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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초콜릿을 닮았다. 남자다우면서도 젠틀한 김주혁의 이미지가 마냥 ‘백마 탄 왕자’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로맨틱코미디 장르에서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때로는 용기가 없어 첫사랑을 놓치고 혹은 현실에 부딪쳐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택하는 우리 주위의 인물들이었다. 그래서 한층 더 거리감 없이 이 배우가 가까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때쯤 김주혁은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투수 윤도훈으로 마운드에 섰다. 영화 <YMCA 야구단>에서 이미 투수 역할을 맡은 적이 있었기에 <투혼>을 촬영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 어깨에 부상을 입을 정도로 촬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작 <적과의 동침>을 끝내자마자 <투혼>에 빠져들고 이어 <커플즈>를 끝내면서 그는 쉼없이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영화 제목처럼 김주혁에게도 ‘투혼’이 필요한 시기였던 것이다. 지금도 피곤하지 않냐고 묻자
[김주혁] 그의 다음 선택이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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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유형의 배우가 있다고 치자. 자유자재로 캐릭터와 일상을 오가는 배우가 있다면 작품이 끝난 뒤에도 캐릭터의 잔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배우가 있다. 굳이 분류하자면 김선아는 후자에 가까운 배우다. 스튜디오에 들어온 김선아는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여인의 향기>의 ‘연재’ 를 온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핼쑥 들어간 볼이며, 입술을 동그랗게 모은 채 반 박자 느리게 내뱉는 말투며, 김주혁의 가랑이를 소심하게 차는 시늉은 ‘로맨틱코미디의 여왕’ 김선아가 아닌 영락없는 연재의 그것이다. “연재가 많이 그리울 것 같다”는 말을 던지자 김선아는 말한다. “그립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것 같다. 솔직히 지금도 드라마가 끝난 것 같지 않다. 몸이 아픈 것을 떠나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캐릭터였으니까.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 모두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S 다이어리>(2004)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2005)처럼 늘 힘겹게 사랑을 이루고, 힘
[김선아] 그녀, 두번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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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못난 남편(김주혁)이다. 한때 한국 최고의 투수였으면 뭐하나. 지금은 구단은 물론이요, 자신의 뒷바라지에 청춘을 그대로 바친 아내(김선아)의 속을 그렇게 썩이는 ‘먹튀’ 가장이 다 됐는데. 아내는 그런 남편의 어디가 좋은지, 아니면 아직도 정이 남아 있는 건지 남편을 감싸안는다. 어느 날, 철부지 남편이 변한다. 아내가 암 선고를 받은 것이다. 이때부터 부부의 애틋한 사랑이 시작된다. <투혼>의 부부, 뛰는 ‘남편’ 김주혁과 나는 ‘아내’ 김선아의 사연으로 안내한다.
[김선아, 김주혁] 이 배우들의 무패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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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데뷔 소감이 궁금하다.
=배울 게 많다는 걸 느꼈다.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는데 선배님들 하는 걸 보고 연기가 뭔지 살짝 깨달은 느낌이랄까.
-미쓰에이로 활동하면서 TV에 자주 출연하지만 스크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건 다른 느낌일 것 같다.
=VIP 시사회에서 처음 영화를 봤는데 너무 떨렸다. 저 큰 스크린에 진짜 내 얼굴이 나올까 생각했다. 내가 나온 신에서는 약간 얼었다. 민망해서 미쓰에이 멤버들과 같이 못 보고 뒤에서 혼자 봤다.
-전도연이라는 배우와 엄마와 딸로 연기했다. 가까이에서 본 느낌은 어땠나.
=살짝 무섭기고 하고 두렵기도 했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촬영장에 갔는데 전도연 선배님이 진짜 딸처럼 대해주셨다. 전도연 선배님은 리허설을 하기 전부터 감정 몰입이 되어 있는 편이다. 그 기운이 나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굉장한 에너지가 날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극중 현지는 교복을 입고 나온다.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서 교복 입은 모습이 색
[who are you] 이민영(미쓰에이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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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은 악인도 연기하고 선인도 연기한다. 하나마나한 말을 지금 이렇게 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선인을 하건 악인을 하건 간에 정재영이 연기하는 인물들은 한 가지 인상만큼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끼>의 그 교활한 노인이 <나의 결혼원정기>의 그 순진무구한 시골 총각과 공유하는 바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 중인데, 그렇다면 그건 무엇일까. 확실성이다. 두 사람은 자기의 방식으로 확실하다. 정재영이 악인을 할 때 그 악인은 자기의 악함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의 악함은 확실하다. 정재영이 선한 인물을 할 때 그 선함은 얼마나 확실한지 심지어 바보 천치처럼 보일 정도다. 어느 쪽이건 모두 확실함에 그 존재를 건다. 그렇다면 그가 특별히 악인도 선인도 아닌 일상의 인간으로 나오는 경우라면 혹은 <카운트다운>의 태건호라면? 영화 속 태건호에게도 우직한 확실성이 있다. 그건 만사를 제치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이다.
태건호는 채권추심원이
[정재영] 몸통으로 밀고 나간 우직한 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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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때 딸을 낳고 사기꾼이 된 여자, 숨쉬는 것 빼곤 모든 것이 거짓인 사기전과범. <카운트다운>의 차하연에게서 곧장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 <다크>의 여주인공 무라노 미로가 떠올랐다. 연인을 자살에 이르게 하고 의붓아버지를 죽이려 떠도는 소설 속 여자를, 속내를 알 길 없는 차하연이 걸어온 과거라 우겨본다면 어쩌면 연결될지 모르지 싶은 평행이론적 추론. 두 여자 모두 불행했고, 자신 따윈 버릴 만큼 센 척하지만 결국 절실하게 희망을 바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이토록 복잡다단한 여자가 충무로에 존재했던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가늠이 안 가는 이 여자의 진심이 궁금하더라.” 전도연은 이런 차하연을 ‘여배우가 소모되지 않고 돋보일 수 있는 배역’이라 정의한다. <밀양>과 <하녀>로 밟은 두번의 레드카펫과는 다소 동떨어진 장르 선택이다. “영화제용 영화를 따져보느라 선택이 늦어지는 일은 없다. 다작을 하기엔 흥미로운 여자 캐릭터
[전도연] 헝그리 정신으로 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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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을 받아야 살 수 있는 남자 태건호. 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는 오로지 미모의 사기범 차하연뿐이다. 주어진 시간은 단 열흘. 꼬여버린 상황. <카운트다운>은 둘의 지독한 인연의 연결고리를 추격한다.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2002)에서의 만남 뒤 9년 만에 정재영, 전도연, 두 배우가 또 한번 만났다.
[전도연, 정재영] 기분좋게 꼬인 인연의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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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남자친구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한다면 당신은 분명 망설일 것이다.” 9월 넷쨋주 할리우드 박스오피스의 관전 포인트는 신구 섹시 아이콘의 대결이다. <어브덕션>의 테일러 로트너냐, <머니볼>의 브래드 피트냐. 둘의 나이 차이가 28살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버지와 아들의 싸움이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에서 흡혈귀로 출연했던 브래드 피트와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뱀파이어를 쫓는 늑대소년으로 스타덤에 오른 테일러 로트너의 대결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가십들이 이런 빅매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을 리 없다. 실제로 신경전을 도발하려는 누군가는 브래드 피트와의 인터뷰 도중 테일러 로트너를 아느냐며, 그가 13살 때 출연했던 아동용 영화 <샤크보이와 라바걸의 모험>(2005)까지 언급했던 모양이다. 아이들 때문에 <샤크보이와 라바걸의 모험>을 10번 가까이 봤다는 브래드 피트,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테일러 로트너] 셔츠는 벗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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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에 영국판 <엘르 걸>에 칼럼을 기고한 일로 유명하다.
=아버지가 있는 영국에 있을 때였다. <엘르 걸>에 미팅을 하고 싶다고 전화하고 무작정 찾아갔다. 아버지가 유명한 팝스타 필 콜린스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운좋게 기회를 얻어 ‘LA 컨피덴셜’이라는 칼럼을 쓰게 됐다. <세븐틴> <틴 보그> <LA타임스>에도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다. 방송 채널 <Nickelodeon>의 리포터로 레드카펫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금은 서던캘리포니아 대학(USC)에서 방송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있다.
-<블라인드 사이드> <프리스트>를 거쳐 <어브덕션>에 출연하게 됐다. 처음 하는 액션 연기는 어땠나.
=<프리스트> 때 스턴트 훈련을 한 적이 있지만 <어브덕션>에서는 달리는 자동차에서 뛰어내리거나 한밤중에 습지를 뛰어다녀야 했다. 힘들었지만 재밌는 경험이었다. 약
[who are you] 릴리 콜린스 Lily Coll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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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고 한 얘기치고는 뼈가 있었다. “신분 상승을 하고 싶었다.” <의뢰인> 제작보고회 때 출연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박희순은 그렇게 대답했다. 누구는 인생의 밑바닥을 보여주고 싶어 기를 쓰는데 신분 상승이라니. 하긴 그의 전작을 떠올려보면 아주 이해가 안되는 말도 아니다. 난데없이 집에 침입한 ‘미친년’(강혜정) 때문에 몇번이나 자살 시도에 실패하는 남자(<우리집에 왜왔니>(2008))며, 상금 10억원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쇼 참가자 8명의 생사를 쥐락펴락한 장 PD(<10억>(2009))이며, 머리가 노랗게 탈색될 정도로 동티모르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쳤던 전직 축구선수(<맨발의 꿈>(2010))는 확실히 슈트 차림과 거리가 먼 인물들이었다. “비슷한 처지의 인물을 연기하다 보니 내심 이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우연찮게 들어온 작품들이 신분이 높은 인물이었다. (웃음)” 그게 <혈투>(2010)의 무관 헌명
[박희순] 연극하던 시절로 되돌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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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을 그 캐릭터로 살았으면 빠져나오는 데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선배 배우 최주봉의 말이 한치 틀리지 않았다. 아내를 찾으러 온 조선족 ‘구남’의 처절한 사투. 1년여를 옌볜과 부산을 오가며 매진한 <황해>는 하정우를 쉽사리 놓아주지 않았다. “영화 끝나고 ‘<황해> 후유증’이 생겼다. 다른 작품 때와 달리 이번엔 좀 심했다. 말 한마디 뱉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굳이 그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당시 만난 하정우는 할 말을 찾지 못해 힘든 기색이 역력했었다. 인터뷰가 불충분하다면 이후에 메일로 보충하고 싶다는 말로 그는 인터뷰를 끝냈다. 지치고 암울한 구남의 영혼이 준 상처는 컸다. 이러다 영영 사회성을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불안한 나날이 지속됐다. 하정우를 구한 건 <의뢰인>이었다. “<황해>를 하면서 영화적 깊이와 진지함에 골몰했었다. 빠져나올 구실이 필요했다. <의뢰인>은 장르적 쾌감을 주는 영화더라
[하정우] 깊은 밤을 날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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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은 자신이 연기한 <의뢰인>의 ‘한철민’에 관하여 “정황 증거로 몰린 용의자”라고 설명한다. “정적인 역할인데도 불구하고 풍성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어서 그 점에 매료됐다”고도 한다. 변호사(하정우)와 검사(박희순)로 각각 출연하는 나머지 두 주연배우들이 “법정에서 서로 논리적인 공방을 펼치는 가운데에서도 나는 조용히 감정선을 유지해야만 했다”고 밝힌다. 결국 “이 새로운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면 또 다른 영역을 넓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이 영화를 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이 말들을 모아보니 <의뢰인>의 한철민을 연기한 장혁은, 정황 증거로 몰려 용의자가 된 이 정적인 캐릭터의 풍성하지만 숨겨진 감정선에 도전하여 배우로서 새로운 장으로 진입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의뢰인>의 오프닝 시퀀스를 여는 것은 장혁이다. 차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들어오는 데까지 동네는 어수선하다. 경찰들이 가득하고 사람들은 소란스럽다. 그 소란이 자기의
[장혁] 변화구를 꿈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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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을 보이는 순간 상대가 파고든다. 손영성 감독의 <의뢰인>에서 심문을 하는 남자(박희순)나 변호를 하는 남자(하정우)나 증언을 하는 남자(장혁) 모두 이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법정이라는 공간 안에서 이들이 믿을 건 오로지 자신의 판단뿐. 다음 장부터 박희순, 장혁, 하정우 세 남자의 치열했던 법정 공방기가 펼쳐진다.
[장혁, 하정우, 박희순] 세 남자가 법정으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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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아저씨 사진 정말 멋져요! 아니 하정우 형인가?” 스튜디오의 벽을 가득 메운 배우들의 사진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박지빈의 시선이 하정우에게 머문다. 대선배처럼 느껴지는 남자배우들을 보면서 아직 아저씨라고 해야 할지, 형이라고 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설 정도로 자기 자신에게나 그를 보는 우리에게나, 박지빈은 여전히 ‘아역배우’라는 공고한 틀 안에 있다. 하지만 어느덧 17살이 된 그는 올해 검정고시를 통과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상태다. 유승호보다 두살 어린 그는 최근 ‘폭풍성장’이라는 표현과 함께 포털 사이트를 장식하기도 했다. 여전히 앳된 얼굴이지만 훌쩍 자란 키, 말하는 모습이나 웃음에서 여전히 장난기가 가득하지만 한결 성숙해진 모습이다. <안녕, 형아>(2005)에서 세상 무서울 것 없던 말썽쟁이 9살 한이의 모습은 이제 한참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또 한명의 ‘잘 자라줘서 고마워’ 배우가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10년차 배우요? 숨고 싶어요
“삶도
[박지빈] 이제는 의젓한 청년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