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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판타지 문학의 효시. 누적판매량 1천만부가 넘는 베스트셀러 시리즈. <퇴마록>의 등장은 비단 잘 팔리는 책 한권 정도가 아니라 한국 문학의 다양성을 넓힌 일대 사건이었다. 이른바 퇴마록 세대 이후 장르 문학이 쏟아져나왔고 판타지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었다. 그 뜨거운 팬심은 20년이 지나도 여전하다. 하긴 악몽 같던 영화 <퇴마록>의 충격에도 견딘 그들 아닌가. 3월13일 <퇴마록>을 기억하는 이들의 심장을 달굴 소식이 전해졌다. <퇴마록>이 12년 만에 <퇴마록 외전>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우혁 작가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이 직접 참여하는 <퇴마록>의 3부작 영화화 계획까지 밝혔다. 흥분한 팬들은 희망이 뒤섞인 상상을 쏟아냈고 영화가 곧 만들어질 것처럼 들썩이고 있다. 과연 영화 <퇴마록>은 ‘원작 파괴자’라는 악명을 딛고 다시 한번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인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한
[이우혁] 스토리에 대한 발언권만은 보장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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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드라마 촬영 있었나요?” “촬영하고 온 것 같죠. 인터뷰 사진 찍는다고 머리 만졌어요. 안 그러면 머리카락이 힘이 없어서 바보처럼 머리에 딱 달라붙거든요. 가르마도 원래 5:5고.” 최무성은 셔츠도 따로 두벌 준비해왔다. 하지만 셔츠가 커서 사진 촬영 땐 빨래집게로 옷을 고정해야 했다. 사이즈 때문만은 아니었다. 막상 사진 촬영을 시작하자 평소 늘 입고 다닌다는 주름진 카키색 티셔츠가 깔끔하게 다림질된 셔츠보다 더 잘 어울렸다. 재밌게도 그의 연기가 그렇다. <연애의 온도>에서 최무성은 김 과장을 연기한다. 김 과장은 주인공 동희와 영의 직장 상사이자 손 차장(라미란)과는 불륜관계인 이혼 직전의 중년 남자다. 영화에서 김 과장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최무성은 있는 듯 없는 듯 제 몫을 다 한다. 바로 자연스러움을 최고의 무기로 삼는 정량(定量) 연기다. 극단 연희단 거리패 등을 거친 연극배우 출신이자 <먼데이 P.M. 5> <사람을 찾습니다>
[최무성] 따먹는 연기? 적성에 안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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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극단 청국장 소속
2013 영화 <연애의 온도> 박 계장 역
2008 영화 <님은 먼 곳에> 위병소 군인 역
2007 연극 <임대아파트> 윤정수 역
2005 연극 <춘천 거기> 영민 역
2004 연극 <보고싶습니다> 깡냉이 역
2000 연극 <총각파티>
김강현을 생짜 신인으로 오해한 까닭의 8할은 ‘극강의 동안’ 때문이었다. <연애의 온도>에서 이민기의 후배로 나오는 김강현은 사실 14년차의 베테랑이다. 2000년에 <총각파티>로 처음 무대에 섰고, 그 뒤로 쭉 작품을 올렸다. 그중 <춘천, 거기>를 본 노덕 감독이 그의 연기를 마음에 담아둔 모양이었다. ‘박 계장’에 그만 한 적임자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영화 데뷔는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 곳에>다. “군인을 연기했는데 머리 깎고 갔더니 감독님이 ‘딱 위병소에 있게 생겼’다고 하시더라.” 배우가 된 데도
[who are you]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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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같은 남자. 깔끔하고 도회적인 이미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스타. 바로 천만 배우에서 할리우드 스타로 거듭나고 있는 이병헌이다. 그는 외모부터 연기까지 언제나 딱 떨어지는 조각 같았다. 설혹 그가 인간적인 모습으로 대중에 다가오고 싶더라도 그 두터운 아우라는 좀처럼 걷히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어떤 경우에도 빛나는 스타일 것만 같은 배우. 그런 그가 변했다. 최근 방송을 통해 한 몇번의 진솔한 고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스타 이병헌, 배우 이병헌, 그리고 인간 이병헌. 때론 겹치고 때론 각기 다른 그 사이에서 진짜 ‘이병헌’을 보았다.
스타는 일종의 장르와 같다. 별다른 수식어 없이 이름만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며 얼굴만으로도 작품의 정서를 설명한다. 이병헌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당신의 머릿속에는 어떤 그림이 떠오르는가. 시원한 미소, 바른 몸짓, 조각 같은 몸매와 얼굴, 낮고 굵은 목소리. 거의 자유연상에 가까운 반응. 우리는 분명 그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재밌는
[이병헌] 두개의 심장을 가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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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전 11시, 어머니들이 남편을 출근시키고 아이들을 학교 보낸 뒤 겨우 숨을 돌리는 시간에 영화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가 인터뷰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류승완 감독과 어느덧 세 아이의 부모로 살고 있는 그녀이지만, 28살의 그녀가 3살 연하의 감독지망생과 결혼했을 때 그녀의 40대에 광명이 비치리라 예상한 것은 옆집의 점쟁이뿐이었다. 그렇게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라며 버텼던 그녀가 이제 ‘우리 그냥 영화하게 해주세요’라는 말조차 무색할 충무로의 중견 제작자가 되어 있다. <베를린>의 성공이 알려주듯 명실상부 내조의 여왕이자 외조의 여왕으로서 류승완 감독만의 색깔을 지켜온 그녀다. 그리고 비로소 그녀에게도 새로운 도약의 시간이 찾아오고 있다. 그녀를 만나 그동안 그녀가 류승완 감독과 함께 ‘피도 눈물도 없이’ 달려온 20년을 훑어보았다.
-늦었지만 <베를린> 700만 관객 돌파를 축하한다.
=감사하다.
-500만명 넘을 때까지는 노심초사했
[강혜정] 믿음, 소망, 사랑 그중 제일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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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이라면 몰라도, 톨스토이라니. 영국의 로맨틱코미디 명가 워킹타이틀이 러시아의 걸작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것도 의문이었지만, <안나 카레니나>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키라 나이틀리가 안나를 연기한다는 것이었다. 푹 꺼진 눈매에, 남자아이같이 호탕하게 웃던, <오만과 편견>과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깡마른 그 배우가 안나 카레니나를 맡았다고? 다음은 모두의 우려와 달리, 자신만의 안나를 성공적으로 연기해낸 키라 나이틀리의 이야기다.
모험이다. 키라 나이틀리가 안나 카레니나를 연기한다는 건.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의 정부(情婦)다. 수도사 같은 남편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장본인이자, 젊고 치기어린 군인 때문에 하나뿐인 아들도 내버리는 매정한 여자다. 영국의 스타 여배우로서 키라 나이틀리가 선점하고 있는 이미지를 생각해보자. 21세기의 엘리자베스 베넷(<오만과 편견>), 스포츠 브래지어를 하고 축구장을 누비는 활기 넘치는 스트라이커(
[키라 나이틀리] 날 사랑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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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아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세요?’라고 되묻는 표정. 이민기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얼굴이다. 어리둥절한 표정 연기에 있어서 이민기는 독보적이다. <해운대> <퀵> <오싹한 연애>에서 철딱서니 없거나 범상치 않은 여자들과 관계를 맺을 때의 그 얼굴들을 떠올려보자. <연애의 온도>에서도 이민기는 곧잘 그런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그 표정이 이민기를 아니, 이동희를 결코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연애의 온도>에서 이민기는 여자친구 영(김민희)과 엮이기만 하면 감정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않는 남자 동희를 연기한다. 동희는 3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해방감을 느끼지만 금세 보고 싶다고 징징댄다.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쪼잔하게 복수를 감행하고, “홧김에”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는 충동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그게 다 영이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민기는 자기감정에 충실한 동
[이민기] 나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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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면 김민희 없는 <화차>(2012)를 상상할 수 있을까. 그가 연기한 강선영은 비밀을 간직한 위태로운 여자였고, 위태로운 만큼 감싸주고 싶은 여자였다. 김민희의 얼굴은 강선영의 아슬아슬함이었고, 그것이 곧 <화차>의 긴장감이었다. 김민희도 <화차>가 자신의 경력에서 의미있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강선영을 선뜻 내려놓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화차>가 끝난 뒤 세고 어려운 영화를 다시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그러나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저마다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니 어느 순간 <화차>를 떠나보낼 수 있었어요.” 마침 <화차>와 전혀 다른, 말랑말랑한 연애담 <연애의 온도>의 ‘영’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은행원 영은 사내연애로 머리가 지끈거리는 중이다. 직장 동료들 몰래 3년간 사귄 남자친구 동희(이민기)와 헤어졌기 때문이다. 다시는 그의 얼굴
[김민희] 나를 훔쳐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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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마지막 날, 이민기와 김민희가 봄기운을 몰고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연애의 온도>에서 3년 사귄 사내커플 영(김민희)과 동희(이민기)를 연기한 두 배우는 서로 특별히 반가운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영화 속 영과 동희처럼 오래 알고 사귄 벗 같았다. 영화에서 워낙 싸우는 신이 많아서 두 사람 사이가 더 자연스러워졌는지도 모른다. “어릴 때 제일 처음 좋아한 연예인이 김민희였다”고 고백한 이민기도 “사랑해서 드는 정보다 싸우면서 드는 정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특출난 캐릭터가 아니라 일상에서 언제든 부딪힐 것만 같은 평범한 캐릭터로 만난 두 배우. 이들이 보여줄 보통의 연애는 과연 어떤 향기를 품고 있을까.
[연애의 온도] 봄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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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가 또 있을까. 자신이 참여한 두편의 영화가 같은 시기 극장가에서 맞붙는 경우 말이다. 프로듀서로 참여한 <베를린>의 흥행을 지켜보며 <신세계>의 제작자로서 한재덕이 느꼈을 법한 딜레마가 그런 것이었다. <베를린>이 700만 고지를, <신세계>가 250만 고지를 넘기며 승승장구하는 중이니 한숨 돌렸을 법도 하지만, 사나이픽쳐스 한재덕 대표는 윤종빈 감독의 신작 <군도>의 프로듀서로, 사나이픽쳐스의 차기작 <남자가 사랑할 때>의 제작자로 벌써 다음 고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올드보이> <주먹이 운다>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 그리고 <베를린>과 <신세계>까지, 충무로에서 제작되는 ‘사나이 영화’의 한복판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 남자를 만나기에는 바로 지금이 적기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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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덕] 사나이 영화, 나한테 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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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영화 <파파로티>
2011 연극 <소심한 가족 ZERO> 정씨부인, 황진이 역
2011 연극 <소심한 가족> 배향숙 역
-어떻게 배우가 됐나.
=경남 통영 출신이다. 고2 때 연극반에서 활동하다 졸업 뒤에 통영에 있는 극단 벅수골에 들어갔다. 극단 생활이 힘들어서 잠시 회사를 다니기도 했다. 그래도 역시 연기하는 게 제일 좋더라. 때마침 학교 선배가 대학로 극단 소울메이트에서 스탭을 구한다기에 일단 들어갔다. 그곳에서 7~8개월쯤 스탭으로 일하다 다시 배우가 됐다.
-<파파로티>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극단 소울메이트 최무성(배우 최명수) 연출님 덕에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겼다. 경상도 사투리를 잘 써서 윤종찬 감독님이 눈여겨보신 것 같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기가 쉽진 않았을 텐데.
=일단, 내 연기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게 재밌더라. 모니터에 비치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반면에 아쉬움도 많았다.
[who are you] 이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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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어 보이>의 꼬맹이, 드라마 <스킨스>의 브레이크를 상실한 청춘이 좀비가 되어 돌아왔다. 그냥 좀비가 아니다. 인간을 사랑하는 좀비다. 영국 배우 니콜라스 홀트가 <웜바디스>에서 좀비 R을 연기한다. ‘인격을 가진’ 좀비를 연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홀트는 여유만만이다. 니콜라스 홀트의 좀비 되기 프로젝트를 전한다.
니콜라스 홀트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를 찍으며 제니퍼 로렌스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그리고 얼마 전 두 사람은 결별했고, 제니퍼 로렌스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올해 오스카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홀트는 헤어진 여자친구의 수상에 진심어린 축하를 보냈다. “그녀가 상을 받아 무척 행복하다. 나 역시 흥분됐다.” 사적인 관계를 들추길 즐기는 할리우드 통신을 향해 꾸밈없이 속마음을 드러내는 그가 꽤 쿨해 보인다. <웜바디스>에서 호흡을 맞춘 여배우 테레사 팔머가 영화 촬영 전
[니콜라스 홀트] 상남자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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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년 전, 이재용 감독에게서 호출이 왔다. ‘영화에 출연하겠냐?’는 난데없는 요청이었다. 내 역할은 세계 최초로 시도된 원격조정 디렉팅 현장을 취재하는 영화잡지 기자였다. 영화에 나온다는 건 두려웠지만, 내가 나를 연기하는 거니 뭐 그리 어려울까 싶었다. 게다가 화려한 출연진과 함께 이재용 감독의 영화에 나올 기회가 아닌가. 보랏빛 기대는 현장 도착과 함께 퇴색됐다. 촬영장은 아비규환이었다. 현장엔 총 17대의 카메라가 있었고, 갤럭시 노트 프로모션용 단편영화 <시네노트>의 촬영팀, 그 현장을 다시 찍는 메이킹 촬영팀이 있었다. 미리 도착한 배우들은 틈만 나면 카페에서 뒷담화에 열을 올리느라 바빴고, 누가 배우인지 스탭인지 구별도 잘 가지 않았다. 이 모든 과잉의 틈바구니에서 오직 감독만 쏙 빠지고 없었다. 할리우드에 있다고 하는데 딱히 그 말을 믿는 사람도 없어 보였다. 카메라 앞에 서서 내 맘대로 대사를 지어냈다.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감독도 다 할리
[이재용] 생각했다, 영화라는 틀 ‘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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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 안주하거나 이끌려 다니지 않는 여자. 그래서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자신의 묘한 얼굴을 견고히 갖추고 역할의 전형성에서 벗어난 여자. 영화에서 미아 바시코프스카는 대체로 그랬던 것 같다. ‘미아 바시코프스카’라는 생소한 이름을 처음으로 전세계 영화팬들에게 알린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1). 그가 연기한 앨리스는 호기롭게 무기를 휘두르며 당당하게 위기에 맞선다. 비명을 꽥꽥 지르며 이리저리 도망다니기에 바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앨리스와 달라도 한참 달랐다. 구스 반 산트의 <레스트리스>(2011)에서 그는 아름다운 죽음을 기다리는 말기 암 환자치고는 씩씩하고 대견해서 보는 내내 응원해주고 싶었다(그래서 더욱 슬펐다). <에브리바디 올라잇>(2010)에서 맡았던 아네트 베닝과 줄리언 무어 레즈비언 커플의 딸은 또 어떤가. 출생의 비밀이 궁금해 아빠를 찾아나서는 딸 역이었는데, 두 엄마의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며 살아갈 수 있음에
[미아 바시코프스카] 인디아라는 이름의 통과의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