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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나오긴 하는 걸까. 카메라가 도깨비방망이도 아니고. 2010년 겨울,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들은 양은용(<내부순환선> <경>), 서영주(<은하해방전선>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김꽃비(<똥파리> <창피해>), 이 세 여배우에게 카메라를 맡기면서 적잖이 불안했을 것이다. “정말 우리 마음대로 찍어도 돼요?”라는 배우들의 되물음은 무모한 도전에 내몰린 배우들의 비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된 <나 나 나: 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카메라 작동법도 모르던 세 배우가 1년 만에 셀프 다큐멘터리를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던 데는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이 작동해서였을 것이다. 8월23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만난 세 배우, 아니 세 감독은 카메라 공포증에 대한 토로는 물론이고 시어머니 격인 부지영 총감독의 끊임없는 감시에 대한 불만까지, 쉬지 않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서영주, 김꽃비, 양은용] 나의 시선을 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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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균의 맨 얼굴이 궁금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형배(하정우)의 오른팔 박창우를 연기한 그는 촌스러운 단발머리를 하고선 관객을 단박에 1980년대로 타임슬립시켰다. <이웃사람>에서 김성균은 연쇄살인범 승혁이 되어 줄곧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다. 서늘한 눈동자, 조커처럼 웃는 입, 땟국에 까맣게 전 피부는 승혁을 더욱 소름끼치는 인물로 만들어버린다. 그러니 김성균의 진짜 얼굴이 궁금할 수밖에. 신중하지만 과감하게 자신만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배우 김성균을 만났다.
-영화 데뷔작 <범죄와의 전쟁> 개봉 뒤 인터뷰를 참 많이 했더라.
=코피 터지게 했다.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쏟아지는 이즈음의 상황이 조금 어리둥절할 것 같기도 하다.
=아직 주목받는다는 느낌은 못 받는다. 전혀 불편함없이 거리를 돌아다닌다. 추리닝에 슬리퍼 신고 다니고, 지하철도 타고.
-배우로서의 삶에는 변화가 있
[김성균] 내가 맞을수록 분위기는 좋아지던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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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피조물> 1994
“자동차 뒷좌석에서 대본을 읽다가 아빠에게 소리를 질렀죠. ‘이건 꼭 해야 해!’ 아빠가 말하더군요. ‘원한다면 하게 될 거란다.’ 그 말을 듣고 생각했죠. ‘그래. 그거야. 무조건 할 거야.’ 제게는 굳은 결의가 있었어요. 제 삶의 결정적인 순간이었으니까요. 제가 뽑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무척 행복해서 울었어요. 당시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샌드위치를 만들다 제가 됐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눈물을 멈출 수 없어서 가게에서 뛰어나가야 했죠.”
<센스, 센서빌리티> 1995
“이 영화로 오스카 시상식에 처음으로 참가했을 때 함께 출연한 에마 톰슨이 이렇게 말했어요. ‘잘 들어.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그냥 끝내주는 쇼를 보러 가는 거야.’ 진짜 그렇더라고요. 하지만 시상식에 참여한 엄마, 아빠와 저는 꼭 촌놈들 같았죠. 차에서 나오는데 엄마가 제 드레스를 밟았고, 저는 ‘엄마! 좀! 엄마!’ 이렇게 외쳐댔죠.
[케이트 윈슬럿] 케이트 윈슬럿이 말하는 내 배우 인생의 다섯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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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꿈꾸는 초보 배우에게 <대학살의 신>은 훌륭한 가르침의 장이다. 동시에, 이 영화는 초보 연기자의 꿈을 짓밟는 대학살극일 수도 있다. 조디 포스터, 크리스토프 왈츠, 존 C. 라일리와 케이트 윈슬럿이 물을 만난 고기처럼, 불을 만난 나방처럼 노는 모습을 한번 지켜보시라. 만약 당신이 조금 자존감이 낮은 초보 배우라면, 이 미친 연기자들의 발끝에라도 미치는 건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좌절감에 쉬이 빠져들지도 모른다. 특히 케이트 윈슬럿은, 맙소사. 이 멋진 여배우는 정말로 우리 시대의 메릴 스트립이 되어가고 있다. 겨우 몇년 전만 해도 그녀는 “메릴 스트립과 함께 언급되는 여배우가 됐다는 사실은 정말 믿을 수가 없어요. 제 삶에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죠”라고 말하던 배우였다. 지금은? 누군가가 오스카 연단에 올라 “케이트 윈슬럿과 같은 부문에 후보로 오르다니, 영광스러워요”라고 말해도 우리는 금세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케이트 윈슬럿의
[케이트 윈슬럿] 난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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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오지호는 바람과 함께 사라질 뻔했다. 영화 <미인> <아이 러브 유>에 출연할 당시 그는 그저 얼굴만 인상적인 배우였다. 스스로도 잘 알았다. “살면서 크게 욕 먹은 적이 없는데, 연기를 하면서 욕을 참 많이 먹었다.” 그러나 욕은 약이 됐다. 2년의 와신상담 끝에 출연한 드라마 <두번째 프러포즈>를 시작으로 오지호는 ‘잘생겼지만 친근한’ 배우로 거듭났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 <내조의 여왕>의 허술한 남자 캐릭터는 어느덧 그의 대표 이미지가 됐다. 그가 원래 남성미 철철 넘치는 배우란 걸 다시금 일깨워준 작품은 <추노>다. <추노>의 노비로 전락한 조선 제1의 무사 송태하는 믿음직함으로 무장한 캐릭터였다. 그리고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오지호는 지금껏 자신이 쌓아온 이미지를 조금씩 겹쳐놓은 것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다. 서빙고 별감 백동수는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무사지만 허점도
[오지호] 개그 욕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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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녀석들’도 울고갈 용감한 화법이다. 이종석은 힘들면 힘들다, 재미없으면 재미없다고 ‘말할 줄 아는’ 신인배우다. 자신의 첫 상업영화인 <알투비> 개봉을 앞둔 심정도 두근두근해야 마땅한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 “까먹고 있었어요. 촬영한 지 너무 오래돼서.” 영화 홍보를 위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건? 당연히 적성에 맞지 않는다. “연기하는 건 참 좋고 재밌거든요. 그런데 그외의 부수적인 것들이 너무 힘들어요.” 인터뷰 당일에도 그는 <알투비> 홍보팀장에게 자신이 꼭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아직은 어딜 나가도 떳떳하지 못한 거예요. ‘안녕하세요. 배우 이종석입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작아지는 것 같아요.” 엄살도 아니고 겸손도 아니다.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예쁜 스물네살 청년의 솔직한 속마음일 뿐이다.
열여섯살에 모델 일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이종석은 아이돌 그룹이 될 뻔하는 등 배우로 데뷔하
[이종석] 종석이가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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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경은 지쳤다. 몸도 마음도. 그녀는 3년을 내리 달렸다.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하이킥2>)이 3년의 시작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신세경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수줍은 표정을 짓는 ‘청순 글래머’의 등장에 모두 열광했다. CF와 화보가 홍수처럼 밀려왔고 영화 <푸른소금> <알투비>,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패션왕>까지, 신세경은 늘 카메라 앞에 있었다. “못 쉰 지 오래됐어요. 다음 작품을 하기 전까지 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 같아요.”
‘타인의 삶’을 사는 팍팍함 속에서도 “진짜 편하고, 맘에 든” 감색 점프슈트를 입은 전투기 정비사 유세영 중사를 연기한 <알투비>의 촬영은 신세경에게 즐거운 ‘일’이었다. “군부대에서 촬영하는 게 흔한 경험이 아니잖아요. 지훈(정지훈) 오빠는 입대를 앞두고 짜증이 났겠지만요. (웃음)” 독특한 환경 때문에 <
[신세경] 넌 달콤해,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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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우리는 지금까지 이하나를 특정한 이미지의 배우로만 믿고 있었던 것 같다. TV드라마 <연애시대>의 지호와 <메리대구 공방전>의 메리, 영화 <페어러브>의 남은은 그동안의 이하나를 대표하는 캐릭터였다. 판타지 속에 사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철저하게 현실에 발붙인 청춘. 혹은 다 채워지지 못하고 늘 조금씩 비어 있는 이십대. 그게 이하나였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이하나가 연기하는 캐릭터엔 관계망 안에 온전히 녹아들지 않는 분명함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하나가 분한 <알투비>의 유진은 그간 연기해온 인물들과는 사뭇 다르게 드라마적인 전형 안에 머무는 캐릭터다. 유진은 싱글 대디인 대서(김성수)를 짝사랑하는 유능한 조종사이자 튀지 않고 극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인물이다. 의외다. 이하나가 유진을 선택한 이유는 뭐였을까. “발랄한 로맨틱코미디 작품이 많이 들어오긴 한다. 삶 자체가 좀 변했다. 갖고 있던 이미지는 가져가되 그것만 가져
[이하나] 청춘에서 여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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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으로 다져진 몸? 소용없다. 수천 피트 상공에서 경험하는 마하의 속도, 몇배로 가중된 중력은 건장한 남성의 몸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었다. 김성수는 말했다. “다시는 전투기를 타고 싶지 않아요.” 전투기에 탑승하려면 몇 가지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중력테스트에서 정지훈을 제외하고 <알투비>의 모든 배우가 나가떨어졌다. 그 상황에서 유준상은 ‘기절 투혼’을 보였다. 감동받은 김성수가 후배들을 꼬였다. 다시 한번 중력테스트에 도전하자고. 그러곤 모두 테스트에 성공했다. 배우들은 그렇게 훈련 첫날 “한팀”이 되었다.
김성수는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알투비>에서 그가 연기하는 21전투비행단 편대장 박대서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초기 시나리오에서 대서는 그저 “멋있는 조각미남” 캐릭터였다고 한다. 김성수는 “캐릭터의 인간적인 모습이 드러났으면” 싶었다. 대서는 아내와 일찍 사별하고 혼자 아들을 키운다. 동료에겐 다정하고 후배에겐 너그럽고
[김성수] ‘옴므’를 지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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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이 아니라, 그의 팬이라 다행이다. 유준상의 ‘유준상’으로 살아가려면 아무래도 각오가 남달라야 할 거다. 사석에서 만난 유준상은 분명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귀남’처럼 개념, 예의, 성실성, 여유, 허허허, 흐흐흐 하고 웃는 특유의 웃음을 모두 갖췄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유준상에 불과하다. 막상 자신을 대할 때 그는 180도 모습을 달리한다. <알투비> 촬영 뒷이야기를 듣자니, 아니나 다를까 자신을 좀체 놓아주지 않는 유준상식 집요함이 고스란히 엿보인다. 마침 역할이 딱 유준상이다. 비행에 있어선 한번도 진 적 없는 탑건 ‘철희’. 재능만 믿고 덤비는 자유분방한 ‘태훈’(정지훈)과 사사건건 부딪히는 원칙주의의 인물이다. 역할을 받자마자 앞뒤 잴 것 없이 삭발을 감행하고(철희에만 올인한 나머지 일주일 뒤 잡힌 CF 촬영은 잊어버렸단다! 하나를 결심하면 나머지를 모두 잊는 직선형 인간이다), 전투기 탑승을 위한 훈련시에 두번 기절하고 나오는 토사
[유준상] 집요한 원칙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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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특급 블록버스터다. 영화를 말하는 게 아니다. 커버 촬영날의 풍경이다. 유준상, 신세경, 김성수, 이하나, 이종석. <알투비: 리턴투베이스>(이하 <알투비>)에 출연한 다섯 배우들의 만남. 스튜디오엔 표지 촬영 사상 전례없이 많은 스탭이 모였다(거짓말 보태지 않고 영화 촬영장만큼은 모였다). 영화는 서울 상공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전투기에 맞선 21전투비행단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충무로에서 이렇게 본격적으로 공중전을 치른 건 알다시피 처음이다. 당연히! 배우들 모두 촬영 내내 전투태세를 겪었을 테다. 오늘의 인터뷰는 이 엄청난 도전의 의미와 100억원대 제작비를 들인 영화에 출연한 부담을 맘 편히 말할 수 있는 잠깐의 ‘휴식’이다. 3개월여의 유사 군 체험이었으니 고생담도 많고, 함께한 배우들과의 우정도 그만큼 돈독하다. 촬영장 역시 사뭇 유쾌한 분위기다. 진짜 군대 간 정지훈은 어떡하냐고? 배우들의 말을 전한다. “흥행되면 우리가 다 같이 면회 갈게~.”
[알투비: 리턴투베이스] 넝쿨째 굴러온 당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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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02 단편 <노크하는 집>이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 당선
2005소설집 <달려라 아비> 한국일보 문학상 수상
2007 소설집 <침이 고인다> 출간
2008 단편 <칼자국>으로 이효석 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
2009 <침이 고인다>로 신동엽 창작상 수상
2011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 출간
2012 소설집 <비행운> 출간
김애란 작가의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를 읽은 이후 한동안 지하철을 타거나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고시원을 지나칠 때면 꼭 거기 앞머리로 고양이를 닮은 눈빛을 가린 그녀가 있을 것만 같아 두리번거렸다. “소통하자니 미안하고 안 하자니 무서운”(문학평론가 신형철)으로 요약되는 21세기 서울 20대들의 일상 공간에 대한 김애란의 묘사는 그만큼 생동했다. 책장을 넘기고 있노라면 코끝에 훅 라면 냄새가 끼쳐왔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지난해 여름.
[김애란] “소설과 건강하게 연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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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엔드 오브 왓치>
2012 <매직 마이크>
2011 <바이올렛 & 데이지> TV드라마 <오피스> <레스큐 미>
2010 <트웰브> <플립>
-아버지가 워너브러더스의 전 대표이자 현 디즈니 대표인 앨런 혼이다.
=그의 딸로 태어난 것은 내 삶의 가장 큰 행운이다. 9살에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영화에 빠진 것도 아버지 영향이고. 하지만 배우가 될진 몰랐다.
-스티븐 소더버그 앞에서 치른 오디션은 어땠나.
=그는 어떤 배우도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캐스팅하지 않았다. 원하는 이미지에 가장 가까운 사람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나는 너무 어리다고 만나주지도 않으려는 캐스팅 매니저를 졸라 겨우 인터뷰를 잡았다. 소더버그는 따로 오디션을 보지 않고 우리의 대화를 촬영하기만 했는데, 그걸로 <매직 마이크>의 브룩 역을 따냈다.
-당신이 본 브룩은 어떤 인물인가.
=그
[who are you] 코디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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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콜린 파렐이다. 1990년 당시 할리우드 최고 제작비 기록을 경신하며 만들어진 R등급 블록버스터 <토탈 리콜>이 23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콜린 파렐이 연기하는 더글라스 퀘이드는 원하는 기억을 심어주는 회사 ‘리콜’사를 찾았다가 스파이로 몰리고, 지금까지의 인생이 가짜로 두뇌에 심어진 기억일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23년 만의 리메이크를 지휘하는 감독은 <다이하드4.0> <언더월드> 시리즈의 렌 와이즈먼이다. 전편보다 더 우울하고 현실적이라는 감독의 비전은 오로지 콜린 파렐을 통해 드러난다. 그러고 보면 그가 천하의 난봉꾼이래도 그의 연기가 우리를 실망시킨 적은 지금껏 한번도 없다.
아일랜드의 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베로니카 게린>(2003)에 역시 아일랜드 출신인 콜린 파렐도 그 모습을 비춘다. 그가 맥주를 마시며 축구 경기를 보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비추는 인물은 흥미롭게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이자 ‘쿵후킥
[콜린 파렐] 이 남자 진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