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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씨와 데이지의 만남은 흥미로운 우연이다. 1주 차이로 개봉하는 스티브 매퀸의 <셰임>과 바즈 루어만의 <위대한 개츠비>는 여러모로 다른 영화다. 전자가 섹스에 중독된 어느 현대인의 삶을 해부한 소규모 작가영화라면 후자는 1920년대 뉴욕 배경의 고전소설 위에 차려낸 할리우드식 진수성찬이다. 하지만 그 물리적 간격에도 전자의 씨씨와 후자의 데이지는 어딘지 닮았다. 섹스 중독자 오빠의 집에 얹혀살며 오빠의 직장 상사와 섹스를 나누는 애정결핍환자 씨씨. 부호 톰 뷰캐넌과 결혼했지만 성공해서 돌아온 제이 개츠비의 구애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유부녀 데이지. 극히 이기적인 저 사랑 중독자들을, 데뷔부터 사랑의 열병에 길들여져온 여배우 캐리 멀리건이 연기한다. 이제 그녀는 사랑이란 단어의 심장에 더 깊이 칼을 꽂아넣을 줄 알게 된 듯하다.
캐리 멀리건은 화려한 미모나 압도적인 아우라를 자랑하는 배우는 아니다. 영국에서 호텔리어 부모님의 평범한 양육 방식 아래 성장한
[캐리 멀리건] 불안하게 흔들리는 사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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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번. 사진가 노순택이 <씨네21>에 보내온 원고와 사진의 숫자다. 햇수로 무려 5년이다. 공교롭게도 이 5년은 이명박 정부와 함께한 시간이다. 우리는 ‘초현실적인 현실’을 살았고 노순택 작가는 사진과 글에 그 풍경을 담았다. 그것들이 <씨네21>을 거쳐 책으로 나와 독자와의 만남을 기다린다. 5월14일, 노순택 작가의 개인전 <어부바>가 열리는 통의동의 류가헌 갤러리에서 그를 만나 지난 5년을 되돌아보았다.
-내일 베니스로 출국한다고 들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 맞춰 한국 현대미술의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보여주기 위한 프로젝트가 열린다. 그 프로젝트팀에 소속됐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활동도 활발하다. 그동안 어떤 작업들을 했나.
=외국에서 했던 것 중 가장 큰 전시는 <비상국가>였다. 분단 이후 한반도가 때론 정말 비상상황인 적도 있었지만 일상마저 비상상황으로 만드는 시스템이 있다. 남한 정권 입장에서는 북한이 필요한 존재가
[trans x cross]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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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미나문방구>(2013)
현장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연출부 막내가 하는 일 중 하나가 ‘의상과 분장’ 일이다(4인을 기준으로 한 연출부에서 조감독은 스케줄 관리와 촬영 진행을, 연출부 세컨드는 배우 관리를, 연출부 서드는 (소품을 포함한) 미술과 세트를 맡는다). 프리 프로덕션 때 영화 속 인물들의 의상과 분장을 신별, 공간별로 정리해 의상팀과 분장팀에 각각 전달한다. 촬영 때 배우가 현장에 도착하면 의상팀이 의상을 입히고 분장팀이 분장을 완료할 수 있도록 진행한다. 혹여 촬영 스케줄이나 순서가 바뀌면 의상팀과 분장팀에 곧바로 수정 사항을 전달해야 한다. 감독과 의상팀, 분장팀 사이에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게 연출부 막내의 역할이다.
<미나문방구>가 첫 영화인 연출부 막내 곽민규(27)씨 역시 의상과 분장을 맡았다. 하지만 보통 영화보다 훨씬 많은 아역배우들이 출연하는 까닭에 점검할 분량이 만만치 않았다. 영화의 주요 공간
[STAFF 37.5] 통제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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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영화 <말로는 힘들어>
2012 영화 <줄탁동시>
2012 드라마 <환향-쥐불놀이>
2011 영화 <로맨스 조>
아직 우리는 김새벽을 잘 알지 못한다. 그녀는 스스로를 에릭 로메르 감독의 <녹색광선>(1986)에 나오는 델핀느(마리 리비에르)와 닮았다고 했다. “캐릭터의 모습 그 자체가 내 모습이었다. 나를 생각하며 델핀느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면 그대로 하고 있더라”며 지극히 영화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김새벽은 첫 주연작 <줄탁동시>에서 조선족 순희 역을 맡아 ‘진짜 조선족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캐릭터와 완벽히 동화되는 연기를 보여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이미 국제 무대를 밟기도 했다. 하나 그녀는 연기를 제대로 배운 경험이 없다. 심지어 “끝까지 제대로 읽은 연기 지도서도 없다”고 고백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하셨
[who are you] 김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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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을 이미 알지만 계속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대개 궁금함이란 단어로 두루뭉술하게 묶어서 이야기하곤 하지만 우리는 이 단어를 좀더 세밀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결과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편하고 익숙해서 어떤 땐 이웃집 아가씨 같다가도 다시 돌아보면 엉뚱한 얼굴을 보여주는 천진난만한 배우, 최강희는 결과보다 과정이 궁금한 배우다. 그녀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동안의 아이콘이겠는가. 데뷔 이래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왔지만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은 모두 최강희라는 배우의 이미지에 녹아들어 귀엽고 사랑스러운 얼굴로 탈바꿈한다. <미나문방구>로 찾아온 그녀는 다시 한번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작품에 신뢰를 준다. 아마도 포스터 속 그녀를 마주하는 순간 대략의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왠지 그녀의 이야기를 좀더 들어보고 싶었다. 예측가능한 결과에 대해 듣고자 함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늘 이렇게 안정
[최강희] 당신이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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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11월, 공석이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원장으로 부임한 최익환 원장은 빠른 속도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조직개편과 맞물린, 영화진흥위원회와의 모호한 관계, 혼란과 파행 운영으로 인한 위상 축소, 그리고 부산으로의 이전 등 여러 난제들이 겹치며 잡음이 끊이지 않던 영화아카데미에 들어와 안정감을 불어넣었다. 영화아카데미 11기 출신으로 <그녀는 예뻤다>(2008), <마마>(2011) 등을 연출했던 그는 이미 그전부터 초빙교수로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왔고, 제작연구과정 등 이미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커리큘럼을 효과적으로 계승하면서 다방면의 마스터클래스와 배급을 강화하는 등 영화계와의 ‘스킨십’에 주안점을 뒀다.
차기작을 준비하다 갑자기 ‘소방수’로 들어왔던 그이지만, 이제는 ‘감독’보다 ‘원장’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졌다. 영화아카데미에서 어느덧 1년 반의 시간을 보낸 그를 만나 새로운 방향과 비전에 대해 물었다. 박기용, 장현수 등 이전
[최익환] 계속 재미난 실험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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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재, 하비, 이현학, 김휘. 네명의 영화과 자퇴생이 ‘어떻게 우리는 영상작업으로 숙식을 제공받으며 유럽에서 1년간 체류했는가’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 다큐멘터리 <잉여인간의 히치하이킹>(901호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참조)은 스스로를 하릴없는 백수 ‘잉여인간’이라 칭하는 네 청년의 2000km 생존 여행기다. 이호재가 <씨네21>에 작품을 보내왔고, 정식개봉은 아직 미정이지만, 독특한 소재와 경험담이 녹아든 독특한 영상에 관심이 갔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이호재와 하비(왼쪽)를 만났다.
-유럽 숙박업체의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 숙박을 해결한다는 무모한 도전을 어떻게 시작한 건가.
=이호재_방학 때 넷이 함께 영상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밤새워 작업하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사이도 돈독해지더라. 그때 현학이가 불쑥 “유럽 가서도 이렇게 작업하면서 생활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하기에 내가 바로 실천하자고 했다.
-굳이 다니던 영화과를 그만둬야 했나.
=이
[flash on] 생산적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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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있을 뿐 정답이란 없다. 하지만 그 몸부림을 포기하는 순간 아이들도 성장을 멈춘다. <라자르 선생님>은 모두가 침묵할 때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진정한 선생님에 관한 영화다. 전작들에서 꾸준히 사회문제를 이야기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의 소유자 필리프 팔라도 감독은 네 번째 장편영화 <라자르 선생님>을 통해 다시 한번 캐나다 교육현장의 어두운 일면을 드러낸다. 먼 나라 이야기지만 하루가 다르게 교사의 권위와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우리 교육의 어두운 그림자마저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라자르 선생님>으로 로테르담, 로카르노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기껏해야 우리 주의 2, 3개 극장에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까지 올라서 기쁘고 놀라웠다.
-영화는 어떻게 시작됐나.
=어느 날 프로듀서와 함께 에블린 드 라 슈네리에르 원작의 1인극(연극)을 보고
[flash on] 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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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영진의 말을 빌리자면, <환상속의 그대>는 애도에 관한 영화다. 한 여자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그녀를 사랑했던 여러 사람들은 제각기 고통스럽다. 친구였던 기옥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자신이 고장난 자전거를 빌려주었기 때문에 친구가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기옥은 그 죄책감을 감당해낼 수 없다. 구겨진 상복처럼 방바닥에 널브러져 슬픔에 잠긴 기옥을, 이영진은 때로는 절절하고 때로는 코믹하게 연기해낸다.
영화배우의 이미지란 화려한 감옥과 같다. 영화배우는 자신을 아름답고 신비롭게 드러내면서 동시에 그 모습 속에 갇혀버린다. 이미지가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관객의 뇌리에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은 자국이 새겨진다. 우리는 인상적인 데뷔작을 통해 뚜렷한 각인을 남긴 뒤 거짓말처럼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진 여배우들을 몇명 알고 있다. 그들은 끝내 박제된 자신의 이미지를 넘어서지 못하고 말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는 배우 이영진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다. 14년차
[이영진] 진짜 나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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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이었다. 라일락꽃이 한창인 봄밤이었다. 4월의 밤이었다.” 코끝에서 향이 느껴지려는 찰나,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는 이런 문장을 툭 이어붙인다. “그가 군인들에게 이유 없이 당했다는 5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공선옥의 장편소설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는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하지만 80년의 그날이 아닌, 그 전후의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무엇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선연히 그려낸다. 책 속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한국 현대사를 비추는 거울 앞에 서 있음을 문득 깨닫게 만드는 책을 쓴 소설가 공선옥을 만났다.
-얼마 전 개봉한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는 제주도 사람이 말하는 4.3 사건이고,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역시 그 땅의 사람이 말하는 5.18 민주화운동이다. 왜 지금 이 시점에 다시 그 사건들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폭력이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 일종의 비상경보가 아닐까 생각했
[trans x cross] 우리가 사는 시대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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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고령화가족>(2013), <오늘>(2011), <시>(2010),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2010), <밀양>(2007),
<강적>(2006), <댄서의 순정>(2005), <역도산>(2004),
<오아시스>(2002), <집으로…>(2002, 미술감독 데뷔작),
<킬리만자로> 미술팀(2000), <박하사탕> 미술팀(1999)
“실제 취향은 리얼리즘쪽이 아니다. 제일 좋아하는 건 조도로프스키 영화고, 그다음은 타르코프스키? (웃음)” 낡고 평범한 연립주택에 <고령화가족>을 입주시킨 신점희 미술감독의 말에 잠깐 귀를 의심했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 있긴 했으나,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실생활 재현이 두드러지는 작품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로 데뷔해 이창동 감독과
[STAFF 37.5] 집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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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패밀리>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커크 드 미코(오른쪽)_2004년 발표한 아이디어 중 테크놀로지가 발달한 원시인과 동굴에서만 사는 미개한 원시인의 이야기가 있었다. 스톱모션으로 작업할 계획이었는데, 관계자들이 프로젝트에서 떠나면서 더이상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모티브는 계속 가지고 있었고 크리스가 디즈니에서 오면서 함께 작업하게 됐다.
크리스 샌더스(왼쪽)_내가 처음 이 프로젝트에 들어왔을 때는 그루그가 원시인 부족의 족장이었다. 20~30명의 등장 캐릭터가 있었고. 극중 악역은 다른 부족이었다. 마치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 같다고나 할까. (웃음) 여러 차례 스토리를 교정했지만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그러다가 나는 <드래곤 길들이기>를 하게 됐다. 그동안 커크는 혼자 고민하다가 결국 원시인 가족이 삶의 터전인 동굴을 잃은 뒤 인류 처음으로 모험을 떠난다는 발상을 해온 거다.
-2004년? &
[크루즈 패밀리] 인류 최초의 모험이라는 경이를 나누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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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루그(크루즈 가족의 가장)
좋아하는 것 가족의 안전 싫어하는 것 모험, 호기심 등 예측 불가능한 것들 질색하는 것 죽여도 죽지 않을 것 같은 장모 글랜 최근 고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큰딸의 호기심.
목소리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니콜라스 케이지 인터뷰
-극중 캐릭터 그루그는 지나칠 정도로 가족을 보호하는 엄격한 아버지로 나온다. 실제로는 어떤가.
=난 전혀 엄격하지 않다. 칼릴 지브란의 책 <예언자>에도 나오지만 부모는 활이고 자녀는 화살이다. 가이드를 해줄 수는 있지만, 언젠가는 손을 놓아야 한다.
-그럼 그루그 역을 이해할 수 없었겠다.
=이해는 하지만 공감하지는 못했다. 그루그는 극중에서 “새로운 것은 나쁘다. 두려움은 좋은 것이다”라고 가족에게 말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잘못된 인생관이거든. 나는 일부러 다른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작품 선택에서나 인생에서나. 어떤 때는 좋은 결과가 있기도 하고, 때로는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새로운
[크루즈 패밀리] 빰빰~빰~! 크루즈 가족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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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의 저력은 여전했다. 드림웍스의 신작 <크루즈 패밀리>가 북미 개봉과 동시에 전세계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두눈으로 확인한 <크루즈 패밀리>의 결과물은 놀라웠다. 비주얼의 완성도에 입을 다물 수 없고 재기발랄한 웃음이 시종일관 이어지는 건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흥겨운 리듬을 잃지 않는다. 놀라운 성적표만큼 놀라운 영상을 선보인 사랑스러운 원시인 가족의 사연 속으로 들어가보자.
원시인 가족이 일을 냈다. 드림웍스의 신작 애니메이션 <크루즈 패밀리>가 3월22일 북미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하더니 5주가 지난 지금도 그 기세가 식을 줄 모른다. 북미 수익만으로도 이미 1억3천만달러의 제작비를 회수했고 이 추세라면 2억달러 달성도 무난해 보인다. 지난해 대량해고의 아픔을 안겨주었던 <가디언즈>의 손해쯤은 너끈히 메우고도 남을 정도다. 해외에서의 반응은 더욱 뜨거운데 개봉하는 국가마다 박스오피스 1위를 휩쓸며
[크루즈 패밀리] 으악! 이 롤러코스터 같은 애니는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