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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처럼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 되길”
-피터 버그 감독 인터뷰
사진기자가 카리스마 있는 표정을 요구했다. 그러자 피터 버그 감독은 권투 선수처럼 몸 푸는 시늉을 하더니 멀찍이 떨어져 인터뷰 중인 테일러 키치를 향해 “헤이, 키치. 일어나보라고”라며 감독 행세를 했다(물론 테일러 키치는 인터뷰에 집중하느라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수천명의 스탭을 통솔해야 하는 블록버스터영화의 감독에게 카리스마와 리더십은 필수 덕목일 것이다. 여러 인터뷰에서 <배틀쉽>의 배우들은 피터 버그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말을 전했다. 피터 버그는 어떻게 신뢰받는 함장이 되어 <배틀쉽>을 조종했을까. 두달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그를 식목일에 만났다.
-영화를 보고나니 당신은 참 욕심이 많은 사람이구나,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게 참 많았구나 싶더라.
=나는 단지 사람들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l
[배틀쉽] 피터 버그 감독 / 테일러 키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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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의 요점은 ‘체력’이었지”
브루클린 데커 인터뷰
-이 작품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음, 사실 나는 당시 다른 작품을 촬영하던 중에 <배틀쉽>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그때에는 이 작품이 워낙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던 프로젝트라서 스크립트도 먼저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배틀쉽> 오디션을 보기 위해 내가 LA까지 간 데에는 감독이 피터 버그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대한 프로젝트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흥분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여러 번의 오디션 끝에 합격했다고 들었다.
=총 3번의 오디션을 통과한 끝에서야 피터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는 나의 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여러 테스트를 했는데, 매우 재미있었다. 피터는 최종 합격 통보를 할 때도 체력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번 언급했다. (웃음)
-리한나와 작업하는 것은 어땠나.
=사실 처음부터 무척 기대됐다. 이 작품은 나에겐 두 번째 영화이
[배틀쉽] 브루클린 데커 / 리한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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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7일, 런던의 중심가 소호에 자리한 한 호텔에서 오는 4월11일 개봉하는 영화 <배틀쉽>의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를 반영이라도 하듯 유니버설픽처스가 기자 시사회에서부터 철통같은 보안 유지에 많은 공을 들이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보안 유지를 위한 여러 절차들 때문에 영화의 시작이 다소 늦어졌음에도 시사회장은 불만보다는 기대와 취재 열기로 가득했다. 팝의 섹시디바 리한나의 첫 정극 데뷔작이자 2200억원이라는 제작비를 쏟아부은 압도적 스케일의 블록버스터라는 점 외에도 이 작품이 주목받을 이유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지. 아이. 조: 전쟁의 서막>과 <트랜스포머> 등으로 유명한 하스브로사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SF 블록버스터 <배틀쉽>은 특이하게도 동명의 유명 인기 보드게임이 원작이다. 스토리 라인이 정교한 소설이나 만화가 원작이 아닌 까닭에 영화의 줄거리 역시 비교적 단순하다. 향후 미국을 넘어 세계를 구
[배틀쉽] 외계 우주선과의 혈전, 최고의 비주얼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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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새벽의 연기는 뚜렷하다. 그런데 송새벽의 얼굴은 “밋밋하다”. 스크린에서만큼은 우리의 시선을 단단히 붙잡아두지만 길거리에서 그를 스쳐지나간다면? 열에 여덟은 뒤돌아보지 않고 제 갈 길을 갈 것이다. 평범한 얼굴의 놀라운 힘이란 이런 것이다.
지구 멸망을 주제로 한 옴니버스영화 <인류멸망보고서>에서 송새벽은 임필성 감독이 연출한 <해피버스데이>에 출연한다. <해피버스데이>는 아빠의 8번 당구공을 망가뜨린 민서(진지희)가 정체불명의 사이트에 접속해 당구공을 주문하고, 2년 뒤 당구공 모양의 괴혜성이 지구로 돌진한다는 내용의 단편영화다. 송새벽은 카이스트까지 졸업한 수재지만 딱히 생산적인 활동은 하지 않는 민서의 삼촌으로 등장한다. <마더> <방자전> <시라노; 연애조작단> <해결사> <위험한 상견례> 등에서 보여준 송새벽식 적재적소의 연기는 이번에도 변함이 없다. 수십 가지의 얼굴을 그려넣을 수
[송새벽] 범상한, 범상치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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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 웃을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카메라 앞에 선 지 10초도 되지 않아 청어람 최용배 대표가 손사래를 친다. 포즈를 취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불편하단다. 2000년대 중반 청어람은 주목할 만한 투자배급사였다. 당시 그는 메이저 투자배급사와 손잡지 않고 홀로서기에 성공한 몇 안되는 인물이었다. 청어람은 자체 제작 작품만 연간 3편 이상씩 내놓았고, 최 대표는 1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괴물>(2006)로 한국영화 흥행 톱을 거머쥐며 제작자로서 누릴 수 있는 영광도 모두 가졌다. 그랬던 그가 2008년 이후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다. 강풀 원작의 <26년> 제작이 중단된 뒤였다. 외압으로 투자가 무산됐다는 풍문이 돌았지만, 그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26년>을 되살리고 싶었고, 최 대표의 안간힘은 이후 4년 동안 계속됐다. 인터뷰는 관객으로부터 소액 후원(www.goodfunding.net, www.popfunding.com
[최용배] “대중적인 스펙에도 영화화할 수 없는 현실에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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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동안 총 5번의 오디션을 거쳐 1천여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저우위지에 역에 캐스팅됐다고.
=연기 경험이 없다보니 오디션이 약간 긴장되긴 했다. 그렇다고 감독님께 특별한 뭔가를 억지로 보여주려고 하진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드렸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반 친구, TV나 영화 속 배우를 흉내내는 것을 좋아했다. <별이 빛나는 밤>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뛸 듯이 기뻤다.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그때다.
-저우위지에는 수줍은 소년이다.
=린슈유 감독님은 내게 ‘저우위지에는 가정폭력 때문에 상처를 받은 아이’라고 말씀하시면서 가정폭력을 소재로 하는 몇몇 영화를 보여주셨다. 아무래도 저우위지에는 실제 내 모습과 다르니까. 실제 나는 반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적극적인 아이다.
-첫 연기다.
=감독님은 내게 연기 ‘기술’을 가르쳐주셨고, 나는 그것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아는 만큼만 이해하려고
[who are you] 임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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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용주 감독으로부터 <건축학개론>의 시나리오를 건네받았다. <불신지옥> 이후 두 번째 작품을 준비 중이던 그는 동시대의 기억을 간직한 내 의견이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절박했다. “이 영화를 해야 다음 영화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건 그가 큰 산에 봉착해 있다는 걸 의미했다. 첫 작품으로 평단의 관심을 얻었지만 당시 그는 고작 관객 25만명을 동원한 신인감독이었고, 해야 하는 영화가 아니라 이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작품으로 상업적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당시 내가 어줍잖은 시선으로 우려했던 지점은 그 역시 알고 있는 것이었다. <건축학개론>은 그가 거의 10년을 매달린 프로젝트였고, 주변의 만류엔 이미 이골이 난 상태였다. 그럼에도 수정고 파일만 몇 백개가 존재하는 <건축학개론>은 그에게 결코 놓을 수 없는 첫사랑이었다. 그는 내 의견을 새겨듣겠다고 했지만 몇달간 시나리오 작업 끝에 완성된 최종고
[이용주] “스무살의 나에 대한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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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으려 하였으나 너를 잊지 못하였다.” 뭇 여성들의 마음을 홀린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이 대사는, 사실 배우 한가인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말죽거리 잔혹사> 속 사춘기 남학생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반갑게 인사하는 버스 속 친구를 외면하게 만드는 ‘박카스걸’ 그녀는 잊으려 하여도 절대 잊지 못할, 환상의 여인이었다. 그 환상을 증폭시켜 보여준 <해를 품은 달>의 허연우를 떠나보내고, 30대의 씁쓸함을 간직한 <건축학개론>의 첫사랑 그녀, 서연으로 한가인이 돌아왔다. 자신이 그리 여성스럽지도, 곱게만 자라오지도 않았다고 말하는 한가인은 이제 배우로서 아름다움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고자, 입증해 보이고자 한다.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이 지난주 종영했다. 이제 수·목요일에 <해품달> 못 본다고 서운해하는 시청자가 많다.
=지난주에 막방이었나? (놀라며) 말도 안돼! 끝
[한가인] ‘달’을 닮은 환상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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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의 박희순은 마치 20피스짜리 퍼즐 같다. 그가 이제까지 맡아온 20여개의 캐릭터를 조각모음하면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의 형사 강선우라는 그림이 완성된다. 간통 현장을 잡으러 다니다가 수진(박시연)에게 홀려 살인죄를 뒤집어쓸 위기에 처하는 “2% 부족한 가제트 형사” 강선우를 분해하면 나오는 가장 큰 조각은 아무래도 <세븐 데이즈>의, 구시렁거리는 게 매력이었던 날라리 형사 김성열일 것이다. 조수 기풍이(이광수)를 구박할 때면 열쇠 수리공에게 “직업의식이 없다”며 면박을 주던 성열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민다. 그런가 하면 본업에서의 특기를 살려 사업체를 차린다는 설정이나 다른 형사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은 <맨발의 꿈>에서 ‘랑숭랑숭’ 패스를 받아내는 연기를 받아줬던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이자 현 동티모르 유일 축구화 리스업자 김영광을 똑 닮았다. 또 ‘저한테 왜 이러세요’ 컨셉은 <우리집에 왜 왔니>의 자
[박희순] 이 남자 희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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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파멸시키는 위험한 여자. 170cm의 큰 키가 매력적인 황금비율의 신체조건, 특유의 큰 눈동자와 함께 이것은 배우 박시연 하면 생각나는 몇 가지 특징 중 하나가 되었다. 떠올려보자. 그는 <사랑> (2007)에서 주현과 주진모 사이를, <마린보이>에서 조재현과 김강우 사이를 오가며 남자들을 본의 아니게, 혹은 의도적으로 위험에 빠뜨리지 않았던가. 드라마는 또 어떤가. 최근의 KBS <드라마 스페셜: 빨강사탕>에서 박시연은 유부남을 사랑하게 되는 서점 직원을 연기했다. 물론 ‘털털한 매력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은 드라마 <커피하우스>(2010)는 잠깐 옆으로 치워놓자. 그런데 <마린보이> 이후 거의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그가 또 위험한 여자가 되어 돌아왔다.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의 박시연은 극중 살인사건의 중요한 열쇠를 쥔 여인 ‘수진’을 맡았다. 어떤 사건(?)으로 남편의 죽음을 눈앞에서
[박시연] 연기, ‘열심히’ 말고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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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만 보고 부부라고 착각하면 큰일난다.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의 박희순과 박시연은 묘한 관계다. 간통 전문 형사 강선우(박희순)는 ‘바람’ 잡으러 갔다가 모텔에서 2구의 시체를 발견한다. 목격자는 선우와 죽은 남자의 아내 김수진(박시연) 둘뿐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경찰에 신고할 거라고? 용의자로 의심받기 딱 좋은 상황이다. 당황한 박희순과 박시연은 현장을 은폐하기로 결정한다. 의도치 않게 한배를 탄 두 사람의 ‘밀당’이 시작되는 것도 이때다. 사건의 비밀을 간직한 두 사람을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의 개봉을 앞두고 만났다.
[박희순, 박시연] 밀당의 고수 연기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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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조>에서 이 감독 역할을 맡았다. 이광국 감독과의 인연이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이라 하던데.
=그때 이광국 감독이 홍상수 감독님의 조연출이어서 <극장전>에 출연했다가 자연스레 인연을 맺었다. 자기가 작품하면 영화에 나와달라고 했는데 진짜 시나리오를 주더라. 그런데 딱 어떤 역할을 해달라고 맡긴 게 아니라 읽어보고서 하고 싶은 역을 말해달라고 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니 재밌더라. 현실과 판타지가 묘하게 얽히는 데서 나오는 재미. 그중 300만 감독으로 나오는 이 감독이 가장 재밌어 보였다. 나랑 잘 맞을 것 같았고.
-촬영분이 다방 레지(신동미)와 모텔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거의 전부인데 답답하지 않았나.
=그 모텔이 정말 특이하지 않나. 모텔인데 자개장이 있고. (웃음) 방도 엄청 넓어서 동선이 자유로웠다. 나는 배우라는 직업이 좋은 게 사람과 깊이 소통할 수 있어서인 것 같다. <로맨스 조>를 통해서도 그런 소통을 했던
[who are you] 조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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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옥빈이다.” <시체가 돌아왔다>의 반항기 가득한 소녀 동화를 두고, 제작사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는 곧장 김옥빈을 떠올렸다고 한다. 데뷔작 <여고괴담> 때부터 김옥빈과 작업했던 그의 말을 듣노라면 정말 동화는 옥빈이 되는 공식이 명쾌해진다. 이른바 ‘뼛속까지 다크’하다는 이 소녀는 떼인 아르바이트비 78만7천원을 받아내기 위해 편의점 사장의 결혼식장을 찾아가 주례 옆에 선 채 압박을 가하는 행동파이자, 잘해주는 남자에겐 대뜸 “아저씨, 나 좋아해요?”라고 물어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는 저돌적 캐릭터다. 동화에 김옥빈을 포개본다. 합기도와 태권도 연마자, IQ 141로 대본을 단숨에 암기하고, 컴퓨터 같은 테크쪽에 능통하다는 예의 그 믿기지 않는 ‘초’능력들. 이 비범한 능력으로 인기를 유지하기는커녕 자유자재의 발언으로 일시에 비호감이 되기 일쑤인 그녀다.
“동화의 모습에 되레 애착이 가고 정이 느껴졌어요.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모습이기도 하고.
[김옥빈] 사람이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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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간 밤샘 촬영을 했다. 사이사이 두어 시간 쪽잠을 잔 게 전부였다. 이범수가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드라마 스케줄을 소화하고 스튜디오에 나타났다. 조금 과장하면 ‘시체’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느낌이었다.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 속 능청스런 유방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만큼 집중했다. 연기에 집중하고 있으니까 추운지 더운지, 위험한지 아닌지조차 당시엔 잘 몰랐다.” 이범수는 “컨디션이 좋든 나쁘든 스트라이커는 감독이 원하는 순간 골을 넣어야 한다”는 소신으로 버티며 연기했다.
이범수는 유방과의 작별이 유난히 슬펐다고 한다. 하지만 “연기를 즐기는 배우라면 한 작품이 끝나고 그 여독이 채 풀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다음 여행지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갖게 된다”면서 개봉을 앞둔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 얘기로 금세 빠져들었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하나의 시체를 놓고 벌어지는 유쾌한 소동극이다. 이범수가 연기하는 백현철은 행동에
[이범수] 흥행을 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