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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간지’에게 감히 ‘미친소’라는 캐릭터 하나로 밀고 들어오는 남자. 나이로 봐도 분명 앞서고, 조각 같은 몸매는 언감생심 따라올 리 없으며, 게다가 드라마는 처음이다. 그럼에도 <유령>에서 곽도원은 미친 존재감으로 소지섭과 동등한 위치를 획득했다. 송하윤과 멜로 구도를, 임지규와 코믹 구도를 형성한 것도 모조리 곽도원 차지였다. 모자이크를 맞춰보면 그는 <러브픽션>의 그 까칠한 황 감독이자, <황해>에선 하정우에게 인상적으로 죽임을 당하는 김승현 교수였고,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에선 조폭보다 더 무서운 조범식 검사였다. 개봉을 앞둔 <회사원>에선 소지섭(맞다, 또 소지섭과 파트너 인증이다)과 같은 회사에 다니는 야비한 전무로, 신정원 감독의 <점쟁이들>에선 귀신을 보는 스님으로 나온다. 추세대로라면 우리가 앞으로 볼 충무로 영화에서 얼마나 더 많은 곽도원의 조각들을
[곽도원] 영화는 어떻게 이 남자를 살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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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미운 오리 새끼>
-<기적의 오디션>에선 우승을 거머쥐진 못했지만 첫 영화에서 주연배우로 신고식을 치렀다. 그야말로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가 됐는데.
=아직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미술교육과 출신에 연기 경험도 없다.
=감독님은 내 얼굴이 참 착해서 좋다고 하셨다.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해 연기를 시작했지만 계속 겉도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차에 군 제대 뒤 <기적의 오디션>에 응모했고 진짜 기적을 만났다. 비록 연기전공은 아니었지만 그간 지나온 모든 시간과 경험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것이라 생각한다.
-곽경택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채찍보단 당근을 많이 받았다. 내가 정답을 찾아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시는 쪽이다. 현장에서는 카리스마 넘치지만 촬영이 끝나면 격려도 많이 해주신다.
-87년 전두환 집권 시기의 군대가 배경인데 어렵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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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김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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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짧아진 머리 길이만큼이나 조윤희의 표정이 가볍다. 무거운 짐을 여행지에 풀어놨을 때의 홀가분한 느낌처럼 말이다.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이숙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녀는 아마도 ‘변신’이란 짐을 이제 막 푼 것 같았다. 그동안 내 남자의 아름다운 옛 애인이거나 첫사랑으로서 마치 환상처럼 머릿속에 자리잡았던 조윤희. 그녀가 영화 <공모자들>을 통해 이제 막 현실에 발을 디뎠다. 그런데 그 현실이 결코 만만치 않다. 장기밀매를 소재로 하는 <공모자들>은 이름 모를 누군가의 심장을 무참히 도려낸다는 점에서 현실보다 지옥에 한발 더 가깝다.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모태솔로, 연애숙맥 방이숙으로 천재용(이희준)과 풋풋한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는 그녀가 납치, 장기적출, 밀매가 벌어지는 중국행 여객선에 선뜻 오른 이유가 궁금했다. “영화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제의가 들어와도 시나리오를 보면 할 수가 없었
[조윤희] 지옥 문을 서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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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사내가 있다. 장기밀매꾼 생활을 청산하고 ‘따이공’으로 살아가는 중이다. 사랑하는 여자도 있다. 하지만 일이 꼬인다. 착한 그녀가 무슨 사연인지 사채에 손을 댔다는 말도 들려온다. 그는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브로커의 제안을 수락한다. 누군가의 심장을 도려내어 배달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게 그는 생애 마지막 ‘작업’을 위해 다시 중국으로 향하는 배에 오른다.
<공모자들>의 영규, 그는 악인이다. 아니다. “그는 인간이다.” 배우 임창정은 그렇게 말했다. 악인열전이라면 이미 나홍진의 <추격자>와 <황해>, 김지운의 <악마를 보았다>가 있었다. 그러니 잔인함에 방점을 찍기보다 절대적으로 이야기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이야기란 어쩌다 그런 일을 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다. “그들이 유년 시절부터 그렇게 살았더라면 감옥에 가든 누구 손에 죽든 이미 사달이 났겠지. 보편적 정서를 가지고 살다가 어느 지점에서 톱니바퀴가 어긋나면
[임창정] 거울 앞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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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정 하면 순정 충만한 코미디, 조윤희 하면 아련한 멜로나 로맨스. 최근까지만 해도 그건 공식이었다. <공모자들>은 그 유효기간이 다했음을 알린다. 중국행 여객선에서 무차별 장기밀매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배경으로 한 이 극악무도한 범죄스릴러에서 그들은 각자 필모그래피의 새로운 챕터를 열어젖혔다. 물론 그 변신이 외딴 별에서 온 것처럼 생경한 종류의 것은 아니다. 임창정의 영규는 그가 거쳐왔던 안쓰러운 남자들을 닮아 있고, 조윤희의 유리도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무언가는 여전히 지닌 채다. 단지 거기에 새로운 표정이 더해졌는데, 지속 위에 있는 그 변화가 우리로 하여금 그 이유를 질문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답변을 듣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과연 그들의 변신은 무죄.
[임창정, 조윤희] 지속 가능한 차가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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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나오긴 하는 걸까. 카메라가 도깨비방망이도 아니고. 2010년 겨울,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들은 양은용(<내부순환선> <경>), 서영주(<은하해방전선>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김꽃비(<똥파리> <창피해>), 이 세 여배우에게 카메라를 맡기면서 적잖이 불안했을 것이다. “정말 우리 마음대로 찍어도 돼요?”라는 배우들의 되물음은 무모한 도전에 내몰린 배우들의 비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된 <나 나 나: 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카메라 작동법도 모르던 세 배우가 1년 만에 셀프 다큐멘터리를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던 데는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이 작동해서였을 것이다. 8월23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만난 세 배우, 아니 세 감독은 카메라 공포증에 대한 토로는 물론이고 시어머니 격인 부지영 총감독의 끊임없는 감시에 대한 불만까지, 쉬지 않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서영주, 김꽃비, 양은용] 나의 시선을 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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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균의 맨 얼굴이 궁금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형배(하정우)의 오른팔 박창우를 연기한 그는 촌스러운 단발머리를 하고선 관객을 단박에 1980년대로 타임슬립시켰다. <이웃사람>에서 김성균은 연쇄살인범 승혁이 되어 줄곧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다. 서늘한 눈동자, 조커처럼 웃는 입, 땟국에 까맣게 전 피부는 승혁을 더욱 소름끼치는 인물로 만들어버린다. 그러니 김성균의 진짜 얼굴이 궁금할 수밖에. 신중하지만 과감하게 자신만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배우 김성균을 만났다.
-영화 데뷔작 <범죄와의 전쟁> 개봉 뒤 인터뷰를 참 많이 했더라.
=코피 터지게 했다.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쏟아지는 이즈음의 상황이 조금 어리둥절할 것 같기도 하다.
=아직 주목받는다는 느낌은 못 받는다. 전혀 불편함없이 거리를 돌아다닌다. 추리닝에 슬리퍼 신고 다니고, 지하철도 타고.
-배우로서의 삶에는 변화가 있
[김성균] 내가 맞을수록 분위기는 좋아지던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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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피조물> 1994
“자동차 뒷좌석에서 대본을 읽다가 아빠에게 소리를 질렀죠. ‘이건 꼭 해야 해!’ 아빠가 말하더군요. ‘원한다면 하게 될 거란다.’ 그 말을 듣고 생각했죠. ‘그래. 그거야. 무조건 할 거야.’ 제게는 굳은 결의가 있었어요. 제 삶의 결정적인 순간이었으니까요. 제가 뽑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무척 행복해서 울었어요. 당시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샌드위치를 만들다 제가 됐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눈물을 멈출 수 없어서 가게에서 뛰어나가야 했죠.”
<센스, 센서빌리티> 1995
“이 영화로 오스카 시상식에 처음으로 참가했을 때 함께 출연한 에마 톰슨이 이렇게 말했어요. ‘잘 들어.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그냥 끝내주는 쇼를 보러 가는 거야.’ 진짜 그렇더라고요. 하지만 시상식에 참여한 엄마, 아빠와 저는 꼭 촌놈들 같았죠. 차에서 나오는데 엄마가 제 드레스를 밟았고, 저는 ‘엄마! 좀! 엄마!’ 이렇게 외쳐댔죠.
[케이트 윈슬럿] 케이트 윈슬럿이 말하는 내 배우 인생의 다섯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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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꿈꾸는 초보 배우에게 <대학살의 신>은 훌륭한 가르침의 장이다. 동시에, 이 영화는 초보 연기자의 꿈을 짓밟는 대학살극일 수도 있다. 조디 포스터, 크리스토프 왈츠, 존 C. 라일리와 케이트 윈슬럿이 물을 만난 고기처럼, 불을 만난 나방처럼 노는 모습을 한번 지켜보시라. 만약 당신이 조금 자존감이 낮은 초보 배우라면, 이 미친 연기자들의 발끝에라도 미치는 건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좌절감에 쉬이 빠져들지도 모른다. 특히 케이트 윈슬럿은, 맙소사. 이 멋진 여배우는 정말로 우리 시대의 메릴 스트립이 되어가고 있다. 겨우 몇년 전만 해도 그녀는 “메릴 스트립과 함께 언급되는 여배우가 됐다는 사실은 정말 믿을 수가 없어요. 제 삶에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죠”라고 말하던 배우였다. 지금은? 누군가가 오스카 연단에 올라 “케이트 윈슬럿과 같은 부문에 후보로 오르다니, 영광스러워요”라고 말해도 우리는 금세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케이트 윈슬럿의
[케이트 윈슬럿] 난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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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오지호는 바람과 함께 사라질 뻔했다. 영화 <미인> <아이 러브 유>에 출연할 당시 그는 그저 얼굴만 인상적인 배우였다. 스스로도 잘 알았다. “살면서 크게 욕 먹은 적이 없는데, 연기를 하면서 욕을 참 많이 먹었다.” 그러나 욕은 약이 됐다. 2년의 와신상담 끝에 출연한 드라마 <두번째 프러포즈>를 시작으로 오지호는 ‘잘생겼지만 친근한’ 배우로 거듭났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 <내조의 여왕>의 허술한 남자 캐릭터는 어느덧 그의 대표 이미지가 됐다. 그가 원래 남성미 철철 넘치는 배우란 걸 다시금 일깨워준 작품은 <추노>다. <추노>의 노비로 전락한 조선 제1의 무사 송태하는 믿음직함으로 무장한 캐릭터였다. 그리고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오지호는 지금껏 자신이 쌓아온 이미지를 조금씩 겹쳐놓은 것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다. 서빙고 별감 백동수는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무사지만 허점도
[오지호] 개그 욕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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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녀석들’도 울고갈 용감한 화법이다. 이종석은 힘들면 힘들다, 재미없으면 재미없다고 ‘말할 줄 아는’ 신인배우다. 자신의 첫 상업영화인 <알투비> 개봉을 앞둔 심정도 두근두근해야 마땅한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 “까먹고 있었어요. 촬영한 지 너무 오래돼서.” 영화 홍보를 위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건? 당연히 적성에 맞지 않는다. “연기하는 건 참 좋고 재밌거든요. 그런데 그외의 부수적인 것들이 너무 힘들어요.” 인터뷰 당일에도 그는 <알투비> 홍보팀장에게 자신이 꼭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아직은 어딜 나가도 떳떳하지 못한 거예요. ‘안녕하세요. 배우 이종석입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작아지는 것 같아요.” 엄살도 아니고 겸손도 아니다.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예쁜 스물네살 청년의 솔직한 속마음일 뿐이다.
열여섯살에 모델 일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이종석은 아이돌 그룹이 될 뻔하는 등 배우로 데뷔하
[이종석] 종석이가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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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경은 지쳤다. 몸도 마음도. 그녀는 3년을 내리 달렸다.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하이킥2>)이 3년의 시작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신세경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수줍은 표정을 짓는 ‘청순 글래머’의 등장에 모두 열광했다. CF와 화보가 홍수처럼 밀려왔고 영화 <푸른소금> <알투비>,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패션왕>까지, 신세경은 늘 카메라 앞에 있었다. “못 쉰 지 오래됐어요. 다음 작품을 하기 전까지 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 같아요.”
‘타인의 삶’을 사는 팍팍함 속에서도 “진짜 편하고, 맘에 든” 감색 점프슈트를 입은 전투기 정비사 유세영 중사를 연기한 <알투비>의 촬영은 신세경에게 즐거운 ‘일’이었다. “군부대에서 촬영하는 게 흔한 경험이 아니잖아요. 지훈(정지훈) 오빠는 입대를 앞두고 짜증이 났겠지만요. (웃음)” 독특한 환경 때문에 <
[신세경] 넌 달콤해,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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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우리는 지금까지 이하나를 특정한 이미지의 배우로만 믿고 있었던 것 같다. TV드라마 <연애시대>의 지호와 <메리대구 공방전>의 메리, 영화 <페어러브>의 남은은 그동안의 이하나를 대표하는 캐릭터였다. 판타지 속에 사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철저하게 현실에 발붙인 청춘. 혹은 다 채워지지 못하고 늘 조금씩 비어 있는 이십대. 그게 이하나였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이하나가 연기하는 캐릭터엔 관계망 안에 온전히 녹아들지 않는 분명함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하나가 분한 <알투비>의 유진은 그간 연기해온 인물들과는 사뭇 다르게 드라마적인 전형 안에 머무는 캐릭터다. 유진은 싱글 대디인 대서(김성수)를 짝사랑하는 유능한 조종사이자 튀지 않고 극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인물이다. 의외다. 이하나가 유진을 선택한 이유는 뭐였을까. “발랄한 로맨틱코미디 작품이 많이 들어오긴 한다. 삶 자체가 좀 변했다. 갖고 있던 이미지는 가져가되 그것만 가져
[이하나] 청춘에서 여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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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으로 다져진 몸? 소용없다. 수천 피트 상공에서 경험하는 마하의 속도, 몇배로 가중된 중력은 건장한 남성의 몸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었다. 김성수는 말했다. “다시는 전투기를 타고 싶지 않아요.” 전투기에 탑승하려면 몇 가지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중력테스트에서 정지훈을 제외하고 <알투비>의 모든 배우가 나가떨어졌다. 그 상황에서 유준상은 ‘기절 투혼’을 보였다. 감동받은 김성수가 후배들을 꼬였다. 다시 한번 중력테스트에 도전하자고. 그러곤 모두 테스트에 성공했다. 배우들은 그렇게 훈련 첫날 “한팀”이 되었다.
김성수는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알투비>에서 그가 연기하는 21전투비행단 편대장 박대서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초기 시나리오에서 대서는 그저 “멋있는 조각미남” 캐릭터였다고 한다. 김성수는 “캐릭터의 인간적인 모습이 드러났으면” 싶었다. 대서는 아내와 일찍 사별하고 혼자 아들을 키운다. 동료에겐 다정하고 후배에겐 너그럽고
[김성수] ‘옴므’를 지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