트와일라잇> 작가 스테파니 메이어는 당신이 벨라 역을 맡아주길 바랐다고.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안나와 알렉스: 두 자매 이야기>를 한 뒤여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3부작이나 되는데 덜컥 맡았다가 나중에 후회하긴 싫었다. 원래 한 군데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그리고 벨라에겐 어딘지 소심한 구석이 있는데 내겐 없는 기질이다.
-회복기를 가지고 싶었다면 <써커 펀치>는 다소 과격한 선택이 아닌지.
=베이비돌은 원래 아만다 시프리드에게 갔던 역이다. 그녀가 <HBO> 시리즈 <빅 러브> 스케줄
[who are you] 에밀리 브라우닝 Emily Brow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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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은, 길게 혹은 넓게 찍어야만 할 것 같은 피사체다. 1분만 지켜보라. 그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한다. 이완 혹은 이완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미세한 몸부림. 고정된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얹고 인터뷰라도 녹화할라치면 어느새 프레임 밖으로 삐져나가 귀만 잡혀 있기 일쑤인 골칫거리. 지난 2년간 유아인은 TV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와 <성균관 스캔들>에서 바스트숏 혹은 그보다 더 바짝 다가선 프레임 안에서 누가 얼굴로 더 파장 큰 표현을 하는가를 겨루는 연기를 했고 호평받았다. <하늘과 바다> 이후 3년 만의 영화 <완득이>는 유아인에게 우선 육체적 해방감을 주었다. “몸이 편해지면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 같아요. 굳이 뭘 더 얹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내 본능이 보는 사람에게도 먹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완득이>의 완득은 놀랄 만큼 편안해 보인다. 문제아라고 불리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안정된 인격의 소유자로
[유아인] 가면을 가리키며 걷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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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얘기하듯 <히트>의 이성한 감독은 충무로의 아웃사이더 같은 존재다. 데뷔작 <스페어>(2008)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바람>(2009)으로 다시금 주목받았지만 아직 흥행이라고 할 만한 성적을 거둔 적도, 주류영화계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적도 없다. 그런 그가 다시 범죄스릴러 장르 <히트>로 돌아왔다. 어쨌건 그 역시 하나의 장르에 매진하는, 그러면서 그 속에 그만의 색깔을 심어놓는 고집있는 감독 중 하나다. 개봉일 직전까지 자신의 장기라 할 수 있는 액션과 사운드 편집을 마지막으로 손보고 있던 그를 만났다.
-세 번째 영화를 끝낸 소감이 어떤가. 데뷔작이나 두 번째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일 것 같다.
=돌이켜보면 <스페어>로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일 자체가 나에게 꿈같은 일이었다. 고등학생 때 영화연구회 동아리에 있으면서 영화과 형들에게 배운 적은 있지만 한겨레영화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한 게 영화연
[이성한] 맨땅에 헤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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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캐나다로 유학을 갔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외국인 학교에 다닐 때 연기 수업을 듣고 배우가 되겠다고 한 인터뷰를 봤다.
=고1 때 한국에 돌아와서 미술 공부를 했다. 그런데 심각하게 생각을 해보니까 나중에 늙어서 혼자 그림 그리면 심심할 것 같았다. (웃음) 나는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다. 우연히 친구따라 드라마 클래스에 들어갔는데 사람과 소통하고 나누는 즐거움이 있더라.
-외삼촌이 배우 강성진이다.
=처음에 연기를 하겠다고 했을 때 집안의 반대가 심했는데 외삼촌은 반대를 안 하셨다. 배우를 시작할 때 큰 힘이 됐다.
-<완득이>의 정윤하는 1등 모범생인데 어떻게 준비했나.
=윤하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친구다. 내가 뭘 더 한다기보다는 행동이나 느낌을 따라간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평소에 안경을 쓴 내 모습을 보고 잘 어울린다고 해서 학교신에서만 안경을 쓰기로 했다. 완득이와 데이트할 때는 벗는다.
-그러고 보니 완득이 역의 유아인과 키스신이 있
[who are you] 강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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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어요.” <Mr. 아이돌>에 대해 물으면 박재범의 거의 모든 대답은 “모르겠어요”로 시작했다. 처음엔 습관적인 말투인가 싶었다. 하지만 음악과 춤에 대해 물을 때면 이와 같은 표현을 쓰지 않았으니 습관은 아니다. 박재범은 첫 한국영화 출연작에서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나왔을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고 했다. 영화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캐릭터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연기했는지, 시나리오에 아이돌로서의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도 했다. 많은 신인배우들이 잘 몰라도 아는 것처럼 인터뷰 답변을 포장하기 바쁘지만 박재범은 이처럼 거침없고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 “완성된 영화를 빨리 보고 싶어요. 그래야 제가 이 영화를 찍으며 어땠는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함께 인터뷰를 하던 지현우가 “난 첫 영화 가슴 떨려서 못 보겠던데, 괜찮겠어?”라고 농담 섞인 말을 건네도 박재범에겐 첫 영화의 두려움보다
[박재범] 연기 앞에서도 당당한 이 청년의 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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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시면 아마 깜짝 놀라실 거예요.” 아이돌 그룹의 리더로 변신한 지현우가 말한다. 하지만 이미 깜짝 놀랐다. <Mr. 아이돌>의 예고편에는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하고 근육이 드러나는 옷을 입은 채 팔을 흔들며 춤추는 지현우의 모습이 담겨 있다.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의 백댄서 역할을 통해 그의 춤추는 모습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이돌로 분한 지현우를 지켜보니 낯선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촬영을 앞두고 2개월간 춤연습을 했는데, 처음을 생각하면 진짜 한심했다. (웃음) 춤의 기본도 몰랐으니까. 아마 재범이가 그 모습을 미리 봤다면 우리랑 영화 안 찍는다고 했을걸? (웃음)” ‘아이돌’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은 지현우가 처음 <Mr. 아이돌>의 시나리오를 제안받고 고사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출연을 결정한 건 라희찬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작품을 결정할 때 감독님이 어떤 분인지 주
[지현우] 밴드와 아이돌 사이에서 초심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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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한해 두편의 영화를 선보인 건 처음이다. <청담보살>(2009)로 시동을 건 뒤 상반기에 <헤드>(2011)를 내놓았고, <Mr. 아이돌>로 연달아 관객과 만난다. “너무 좋다. 몇년 동안 영화 한편도 못하고 지냈는데 그때보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나 욕심이 더 많아졌다. (드라마든 영화든) 같은 연기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좀더 주력하는 쪽으로 신경을 쓰게 된다.” “기회를 얻지 못해 더 기대하고 더 실망했던” 시기에 “영화를 마음속에서 슬쩍 밀어내기도 했다”는 박예진의 속엣말이다. 대중에겐 친숙하지만 자신에겐 생소했던 로맨틱코미디에 도전하고 싶어서 <청담보살>을, 여자 캐릭터가 혼자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부담과 매력 때문에 <헤드>를 선택했다면 <Mr. 아이돌>에선 다른 배우들과의 ‘어울림’을 만끽하고 싶었다. “오구주라는 인물은 중심을 잡아주면서 다른 배우들이 놀 수 있게끔 (멍석을) 깔아
[박예진] 콧소리 애교는 없다 즐거운 협업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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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이 지배하고, 오디션이 난무하는 요즘이다. 10월 말 개봉하는 라희찬 감독의 <Mr. 아이돌>은 실제 있을 법한 연예계 가십과 비화를 적극적으로 끌어와 쇼비즈니스 세계를 파헤친다. 지현우와 박재범은 꿈을 이루지 못하고 현실에서 방전되는 청춘들인 유진과 지오를, 박예진은 그런 유진과 지오를 ‘미스터 칠드런’이라는 그룹으로 묶어 다시 일으켜 세우는 독한 조련사 오구주 역할을 맡았다. 그들은 “영화 보시면 아마 깜짝 놀랄 거예요”라고, “아직 영화를 못 봐서 답답하시죠?”라고 번갈아 말했지만 영화에 대한 궁금증은 인터뷰하는 기자보다 여름 내내 땀 흘린 배우들이 더할 것이다. 후배들에게 살가운 장난을 먼저 걸지 못하는 박예진, “촬영하면서 예진 누나와 사이가 더 멀어졌다”는 지현우와 박재범, <Mr. 아이돌>의 세 사람은 따뜻한 격려보다 싸늘한 시선을 더 많이 주고받아야 했던 캐릭터의 자장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박예진, 지현우, 박재범] 위대한 슈퍼스타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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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시간 단 열흘. 차하연(전도연)의 간이식을 받아야 살 수 있는 남자 태건호(정재영). <카운트다운>은 이 긴박한 상황을 범죄스릴러에 녹여낸다. 채권추심원과 희대의 사기꾼의 만남. 여기에 피라미드계의 거물 조명석(이경영)과 옌볜 흑사파 두목 스와이(오만석)가 얽혀든다. 신예 허종호 감독은 장르적 감각을 십분 발휘해 제 잇속 차리기 바쁜 인간 군상의 아귀다툼을 발빠르게 포착한다. 범죄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 인물간의 복잡한 관계, 영화적인 캐릭터의 특성을 보자면, 딱 최동훈 감독의 작품에서 오는 얼개가 그려진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 카운트다운의 와중에 그는 눈 딱 감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당신이 상상했던 모든 틀을 깨는 예측 불허의 시도. 어쩌면 지금까지 전개해온 장르와 캐릭터를 모두 배반할 후반부의 반전. 허종호 감독의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다. 과연, 당신은 이 배짱 두둑한 신인감독의 방향에 동의할 텐가.
-영화의 출발점은 어디였나.
=2∼3년 전
[허종호] 삶이 힘들 때, 현실의 괴물은 그렇게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