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 학사와 운영분석학 석사까지 마치고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던 이가 어느 날 갑자기 영화를 찍는다고 하면 다들 의아해할 것이다. 야론 질버먼 감독은 첫 다큐멘터리영화 <워터마크>(2004)전까지 영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각종 영화제에서 인정받았고, 이어 두 번째 영화이자 극영화 데뷔작인 <마지막 4중주>를 통해 믿을 수 있는 배우들과 함께 완벽한 앙상블을 완성해냈다. 친구의 다큐멘터리 영화사업 계획을 세워주며 뒤늦게 영화계에 발을 들였지만 이제는 주목받는 감독으로 급부상한 그에게 영화, 음악, 인생을 적절히 조율해나가는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클래식, 그중에서도 실내악을 무척 좋아한다고 들었다. 개인적인 취향과 체험이 <마지막 4중주>의 제작에 반영되었나.
=이 작품은 베토벤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 밝힌 베토벤 현악 4중주 14번에 대한 오마주이자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 작
[flash on] 삶에는 조율이 필요해
-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의 스포일러가 첫 단락에 있습니다.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의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는 3부작을 앉은자리에서 한번에 보여주는 영화다. 정연한 3막 구조와 작위적이기까지 한 운명의 작동이 고대 비극을 방불케 한다. 부자 관계, 죄와 벌, 남자들의 멜로를 예민한 연출과 대범한 이야기로 그려낸 이 영화는 감독의 전작 <블루 발렌타인>과 <대부>의 만남이라고 부를 만하다. 1부의 주인공은 떠돌이 오토바이 스턴트맨 루크(라이언 고슬링), 2부의 주인공은 생면부지의 루크와 마주친 순간 계획하지 않은 길로 인생 경로가 휘어진 경찰 에이버리(브래들리 쿠퍼)다. 기구한 인연의 두 사내에겐 동갑내기 젖먹이 아들이 있다. 불운한 루크가 연인에게 남긴 마지막 부탁은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전해줘”가 아니라 “나에 대해 아이에게 말하지 마”다. 루크의 어린 아들을 본 이후 죄책감을 심장에 얹은 에이버리는 아들에게 흔쾌히 사랑을
[데인 드한] 지켜보고 싶은 창백함
-
Filmography
<터보>(2013), <개구쟁이 스머프2>(2013), <슈퍼배드2>(2013), <가디언즈>(2012), <몬스터 호텔>(2012),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2012), <랭고>(2011), <아더 크리스마스>(2011), <개구쟁이 스머프>(2010), <메가마인드>(2010), <슈퍼배드>(2010),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2009), <쿵푸 팬더>(2008).
최근 개봉한 한 영화에서 베테랑 형사가 이런 말을 한다. “아르고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눈이 100개 달린 거인. 눈깔이 100개나 있으니 절대 놓치는 게 없지.” 저 말을 잠시 빌려오면 <개구쟁이 스머프2>의 박선영 더빙감독은 눈 대신 귀가 100개 달린 거인을 꿈꾼다. “방송국마다 성우들의 목소리를 열람할 수 있도록 만
[STAFF 37.5] 목소리가 귀에 착 달라붙죠?
-
Profile
2014 <나이트 오브 컵스> <스쿼럴 투 더 너츠> 외
2013 <더 룩 오브 러브> <필스> 외
2012 <마지막 4중주> <팀 버클리에게 바침> 외
2011 <제인 에어> <프라이트 나이트>
2010 <센츄리온>
2009 <크랙> <솔리터리 맨>
2007 <28주후>
2005 <브이 포 벤데타>
<마지막 4중주>에서 이모겐 푸츠는 당당해서 유혹적이다. 그녀가 연기한 알렉산드라는 가족보다 음악이 우선인 엄마를 원망하면서 한때 엄마의 남자였던 선생님과 사랑에 빠진다. 결국 모녀가 서로의 상처를 후벼 파고 마는 순간 그녀는 30년 선배 캐서린 키너를 상대로도 여유를 잃지 않는다. “연기의 예측 불가능한 면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캐서린 같은 배우와 일하는 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고 서로를 믿고 귀를 열고 자
[who are you] 이모겐 푸츠 Imogen Poots
-
-
테러범과의 사투? 배우 하정우에게 테러범에게 협박받는 앵커 윤영화의 연기는 바로 자신과의 사투였다. 한달간의 촬영 기간 중에 그는 다섯대의 카메라에 노출된 채 공간을 장악하고 이야기를 끌어나가야 했다. <더 테러 라이브>는 오롯이 하정우의 페이스로 주도해야 하는 새로운 형식의 영화다. 물론 앵커를 떠올릴 때 좀더 단정한 배우가 연상될 수도 있을 거다. 그렇다. 하정우가 아니어도 가능했다. 그런데 하정우 말고 지금 충무로 배우들 중 이 가정의 상황에 이 정도로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는 배우를 찾기란 불가능하다. <더 테러 라이브>는 배우 하정우의 지금 위치를 점검하고 증명하는 바로미터다.
매 작품 나올 때마다 하정우에게 선택의 이유를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았다.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더 테러 라이브>도 다르지 않았다. 연초 영화 촬영을 앞두고 만난 하정우는 대본을 손에 들고 대뜸 “영화가 재밌다”고 말했다. 툭 던지듯 내뱉는 말이었지만
[하정우] 새로운 게임이 시작된다
-
“제가 이런 인터뷰를 할 만한 사람인가요?” 박주민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멋쩍어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그가 안락한 삶을 택하고 받아들였다면 그와의 만남은 아마도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에 들어가 약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줄기차게 변론을 펼쳤던 그는 2006년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은 <천국의 전쟁>의 변호를 맡으면서 영화계와 연을 맺었다. 한번 맺은 인연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은 김선 감독의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의 등급결정 취소 소송 1차 공판에서 승소했는데, 5년 넘게 표현의 자유에 관한 영화계 안팎의 투쟁에 그가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여균동 감독이 진행하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여균동의 오늘> 출연 때문에 인터뷰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는 허겁지겁 던져댄 질문
[박주민] 표현의 자유 없이 민주사회는 없다
-
고대 목욕탕 설계사 루시우스가 경험하는 현대 일본으로의 코믹 시간여행. <테르마이 로마이>의 황당한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건 전적으로 아베 히로시의 몫이다. 189cm의 큰 키, 이국적인 마스크의 아베 히로시는 ‘평안족’(얼굴이 평평하다 하여)이라 불리는 일본인들 사이에 뚝 떨어진, 고대로마인 ‘루시우스’ 역을 감쪽같이 연기해낸다. 로마인 복장과 말투를 구사하는 루시우스는 저 혼자 더없이 진지하고 그래서 코믹하다. 이런 시도는 연기자가 된 뒤 초창기 모델의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해온 아베 히로시에게는 낯선 선택이 아니다. <걸어도 걸어도>나 <고잉 마이 홈> 속에서 싱거운 가장을 연기하는 기술과도 달라 보이지 않는다. 크게 과장하지 않는 대신 그는 놓인 상황 안에서 최대한 그럴 법한 이미지를 연출해낼 줄 아는 배우다. <테르마이 로마이>는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벌써 속편 촬영을 마친 상태다. 아
[flash on] 진지해서 더 웃긴
-
“영화하는 분들께 건네는 내 식의 감사인사다.” 김려령 작가는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다. 동화부터 청소년 소설까지 어린 독자들을 위한 소설을 주로 써온 김려령 작가가 성인을 위한 소설 <너를 봤어>를 펴내고 <씨네21>의 인터뷰를 받아들인 이유는 그랬다. “<완득이>라는 콘텐츠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골목골목까지 파고들게 한 흡수력을 책이 갖기 위해서는 200만부는 넘게 팔려야 했을 텐데…. 영화인들에게 일종의 빚을 졌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녀가 쓴 또 한권의 청소년 소설 <우아한 거짓말>도 곧 이한 감독에 의해 영화화될 예정이다. <너를 봤어>를 계기로 전체 관람가 영화뿐 아니라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김려령표 영화를 머지않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처음 ‘성인을 위한’ 책(<너를 봤어>)을 썼다고 새삼 주목하는 분위기가 불편한 면도 있을 것 같다. 작가로서는 일관된 작업일 텐데.
=청소년 작가라는 틀에 대해 어
[trans x cross] 소설은 생(生)의 언어다
-
이상준 Filmography
캐릭터 디자인 <스타워즈 에피소드3>(2005), <에라곤>(2005), <호튼>(2008), <리오>(2011), <에픽: 숲속의 전설>(2013), <리오2>(2014), <피너츠>(2015)
컨셉 아티스트 <맨 인 블랙2>(2002), <피터팬>(2003),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2003), <헐크>(2003), <우주전쟁>(2005)
성지연 Filmography
조명기술감독 <로봇>(2005), <아이스 에이지2>(2006), <호튼>(2008), <아이스 에이지3>(2008), <리오>(2011), <아이스 에이지4>(2012), <에픽: 숲속의 전설>(2013), <리오2>(2014)
3D애니메이션 <
[STAFF 37.5] 심플과 리얼 사이
-
Profile
2014 TV시리즈 <삼총사>
2013 영화 <설국열차>
2012 영화 <유령> <러브 바이트> <배틀스타 갤럭티카: 블러드 앤 크롬>
2011~12 TV시리즈 <보르지아>
2009~10 TV시리즈 <스킨스>
2009 영화 <스팅어스 룰!>로 데뷔
<설국열차>의 과묵한 전사 그레이는 말보다 몸으로 보여준다. 꼬리칸 혁명군이 첫 위기에 부딪혔을 때, 그는 순식간에 달려나와 거구의 진압군의 심장에 정확히 칼을 꽂는다. 그를 연기한 루크 파스콸리노가 “최고의 성취감을 맛본 순간”이기도 하다. 이탈리아계 부모에게 물려받은 짙은 눈매와 늘씬한 실루엣을 십분 활용할 줄 아는 이 저격수의 정조준에는 관객도 무방비다. 하지만 그의 뇌쇄미는 일찍이 영국 10대의 질풍노도를 다룬 드라마 <스킨스>에서 만개한 바 있다. 어릴 적 과잉행동증세를 다스리고자 연기에 발을 들인 그는
[who are you] 루크 파스콸리노
-
이날 CF 촬영 시간표에는 안성기, 박중훈(왼쪽부터) 굿 다운로더 캠페인 공동위원장의 도착시간이 오전 10시30분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예정 도착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안성기 위원장이 스튜디오에 나타났다. 곧이어 박중훈 위원장도 도착했다. “아침 일찍부터 촬영 시작하는 후배 배우들에게 미안해서” 조금 서둘러 집을 나섰다는데, 두 위원장이 지난 5년간 어떤 마음으로 굿 다운로더 캠페인을 이끌어왔는지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사례다.
-굿 다운로더 캠페인이 시작된 지 벌써 5년이다. 지난 5년을 돌아보면 어떤가.
=안성기_처음엔 과연 얼마나 성과가 있을까 의심도 했다. 그런데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타났다. 일단 굿 다운로더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 영화 온라인 부가판권시장도 꾸준히 성장했다. 예전엔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온라인 부가판권시장 수익이 지금은 극장 수익의 1/7 정도 된다. 그 수익이 영화 제작자들에게 돌아가는 것도 고무적이다.
박중훈_더 고무적인 건 사람들의 생각과
[굿 다운로더] 한번 굿 다운로더는 영원한 굿 다운로더
-
사람 반, 풍선 반. 2013년 굿 다운로더 캠페인 CF 촬영이 이루어진 서울 청담동의 한 스튜디오가 온통 하얀색 풍선으로 뒤덮였다. 이번 굿 다운로더 캠페인 CF의 컨셉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Thank you’다. 2009년부터 시작된 굿 다운로더 캠페인이 올해로 마무리된다. 그동안 ‘굿 다운로더’가 되어 한국영화를 사랑해준 이들에게 안성기, 박중훈, 유지태, 차태현, 한효주, 이현우, 수지 이상 7명의 배우들이 대표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고 뭉쳤다.
7월16일 오전 9시. 스튜디오에 가장 먼저 도착한 배우는 유지태였다. 유지태는 한손에 풍선다발을 들고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무조건 감사한 존재죠!”라는 대사를 몇 차례 반복한다. 뒤이어 도착한 차태현은 단전에서부터 힘을 끌어모아 후~ 후~ 힘차게 풍선을 분다.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며 개인 촬영을 빠른 속도로 끝낸 차태현은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날 현장의 막내였던 수지와 이현우는 선배들의 귀여움은
[굿 다운로더] Thank you!
-
“창재 형이 작업할 때 우리한테 왜 도와달라고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후배 독립영화인들에게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 임창재(50) 이사장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공통적인 반응이다. 제작비와 일손이 부족한 까닭에 서로 도우면서 만드는 게 독립영화인데, 임창재 이사장은 후배들에게 손을 잘 내밀지 않아 다소 섭섭하다는 얘기다. 이 말을 들은 그는 “물질적으로 도움을 못 주니 정신적으로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실험영화는 혼자서 작업이 가능한데 배우와 스탭이 필요한 극영화는 결국 후배들의 도움을 받으며 작업하게 되더라”고 대답했다. 그런 그를 두고 후배 독립영화인들은 “사람 좋은 형”이라고 말했다. 1998년 한독협이 창립된 이래 지금까지 15년 동안 독립영화와 함께 길을 걸어오고 있는 그는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독립영화유통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 건립준비 추진단 일을 하랴, 소셜펀딩 플랫폼 펀딩21과 업무 협약식을 맺으랴, 신작 <현수 이야기>
[임창재] “독립영화인들의 문제는 결국 사회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
개천에서 용 난다? 다 옛말이다. 개천조차 사라진 시대에 용이 나올 리 없다. “그래? 그럼 개천을 만들면 되지!” 고민정 이사장은 오래전부터 “글로벌 용이 나올 수 있는 21세기형 개천”, ‘재미있는 재단’을 구상해왔다. 재미있는 재단은 이를테면, ‘할 것’과 ‘갈 곳’을 만들어주는 코디네이팅 집단이다. 생각은 있으나 실천을 못하는 사람에겐 “시도의 재미”를 알려주고, 여유는 있으나 목적이 없는 사람에겐 “도움의 재미”를 일깨워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웬 뜬구름 잡는 소리냐고? 고민정 이사장의 “폭풍 수다”를 듣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재미있는 재단은 어디서부터 출발했나.
=시간을 이십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나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대학생이었다. 전공과 관련해 봉사활동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봉사 일정과 후배의 생일파티가 겹쳤다. 재미없겠단 생각에 봉사활동 가기가 싫어지더라. 그때부터 좋은 일을 재미있게 기획하고 실천하는 모임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flash on] 당신의 꿈을 코디네이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