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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셈해보니, <코리아>는 배두나가 <괴물> 이후 6년 만에 출연하는 한국영화다. 그사이 배두나는 두편의 드라마(<공부의 신> <글로리아>)에 출연했고, 외국에서 두편의 영화(<공기인형>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찍었다. 그녀는 그렇게 꾸준히 관객의 시야에 들어와 있었다. 그런데 <코리아>를 통해 만나는 배두나는 이상하게도 참 반갑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영화의 주인공이라니. 전형적인 캐릭터에 올라탄, 조금은 배두나답지 않은 모험이 그녀의 연기를 더욱 기대하게끔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제가 참 희한한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은 이런 걸 가장 빨리 경험했을 법한데, 이게 웬일이야. 인형으로도 출연했는데 오히려 실화가 처음이라니! (웃음)”
<코리아>에 뛰어드는 순간 배두나는 리분희가 돼야 했다. 그리고 리분희가 된다는 건 곧 스카이 서브와 백핸드에 능한 왼손잡이 셰이크핸드(악수하
[배두나] 승부욕으로 한걸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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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읽고 두번 울었어요. 한번은 감동 받아서, 한번은 해야 하나보다 싶어서요. 몸은 너무 아픈데 마음은 하고 싶고.” 배우 하지원이 <코리아>를 만난 것은 그녀의 온몸이 ‘이제 그만!’을 외치고 있을 때였다. <해운대>(2009)를 마친 뒤 <7광구>(2011)로 향하는 시추선에 오른 것이 2년 전. 미리 스쿠버, 바이크, 수영, 복싱 등으로 ‘여전사’에 걸맞은 몸을 만들어두었음에도 촬영 막바지에는 체력이 바닥나버렸다. 하지만 <시크릿가든>팀이 몇달 전부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도 쉬지 못한 채 그녀는 액션배우 길라임이 되어 와이어를 탔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4일 동안 액션 신부터 찍었어요.” 그 살인적인 드라마 스케줄을 모두 끝내고 “이번에는 무조건 쉬겠다”고 결심한 그녀 눈에 불행히도(?) <코리아>가 들어온 것이다. “이틀 병원신세를 지고 나서 바로 연습 나갔어요.”
시작은 순조로운 듯했다. “첫날부
[하지원] 사귀고 싶은 친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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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남한과 북한은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 단일 탁구팀으로 출전한다. 그리고 현정화와 리분희가 이끈 코리아 단일팀은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다. <코리아>는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원은 현정화가, 배두나는 리분희가 되어 촬영 서너달 전부터 동고동락했다. <코리아>는 두 배우의 땀과 눈물이 빚어낸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으론 현실에서 두 배우의 관계가 궁금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정화와 리분희의 만남처럼 하지원과 배두나의 만남은 쉽게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원은 드라마 <더킹 투하츠>의 촬영으로 바빴다. 결국 인터뷰는 따로 진행됐다. 재밌게도 두 배우는 입을 맞춘 듯 자신들이 흘린 눈물에 대해 얘기했다. 고됐지만 도전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고 말했다. 창조와 재현 사이에서 훌륭히 줄타기를 한 두 배우의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배두나, 하지원] 그녀들의 환상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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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1980 출생
2002 <하모니>로 데뷔
2009~현재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영화) <황해> <퀵> <코리아>
-<코리아>에서 덩야핑 선수를 모티브로 한 덩야령을 연기했는데, 기자들도 진짜 중국 배우로 착각할 정도였다.
=정말? 그런 말 들으면 너무 기분이 좋다. 근데 많은 분들이 덩야핑을 이렇게 못된 모습으로 그릴 수 있냐고 불평하시더라. 일리가 있는 말이다. 심리적인 압박도 꽤 컸다. 그래서 시나리오에 충실하게, 내 스타일로 연기하려고 했다.
-<퀵>의 폭주족 여자도 끝내줬다. <황해>에서 호텔 바닥 피 닦는 역할도 인상적이었고.
=스페인에 플라멩코 배우러 갈 예정이어서 출연을 거절했었다. 그런데 윤제균 감독님이 그랬다더라. “재화 같은 애 또 없어?” 그래서 그냥 했다. (웃음) 아버지는 왜 자꾸 그런 역할만 하냐고 하시는데, 겉모습이 예쁘게 포장된 배
[who are you] 김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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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1965년생 추계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12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로 제8회 세계문학상 당선
“고백하건대, 나는 나쁜 남자다.” 전민식의 데뷔작인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의 작가의 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소설을 쓰겠다는 일념으로 처음 들어갔던 대학을 그만두고 방랑생활을 하며 47살이 된 지금까지 꿈을 접지 않은 그의 곁에서 힘이 되어준 모든 사람에게 하는 그만의 사과법이기도 하다. 작가와 주인공의 이력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 자전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이 책은 한국사회에서 변두리로 밀려난 인생을 산다는 일에 대한 흥미진진한 보고서와 같다.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의 주인공은 임도랑이라는 남자다. 한때 컨설턴트로 제법 잘나갔던 그는 지금 고시원에 살고 있다. 추락의 이유는 산업스파이였던 애인 진주. 추락하는 데는 날개가 없다더니, 산업스파이의 오명을 쓰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과거를 묻지 않고 몸만 있으면 되
[전민식]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끝까지 살아내는데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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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화의 머리는 짧고, 하얗다. 세 번째 삭발투혼으로 알려진 <봄,눈>의 히로인다운 ‘길이’였지만, 노인을 연기했던 <덕혜옹주>나 <위트> <영영이별 영이별> 등의 공연을 본 적이 없는 입장에서는 낯선 ‘색깔’이다. 기억 속의 윤석화는 커피 CF의 주인공이었고, 단막극 <샴푸의 요정> 속 괴팍한 노처녀 상사였다. 어느 잡지에서인가, 사진작가 조세현이 찍은 짧고, 덜 하얀 머리의 사진을 본 적은 있었다. 공연을 본 적이 없다, 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윤석화는 “연극은 기록이 없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그런 매력 때문에 연극을 했어요. 공연 때 받았던 감동이든 재미든 의미든 그때 반짝였으면 된 거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37년 정도 하고 되돌아보니 남은 건 사진 몇장이더라고. 그런 게 조금 아쉽기는 했어요.” <레테의 연가>(1987) 이후 24년 만에 출연한 영화 <봄,눈>은
[윤석화] 어느 봄날, 그녀의 기록들이 하얗게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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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여자 손으로 넘어갔다”
-김혜수는 <타짜>의 ‘정 마담’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본인이 이번 출연을 부담스러워했을 수 있겠다 싶다.
=혜수씨는 뽀빠이와 오랫동안 손을 맞춰온 미모의 금고털이인 팹시 역할이었는데, 시나리오를 잘 못 써서 그런가. 수차례 설득해야 했다. (웃음) 처음엔 선뜻 팹시가 멋지다고 했다가 좀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배우야 그런 걱정 당연하다. 감독은 배우가 그런 걱정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이 캐릭터는 정말 뭐지? 이 캐릭터의 겉과 속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전작을 같이 했던 배우들과 언제나 모든 작품을 할 수는 없다. 윤석 선배한테도 시나리오가 안 맞으면 언제든지 ‘No’를 해도 된다, 그런 것에 미안함이나 부담 갖지 말자 했다. 혜수씨와도 전화도 많이 하고 그게 시나리오를 좋은 방향으로 고쳐나가는 힘이 되기도 했다.
-정 마담은 <타짜>에서 큰소리 한번 내지 않고도 파문을
[도둑들] “지구는 여자 손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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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는 12세 이상 관람가였다. 한국형 판타지에 대한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최동훈의 영화에 굳이 <아바타>와 대전을 탓할 이유는 없다. 그 순간 흥행사 최동훈에게 바라는 건 딱 하나였다. 부디 본연의 역할로 돌아올 것! 청소년 관람불가로 규정되는 영역, 즉 인간의 욕망이 각종 범죄와 접점을 이루어 들끓고 아귀다툼하는 그 세계는 최동훈을 최동훈답게 만들어줄 의심할 바 없는 하나의 브랜드였다. 그리고 그건 <타짜>(2006)의 고니가 밤거리를 걷는 첫 장면에서 <택시 드라이버>의 로버트 드 니로의 고독을, 사정 봐주지 않고 도심을 질주하던 <범죄의 재구성>(2004)의 카체이싱 장면에서 <스피드>의 쾌감을 또 한번 맛보고 싶은 관객의 순진한 바람이었다.
<전우치>(2009) 이후 2년 만의 신작이지만, <범죄의 재구성> <타짜>로 이어지는 범죄 3부작으로 따지자면 무려 6년
[도둑들] 첫 공개! 최동훈이 말하는 <도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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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1991 출생
2011 계원예술고등학교 졸업
2012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2학년 재학 중
단편 <영아> 출연
<은교>
-오디션 볼 때 가족들이 반대했을 텐데요.
=“안돼! 말도 안되는 소리!” 아빠는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시던데요.
-원작의 은교와 영화의 은교는 어떻게 다른가요.
=은교는 지금껏 받은 사랑이 없으니까 누군가가 사랑을 주면 자꾸 집착해요. 연기할 때는 이 아이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좀더 선명하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10번 넘게 테이크가 계속된 적도 있을 텐데요.
=흐흐. 18번 간 테이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뭉뚝한 연필을 보면서 이상하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그랬어요. 제가 좀 고집을 부렸거든요. 시선을 조금 옮기면 되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그렇게 못하는 거예요. 답답하다 못해 울컥울컥해요. 그런데요. 테이크가 계속되면 감정의 변화가 조금씩 생긴다는 것이 신기해요.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보면 결국 ‘유레카!
[who are you]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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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1986 시 <유리닦는 사람>으로 등단
1995 단편소설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발표
2002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로 동인문학상 수상
2003~현재 소설 <참말로 좋은 날> <지금 행복해> <인간적이다>,
산문집 <즐겁게 춤을 추다가> <농담하는 카메라> <칼과 황홀>
시인으로 출발한 소설가 성석제의 이야기 샘은 20년이 넘도록 마른 적이 없다. 그는 때로는 칼럼니스트로, 때로는 문학집배원으로, 때로는 인터넷 연재작가로 종횡무진해왔다. 그렇게 소설의 안팎에서 그의 글은 무위의 잡담(雜談)으로서 우리의 심심함을 달래주었다. 하여 간만의 장편 <위풍당당>으로 돌아온 그에게 잡담을 청했다. 그를 만나러 가는 종일 하늘은 맑았고, 라디오에서는 선거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의 재담은 봄바람보다 청량했고, 개표결과보다 예측불가였다. 그래도 아쉬움은
[성석제] 가벼움의 함량, 웃음의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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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분류해보려 해도, 이병헌은 독보적인 세대다. 그는 최민식을 필두로 한 송강호, 설경구 같은 연기파 배우들과 위치를 공유하지 않으며, 스타성을 토대로 연기성을 구축한 원빈, 조인성 같은 배우와도 공통분모로 엮이지 않는다. 훈련이 아닌 타고난 연기. 세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스타성. 이 두 가지야말로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이병헌을 구성하는 단일의 것이자 그의 스크린 장악력을 절대적이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17주년을 맞은 <씨네21>은 배우 이병헌을 만났다. 광해군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천민 하선이 가짜 왕의 역할을 하며 벌어지는 팩션사극 <나는 조선의 왕이다>에서 그는 광해군과 하선의 두 캐릭터를 오가는 1인2역의 연기로 촬영에 매진 중이며, 곧 개봉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지.아이.조2>에서 달라진 스톰 쉐도우를 보여줄 예정이다. 연기생활 20년 동안 그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견고한 자신을 쌓아두었지만, 솔직한 그의 이야기를 통해 뒤돌아본 그 길
[이병헌] 이 배우의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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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 출생
2003 <대한민국헌법 제1조>로 데뷔
2009~현재 <핸드폰> <심장이 뛴다>
<최종병기 활> <인류멸망보고서>
-<인류멸망보고서> 세 번째 에피소드인 임필성 감독의 <해피 버스데이>에 출연한다.
=원래 류승수씨가 맡은 아나운서 역할로 오디션을 봤다. 며칠 뒤 감독님께서 전화를 해서 “아나운서도 좋은데, 조금 더 큰 역할로 갔으면 좋겠다”며 전형적인 아버지 역을 제의했다.
-1996년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고.
=극단 인혁, 골목길에서 활동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은 1999년작 <흉가에 볕들어라>이다. 곱사등이이자 성적 장애자이면서 대를 이어야 하는 부잣집 아들 역을 맡았다. 연기란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 작품이다.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연출가와 함께 작업했다.
=“인생도, 무대 위도 남의 것에 묻혀가지 마라, 작은 걸 하더라도 제 것을 해야 한다”
[who are you] 이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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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2일, 인디다큐페스티발 개막식 뒤풀이. 김동원 감독은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개관 소식을 안주 삼아 후배 감독들에게 연거푸 술잔을 건넸다. 광화문 미로스페이스와 임대 계약만 남겨두고 있다는 그의 말을 듣고 ‘이번에는 정말?’이라고 속으로 되물은 이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디스페이스는 영화계 안팎의 후원자들을 모아 극장 물색에 나섰지만, 계약 성사 직전에 무산되는 우여곡절을 여러 차례 겪었고, 이 때문에 개관 시기 또한 애초 예정보다 5개월 가까이 늦춰졌다. 인디스페이스의 부활이 연기되면서 가장 애가 탔던 이는 다름 아닌 민간독립영화전용관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동원 감독이었을 것이다. 그가 대낮부터 “커피 마실 거면 소주 마시자”고 선술집으로 끌고 간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임플란트 치료를 받느라 쑥 빠진 아랫니 사이로 극장 문을 열기 전의 설렘과 여전히 남아 있는 부담이 들숨과 날숨처럼 수시로 교차했다
[김동원] “상영관, 문화적 소통 공간, 사회적 발언의 거점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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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에서 첫사랑의 여자를 ‘약 올리던’, 현재의 어리고 능력있는 여자 은채. 고준희가 옴니버스영화 <인류멸망보고서>에선 좀비로 활약한다. 큰 키,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 톡톡 튀는 사고방식은 고준희를 규정하는 일차적인 요소이지만, 아직 그녀의 정체를 모두 파악했다고 하기엔 이르다. 고준희의 멋진 스타일에 가려진 많은 것들을 되짚어본다.
-<건축학개론>의 반응이 좋다.
=놀랍게도 난 아직 못 봤다. 부모님도, 내 주변 사람들도 다 봤는데 나만 아직이다. 새벽부터 매일 드라마 촬영의 연속이었다. <인류멸망보고서> 시사회에도 아침에 드라마 촬영 끝나고 바로 넘어온 거다. 얼른 나도 봐야 하는데. (웃음)
-tvN <일년에 열두남자>의 ‘탄야’는 사랑과 섹스에 개방적인 역할이다. 덕분에 고준희란 배우까지 탄야처럼 자유분방한 여자라는 이미지에 일조했는데.
=오종록 감독님과 <건빵선생과 별사탕> 때 함께했는데
[고준희] 꽃봉오리를 기다리며 조금씩,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