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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 그는 2005년 이후 망명객이 됐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타지키스탄으로, 다시 프랑스로, 또다시 영국으로 테러 위협을 피해 옮겨다니는 실정이다. 인권운동가이며 진보주의자인 그의 비판적 시선과 의견을 곱게 보지 않는 이란 내 보수세력 때문이다. 2009년 개혁파 대통령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이후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에도 영화 만들기를 멈추지 않았고 또 하나의 결과물로 신작 <정원사>를 완성했다. 이 작품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펀드 후반작업 지원부문 선정작 중 하나가 됐다.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였다는 후문이다. 부인, 아들과 함께 후반작업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났다.
-신작 <정원사>가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펀드(ACF) 후반작업 지원부문에 선정됐다.
=나와 나의 가족이 부산영화제로부터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방면으로 지원을 받아왔다는 말부터 해야 할 것 같다. 14년 전에는
[모흐센 마흐말바프] “우리 가족은 전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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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우주형제>
2010 <악인>
2010 <고백>
2009 <하와이언 레시피>
2009 <하프웨이>
2007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2007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하와이섬의 북쪽에 위치한 호노카아 마을에서 영사기사로 일하는 대학생 레오 역을 맡았다.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요시다 레오 작가가 쓴 원작 소설을 읽었다. 레오에게 호노카아는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마을이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나 역시 레오에게 끌렸다.
-도쿄라는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까닭에 하와이에서 넓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던 레오라는 청년이 쉽게 이해가 되던가.
=솔직히 나와 닮은 점이 없는 멋진 청년이다. 내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고. 역할을 위해서 스스로 찾아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했던 것 같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응석을 부리면 안된다
[who are you] 오카다 마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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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의 강형철 감독이 그녀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박진주는 연기 천재다.” 이제 막 영화 한편에 출연한 신인에게 그리고 같은 또래의 여자 배우들이 유독 많았던 촬영현장에서 편애라는 오해를 무릅쓰고 감독이 그녀를 칭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묻자 박진주의 대답이 당차다. “제가 신인이니까 북돋워주려고 장난처럼 하신 말씀이라 생각해요. 연예계가 삭막하다는 말 많이 들었는데 아직까지 좋은 사람들만 만나서인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써니>에서 욕쟁이 진희로 이름을 알린 박진주에 대한 인상은 강렬할 수밖에 없었다. 들어본 적도 없는 욕을 속사포로 내뱉지만 그 상스러움이 어딘가 귀여워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 잔상이 남았다. 그리고 강형철 감독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박진주는 <써니> 멤버 중 가장 바쁜 한해를 보냈다.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드라마 <프로포즈 대작전> 그리고 뮤지컬 <연탄길>
[박진주] 하이킥! 욕쟁이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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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가 보면, 제대 뒤 첫 작품이니 굉장히 노심초사하고 고심한 것 같잖아요? 그냥 모든 게 잘 맞아떨어졌어요. 로케이션도 가까운 편이고, 제작기간도 짧고, 한 공간에서만 사건이 일어나는 거라 (연기) 감 익히기에도 좋을 것 같고, 새로운 장르에 안 해본 캐릭터고.” 물론 홍콩 여행 중에 접한 <두개의 달> 시나리오는 여행을 방해할 정도로 흥미로웠고, 2년 동안 못한 연기를 다시 하려니 현장에선 가슴이 벅찰 정도로 행복했다. 김지석은 솔직했다. 그리고 청산유수였다. 군대에서 대화의 기술이라도 연마한 건지, 그의 얘기는 청자를 춤추게 했다. 김지석은 말하길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리액션이 좋은 대화 상대였다.
게스트와 호스트 자리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김지석의 대화법은 그의 연기와도 닮아 있다. <두개의 달>에서 김지석이 맡은 대학생 석호는 소희와 인정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중심추 역할을 한다. 영문도 모른 채 숲속 낯선 집의 지하실에서 눈을 뜨는 세 사람은 각
[김지석] 평범함과 광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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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려고 소파에 자리를 잡자마자 박한별은 신발을 벗고 양반다리를 했다. 다소곳함, 섹시함, 도도함의 범주를 넘어서는 좌식법이었다. 이내 박한별은 말했다. “버릇없… 나요?” 털털하고 솔직하고 귀여운 박한별의 일면을 엿본 순간이었다. 신기하게도 박한별은 일상에서의 풀어진 모습을 작품에서 보여준 적이 거의 없다.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여우계단> <숙명> <요가학원>을 거친 그녀는 늘 새장에 갇힌 관상용 새의 인상을 풍겼다. 물론 그 새는 창공을 날게 될 날을 고대했다. “데뷔하고 인지도는 높아졌는데 연기 못한다는 소리를 엄청 들었잖아요. 저도 제가 하고 싶은 거, 제가 잘할 수 있는 거 하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환상의 커플>의 나상실 같은 역할. 제가 연기한 오유경보다 나상실이 제 성격에 더 잘 맞거든요. 그런데 늘 청순하고 차분한 역할만 들어왔어요. 그땐 진짜 불행했어요.” 어느 순간 박한별은 쓸데없는 고민으로 자신을 몰아세우
[박한별] 다시, 깨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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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두개의 달>의 세 주인공 소희(박한별), 석호(김지석), 인정(박진주)은 이 질문의 답을 구하려고 애쓴다. 이들은 죽은 자들이 깨어나는 집에 갇혔다. 석호와 인정은 필사적으로 해답찾기에 달려들고, 소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이 질문을 세 배우에게 던져보면 어떨까. 난 누군가, 지금 난 어디쯤 와 있나. 박한별은 “여우 같은 이미지”를 버리고 미스터리한 인물 소희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그리고 더이상 공포영화의 마리오네트 인형이길 거부한다. 군 제대 뒤 첫 작품으로 <두개의 달>을 택한 김지석은 석호의 옷을 입고 평범함과 광기 사이를 오간다. 현장에서 연기할 날을 벼르고 별렀을 그의 모습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써니>의 욕쟁이 그녀, 박진주는 두 번째 영화에서 당당히 주연 자리를 꿰찬다. 그리고 <두개의 달>을 통해 ‘기분 좋은 주연의 중압감’을 맛본다. 지나온 길도, 걸어갈 길도 달라
[박한별, 김지석, 박진주] 미스터리를 품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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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 뺑소니, 재난. 극한 상황이 닥치면 요즘엔 아빠가 전문가다. 할리우드영화(<테이큰>), TV드라마(<추적자>) 모두 아빠가 해결한다. 기생충 연가시의 재난에 대처하는 것도 바로 아빠다. 거대 기생충 ‘연가시’가 사람 몸에 기생한다는 가정하에서 출발한 영화는 자본주의 사회의 다툼과 속물근성, 정부의 안일한 대책에 평범한 가장을 대치시킴으로써 대한민국의 모순과 치부를 드러낸다. <바람의 전설> <쏜다>로 세 번째 연출에 도전한 박정우 감독의 신작이다. 접근방식과 장르 모두 의외지만 주제의식은 그대로다
-기대작으로 인터뷰한 게 벌써 1년 전이다. 드디어 <연가시> 모습이 공개됐다. (힌트를 주자면) 영화 보고 우동은 못 먹겠더라. 비주얼적 충격효과가 확실히 컸다.
=질감, 크기, 움직임 모두 고민이었다. 질감 표현이 어렵더라. 실제는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보면 모자이크 무늬인데 그걸 사람 몸에 기생하는 걸로 크게 하고 보니 구
[박정우] 현실에도 변종들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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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얼마 전까지 방영된 올리브 채널의 푸드 에세이 <이하늬의 비건 레시피>도 그중 하나였다. 물론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하늬가 진행한 그 프로그램을 유심히 본 까닭은 내가 아는 이하늬의 모습과 달랐기 때문이다. <불굴의 며느리>(2011), <불후의 명작>(2012) 등 드라마에서 그는 대체로 당차고, 자기주장이 강한 도시 여자였다. 반면, 요리 프로그램 속 그는 어찌나 상냥하고 친절한지. 몇번 연습을 해본 듯한 조리 실력이며, 누구나 들어도 쉽게 이해가 되는 멘트며, 재료를 꼼꼼하게 손질하는 태도며, 방송 속 그는 정말 요리를 사랑하는 여자였다. 그런 여자라면 자신이 맡은 캐릭터도 진정 아끼고 사랑할 줄 알 것이다. 살인기생충을 소재로 다룬 재난영화 <연가시>에서 끊임없이 정부 시스템에 항의하는 국립보건원 연구원 연주를 맡은 이하늬를 만났다. 영화 데뷔작 <히트>(2011)에 이은 두 번째 영
[이하늬] 할 말 다 하면서도 사랑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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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영화 <명왕성>
2012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
2012 드라마 <습지생태보고서>
2012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
2011 드라마 <내게 거짓말을 해봐>
2011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모델도 하고, 다재다능하다. 가장 재미있는 건 뭐였나.
=흥미가 가는 부분은 뭐든 쉽게 도전하는 편이다.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려고 한다. 재미있다기보다 갈증을 풀어주는 것은 그림이었다. 지금은 연기가 그렇다.
-그동안 드라마만 해왔다. 첫 영화를 찍은 소감은 어떤가.
=항상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다. 작게나마 꿈을 이뤘다.
-<나는 공무원이다>의 민기를 연기할 때의 포인트는 뭐였나.
=민기는 무엇보다 해보려는 마음이 강해서 일단 의지부터 앞서는, 치기어린 캐릭터다. 달리기할 때 보면 빨리 가려고 머리부터 나가는 애들이 있지 않나. 민기도 그런 캐릭
[who are you] 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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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홍석의 옷에는 ‘허연’ 소금기가 묻어 있었다. 백홍석을 연기하는 손현주의 땀이 묻어 말라버린 자국이었다. “홍석은 지금 씻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빨래까지 하겠어요. 의상팀 친구들에게 실제 이렇게 입고 다니는 사람 많으니까 빨지 말라고 했어요.” 그를 만난 지난 6월25일은 <추적자> 9회 방영을 앞둔 날이었다. 총 16부작 드라마의 절반을 손현주는 백홍석과 함께 땀과 피를 흘리고, 다리를 절뚝이며 달려왔다. 옷에 묻은 땀자국이 지금 손현주가 겪는 전쟁을 실감케 했다.
-오늘 인터뷰 장소가 <추적자> 세트라고 해서 의외였다. 백홍석은 주로 밖에서 뛰어다니는 남자 아닌가.
=사실 야외촬영이 많다. 길에서 촬영하고 이동해서 또 촬영하고 또 이동하는 식이다. 뛰는 것도 이제 이력이 생겼는지 뛰다보니까 잘 달린다. (웃음) 오늘은 총에 맞은 백홍석이 병원에 있는 장면을 찍는다. 내일(26일) 방송분이다. 스탭, 배우들이 모두 전쟁을 치르고 있다. 다행인 건
[손현주] 스타 없이도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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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9회. 용식이(조재윤)가 조 형사(박효주)에게 물었다. “근디요 조 형사님은 백 형사님(손현주)과 뭔 사이다요? 아 긍께 이게 쉬운 일은 아니지라. 탈옥을 하는데 잘못 도왔다가 커플로 쇠고랑 찰 수도 있는디.” 조 형사는 자신이 이혼을 할 때마다 대신해서 짐을 챙겨다주고 도망간 남편을 잡아다 때려주면서도 한번도 혼낸 적이 없던 백홍석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도 우리 선배님 편이 돼주는 거다.” 조 형사의 고백에서 뜻밖에도 17년 전, 손현주가 출연했던 <모래시계>가 떠올랐다. <모래시계>에서 손현주는 태수의 탈옥을 돕던 조력자였다. 태수는 동생들이 준비한 컨테이너 안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탈출했다. 손현주는 빈 컨테이너로 경찰을 따돌렸다. 결국 그들을 잡은 경찰이 “박태수는 어딨냐”고 다그치자, 그는 함께 잡힌 동료에게 말했다. “들었니? 형님 무사하시단다.” 어쩌면 손현주라는 배우가 연기할 수 있는 과잉된 남성성은 그 정도였을지 모른
[손현주] 누가 이 남자를 미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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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1995 단편 <이중주>로 등단
1996 장편 <새의 선물> 발표, 소설집 <타인에게 말걸기> 발간
1998 단편 <아내의 상자>로 이상문학상 수상
장편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발표
2000 <내가 살았던 집>으로 한국소설문학상 수상
2001~현재 소설집 <마이너리그> <상속>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장편 <비밀과 거짓말> <소년을 위로해줘>,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들> 발표
뙤약볕이 내리쬐던 주말 오후, 은희경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 <태연한 인생>의 마지막 장을 덮고 산책을 나섰다. 해를 피해 그늘로 걷는데, 서늘하게 식은 공기가 소설의 온도와 비슷했다. 초라한 비유를 동원하자면, 은희경의 소설은 이따금씩 걸어 들어가고 싶은 그늘 같다. 그곳에서 생의 뜨거운 불덩이들은 냉각작
[은희경] 고독을 입고 나는 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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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윤제문 전성시대다. 연희단거리패와 76극단의 선 굵은 연극배우로 시작해 <남극일기>(2005)를 비롯해 <열혈남아>(2006)와 <우아한 세계>(2006) 그리고 <비열한 거리>(2006) 등 이른바 ‘조폭 아저씨’로 이름을 날리던 그가 어느덧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가리온’과 <더킹 투하츠>의 ‘김봉구’를 거치며 동네 아줌마나 꼬마들도 그 이름을 아는 ‘연예인’이 됐다. 그가 <이웃집 남자>(2010)에 이어 다시 한번 주연을 맡았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자유로운 캐릭터의 변신과 배우로서의 성장 궤적 자체가 경이롭다. 그에게는 단순한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작품 전체의 정서를 휘감아드는 카리스마가 있다. 그 카리스마는 갈수록 친근한 맛을 더해가고 있다. 그런 그가 <나는 공무원이다>의 정감 넘치는 ‘아저씨’로 변신했다. 베이스 기타를 든 가리온, 구청장님의 눈치를 보는 김봉구랄까
[윤제문] 내겐 너무 귀여운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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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2 <시스터>
2011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미드나잇 인 파리>
2010 <로빈후드>
2009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2008 <아름다운 연인들>
-<미드나잇 인 파리>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데이비드 핀처의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오디션을 봤고, 마지막 다섯 후보에까지 올랐지만 결국 캐스팅되진 못했다. 그때 우디 앨런의 전화를 받았다. 그가 내 사진을 봤다면서, <미드나잇 인 파리>에 출연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스카이프로 미팅을 하기로 했는데, 참을 수가 없어 직접 파리행 비행기를 타고 그를 만나러 갔다.
-가브리엘은 수더분한 매력을 지닌 프랑스 여인이다.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나.
=그녀는 전형적인 프랑스 여인이다. 나는 가브리엘이 이 영화에서 일종의 ‘판타지’적인 캐릭터라고 봤다. 프랑스 여자에 대한 판타지,
[who are you] 레아 세이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