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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독립영화를 챙겨본 관객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이종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인 그는 <불을 지펴라>(2007), <달세계여행>(2009), <앙상블>(2012)을 연출한 감독이자 <적의 사과>(2007), <백년해로외전>(2009)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저씨>(2010)에서 태식(원빈)과 마약, 장기밀매 조직을 쫓는 경찰 무리 중 한명인 노 형사를 연기해 대중에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다재다능한 그가 5월1일 개봉한 <전국노래자랑>의 메가폰을 잡고 상업영화 데뷔전을 치렀다. 영화 <전국노래자랑>은 가수가 되기 위해 <전국노래자랑>의 무대에 오르는 봉남(김인권)과 그를 말리는 아내 미애(류현경)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의 사연이 펼쳐지는 휴먼드라마다. 개봉일을 하루 앞둔 4월30일, 그를 만나 일단 상업영화 데뷔 소감부터 들었다.
-내일이 개봉이다
[flash on] 데뷔작에 불을 지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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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이 연기한 <고령화가족>의 둘째아들 인모는 흥행에 참패한 영화감독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내(이영진)로부터 이혼을 요구받았다. 더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인모는 화장실에서 목을 매려고 하는데, 그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윤여정)였다. “닭죽 먹으러 오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엄마가 내민 구원의 손길을 붙잡았다. <고령화가족>에서 박해일은 때로는 신경질적이면서, 또 때로는 무심하게 가족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가족의 맨 얼굴을 드러낸다. 70대 노인 분장을 하고 시인 이적요를 연기했던 <은교> 이후 제 나이를 다시 찾은 박해일을 만났다.
박해일이 영화 속 형제 관계에서 ‘둘째’를 연기한 건 <고령화가족>이 처음은 아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7)에서도 그는 강두(송강호), 남일(박해일), 남주(배두나) 삼남매 중 둘째였다. <괴물>과 <고령화가족> 두 작품에서 그가 보여준 ‘둘
[박해일] 무심한 듯 복잡미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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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다. 정다정 작가는 차분하고 생각이 깊었다. 네이버 웹툰 <역전! 야매요리> 속 빵 터지는 ‘드립’은 작품 속에만 존재했다. 요리를 할 때 소금을 ‘소금소금’ 치고 당근을 ‘탕!근, 탕!근’ 써는 그녀니까 인터뷰를 할 때도 농담을 ‘농담농담’해서 웃음이 ‘웃음웃음’ 나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런 기대는 이내 사라졌다. 개량 따위는 필요없다며 ‘부친수저’로 간을 하고, 정통 프랑스 요리도 가정용 밥솥으로 ‘취사’ 두번 눌러서 만들어내는 ‘야메요리사’ 정다정 작가와의 만남은 작품 속 ‘야메요리’와는 다른 정갈하고 영양이 가득한 가정식 밥상 같았다.
-<역전! 야매요리>를 연재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고등학생 때 유학을 띄엄띄엄 갔다오는 바람에 졸업이 2년 정도 늦어졌다. 2011년, 21살에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와 대입을 준비하던 차에 공부를 안 하고 요리 블로그를 열었다. 그게 인터넷에서 반응이 좋았다. 네이버 웹툰 담당자한테
[trans x cross] 야메를 위한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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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영화 <아이언맨3>
2012 영화 <아르카디아>
2010 영화 <인시디어스>
2008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2008 영화 <프라이드 앤 글로리>
2005 영화 <우주전쟁>
2001 TV시리즈 <원 라이프 투 리브>
타이 심킨스를 흔한 아역배우 중 하나로 여긴다면 곤란하다. 열세살이긴 해도 웬만한 중견배우 못지않은 베테랑이니 말이다. 생후 3개월 만에 TV시리즈 <원 라이프 투 리브>로 데뷔했지만, 대중에겐 <우주전쟁> (2005)으로 얼굴을 알렸다. <인시디어스>(2010)의 포스터를 떠올리는 이도 있겠다. <인시디어스>에서는 유체이탈을 겪는 달튼으로 분했다. 타이 심킨스는 아역배우 라이언 심킨스의 동생이기도 하다. <프라이드 앤 글로리>(2008), <레볼루셔너리 로드>(2008)에 이어 <아
[who are you] 타이 심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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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은 일주일의 6일을 <최고다 이순신> 촬영에 할애하고 있었다. 가끔 보충 촬영이라도 잡히면 일주일 내내 신준호로 살아야 했다. 하지만 조정석의 표정에서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사진 촬영과 인터뷰에 성심성의껏 응했다. <건축학개론>이 개봉한 지 1년. 조정석의 행복했던 지난 1년을 되돌아보았다.
납뜩이, 그 뒤 1년
2012년 3월22일 <건축학개론>이 개봉했으니, 딱 네 계절이 흘렀다. 사람들이 <건축학개론>을 보고 첫사랑에 대한 기억의 습작을 써내려갈 때 조정석은 <건축학개론>으로 자신의 배우 인생 제2막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간 일년. 그사이 “상상하지도 못했던 좋은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CF를 처음으로 찍어봤고, 작품이 연이어 들어왔다. “그전까지는 열심히 오디션 보러 다니던 저였는데. 잊지 못할 한해였어요. 고마운 마음을 담아 지난해 말엔 팬
[조정석] 多才多能(다재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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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루크가 나오는 <더 레슬러> 같은 영화일 줄 알았다.” 웹툰 <전설의 주먹>의 스토리작가 이종규의 말이다. 원작이 워낙 무겁고 어두운 작품이라 “굉장히 무거운 누아르풍의 영화”나 “승부에 치중한 스포츠영화”가 나올 줄 알았단다. 그의 예상은 틀렸다. 강우석 감독의 영화 <전설의 주먹>은 이종규 작가의 예상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감동적인 드라마를 지닌 가족-스포츠영화로 탄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큰 줄기는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에 이종규 작가는 관객으로서 만족하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스토리작가 이종규는 한국 만화계의 강우석 같은 존재다. 국내 최초의 격투기 만화 <P.K>, 하드보일드 무협 <PING>의 스토리작가로 이름을 알린 이종규는 거친 남자들의 세계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적인 우정과 성장담에 대해 누구보다 유려한 방식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영화 <전설의 주먹>의 배다른 형제 같은 웹툰
[이종규] 다른 분위기 같은 정서, 희한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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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오디아르의 <러스트 앤 본>은 동시대 프랑스의 특별한 여배우 마리온 코티아르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에디트 피아프의 일생을 연기하여 전세계적인 주목을 모았던 <라비앙 로즈>(2007) 이후 그녀의 진정한 두 번째 명연이 <러스트 앤 본>에서 펼쳐지고 있다. 돌고래 조련사였으나 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장애인이 된 여주인공 스테파니(마리온 코티아르)는 처음에는 실의에 빠져 지내지만, 이내 야수 같은 한 남자를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마리온 코티아르는 여주인공 스테파니의 씩씩함을, 때론 슬픔을, 때론 사랑에의 열망을 한몸에 새기고 연기해낸다. <라비앙 로즈>의 성공을 지나 할리우드영화의 그저 그런 조연으로 전락할까 염려되었던 한 시기를 지나 그녀는 지금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로 돌아와 있다.
마리온 코티아르가 유별난 미모를 지닌 여배우인 것 같진 않다. 카트린 드뇌브나 소피 마르소를 떠올리게 하는 배우
[마리온 코티아르] 진심으로 노래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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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관련된 일이라면 안 해본 일이 거의 없다”는 말처럼 박홍식 코디네이터의 이력은 화려하다. 모션 그래픽, 애니메이션, 방송, 광고작업도 해봤고, 한때는 영화잡지 <필름2.0>에서 취재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로 날아가 영화연출도 공부했다. 유일하게 안 해본 일이 영화제 스탭이라 프로그램팀에 들어왔다고. 그가 맡은 업무는 해외영화를 수급하는 일이다. 장편경쟁부문엔 엄청난 양의 영화가 들어오기 때문에 프로그래머가 그 많은 영화를 다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코디네이터들이 먼저 영화를 보고 괜찮은 영화를 고른다. 출장 중일 때 해외 마켓에 좋은 영화가 있으면 직접 협상도 한다. 이 과정은 일종의 힘겨루기다. 좋은 영화는 모두 탐내기 때문에 다른 영화제와의 경쟁 구도도 생긴다. 초청 이후 기술적 정보나 크레딧을 정리해 티켓 카탈로그를 만드는 작업도 맡아한다. 최종적으로 프린트를 인계하면 그의 업무도 끝이 난다
[STAFF 37.5] 이 영화는 내가 찜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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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았을 때의 은교가 잊히지 않는다.” 소설에서 노시인 이적요는 그렇게 첫 문장만 따로 떼어 썼다. 그 ‘순간’은 영화에서도 결정적이다. 이름 모를 소녀가 잠시 쉬어가는 새처럼 이적요의 흔들의자 위에서 새근새근 눈을 붙이고 있는 그 찰나. 그 찰나를 어떤 언어로 붙잡을 수 있을까. “인생에 돌아오지 않는 어떤 순간이 찍힌 것 같다.” 정지우 감독의 그 말의 애틋한 기운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물한살 소녀 위로 가을 햇살과 나무 그림자가 덧없이 어른거렸다. 그 소녀의 한때를 놓칠세라 김태경 촬영감독도 카메라를 쉽사리 놓지 못했다고 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떠나게 만들어버리는 그 순백의 소녀를 2012년의 신인으로 꼽은 게 <씨네21>만이 아니었던 것도 당연하다.
2013년 봄, 스튜디오에 들어선 배우 김고은은 어딘지 달라 보였다. 우리는 얄궂게도 아직 이적요의 처녀를 바랐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땐 그냥 은교로 살았다”면, 요즘은 ‘복순
[김고은] 은교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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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우필름 이준동 대표는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장준환 감독의 10년 만의 복귀작 <화이>를 제작하랴,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의 일을 챙기랴, 애니메이션 합작을 위해 미국과 한국을 수시로 오가랴, 이창동 감독의 신작을 준비하랴.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그가 일을 하나 더 벌였다. 4월6일 고양어울림영화관에서 열린 영화나눔협동조합(cinecoop, 이하 협동조합) 발기인 총회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오래전부터 대안 경제와 그것과 관련한 활동에 관심을 가져온 까닭에 협동조합은 그에게 어색한 일은 아니다. 최근 제협 역시 협동조합 모델을 통해 영화제작과 배급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협동조합은 어떤 그림일까. 제협이 대기업 투자배급사의 제작 시스템과 다른 협동조합 같은 새로운 산업 시스템을 모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나눔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바쁜 와중에 자리 하나를 더 맡게 되어 부담스러운
[이준동] 탁상공론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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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화 중 하나인 <피노키오>. 하지만 많은 동화들이 그렇듯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원작과는 사뭇 다른 버전이다. 피노키오 탄생 130주년을 기념하여 이탈리아의 장인들이 모여 만든 <피노키오: 당나귀 섬의 비밀>은 1880년 카를로 콜로디가 쓴 원작 <피노키오의 모험>을 130년 만에 되살려냈다. 사람 흉내만 내는 목각인형이 아니라 진짜 피노키오를 만들어낸 엔조 달로 감독에게 그 비밀을 물었다.
-디즈니 버전의 <피노키오>와 당신 영화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나는 과거의 그 어떤 다른 버전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원작에서 출발했다. 관객은 원작이 원래 갖고 있던 몇몇 요소를 처음으로 발견할 것이다. 예를 들면 투스카니의 멋진 풍경이나 파란 머리 요정(원작에서 이 요정은 성인 여성이 아니라 소녀였다) 같은. 이 영화의 배경인 투스카니 지역은 실제 카를로 콜로디(<피노키오의 모험> 원작
[flash on] 수제명품 목각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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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위드 러브>의 콜걸 안나(페넬로페 크루즈)는 호텔방을 잘못 찾아들어가서 만난 남자 안토니오(알레산드로 티베리)와 신혼부부 행세를 시작한다. 안토니오의 친척 어르신들은 ‘어디서 저런 여자를 데려왔을까?’라는 표정을 짓지만, 안나는 주변의 시선이 어떻건 간에 당당하고 쾌활하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의 기술’을 안토니오에게 가르쳐준다. 그저 흔한 콜걸의 에피소드지만, 페넬로페 크루즈의 존재감은 우디 앨런이 상상하는 ‘로마 드림’의 한 조각을 멋지게 맞춘다. 영국 출신을 제외한(아니, 그를 포함하더라도) 유럽 여배우의 활약상을 살펴볼 때, 과연 페넬로페 크루즈만 한 이가 있을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유럽 아트필름을 자유로이 오가는 가장 발랄하고 아름다운 아마조네스와의 만남.
<로마 위드 러브>를 <로마의 휴일>(1953)의 이상한 변형이라고 본다면, 페넬로페 크루즈는 바로 오드리 헵번이다. 실제로 페넬로페 크루즈는 종종 오드리 헵번과 닮았다는 얘
[페넬로페 크루즈] 눈부신 지중해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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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로든 더 선명해지고 싶었다.”(계피) 청량한 보이스와 정곡을 찌르는 가사로 사랑받았던 인디밴드 가을방학이 더 깊어졌다. 2년 반 만에 발매한 그들의 정규 2집 앨범 ≪선명≫은 가을방학의 어떤 변화를 짐작해볼 수 있는 음반이다. 고음과 저음을 넘나드는 보컬 계피(왼쪽)의 목소리는 한층 호소력이 짙어졌고, 전반적인 음악 작업을 맡고 있는 정바비의 가사와 멜로디는 보다 깊은 여운을 안고 있다. <좋은 아침이야, 점심을 먹자>의 활기로 시작해 <가을 겨울 봄 여름>의 차분함으로 끝맺는 ≪선명≫의 열두 트랙이 담고 있는 변화에 대해 두 멤버에게 물었다.
-2집 ≪선명≫의 음반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계피_녹음은 올해 2, 3월에 본격적으로 했고, 바비씨가 1년 동안 혼자서 데모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정바비_평소 곡 작업을 일상에서 계속 하는 스타일이다. 음반 작업을 해보자고 해서 그때부터 시작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1집 ≪가을방학≫을 만들 때도 그
[trans x cross] 우리가 밝은 음악 하는 팀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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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영화 <전설의 주먹>(2013),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 <특수본>(2011), <글러브>(2011), <이끼>(2010), <강철중: 공공의 적1-1>(2008), <므이>(2007)
드라마 <특수사건 전담반 TEN2>(2013), <히어로>(2012), <떼루아>(2008)
이태훈 미술감독은 강우석 감독과 꽤 오래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다. <공공의 적2> <한반도>에는 미술팀으로 <강철중: 공공의 적1-1> <이끼> <글러브>에는 미술감독으로 참여했다. 강우석 감독과의 인연은 <전설의 주먹>까지 이어진다(<이끼> <글러브> <전설의 주먹>은 조성원 미술감독과 공동으로 작업했다). “강우석 감독님은 미술감독을 믿고 프로덕션 디자인을 전적으로 맡기
[STAFF 37.5] 예능까지? 미술이면 뭐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