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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나이를 먹지 않을 것 같은 배우들이 있다. 때문에 우리는 말콤 맥도웰의 백발이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두꺼워진 하관, 그리고 에드워드 펄롱의 다크서클을 보며 새삼스레 무정한(?)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윌 스미스도 그런 배우 중 하나다. 아이같이 해맑은 얼굴과 짱짱하게 힘이 들어간 팔다리로 계속 악당과 외계인을 쫓아다닐 것만 같던 이 악동은 어느새 훌쩍 큰 십대의 아들을 데리고 우리를 찾아왔다. 직접 만나본 윌 스미스는 <애프터 어스>를 촬영하며 배우로서, 아버지로서 그가 느낀 여러 가지 감회들을 넌지시 들려주었다.
“죽으면 원없이 쉴 텐데, 지금 무엇하러 쉬나?” 작곡가 퀸시 존스가 했던 이 말을 윌 스미스는 평생의 신조로 삼아왔다. 정말 죽은 뒤 한꺼번에 몰아서 쉬기라도 할 듯이, 데뷔한 지 20여년을 훌쩍 넘긴 그는 지금까지도 스크린 안팎에서 왕성한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윌 스미스는 피부색의 흑백을 가리지 않고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는
[윌 스미스] 여전히 유쾌한 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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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자 유지태는 이미 낯설지 않다. <자전거 소년>(2003)을 시작으로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2005), <나도 모르게>(2007) 등 네편의 단편을 통해 자신의 연출세계를 선보여왔다. <마이 라띠마>는 가진 것 없는 남자와 타이 이주여성이 보여주는 고독한 사랑 이야기로 배우 유지태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이주민, 호스트, 노숙인 등 영화에 등장하는 사회 밑바닥 계층의 소외된 인물들을 통해 그는 이 한편의 작품이 아닌 앞으로 자신이 영화를 통해 추구해나갈 가치를 설파하고 있다.
-첫 장편으로 제15회 도빌 아시아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연기상복이 별로 없었던 것과 비교된다. (웃음)
=도빌영화제는 아시아영화발굴에 있어서는 정평이 난 영화제다. 디렉터가 딱 한마디 하더라. “영화가 좋아서 불렀다”고. 그 이상 뭐가 더 필요하겠나 싶더라. 한국에서였다면 배우 유지태에 대한 후광도, 선입견도 있었을 텐데 순수하게 영화로만
[유지태] 감독질? 폼 잡고 싶은 마음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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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만에 다시 만난 김선 감독은 핼쑥해진 얼굴에 비해 표정만은 밝은 모습이었다. 지난 1월, 그는 박근혜 마네킹을 주인공으로 한 정치풍자영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에 두 차례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린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를 상대로 제한상영가등급분류결정취소 소송을 낸 상태였다. 이윽고 5월10일, 서울행정법원은 “성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영화를 관람하게 하고 이 사건영화의 정치적, 미학적 입장에 관하여 자유로운 비판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김선 감독은 “자가당착에 빠진 영등위도 얼마나 힘들겠냐”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 몇번이고 힘주어 말했다.
-승소한 소감이 어떤가.
=당연하게도 승소했는데, 당연하지 않게도 패소를 예상했었다. 영등위가 등급 관련 소송에서 한번도 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건인데 윤창중 때문에…. 제목이라도 도발적으
[flash on] 제한상영가 또 주면 ‘돌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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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수행도량인 백흥암에서 이창재 감독은 300여일을 보내고 돌아왔다. 중앙대학교 영상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안식년을 고스란히 <길 위에서>에 바쳤다. “처음엔 거창한 꿈을 꿨다. 절에 가서 수행도 하고, 촬영도 하고, 1년 뒤엔 둘 다 얻어서 나오리라! 그런데 그곳은 지옥이었다. (웃음)” <길 위에서>는 여성 무속인의 삶을 그린 <사이에서> 이후 이창재 감독이 7년 만에 선보이는 다큐멘터리다. 치열하게 정진하는 비구니 스님들의 삶을 이보다 더 가까울 수 없는 거리에서 관찰한다. 금기를 깨고 금기의 공간에 들어선 이창재 감독에게 백흥암에서 보낸 시간들에 대해 물었다.
-종교가 없는 걸로 안다. <길 위에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평소 피안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생활하면서도 힘들 땐 수행에 기대는 편이다. 예전에 남방불교 수행법 중 하나인 위파사나 수행처인 호두마을에 갔었다. 그곳에서 칠순쯤 된 비구니 한분을 만났다.
[flash on] 깨우치지 못하고 수행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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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이 새 앨범 ≪3≫을 들고 찾아왔다. 2009년 5월, 2집 ≪지은≫을 발매한 지 4년 만이다. 그간 오지은은 프로젝트 밴드 ‘오지은과 늑대들’을 통해 발랄한 모습을, 여행 에세이 <홋카이도 보통열차>에선 솔직한 내면을 보여줬다. <고양이 섬의 기적>의 번역가로 활동하기도 했고, <씨네21>에 칼럼도 게재했다. 이제는 20대가 아닌 30대, 그러나 강렬한 음색은 예전 그대로다. 다만 ‘홍대마녀’라는 센 수식어와는 달리, ≪3≫의 오지은은 다양한 ‘관계’ 속에 자연스럽게 자신을 내려놓을 줄 안다.
-4년 만에 세 번째 앨범을 냈다.
=예전만큼 노래가 빨리 써지지 않더라. 늘 머릿속에 3집에 대한 생각은 있었다. 그러니 나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돌아보니 4년이 지났더라.
-선뜻 곡을 만들지 못한 까닭이 뭔가.
=이전에 명확했던 것들이 다 불확실해졌다. 너무 섞여 있어서 한 가지 감정으로 정리가 안되더라. 타이틀곡인 <고작&
[trans x cross] 음악, 일기가 아닌 소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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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몬스터>(2013), <설국열차>(2013), <몽타주>(2013)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12), <오싹한 연애>(2011)
<최종병기 활>(2011), <만추>(2010), <아내가 결혼했다>(2008)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 <음란서생>(2006)
<웰컴 투 동막골>(2005), <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편집 데뷔(2004)
“편집 과정은 연애할 때 상대방을 유혹하는 것과 비슷하다. 일부러 정보를 감춘 채 호기심을 유발해야 할 때가 있다.” 최민영 편집기사의 말대로 <몽타주>는 “볼수록 헷갈리는” 영화다. <몽타주>는 스릴러의 예상 가능한 진행수순을 밟지 않는다. 서사의 논리가 안 맞는 몇몇 지점은 과감하게 돌파하고, 관객은 엔딩에 가서야 ‘그 장면’이 플래시백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STAFF 37.5] 연애하듯, 유혹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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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영화 <몬스터>
2013 영화 <미생>
2012 드라마 <내 딸 서영이>
2012 드라마 <못난이 송편>
2012 영화 <용의자X>
2012 영화 <천국의 아이들>
2011 드라마 <로열 패밀리>
2011 영화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
2007 영화 <전설의 고향>
2006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2004 드라마 <웨딩>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김보라가 지인들에게 평소 자주 듣는 말이란다. 김보라가 만들어낸 ‘심상치 않은 소녀들’은 쉽사리 짐작 못할 그녀의 엉뚱함에서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천국의 아이들>의 성아는 문제아였고, 드라마 <못난이 송편>의 유민은 왕따를 당해도 개의치 않았다. 영화 <용의자X>의 윤아는 살인사건의 중심에서도 의연한 모습을 지키며, 영화 <미생>
[who are you] 김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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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은 남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적어도 엔터프라이즈호 안에서 남녀 차별이란 있을 수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서로의 등을 지켜줄 수 있는 존재, 엔터프라이즈호의 승무원이 된다는 건 그런 것이다. 하지만 임무와는 별개로 그녀들의 매력만은 감출 수 없다. 통신 장교 우후라는 모든 트레키(<스타트렉> 시리즈의 팬)의 로망 아닌가. 한층 성숙해져 돌아온 우후라는 물론 미모의 과학 장교 캐롤은 기나긴 우주 항해에 활력을 더해줄 것이다. 스팍의 연인 우후라와 커크와 미묘한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캐롤의 연애담도 미지의 세계를 향한 모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재미다. 쉽지 않은 남자 친구들을 둔 그녀들의 속사정을 들어보자.
-우후라의 역할이 대폭 늘었다.
=조 살다나_감사하다. <스타트렉>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그 신선함은 화합과 희망의 상징이었다. 당시엔 미국인 함장, 스코틀랜드인 기술 장교, 동양인 항해사, 흑인 여성 통신 장
[조 살다나, 앨리스 이브] 우리의 행동이 <스타트렉>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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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없다면 건조하고 퍽퍽한 우주에서의 모험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스타트렉> 시리즈의 개그 페어로 다시 태어난 두 남자, 기술 장교 스코티와 의사 본즈가 바로 그들이다. 전편에 이어 엔터프라이즈호의 위기를 넘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스코티는 냉소적인 말투로 자신의 신념과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할 줄 아는 남자다. 자나 깨나 커크의 무모함을 걱정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 닥터 본즈 역시 스스로의 감정을 속이지 않는 솔직함으로 주위의 신뢰를 얻는다. 어쩌면 비상식적인 모험광들의 집단인 엔터프라이즈호에서 유일하게 상식적인 두 사람. 그들이 피곤할수록 우리는 즐겁다. 시종일관 투덜대며 문제를 지적하는 푸념 속에는 엔터프라이즈호를 향한 진한 신뢰와 애정이 묻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승무원 인기투표 1, 2위를 다투는, 볼수록 매력있는 남자들을 만나보자.
-스코티가 <스타트렉: 비기닝>에 이어 또 한번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사이먼 페그
[사이먼 페그, 칼 어번] 트레키도 대중도 만족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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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탐험하는 이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껍질을 벗기고 나면 아기자기한 멜로드라마가 보인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력한 화학 반응은 다름 아닌 커크 선장과 그의 일등 항해사 스팍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닮은 구석이라곤 없는 두 남자는 종족은 물론 성별마저 넘어선 교감을 선보인다. 다혈질에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커크 선장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규칙과 논리를 따르는 스팍은 정반대의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둘은 언제나 서로를 필요로 하는 영혼의 반쪽이다. 때로는 자신의 진심을 이해해주지 않아 토라질 때도 있고 가끔은 서로의 연인을 향한 질투의 감정도 슬쩍 내비치지만 그래도 끝끝내 상대를 이해하는 진정한 로맨스의 끝. USS 엔터프라이즈호의 믿을 수 없는 모험은 커크와 스팍의 끈끈한 유대 속에서 피어난다.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주요한 뼈대는 커크와 스팍의 우정이다. 화면 밖에서도 커크와 스팍처럼 호흡이 잘 맞는 편인가.
=크리스
[크리스 파인, 재커리 퀸토] 정반대라고? 우린 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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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은 다시 태어났다. 공개된 <스타트렉 다크니스>(이하 <다크니스>)의 위용은 이 영화가 J. J. 에이브럼스의 새로운 시리즈가 될 것임을 확신하게 한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2009, 이하 <비기닝>) 감독에 에이브럼스가 낙점되었을 때만 해도 그리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할리우드의 실세 감독의 손에 전통있는 시리즈의 아우라가 훼손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비기닝> 이후 대중은 에이브럼스의 ‘스타트렉’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다크니스>는 어쩌면 에이브럼스의 <스타트렉>을 시리즈 최고의 자리에 밀어올릴지도 모른다. 놀람과 경탄으로 압축되는 반응들, 그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새로운 우주를 향한 개척자들, 여기 런던에서 만난 엔터프라이즈호 승무원들의 편지를 함께 부친다.
애초에 <스타트렉>은 그리 연속성이 단단한 시
[스타트렉 다크니스] USS 엔터프라이즈호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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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거장 페드로 코스타가 또 다른 거장 주앙 세자르 몬테이로의 회고전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다. 전자는 형식 이전에 실존 그 자체의 힘을 믿으며 유일무이한 방식으로 현실을 포착해낸 반면 후자는 욕망의 아름다움을 다채로운 방법으로 쓰다듬은 이미지의 연금술사였다. 많은 것을 뭉뚱그리고 생략함에도 불구하고 거장이란 표현 안에서 그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들이 발 디딘 새로운 영역에의 도전 혹은 고집 때문이다. 비록 두 사람의 영화세계는 전혀 다르지만 주앙 세자르 몬테이로를 기억하는 페드로 코스타의 언어는 결국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거장들의 흔적을 통해 현재 우리가 어디쯤에 서 있는지를 발견한다. 현실을 기만하지 않고 눈앞의 존재를 직시하며 진짜 세계를 필름에 담아내는 페드로 코스타는 오늘도 여전히 사라진 것들에 시선을 돌리고 과거를 재배열하며 ‘지금’을 발견해나가는 중이다. 문득 페드로 코스타가 상상하는 내일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페드로 코스타] “아무도 나쁜 것을 그대로 보려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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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2004)를 능가할 것.” <해운대>(2009)의 후반작업 때 윤제균(오른쪽) 감독은 <투모로우>를 레퍼런스 영화로 꼽으며 적지 않은 부담감을 드러냈다. 두 영화 모두 쓰나미가 도시를 덮친다는 설정인 까닭에 윤제균 감독 입장에서는 5년 앞서 개봉한 <투모로우>가 신경쓰였을 것이다. 결과는? 알다시피 ‘윤제균표 쓰나미’는 해운대를 제대로 집어삼켰다. <투모로우>를 비롯한 <인디펜던스 데이>(1996), <2012>(2009) 등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를 주로 만들어온 롤랜드 에머리히(왼쪽) 감독이 신작 <화이트 하우스 다운>(6월 개봉)의 홍보차 내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윤제균 감독을 떠올렸다. 그래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과 윤제균 감독의 만남을 어렵게 주선했다. 바쁜 홍보 일정을 쪼개 윤제균_감독과의 만남에 응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과 신작 <국제시장>(출연
[flash on] 친숙한 공간을 위기에 몰아넣을 때 관객이 호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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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계의 <아바타> 혹은 3D애니메이션의 끝판왕. 모두 <크루즈 패밀리>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드림웍스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크루즈 패밀리>는 애니메이션으로는 <토이 스토리>(1996) 이후 처음으로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작에 오르고, 개봉하자마자 북미와 영국 박스오피스를 휩쓸었다. 드림웍스가 지난번 <가디언즈>로 쓴물을 삼킨 이후 절치부심한 결과다. <크루즈 패밀리>의 배경인 가상의 선사시대, 크루데시우스로 관객을 초대한 이는 전용덕 촬영감독이다. 2003년 8월 드림웍스에 입사한 뒤 그는 <쿵푸팬더>와 <슈렉 포에버>에 참여했다. 그간의 작업이 <크루즈 패밀리>엔 어떤 보탬이 됐는지, <크루즈 패밀리>를 하면서 어떤 고민들이 생겨났는지 궁금했다.
-드림웍스에는 어떻게 입사하게 됐나.
=2003년 드림웍스에 레이아웃 아티스트로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이
[flash on] 도입부 사냥 장면 2년 공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