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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남선녀가 나란히 마주 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저녁밥 먹는 시간이 애매해 스튜디오에서 사진촬영 전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 거다. <반창꼬>의 강일(고수)과 미수(한효주) 커플이었다면 이렇게 조용히 밥만 먹진 않았을 텐데. 영화에서도 두 사람이 함께 밥을 먹는 장면이 있다. 미수는 강일에게 점수를 따볼 심산으로 정성껏 싸온 도시락을 자신만만하게 내민다. 강일은 꿈쩍도 않고 식판에 담긴 자신의 밥을 입안에 떠넣는다. 끈질기게 미수가 도시락을 내밀자 강일은 도시락을 쓰레기통으로 골인시켜버린다. 강일과 미수의 성격을 정확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반창꼬>는 사별의 아픔을 간직한 남자와 그 남자의 도움이 절실한 여자의 이야기다. 한편으론 까칠한 것도 고수이기에 용서가 되고, 물불 안 가리고 막 들이대는 것도 한효주니까 용서가 되는 영화다. 그만큼 <반창꼬>에선 두 배우의 매력이 돋보인다. <반창꼬>를 통해 일상의 연기에 도전한 고수와 궁극의 상큼함을
[반창꼬] 멜로드라마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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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영원하다는데 요즘은 인스턴트뿐이다. (관객으로서) 내가 보고 싶은 영화 중 영원한 사랑을 믿는 남자를 기다리는 여성의 이야기가 있었으면 싶었다.” 12월11일 현재 682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확장판 포함한 관객수)을 동원하면서 7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늑대소년>은 제작사 비단길 김수진 대표의 ‘사심’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인터뷰 내내 영화를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는 애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창립작인 <음란서생> 이후 <추격자> <작전>으로 승승장구하다 지난해 <혈투>가 흥행 실패한 뒤 곧바로 <늑대소년>으로 흥행에 성공한 김수진 대표를 만났다. 영하 13도라는 유독 추웠던 날씨도 직구 스타일인 그의 화법을 막진 못했다.
-비단길 최고의 흥행작이다. 예상은 했나.
=못했지. 잘될거라는 확신은 있었다.
-확신이라면.
=여성 관객이 많이 좋아할 것 같은 이야기였고. 이런 소재는 처
[김수진] “나의 로망과 사심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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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과 ‘그 사람’과의 인연은 무려 17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MBC 드라마 <제4공화국>(1995)에서 장광은 노신영 역할을 맡았다. 노신영은 한때 ‘그 사람’의 후계자로까지 지명됐던 인물이다. “당시 전두환씨 역할을 했던 배우(박용식)하고 마주 앉은 장면을 찍다가 고(석만) PD가 갑자기 ‘그만, 스톱!’ 그랬다. 번갈아 찍는데 누가 전두환인지 헷갈린다면서 나보고 실내장면이지만 모자를 쓰라고 하더라.” 3년이 흐른 뒤, 이번엔 ‘그 사람’의 후계자가 아니라 ‘그 사람’이 직접 장광을 찾았다. SBS 드라마 <삼김시대>(1998)에서 ‘그 사람’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사람’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저조한 시청률에 드라마는 조기 종영됐고, 이후 ‘그 사람’은 그를 다시 찾지 않을 듯했다. MBC 드라마 <제5공화국>(2005)에서 ‘그 사람’은 그가 아니라 이덕화의 몫이었다. 만약, <26년>이 제때 만들어졌다면
[장광] ‘그 사람’ 대신 나라도 사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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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드라마 <대풍수> <무자식 상팔자>
영화 <가문의 영광5: 가문의 귀환>
2011 그룹 ‘에이핑크’로 데뷔
-어릴 때부터 미술을 공부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가수나 배우를 꿈꾸게 됐나.
=가족 중 미술 하는 사람이 많아서 나도 화가가 꿈이었다. 하지만 춤추고 노래하는 것도 좋아해서 혼자 방에서 동영상 보며 연습하고 그랬는데, 우연히 사촌 응원차 따라간 오디션에 붙어 데뷔하게 됐다. 요즘도 쉴 때면 크로키북 같은 데 끼적인다.
-<가문의 영광5: 가문의 귀환>의 은희재와 <무자식 상팔자>의 오수미와 <대풍수>의 어린 해인 중 실제 본인은 누구와 가장 닮았나.
=희재나 해인이랑은 비슷한 구석이 있는데, 수미와는 정반대다. 감독님이나 작가님은 통통 튀는 걸 원하시는데 워낙 조용한 성격이다. 근데 하다보니까 점점 수미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도 ‘방금 나 수미 같았어’라고 느낄 때가 종종
[who are you] 손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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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계의 과거와 미래가 만났다. 12월1일, <호빗: 뜻밖의 여정>(이하 <뜻밖의 여정>)의 일본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피터 잭슨 감독과 배우 마틴 프리먼, 앤디 서키스, 리처드 아미티지, 엘리야 우드는 중간계 호빗마을 샤이어에서 방금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소박함과 친절함으로 아시아 취재진을 맞았다. 일본 기자회견에서, 회견이 열리기 전 한국 매체와 가진 20분간의 인터뷰 자리에서 시리즈의 새 출발을 앞둔 그들이 전한 소회와 기대감을 중계한다.
큰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는 스펙터클 만들었다
피터 잭슨 감독 인터뷰
-<반지의 제왕> 시리즈 이후에 <호빗> 시리즈를 또다시 연출하게 된 계기는.
=<호빗>을 영화화하는 것이 처음에는 확실하지 않았다. 영화의 저작권을 두 군데서 나눠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문제가 해결되면서 제작이 현실화됐다. 그리고 솔직히 얘기하면 다른 사람이 영화를 찍게 하고 싶지 않았다. <반지의 제
[호빗: 뜻밖의 여정] <반지의 제왕>과 <호빗> 스토리는 달라도 스타일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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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마지막 금요일. 아침부터 진풍경을 목격했다. <호빗: 뜻밖의 여정> 일본 정킷에 참석할 40여명의 한국 기자들이 트렁크를 이끌고 공항이 아니라 롯데시네마에 모인 것이다. 보통의 영화 정킷이 출발하기 며칠 전 국내 모처에서 시사회를 열거나 정킷이 열리는 장소에서 영화를 상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으로 출발하는 당일 아침 진행된 이날의 시사회는 무척 이례적인 경우. “오늘 보신 영화는 저희 직원이 LA에서 받아와 새벽 5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따끈따끈한 작품”이라고 수입사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의 남윤숙 이사가 덧붙였다. <호빗>의 후반작업이 워낙 촉박하게 끝났기 때문에 시사회도 늦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아침부터 분주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대규모 인원이 일사불란하게 트렁크를 끌며 극장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새 여정을 시작하는 <호빗> 시리즈의 정서와 맞닿아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누군가는 이 모습을 두고 “영락없는 ‘반지원정대’”라며
[호빗: 뜻밖의 여정] <반지의 제왕>에서 60년 전 전설이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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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1989 1집 ≪B.C.603≫으로 데뷔
1991 2집 ≪Always≫
1993 3집 ≪My Story≫
1994 더 클래식 제작
1995 4집 ≪Human≫
1997 5집 ≪Cycle≫
1999 6집 ≪The War in Life≫ 라이브앨범 ≪무적전설≫
2001 7집 ≪Egg≫
2003 한국 백혈병 어린이 재단 명예홍보대사
2004 8집 ≪Karma≫
2005 라이브앨범 ≪반란≫
2006 9집 ≪Hwantastic≫
2007 미니앨범 ≪말랑≫
2009 20주년 기념 앨범 ≪환타스틱 프렌즈≫ 발매
2010 10집 ≪Dreamizer≫
2012년 3월31일. 전날 밤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의 마지막 녹화와 뒤풀이를 마치고 느지막이 잠들었던 음악인 이승환(송파구 방이동)씨는 부은 눈꺼풀을 간신히 치켜들고 여느 때처럼 포털 연예기사를 훑다가 영화 <26년>이 제작 난항을 겪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의 마우스는 곧장 웹툰 <26년
[이승환] 무서웠고, 부끄러웠고, 그러자 오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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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익숙하다. 어느 순간부터 스크린의 단골손님이 되더니 이제는 화면에 얼굴을 비추지 않으면 섭섭할 지경이다. 무시무시한 악역부터 친근한 옆집 친구까지 천의 얼굴을 소화하면서도 전혀 위화감이 없는 배우 김성오. <아저씨>의 장기밀매업자 종석과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김 비서가 한 얼굴 속에 자리할 수 있는 건 만만치 않은 그의 연기 내공 덕분이다. 2000년 연극 <첫사랑>으로 데뷔해 수많은 영화 속 단역을 거치고, 서른두살에 SBS 공채 탤런트에 늦깎이 합격하여 오늘날 충무로의 대세가 될 때까지. 숱한 풍파에도 그를 버틸 수 있게 한 것은 오로지 연기를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 그것뿐이다.
-12월에만 <나의 PS 파트너> <반창꼬> <타워>가 연달아 개봉한다. 그야말로 대세다.
=그렇지도 않다. 엄밀히 말하면 오히려 운이 없는 편이다. 한꺼번에 개봉하는 통에 순식간에 작업한 줄 아는 분도 계신데, 우연히 개
[김성오] 익숙한 남자의 특별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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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2>
2012 영화 <차이나 블루>
2012 KBS 드라마 스페셜 <소년탐정 박해솔>
-‘제2의 현빈’이라는 표현이 기사마다 뜬다.
=신인배우 앉혀놓고 딱히 할 얘기가 없으니 그런 말 만들어내는 거 아닐까. (웃음) 당연히 영광이고, 현빈 선배님 꼭 뵙고 싶다.
-조선족 청년 ‘길남’의 말투는 어떻게.
=어려서 한국에 와 대학교까지 다니니까, 오래 서울 생활 한 지방분들이 그냥 표준말 쓰는 것처럼 쓴다. 대사 전달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나중에 가족 일로 분노했을 때 딱 한번 옌볜 조선족 말을 쓸 때 세게 느껴진다. 그때가 길남의 클라이맥스다.
-좋아하는 배우.
=직접 낭송한 원태연 시인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를 휴대폰에 저장해 다닐 정도로 이병헌 선배를 좋아한다. <뱀파이어 검사2>의 이원종, 이경영 선배를 존경한다. “원종이는 40대니까 형이라고 하고, 나는 5
[who are you]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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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김아중)은 이미 사랑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도 세상에 이 남자뿐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혹은 좀더 애쓰면 다시 관계가 회복될 거라는 생각 때문인지 비장의 이벤트를 준비한다. 수화기 너머 남자친구에게 앙큼한 목소리와 발칙한 신음소리로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것. 하지만 전화기를 바꾼 지 얼마 안되어 실수로 그만 딴 남자에게 전화를 걸고 말았다. 영화는 이후 오랜 남자친구 승준(강경준)과 그날 이후 PS 파트너가 된 현승(지성) 사이를 오가는 윤정의 내면을 따라간다. 김아중에게 얼마나 감정이입을 하느냐, 바꿔 말해 김아중이 윤정을 얼마나 생생한 현실의 인간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결이 달라지는 영화다.
김아중은 무엇보다 윤정을 온전한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두살 많은 남자 감독인 변성현과 친구처럼 부대끼며 많은 아이디어를 냈고, 이제껏 출연한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자면 애드리브도 서슴지 않았다. “이번 작품은 일단 가볍고 편안하고 밝게 가고 싶었다. 맨 처음
[김아중] 늘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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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고 반듯하고 올곧다. 낮고 정갈한 목소리, 곧추세운 허리와 어깨, 당당한 눈빛에서 오는 신뢰가 그의 주변을 그런 공기로 채워나간다. 친구들과 골목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 언제나 정의의 편 역할만 도맡아 했을 것 같은 친구, 교과서에 실린 정답 같은 배우, 지성은 처음부터 바르고 성실한 캐릭터로 작품의 중심에 서 있었다. 아니, 그가 등장하는 순간 맡은 역할에 관계없이 바르고 성실한 인물이 되어버린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믿음직하고 사귀고 싶은 사람임에는 분명하다. 그간 영화보다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나에게 도움을 주신 분들께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었다. 그분들이 부르면 두말 않고 달려갔고 그러다보니 늘 스케줄이 미리 잡혀버려서 영화를 할 타이밍이 좀처럼 맞지 않았을 뿐”이라는 그의 대답을 듣노라면 진정 곁에 두고 오래 사귀고 싶은 사람이란 생각이 절로 인다. 자연인 지성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끄는 인덕
[지성] 오랜 친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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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서른이 된 여자는 ‘결혼과 타협할 것인가, 직장의 고독한 투사가 될 것인가’ 고민하고, 남자 역시 ‘결혼과 타협할 것인가, 뮤지션의 꿈을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인가’ 하루에도 몇번씩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어떤 식으로든 ‘변화’에 직면한 두 남녀가 각자의 고민을 전화로 토로하면서 만난다. 여자는 온갖 방법으로 식어버린 애정에 불을 지피려 하고, 남자는 전 여자친구에게 멋진 새 남자가 생겼다는 소식에 ‘열폭’한다. <나의 PS 파트너>는 지금 그 나이대의 남녀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고민 속으로 인물들을 밀어넣는다. 지성과 김아중은 무척 생생하고 현실적이도록 그 캐릭터의 무게를 끌어안고 ‘밀당’한다. 그 누구도 평생 겪어보지 못할 것 같은 판타지로 시작된 PS 통화가 그렇게 현실로 안착한다. 지성과 김아중, 그들에게 이런 알록달록한 매력이 있었나, 가만히 시선이 머문다.
[나의 PS 파트너] 사랑하고 싶다면 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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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서는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이야말로 일상을 만끽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믿어왔다. 배우 생활 10년 중 절반의 시간을 해외에서 보냈을 정도다. 그랬던 그녀가 일상을 찾기 위해 일상을 탈출하는 아이러니한 여행을 당분간 끊겠다고 말한다. 한국영화 시간여행이라고 불러도 좋을 다큐멘터리 <영화판>에서 길잡이 역할을 맡은 그녀는 어쩌면 지난 한국영화의 역사를 돌이켜보면서 새삼 ‘배우 윤진서’의 이정표를 재확인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박은형 감독의 <그녀가 부른다>(2013) 촬영을 끝내고 더욱 영화가 좋아졌다고 반복해서 말하는 걸 보면 과언은 결코 아니다.
-올해는 어딜 다녀왔나.
=6개월 동안 뉴욕에 머물다 왔다. 재즈바도 다니고 공연도 보러 다니고 술도 마시고. 200시간 트레이닝 코스를 거친 뒤 요가 자격증도 땄다.
-해탈까진 아니더라도 마음이 평안해지던가.
=처음엔 명상하려고 8시간씩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그런데 나중에는 거기에 빠져든다
[윤진서] 강수연, 김혜수 선배를 만났더라면 재밌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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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목표물에 고정하고, 가슴은 26년 전 그날의 울부짖음을 잊지 않는다. 목표물인 ‘그분’이 사정거리에 들어서자 방아쇠를 당기고 있던 그의 검지는 그의 심장만큼이나 쿵쾅거렸을 것이다. 전두환(장광) 암살 계획의 완수에 방점을 찍는 <26년>의 고독한 저격수 ‘미진’(한혜진)의 심경이 딱 그랬을 것 같다.
심미진. 아름다울 미(美)자에, 나아갈 진(進)자. ‘아름다움이 씩씩하게 나아가리라’라는 뜻으로, 부모님이 지어준 예쁜 이름이다. 그러나 그의 삶은 이름만큼 늘 아름답진 않았다. 태어난 해인 1980년 5월 광주, 어머니는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었고, 아버지 또한 훗날 광주항쟁의 후유증으로 ‘그분’의 자택 앞에서 한줌의 재가 되어야 했다. 한혜진이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미진이 “잃을 게 없는 친구”라고 느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전작이 대체로 약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다 보니 맡은 인물이 늘 가난했다. 사실, 솔직히 여배우가 이런 역할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한혜진] 잊지 말아주세요, 그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