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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트다. 모든 걸 무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다. 마크 웹 버전에 대해서 분명한 건 지금껏 본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 가장 서정적인 액션블록버스터란 점이다.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평가다. 피터 파커의 고교 시절을 중심으로, 그의 부모의 비밀, 그리고 첫사랑 그웬 스테이시와의 관계가 새롭게 부각된다. 좁은 마천루 사이를 횡단하는 스파이더맨의 몸놀림은 보다 유연해졌고, 마치 관객이 거미줄에 매달린 듯 고안된 시점숏은 시리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여지를 안겨준다. 감성과 액션 사이, 직접 만난 그는 좀더 장난기 많고 유머러스한 면모였다. 자신의 트위터에 한글로 ‘서울로 향하고 있습니다’라고 멘션을 올리더니,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아이폰을 꺼내 기자를 찍는다. 좀더 여유있고 쾌활해진 하이틴 피터 파커가 탄생한 이유를 알 것 같았던 그와의 만남이다.
-이름이 벌써 운명적으로 얽혀 있었다 싶다. 마크 웹(Webb)에서 철자 하나만 빼면 거미줄(Web)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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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웹] “스파이더맨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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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스파이더맨은?” <어벤져스>의 흥행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어벤져스의 창립 멤버이자 마블의 대표적인 인기 캐릭터 스파이더맨은 도대체 어딜 갔느냐는 거였다. 이 물음에 대한 현실적인 대답인 마블과 영화제작사 소니의 판권 관계를 차치하고라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개봉하는 6월28일엔 이런 농담도 가능할 거다. 스파이더맨은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기원을 추적하고, 첫사랑 여고생과 연애도 하고, 뉴욕시를 지키느라 바빴다고.
<500일의 썸머>의 마크 웹이 연출을 맡아 리부트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어느 날 갑자기 전지전능한 거미의 능력을 부여받게 된 청소년 피터 파커(앤드루 가필드)의 모험담이다. 어느덧 고등학생이 된 피터는 어린 시절 자신을 삼촌에게 맡기고 행방불명된 부모님의 사연을 추적한다. 아버지의 옛 친구인 코너스 박사(리스 이판)의 연구실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하던 피터는 수상한 거미에 물리고, 거미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정면돌파, 스파이더맨의 새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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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드라마 <트루 러브>
2012 영화 <나우 이즈 굿>
2011 영화 <폭풍의 언덕>
2010 영화 <섕크>
2010 영화 <타이탄>
2009 영화 <문>
2007~2010 드라마 <스킨스>
사춘기의 열병은 뜨겁고 붉지만 멜랑콜리한 청춘은 끄트머리에 선 새벽처럼 시리고 푸르다. <스킨스>의 에피는 그 청춘의 색온도를 예민하게 포착하는 눈을 가졌다. 2007년 <스킨스>의 오디션장에서 자신감을 잃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카야 스코델라리오를 프로듀서가 잡아 세우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흔들리는 눈빛이 매혹적인 이 소녀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그녀는 에피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몸을 빌려줄 기회를 얻었고, 시즌3와 4에서는 그녀를 중심으로 다른 캐릭터들이 공전하게 만들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의 현대판을 쓰듯 소년들과 상처들을 거느린 소녀는 불확정성의 바다 한가운데
[who are you] 카야 스코델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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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의 제니퍼 제이슨 리가 조지아가 아니고 <베니와 준>의 조니 뎁이 베니도 준도 아닌 것처럼 <미쓰GO>에서 ‘미쓰 고’는 고현정이 아니다. ‘미쓰 고’로 불리는 정체불명 여인의 심부름을 선의로 맡았다가 마약 거래에 휘말려 ‘미쓰 고2’로 오인되고, 부산의 두 범죄조직과 경찰 사이에서 피구공마냥 오락가락하는 가여운 여자 천수로가 고현정이 분하는 인물이다. 철심 같은 신경의 소유자가 당해도 혼이 나갈 괴변인데, 천수로는 대인기피증을 앓아 타인이 곧 지옥인 여자다. 골방에 들어앉아 꼭꼭 눌러 그리는 만화만이 그녀와 현실을 평화공존하게 한다. 게다가 대소동은 유일하게 수로의 곁을 지켜주던 친구 영심마저 일본으로 떠난 가장 무방비한 순간에 터진다. 모험, 사랑, 그리고 배신. 고소공포증 환자 롤러코스터 타듯, 여태 미루고 봉인했던 인생의 격렬한 체험에 한꺼번에 멱살잡혀 휘둘리던 천수로는 그만 팡! 터져버린다. 김설 작가의 원작 소설 <게임 오버-
[고현정] 미로를 벗어나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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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보다 비움으로써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후궁: 제왕의 첩>(이하 <후궁>)의 궁궐 안 주요 공간을 이렇게 한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한마디로 절제미가 돋보이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영화적인 상상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산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미니멀리즘도 아니다. <형사 Duelist> <음란서생> 등 여러 사극영화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에서 공간을 만들어온 조근현 미술감독은 오랜 파트너 조상경 의상감독과 함께 철저한 고증을 거쳐 조선 궁궐의 진짜 모습을 펼쳐냈다(그는 인터뷰 전부터 시작할 때까지 입이 닳도록 “내가 한 건 없다. <후궁>은 전부 조상경 의상감독의 공”이라 치켜세웠다). 평일 오전, 고요한 경희궁에서 사진 찍기를 꺼려하던 조근현 미술감독을 데리고 일단 사진부터 찍었다.
-사진 찍는 거 싫어하나.
=내가 감독이나 배우도 아니고….
-서울 시내에 있는 그 많은 궁궐 중 경희궁에서
[조근현] 화려함보단 아름다움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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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니 헷갈렸다. 박지영이 연기했던 건 장녹수였나, 경빈 박씨였나, 장희빈이었나. “시골에 가면 어르신들이 아직도 장녹수 왔다고 하시는데, 내가 경빈 박씨를 연기했는지, 장희빈을 했는지 헷갈려하는 분들도 있다. (웃음)” 박지영은 지난 1995년에 방영된 드라마 <장녹수>의 주인공이었다. 비천한 출신의 녹수는 장안 제일의 기생이 되고 연산군을 치마폭에 품는 거인으로 성장하지만 계급을 밟아가면서 맛본 권력에 중독돼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사극에서 치열하게, 때로는 악독하게, 그러나 안타깝게 살았던 여자들이라는 점에서 녹수와 경빈 박씨와 장희빈의 본질은 상당히 닮아 있을 것이다. <후궁: 제왕의 첩>(이하 <후궁>)에서 박지영이 연기한 대비 또한 그녀들과 삶을 공유하고 있는 여자다. 궁에 서린 공포의 근원이나 다름없는 대비 역시 그 자리에 힘겹게 올랐을 것이고, 그만큼 수많은 위기에 놓였을 것이고, 그래서 왕에 오른 아들을 다그치면서 질주할 수
[박지영] 배우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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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뮤지컬 <노래 불러주는 남자>
2012 뮤지컬 <칠수와 만수>
2011 뮤지컬 <오디션>
2011 뮤지컬 <셜록 홈즈>
2011 뮤지컬 <라디오 스타>
2009 뮤지컬 <헤드윅>
2008 뮤지컬 <록키 호러 쇼>
2006 뮤지컬 <밴디트>
2005 뮤지컬 <그리스>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엔 어떻게 캐스팅됐나.
=몇년 전, 한 카페에서 우연히 김조광수 감독님을 만났다. 속으로 ‘어, 나 청년필름 영화 좋아하는데’ 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는데 다음날 감독님이 전화를 주셨다. <은하해방전선>에 캐스팅하고 싶다고. 스케줄이 안 맞아서 출연은 못했지만 그 전화가 인연이 되어 감독님이 내 공연도 보러 오시고, 내가 <친구사이?>의 음악 작업을 도와드리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who are you] 송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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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시작으로 <황해>와 <화차>까지, 조성하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 “실질적으로 많은 분들한테 정확하게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시간이었다. <5백만불의 사나이> 촬영이 지난 3월에 끝났으니 세달 가까이 자신을 재정비하며 쉰 셈인데, 그에겐 이런 여유가 참으로 오랜만인 듯했다. 번잡한 스튜디오를 빠져나와 6월의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야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그는 도리어 여기자의 피부를 걱정했다. 배우의 피부가 상할까 걱정된다고 하니 “햇빛 볼 시간이 별로 없어서”라는 말을 돌려준다. 촬영장과 행사장과 집을 차로 오가는 게 대부분일 그의 동선을 생각하니 지금 이 순간의 공기, 햇빛, 바람, 풀과 벌레 소리들이 그에겐 그리움의 대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한없이 소탈하고 귀여운 아저씨가 되고 마는 조성하지만, 그는 작품
[조성하] 부드러운 카리스마, 조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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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의 촬영장에서 민효린을 만난 적이 있다. 붓으로 그린 듯 오똑한 콧날 때문일까. 새침한 듯 무심한 표정에 틈틈이 끼어드는 천진한 웃음 때문일까. 그녀에겐 주위의 시선을 오래도록 붙잡아두는 매력이 있었다. <써니>의 수지가 그런 인물이었다. 민효린은 그저 강형철 감독이 시키는 대로 수지가 되었다. 그런데 그날 촬영장에서 민효린은 눈물을 흘렸다. 연기가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꼭 1년 반이 지나서, 그 울음의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써니>의 수지는 연기를 못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캐릭터였어요. 강형철 감독님은 수지에게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게 너무 어려웠어요. 저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울기도 했고. 그때 그 현장에서.” <써니>는 민효린의 첫 영화다. 첫 영화의 기억이 민효린에겐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써니>로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1년 반 동안
[민효린] 욕심쟁이 우후훗, 민효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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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혹독한 선생님. 오디션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 속 박진영의 모습이다. 다른 심사위원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을 때에도, 박진영은 ‘진심’을 지적하고 ‘공기 반, 목소리 반’을 강조하며 지원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오는 7월이면 그는 <5백만불의 사나이>의 신인배우로서 관객의 거침없는 심사평을 듣게 될 거다. 문득 짓궂은 질문이 떠올랐다. 박진영은 스스로의 연기에 어떤 점수를 매기고 있을까. “음… 75점? 어떤 친구가 무대 위에 올라와서 아직 실력은 부족하지만 진심을 다해 불렀을 때 75점을 줄 것 같다. 나도 아직 (연기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은 하나도 모르지만 절실하게 감정을 실어 연기했다.”
<5백만불의 사나이>의 최영인은 박진영의 반대말 같은 캐릭터다. 직장 상사에게 충성하고, 로비를 위해 국회의원들과 기자를 ‘모시며’, 가끔은 친구와 조촐하게 술잔을 기울이며 스트레스를 푸는 대기업 회사원. 자유
[박진영] 딴따라의 순정,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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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은 올해의 신인배우상을 탐내고 있었다.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박진영과 동명이인인 신인배우의 얘기냐고? 아니다. 드라마 <드림하이2>로 연기 신고식을 치른 박진영이 <5백만불의 사나이>의 최영인으로 돌아온다. <5백만불의 사나이>에서 영인은 로비자금 500만달러를 가지고 튄다. 영인과 함께 도망자 신세가 되는 날라리 고등학생 미리는 민효린이 연기한다. 그리고 영인을 필사적으로 뒤쫓는 영인의 직장 상사 한 상무는 조성하가 맡는다. <5백만불의 사나이> 속 세 배우는 마치 ‘지금까지의 제 모습은 깡그리 잊어주세요’라고 말하는 듯 낯설다. 물론 이 세 배우의 조합이 어떤 공기를 만들어낼지도 자못 궁금하다. 여기서 잠깐, 인터뷰 당일 세 배우의 모습을 공개해본다. 민효린이 몸매가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고 나오자 박진영이 대뜸 말했다. “효린아, 나랑 사귈래?” 조성하도 거든다. “현장에서도 이렇게 입고 있지.” ‘이 음흉한 아저씨들~’ 싶었지만 민
[박진영, 민효린, 조성하] 기막힌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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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작품 앞에서 자존감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미술계에서 극찬받은 작품이지만 막상 내게는 전율이 오지 않을 때, 그건 나의 무지몽매함 때문일까 주눅이 들곤 했다. 그러나 미디어 아티스트 전준호(사진 왼쪽)와 문경원은 예술은 학습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꼬마전구를 볼 때 누구나 본능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처럼. 두 작가의 ‘뉴스 프롬 노웨어’ 프로젝트는 예술과 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한 그들의 고민으로부터 출발했다. 전준호와 문경원은 2년 전부터 각 분야의 경지에 오른 전세계의 고수들을 찾아 예술이 무엇인지,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물었고 그 답을 반영해 종말 이후의 세계를 그린 단편영화 <세상의 저편>과 설치물 작업을 완성했다. 그리고 이들의 작품은 6월9일부터 9월16일까지 독일 카셀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전시회인 <카셀 도큐멘타>에서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세상의 저편>의 프로듀서를 맡
[전준호, 문경원]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검열의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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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2002 <상암동 월드컵>
2003 <자본당선언>
2005 <뇌절개술> <8월의 일요일들>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2006 <세 번째 시선>
2009 <약탈자들> <시선 1318> 중 <달리는 차은>
2010 <브라보 재즈 라이프> <하하하> <옥희의 영화>
201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2012 <다른나라에서> <아부의 왕> <그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혹시 급박한 현장이다 보니 홍상수 감독님과 의견충돌은 없으셨나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홍열 촬영감독이 손사래를 친다. “그런 건 있을 수가 없죠. 김형구 촬영감독은 홍상수 감독과 동갑이고 촬영감독 이전에 동료이니 각축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저한테 감독님은 어르신인걸요. (웃음)” <옥희의 영화>
[STAFF 37.5]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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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1975 출생
연극 <아일랜드> <서툰 사람들> <오이디푸스> <리투아니아> <칠산리> <햄릿> <고도를 기다리며>
연극 연출 <클라우드 나인>(2011)
출연작 <시선 너머> 에피소드 중 <백문백답>(2011)
-연극배우, 연극연출가로 활동해왔는데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동서대학교 임권택 영화예술대학 연기과 교수로 재직 중인데, 김대승 감독님이 영화과 교수라 뵐 기회가 많았다. 이전에 인권영화 <시선 너머>에서 감독님이 연출한 <백문백답> 에피소드에 짧게 나온 적이 있는데, 아마 그때 테스트를 하신 게 아닐까. (웃음)
-첫 장편영화인데, 어떤 준비를 했나.
=사극 말투를 익히려고 <왕의 남자> <태조 왕건>을 보며 연습했다. 현장에 갔더니 감독님께서 “오래된 스타일이에요” 하시더라. (웃음)
[who are you] 조기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