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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살았던 시대가 그녀의 연기를 온전히 인정하지 못했다는 점은 유감스럽다. 먼로가 당시 섹스 심벌로서의 이미지를 쥐락펴락하는 동안,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먼로가 활동하던 1930∼1950년대 할리우드가 소비한 다소 소박한 섹시함의 개념이다. 1930년대 들어 청교도주의적인 제작 규범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영화에서 에로틱한 이미지는 모두 검열의 대상이 되었다. 먼로는 규제의 한가운데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검열에서 자유로워진 1960년대 이전에 활동을 접었다. 말하자면 먼로는 그녀가 우상으로 여겼던 진 할로처럼 아슬아슬할 만큼 솔직하고 성적인 대사로 섹시함을 과시하는 대신 나름의 정숙함을 유지해야 했고, 그녀 이후 섹시함의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과거 할리우드 배우들의 수줍음을 모두 내다버린 브리지트 바르도처럼 옷을 다 벗지 않고서도 그 이상의 섹시함을 보여줘야 했다. 데이비드 톰슨은 말한다. “그녀의 출연작 중 단 한 장면도 섹스장면이 없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만약 한 장면이라도 섹
[마릴린 먼로] 단 한번의 섹스장면도 없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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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마릴린 먼로가 우상으로 군림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아마 그녀 스스로 마릴린 먼로와 노마 진 모텐슨이라는 두명의 삶을 풀 수 없을 정도로 촘촘히 엮어놓았다는 점에서 오는 신비감이 클 것이다. 1946년 처음 그녀를 고용한 스튜디오 이십세기 폭스사는 먼로를 당시 최고의 섹스 심벌이었던 진 할로를 능가할 재목 이라 판단했고, 노마 진보다는 좀더 고상해 보이는 ‘마릴린 먼로’라는 이름을 급조해 사용하게 했다. 두 이름이 충돌한 시기이자, 이후 그녀의 삶에 드리운 그림자, 바로 두개의 삶이 시작된 시작점이기도 하다. 먼로에 관한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을 연출한 사이먼 커티스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고의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마릴린 먼로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노마 진의 삶이 치고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녀의 결혼, 사적인 일화들, 불행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이 마릴린 먼로라는 신화에 기여하고 있다.”
1942년 첫 번째 남편 짐 도허티와의 결
[마릴린 먼로] 마릴린과 노마 진, 두개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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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 사망 50주년이다. 이미 박제가 되고도 남을 그 시간 동안, 마릴린 먼로라는 아이콘을 향한 뜨거운 관심은 식을 줄을 모른다. 불행한 유년기, 할리우드 배우로서의 성공, 그리고 미스터리한 죽음은 그녀 스스로의 삶에 국한되지 않고 거대한 연예산업의 상징으로 자리한다. 무수하게 쏟아져 나오는 책과 영화, 다큐멘터리가 마릴린 먼로를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20세기의 여배우가 21세기에도 여전히 핫할 수 있는 이유를 먼로의 지난 삶을 통해 유추해본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올해로 마릴린 먼로의 나이는 85살이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출연했던 <섬싱스 갓 투 기브>(1962)를 촬영하다 해고된 사실도 잠깐 잊어보자. 그랬다면 마지막으로 그녀가 구원을 원했던 케네디가 남자들의 비극적 최후를 경험했을 거고, 그 충격으로 남자 따윈 잊고 새로운 다짐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항간에 떠도는 대로 타살설이 맞다면, 케네디의 죽음으로 그녀에게도 면죄부가
[마릴린 먼로] 죽어도 죽지 않는 20세기의 가장 기막힌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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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팔 원피스 아래로 드러난 팔에 살짝 닭살이 돋았다. 가느다란 두팔을 쓸어내리며 백진희가 말한다. “체력이 워낙 좋아서 밤새워도 끄떡없고, 보기보다 튼튼해요.” 통통할 것 같던 볼살도 어디다 숨겨놓고 온 것 같았다. “다들 그러세요. 실제로 보면 되게 홀쭉하다고.” 역시, 백진희는 배반의 쾌감을 안겨주는 배우다.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에서의 밝고 꿋꿋한 모습을 현실의 백진희에게 대입했다가는 실망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종종 캐릭터와 배우를 하나의 인물로 오해하곤 한다. <하이킥3>는 일주일에 5일이나 방송되는 데다 극중 캐릭터의 이름과 실제 배우의 이름이 같아 더더욱 그런 오해를 살 법하다. “실제로는 말도 그렇게 많지 않아요. ‘무슨 일 있어?’, ‘힘없어 보이네’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그게 원래 제 모습인데, 요즘 들어 저도 좀 헷갈리는 것 같아요. 원래의 내가 어땠지? 그리고 저 안 당 돌한데…. <
[백진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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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된 소감은.
=난 사실 마티(그는 마틴 스코시즈를 애칭으로 부른다.-편집자)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휴고>에 출연한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어마어마해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게 됐다. 출연을 확정짓고 마티의 영화 <에비에이터>와 <셔터 아일랜드> <디파티드>를 봤는데 정말 좋더라. 그에겐 다른 감독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조르주 멜리에스의 영화는 좀 봤나.
=촬영에 들어가기 전 마티가 숙제로 내줘서 봤다. 또 다른 숙제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꿈>과 <7인의 사무라이>, <매직 박스> 등 마티에게 영감을 준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들을 보며 나 역시 영감을 받았다. 언젠가 감독으로 카메라 뒤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 중 선배들이 연기에 대해 조언을 해주던가.
=촬영 초기에 벤(킹슬리)이 가르쳐줬다. 카메라를 보고 연기해야 할 때는 카메라에 가장 가까
[who are you] 에이사 버터필드 Asa Butter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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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락선(37) 촬영감독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1990년대 중반 조명 스탭으로 일찌감치 영화 일을 시작했고, <바람난 가족>(2003)으로 남들보다 빨리 조명감독 타이틀도 얻었다. 그랬던 그가 <비스티 보이즈>(2008) 때부터는 직접 카메라를 들고 있다. 윤종빈 감독은 <비스티 보이즈>에 이어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에서도 그에게 촬영을 맡겼다. “조명감독 출신이라 빛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다. 촬영으로 멋을 부리려고 하지 않는다. 내 영화를 찍어서가 아니다. 김광식 감독의 <내 깡패 같은 애인>을 보면 알겠지만 그는 찍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배우의 눈을 겨냥한 그의 카메라는 투박하고 동시에 묵직한데, 그런 시선은 요즘 찾아보기 힘들다.” 윤종빈 감독은 다른 촬영감독들과 다른 그의 이력이야말로 그의 카메라가 갖는 장점이라면서 “다음 작품도 무조건 같이할 것
[고락선] 클래식하게, 정석대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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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이 아니라 ‘뮤신’이라 불러보면 어떨까. 주목받는 개그맨으로 출발했던 정성화는 긴 세월을 지나 이제는 뮤지컬 배우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2010년에는 <영웅>으로 국내 뮤지컬 시상식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한국 뮤지컬 대상’과 ‘더 뮤지컬 어워즈’의 남우주연상을 모두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영화는 새로운 도전 무대다. <황산벌>(2003)로 ‘첫삽’을 뜬 이후 지난해에는 <히트>에서 불법 이종 격투기장을 찾은 까칠하고 변덕스런 고객, <위험한 상견례>에서 경상도 여자 다홍(이시영)의 오빠이자 순정만화 마니아로 출연해 뮤지컬로 바쁜 가운데 의미있는 ‘다작’을 했다.
최근 35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그의 영화 출연작들 중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될 <댄싱퀸>은 그 흥행 결과뿐만 아니라, 영화배우로서의 정성화를 새롭게 발견하게 해준 작품이라는 점에서 각별하다. 젊
[정성화] 이 배우가 짓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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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익숙한 비밀요원들의 이름을 빌려 터크(톰 하디)와 프랭클린(크리스 파인)을 설명해보자. 맥지 감독은 <디스 민즈 워>를 “<오션스 일레븐>이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만났을 때”라고 요약한 바 있다. “만약 세계여행을 함께 다닐 정도로 친한 두 친구, 이단 헌트와 제임스 본드가 크로아티아의 슈퍼모델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결국 한 여자 때문에 싸우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디스 민즈 워> 제작진의 최대 과제는 이단 헌트나 제임스 본드만큼 매력적인 두 남자배우를 캐스팅하는 일이었다.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 닉 놀테와 에디 머피, 멜 깁슨과 대니 글로버의 조합은 클래식 버디무비의 패러다임이다.” 30대의 신선한 남자배우 조합이 필요했던 맥지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인셉션>의 임스, 톰 하디와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커크, 크리스 파인이었다. 맥지 감독은 “이 역할에 톰과 크리스 말고는 그
[톰 하디, 크리스 파인] 실존적 스파이와 플레이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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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를 사랑한 두 남자의 이야기는 색다를 게 없지만, 두 남자가 최정예 CIA 요원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맥지 감독의 <디스 민즈 워>는 CIA의 젊은 인재이자 친한 친구 사이인 터크(톰 하디)와 프랭클린(크리스 파인)이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만난 로렌(리즈 위더스푼)을 동시에 좋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고의 남자’가 되어 로렌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터크와 프랭클린은 <인셉션> 이후 최근까지 캐스팅 상종가를 치고 있는 톰 하디와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커크 선장, 크리스 파인이 연기한다. 두 남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여인은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의 단골 여주인공 리즈 위더스푼이다. LA에서 열린 <디스 민즈 워> 기자회견장에 리즈 위더스푼은 예정된 시간보다 10여분 늦게 ‘여배우스러운 입장’을 했다. 그녀가 입을 열면 동석한 맥지 감독과 크리스 파인은 경청했고, 그녀가 웃으면 두 남자도 함께 웃었다(톰
[리즈 위더스푼] 남자 소비보고서를 만드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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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가 데뷔작이다. 어떻게 캐스팅됐나.
=인터넷에서 탈북자 역을 뽑는다는 공고를 봤다.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더라. 근데 프로필 사진이 해맑게 웃고 있는 것밖에 없었다. 안될 줄 알면서도 내봤다. 역시나 연락이 안 왔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한달 뒤쯤 같은 글이 또 올라와 있는 거다! 다행히 두 번째 냈을 때 전화가 왔다. 황당한 건 그렇게 하고 싶어해놓고 오디션 가기 전 대본을 반밖에 못 읽었다. 떨어질 줄 알았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2주 동안 4번 정도 더 미팅을 하게 됐고, 그쯤 되니 나도 안달이 났다. 나 말고도 4명 정도 후보가 더 있었단다. 결국에 되긴 했는데 PD, 연출부 다 반대했었다고 하더라. 감독님도 처음에는 탈북자에 전혀 안 어울리는 이미지인데 왜 지원했을까 궁금해서 불러봤던 거였다고. 되고 나니까 우선 태닝을 200분 정도 하고 반삭발부터 하자고 하시더라. (웃음)
-인터뷰도 오늘이 처음이라고.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인터뷰라고 가족들이
[who are you] 이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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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감독을 바람 부는 날 압구정동에서 만났다. 1995년 시집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에서 ‘수음 아니면 절망’이라며 ‘모든 금지된 것들을 열망’하던, 그러니까 ‘시인 유하’의 청춘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제가 쉰살 생일”이었다는 그의 말에 순간 ‘덜컥’했다. 이제 그는 10대의 아들을 둔 감독 유하로 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소외’라는 그의 변함없는 테마는 <하울링>으로도 이어진다. 그러면서 작가 출신 감독에게서 다른 이의 원작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궁금했다. 원작의 늑대개를 보며 자신의 오랜 관심사인 ‘타자’,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떠올렸다는 그의 말에서 이전작들과는 사뭇 다르고도 비슷한 스릴러 <하울링>을 만든 그를 만났다.
-노나미 아사의 원작 <얼어붙은 송곳니>는 언제 접했나? 지난 몇년간 국내에서 일본 스릴러 소설들이 큰 인기를 얻었는데,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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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가족 에고이즘이 자본주의의 본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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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 박중훈.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두 배우가 굿다운로더 캠페인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한 지도 벌써 만 2년이 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이 느끼는 보람만큼이나 사명감도 높아졌을 터. 안성기 위원장은 영화배우로서, 박중훈 위원장은 예비 영화감독으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도 캠페인을 위한 의기투합을 잊지 않았다. 2012년 새해를 맞아 새롭게 단장한 캠페인은 음악계로까지 발판을 넓혔다. 영화배우로는 두 위원장과 장혁, 이민정이 참여한 가운데 윤도현, 김윤아, 유노윤호, 소희, 닉쿤, 설리 등 음악인들도 함께 ‘굿다운로드’를 외쳤다. 새로운 변화를 맞아 그들에게 위원장으로서 그들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물었다.
-2009년에 캠페인을 처음 시작한 뒤 햇수로만 4년째에 접어들었다.
=안성기_처음에는 걱정도 있었지만 3년 동안 해오면서 우리 캠페인이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동의도 얻고 있는 것 같아 보람되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도 지난해보다 부가시장
이수만, 박진영에게 전화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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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캠페인의 핵심은 영화인들과 음악인들의 하모니다. 모두가 함께하는 마지막은 특히 서로의 마음이 잘 맞아야 하는 장면. 김윤아, 소희, 닉쿤, 유노윤호, 설리, 윤도현이 “영화도!”라고 운을 띄우면 이민정, 박중훈, 안성기, 장혁이 “음악도!”를, 마지막에는 다 함께 “굿~!”을 외쳐야 한다. 열명이 입을 맞추기가 보통 쉬운 일이 아님에도 서너번 만에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5. 김윤아
“음악을 사랑한다면!” YB와 함께 음악인 선배로서 캠페인에 참여한 그녀는 논리정연한 말로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했다. “현재 음악인들은 매우 불합리한 구조에 놓여 있다. 창작자보다 이동통신사가 더 많은 이득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불법 다운로드 근절과 함께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며 현재 음원시장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6. 윤도현
로큰롤 베이비 YB의 등장으로 굿다운로드 캠페인 광고의 에너지도 한 옥타브 올라간 느낌이었다. 물론 그가 “안성기 선배님의 전화를 받고 1
굿다운로더 CF 촬영현장 스케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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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성기
“‘하지 마라, 하지 마라’가 아니라 ‘하자, 하자’다.” 배우 안성기는 캠페인의 취지를 이렇게 요약했다. 합법 다운로드가 활성화하면 불법 다운로드는 자연스레 근절되리라 보는 입장인 것. 그러려면 대중과의 소통이 특히 중요할 터다. 그는 “우리에게 매년 극장에서 30초씩 관객과 만나게 해주는 이 광고만큼 좋은 소통의 길이 어딨겠냐”며 마지막까지 너그러운 웃음으로 촬영을 마쳤다.
2. 이민정
제일 처음으로 CF 촬영세트장에 들어선 이민정. “영화배우와 뮤지션들이 노력과 땀으로 일궈낸 작품을 불법 다운로드하면 저희가 무척 속상해요”라고 귀여운 메시지를 던진 그녀는 올해 캠페인에 참여한 유일한 여배우였다. YB와 마주 보며 “영화도 보고!”를 외치는 그녀의 경쾌한 목소리에 촬영도 순조롭게 스타트!
3. 박중훈
“굿다운로더 캠페인은 단순히 창작자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겠다는 지엽적인 의도로 시작한 일이 아니다. 관객, 네티즌 여러분과 함께 문화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굿다운로더 CF 촬영현장 스케치-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