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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의 어느 초여름날 밤, 이송희일 감독의 ‘팬덤’을 직접 목격할 기회가 있었다. 그의 퀴어영화 <지난여름, 갑자기> <백야>의 상영에 참석하기 위해 수많은 ‘후회 폐인’들이 인디포럼을 찾은 것이다. 새벽까지 이어진 그날의 뒤풀이에 함께하며 <후회하지 않아> 이후 6년 동안 지속된 팬들의 오랜 목마름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헛되지 않은 듯 보인다.
11월15일, 앞서 언급한 두편의 영화와 올여름에 촬영한 신작 단편 <남쪽으로 간다>가 ‘이송희일 퀴어 연작 시리즈’란 이름 아래 극장 개봉한다. 타이트한 촬영 스케줄과 캐스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인배우 연출 문제로 이송희일 감독의 시름은 깊어져갔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면 알게 될 거다. 이제는 새로운 폐인이 탄생할 때라는 걸(영화의 자세한 내용은 36쪽 프리뷰를 참조하면 좋겠다).
-첫 관객 시사회를 서울이 아니라 부산에서 연다.
=<후회하지 않아> 때
[이송희일] 동성애/이성애를 가르는 빗금 자체에 의문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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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백을 하면…>의 감독 겸 제작자 조인성은, ‘그’ 조인성을 떠올린다면 처음엔 다소 실망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보라. ‘이’ 조인성이 훨씬 귀엽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건 배우 김태우 덕분이다. 내놓는 작품마다 신통찮아 툭하면 짜증인 데다 강릉으로 상습 도피를 일삼는 그를, 김태우는 미워할 수 없는 옆집 남자처럼 그려낸다. 그가 처음엔 서울과 강릉을 잇는 길 위에서 이런저런 사람들과 마주치며 이따금 억울한 상황에 처해 식식거릴 때면, 사랑스러워서 그저 흐흐흐, 하고 웃게 된다. 밥 먹는 연기는 또 어찌나 수더분한지. 이만하면 그를 생활연기의 달인이라고까지 부르고 싶어진다. 여기, 그가 <내가 고백을 하면…>의 장면들 속에서 끄집어낸 생활연기의 참맛을 옮겨 적었다. 읽다 보면 그와 함께 강릉에서 못밥 한끼 하고 싶어질 거다.
-인터뷰 준비하다가 유부남, 그것도 11년차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모르는 분들이 더 많아요. 애도 있고, 아저
[김태우] 생활연기의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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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영화 <남쪽으로 간다>
-<남쪽으로 간다>가 첫 작품이다. 생짜 신인인데도 이송희일 감독이 먼저 제안해서 캐스팅됐다고 들었다.
=나보다 잘생기고 재능있는 배우는 많으니까 ‘25살이 되기 전에 연기파 배우로 승부를 보자’라고 목표를 잡고 연기 수업을 받고 있었다. 우연한 계기로 내 프로필을 보고 이송희일 감독님이 먼저 연락을 주셨다.
-노출이나 베드신이 힘들진 않았나.
=베드신이 어려웠을 거라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상대배우인 전신환 선배랑 편하고 재밌게 찍었다. 그런데 맨몸으로 뛰어다니고 진흙탕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이번에 개봉하는 이송희일 감독의 영화 3편 중 <남쪽으로 간다>의 기태가 제일 강렬했다.
=사실 나는 군대를 면제받았기 때문에 기태 역을 맡으면서 군복도 처음 입어봤다. (웃음) 기태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남자다. 기태의 감정선도 감정
[who are you] 김재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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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불씨를 댕기는 소녀. 인간 엄마와 뱀파이어 아빠를 둔 르네즈미의 운명이다. 태어난 지 3일 만에 걷기 시작하고, 일곱살에 이미 10대 소녀의 성숙함을 지니게 되는 이 소녀의 특별함이 보수적인 뱀파이어 집단 볼투리가의 심기를 건드린다. 이전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진 인간 벨라의 존재가 모든 갈등을 부추기는 원인이었다면, 전세계에서 모인 뱀파이어들에 늑대인간까지 합세한 <브레이킹 던 part2>의 대규모 전쟁 한가운데는 ‘불멸의 아이’로 의심되는 소녀 르네즈미가 있다.
젖먹이 아기부터 여인의 모습이 엿보이는 10대 소녀로 성장하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여기에 뱀파이어로서의 기질까지 소화해내길 원한다면 아역배우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걸까? 제작진도 그건 무리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 영화에서 보여질 수많은 르네즈미의 모습 중 가장 성장한 버전의 르네즈미를 캐스팅하려던 그들의 계획은 11살 소녀 매켄지 포이
[매켄지 포이] ‘천의 얼굴’을 그려낼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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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끝나기를 애타게 기다려온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로버트 패틴슨일 거라 생각했다. 패틴슨은 프랜차이즈가 첫발을 내디딘 2008년 이래, ‘<트와일라잇> 스타’라는 수식어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구보다 더 고군분투해왔다. 지난 4년 동안 바쁜 스케줄을 쪼개 그가 출연해온 영화들을 떠올려보자. 진중한 시대극 <리틀 애쉬: 달리가 사랑한 그림>부터 거장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와 조우한 <코스모폴리스>까지, 로버트 패틴슨은 그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이라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법한 작품들로 필모그래피의 여백을 채워나갔다. 이러한 그의 행보엔 이유가 있어 보인다. 패틴슨에 대한 대중의 열광은 벨라 역의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향한 애정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인간 소녀에게 대다수의 소녀팬들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싶어 하는 반면, 청초한 외모의 뱀파이어 에드워드에게 그녀들이 바라는 건
[로버트 패틴슨] 소녀들의 판타지를 버린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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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였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감독 루퍼트 샌더스와 키스하고 있는 사진 한장이 그녀를 무너뜨렸다. 사실 불륜 스캔들은 할리우드에서 새삼스러운 사건이 아니다. 사랑에 빠졌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또 다른 누군가와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던 톱스타들을 우리는 너무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좀 다르다. 대중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히로인, 벨라를 보는 잣대로 그녀를 바라본다. 스튜어트가 스테파니 메이어의 원작 소설 속 벨라와 같은 나이라는 점, 영화의 상대 배역인 에드워드 역의 로버트 패틴슨과 실제로 연인관계라는 점이 많은 이들로 하여금 스튜어트의 모습에 벨라의 이미지를 덧씌우게 만들었다. 불륜 스캔들이 터진 이후, <뉴욕 데일리 뉴스>가 스튜어트를 두고 ‘트램파이어’(헤픈 여자와 뱀파이어의 합성어)라 지칭한 건 그녀에게 쏟아지는 모든 비판의 화
[크리스틴 스튜어트] 삶의 전환점에 선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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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은 그들의 것일까. 종족간의 차이를 극복하고 <이클립스>에서 결실을 맺은 벨라와 에드워드가 드디어 <브레이킹 던 part1>에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딸을 낳았다. 그런데 이 천진난만한 소녀가 대규모 전쟁의 불씨를 댕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마지막편, <브레이킹 던 part2>가 마침내 11월15일 개봉한다. 세계를 지배하는 볼투리 가문에 맞서 전세계 뱀파이어들이 참전하는 전쟁의 한복판에 놓인 가족은 끝까지 무사할 수 있을까. 본격적인 영화 얘기를 하기에 앞서 시리즈와 더불어 성장해온 두명의 청춘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틴슨의 스토리를 전한다. 빌 콘돈 감독이 “그들이 딸을 낳았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라 극찬한 벨라-에드워드의 딸, 르네즈미 역의 매켄지 포이에 대한 소개도 함께 담았다.
[브레이킹 던 part2] 신화는 잊혀지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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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의 공소시효가 끝났다. <내가 살인범이다>는 그 끝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참회 자서전으로 스타가 된 연쇄살인범, 그를 잡기 위한 형사의 끈질긴 사투다. <살인의 추억>의 소재에 스릴러가 바탕을 이루고, 각종 액션이 포진하며, 코믹이 끼어들고 반전이 고개를 든다. 자칫 무너질 듯, 아슬아슬한 결합이다. 독립다큐멘터리 <우린 액션배우다> 이후 첫 극영화를 완성한 정병길 감독을 만났다.
-오늘 의상이 정말 멋있다. 평소에도 이런 차림인가.
=웬걸. 평소엔 늘 추리닝 차림이다. 아는 PD님이 시사회 때는 제대로 입고 가야 한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빌려 입었다.
-시사회는 어제였는데, 옷을 여러 벌 빌렸나보다. (인터뷰는 시사회 다음날 저녁에 진행됐다.)
=집엘 못 갔다. 아침 8시까지 지인들과 술 마셔서 어제 입었던 옷 그대로다. (웃음) 다들 축하해주고 칭찬해주더라. 영화 본 사람도, 만든 사람도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그런데도 막상 나는 사
[정병길] “만화책 넘기듯, 빠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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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는 다른 건 전혀 없어. 그냥 매력적으로 보일 뿐이야. 좀 허영 같기도 하고. 첼시가 오히려 솔직하지.” <짐승의 끝>에서 야구 모자를 쓴 정체불명의 남자(박해일)는 TV 축구경기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당시 대사에 대해 조성희 감독은 “지금 생각하면 너무 오글거린다”고 웃으며 말하긴 했지만, 뭐랄까 <늑대소년>은 그런 ‘솔직한’ 감정에 충실한 판타지가 아닐까 싶다. 미쟝센단편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남매의 집>(2009), 밴쿠버와 로테르담영화제에 초청됐던 장편 데뷔작 <짐승의 끝>(2010)으로 주목받은 그의 신작 <늑대소년>은 이전작들과는 정반대의 방식과 스타일로 풀어낸 동화다. 지난 몇년간 <장례식의 멤버>의 백승빈, <나는 곤경에 처했다>의 소상민, <파수꾼들>의 윤성현 등 영화아카데미 졸업과정작품 출신 감독들이 한국 영화계의 뜨거운 관심이었다면 그들 중에서 가장 먼저 제도권 영화를
[조성희] “온기가 도는 판타지로 받아들여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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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원 감독이 자신감에 차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배우 정인기라면 <순환선>의 실직한 가장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판단이 옳았다. 옴니버스영화 <가족시네마>의 단편 중 하나인 <순환선>은 배우 정인기의 주름 하나, 표정 하나로 실직한 가장의 고민과 히스테리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연극배우로 시작해 영화배우가 되기까지의 세월을 합하면 20년도 훌쩍 넘지만 “언제나 현장이 제일 좋다”는 그의 말과 미소에는 신인배우가 가졌을 법한 결연한 의지와 설렘이 보였다. 문득 푸근한 미소 뒤에 감춘 그의 끈기가 궁금해졌다.
-올여름에 <JURY> 현장에서 봤던 모습과 완전히 달라서 깜짝 놀랐다. 살도 많이 빠진 것 같고. 무엇보다 슈트를 입으니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살이 많이 빠졌다. 원래 정말 편안한 복장으로 다니는데 오늘은 좀 차려입었다. (웃음) 실은 나도 이런 내 모습이 좀 어색하다.
-<순환선&g
[정인기] 단편영화 덕에 다양한 역에 도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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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박시후라니. 낯설었다. 지난해 겨울 <내가 살인범이다> 영풍문고 시퀀스 촬영현장에서 박시후를 만났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오해하지 말자. 그가 스크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한 생각은 절대 아니니까. 박시후 하면 드라마 <역전의 여왕>(2011)이나 <공주의 남자>(2011) 등 텔레비전 화면 속 그가 익숙한 게 사실이다. 그 역시 자신의 첫 영화 출연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나보다. 스튜디오의 벽에 붙은 여러 배우들의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사진기자가 찍은 테스트 컷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등 난생처음 경험한 표지 진행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홍보 활동도 시작됐고. 거리에 영화 광고도 많이 하더라. 관객 반응도 궁금하고. 첫 영화라 그런지 무척 설렌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남자.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박시후가 연기한 이두석은 이상한 연쇄살인범이다. 공소시효가 지난 뒤 자신의 살인 행각을 담은
[박시후] 아직 잘 모르는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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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이 걸어왔다. 뒤축을 접어 신은 “슬리퍼 같은 운동화”는 곧 끈 떨어진 운동화가 될 판이었다. 신발 속엔 아디다스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흰 양말, 거기에 또 밤새 범인이라도 쫓다 온 것처럼 붉게 충혈된 눈. “아, 해장해야 하는데.” 배우 정재영의 소박함과 털털함이 영화 속 캐릭터와 접선하는 순간이었다. 잠시 <내가 살인범이다>의 최형구 형사가 걸어 들어온 줄 착각했다.
최형구는 “연쇄살인범을 잡아야 하는데 잡지 못한 형사”다. 이렇게만 설명하고 보면 최형구는 <살인의 추억> 속 형사들과 비슷하다. 부연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최형구는 머리가 좋은 형사다. 경찰대학 출신에 엘리트 형사다. 그런데 연쇄살인사건에 자신의 연인이 연루되고 끝내 살인범을 잡지 못하면서 승진도 못하고 계속 그 사건에 매몰돼 있다.” 공소시효가 끝난 상황에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이두석(박시후)이 등장한다. 자신의 범행기록을 담은 자서전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이
[정재영] 여전히 기막힌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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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인범이다>를 끌고 가는 건 두 남자다. 그들은 쫓고, 쫓기는 관계다. 공소시효가 지나자 자신의 살인 행각을 기록한 책 <내가 살인범이다>를 들고 나타난 연쇄살인범 이두석(박시후)과 15년 전 그를 놓친 바 있는 형사 최형구(정재영)가 그 주인공이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호흡을 맞췄던 두 남자가 오랜만에 표지 촬영을 위해 만났다. 박시후는 “(정)재영이 형 덕분에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먼저 다가와서 영화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고 선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고, 정재영 역시 먼저 농을 던지며 스튜디오의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었다. 일단 두 남자의 <내가 살인범이다> 작업 이야기부터 들어보자.
[정재영, 박시후] 두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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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가 <도둑들>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두 번째’라고 표현하니 뭔가 흔한 일인 듯싶지만 그것은 무척 의외의 결과다. <도둑들>에 이은 <광해>의 성공요인은 뭘까. <광해>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에는 <마지막 늑대> <미녀는 괴로워> <마린보이> 등을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의 힘이 컸다. 당초 강우석 감독이 <나는 조선의 왕이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했던 작품이 원동연 프로듀서, 추창민 감독, 그리고 이병헌에 의해 <광해>로 다시 태어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가 구상하는 ‘새로운 판’까지, 그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기로 한 작품이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지난해 9월경 CJ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괜찮은 시나리오가 있는데 공동제작형식으로
[원동연] 이 시대 리더의 조건이라는 화두가 승부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