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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예스 브라운이란 듀엣 가수로 데뷔한 적이 있지 않나.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쑥스럽고 부끄럽다.
-연극 무대에 오른 지 오래됐다.
=서울예대 방송연예과에서 연기 공부를 한 뒤 극단 유에 들어갔다. 당시 연기파 배우로 불리던 선배님들이 다 극단 출신이었기 때문에 극단에 들어가면 나도 깊이있는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시대극만 4년 하고 나니 침체기가 찾아오더라. 그때 연출가 선생님께서 작품 <백중사 이야기>에 나를 불러주셨다. 개막공연 때 두달 동안 연습하면서 몰랐던 감정이 들어오기에 그대로 했더니 끝나고 꼭 안아주셨다. 연기를 그만둘까 고민하던 시점이었는데 계속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김용건 아들, 하정우 동생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웠겠다.
=지금은 많이 편해졌다. 예전에는 아버지와 형의 명성이 오히려 독이 된다고 생각했다. 요즘엔 스탭 분들이 따뜻하게 반겨주시는 것도 다 아버지와 형 덕인 줄 안다. 감사하다.
[who are you] 차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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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이 된 여신’이라니. <원더풀 라디오>의 권칠인 감독이 이민정에게 요구한 지시다. 그러니까 <시라노; 연애조작단> 때 보여준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을 좀 줄이고 실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라는 게 감독의 뜻이다. 그래서 감독의 지시가 제대로 전달됐냐고? 글쎄.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고, DJ까지 하는 등 ‘이민정 종합선물세트’인 <원더풀 라디오>를 보니 그의 매력이 더욱 배가된 느낌이다. 어쨌거나 처음으로 혼자서 극을 이끌어간 <원더풀 라디오>의 이민정의 사연을 다음 장부터 전한다.
“스스로 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민정은 얼마 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런닝맨>에 출연해 그렇게 말했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누구는 그를 ‘여신’으로 칭송하는가 하면 또 누구는 소주를 마시다가 광고 포스터에 있는 그를 바라보며 절로 미소를 보이곤 하는데, 자신이 미인이 아니라니. 이 문제(?)의 발언이 전파를 탔을 때
[이민정] 꽃보다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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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성근이 영화를 연출한다. 정치영화다. 제목은 ‘혁신과 통합’. 직접 출연도 할 계획이다. 새해 1월15일에 있을 민주통합당 대표를 뽑는 오디션에도 뛰어들었다. 이쯤하면 뭔 소린지 눈치챌 것이다. 지난해 9월, 문성근은 “배우 안 해도 좋다”면서 시민들이 중심이 된 ‘국민의 명령’ 운동을 시작했다. 2012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에서 보수재집권을 저지하려면 진보진영이 힘을 합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기존의 낡은 정치 구조 대신 시민의 역량을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사실 그때만 해도 정치인 문성근이라고 부르긴 어려웠다. 시민의 권리를 되찾아오겠다는, 열혈 시민의 정당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여가 흘렀다. 대선이 꼭 1년 남은 12월19일, 문성근은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인사들로 구성된 시민통합당이 뭉친) 민주통합당 당 대표직에 출사표를 던졌다. 정치인으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국민의 명령’의 대표로, ‘통합과 혁신’의 상임대표로 활동하면서도 짬짬
[문성근] "통합보다 혁신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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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원과 선동열의 접전. 팽팽한 긴장 속의 <퍼펙트 게임>. 최정원은 80년대 기자로 변신, 이 격전의 분위기를 기록한다. 그녀의 심리변화가 곧 관객의 감동이 되어 돌아오게 해야 하는 중차대한 사명. 감정 메신저인 최정원은 영화에서 작지만 큰 공을 세운 장본인이다. 자연스럽게 녹아든 그녀의 연기에 부쩍 성장한 배우 최정원의 현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참 다행이었다. 최정원을 지금 만나서. 일주일 중, 마침 방송 중인 드라마 <브레인>(KBS2)의 촬영이 없는 하루. 최정원은 여유로워 보였다. 차를 마시고 인터뷰를 하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오늘이 ‘참 좋다’고 감탄한다. “연기를 하면 그 사람을 닮아가는 것 같아요. 괜히 요즘은 평소에도 말도 착하고 따뜻하게 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오늘의 최정원은 <브레인>의 ‘감성닥터’ 윤지혜가 돌아보는 <퍼펙트 게임>의 열혈기자 김서형쯤 되는 셈이다. 현장에서 여배우가 까탈 안 부리고
[최정원] 이미지? 연기로 말해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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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모자를 벗으니 알아보기 힘들다.
=최동원(조승우)의 경남고 은사(최일화)의 아들 현수로 나왔다. 얼굴이 잘 타는 편이 아니라 두달 정도 꾸준히 태닝을 하고 메이크업까지 했다. (웃음)
-어떤 준비를 했나.
=영화 속 대결이 펼쳐진 1987년은 내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나름 공부도 하고 야구 오디션과 사투리 오디션을 따로 진행했다. 야구 오디션은 운 좋게 합격한 것 같고(웃음), 사투리 오디션을 위해 부모님 두분이 부산분이기도 하셔서 도움을 좀 얻었고 또 <친구>의 곽경택 감독님 영화를 계속 봤다.
-<퍼펙트 게임>에서 조승우, 조진웅 선배는 어땠나.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군산에서만 거의 3달 정도 합숙했으니 캐치볼도 하고 술도 마시고 수다 떨면서 재밌게 지냈다. 진웅 형은 거의 분위기 메이커였고 이것저것 잘 챙겨준 승우 형은 ‘나중에 잘돼도 절대 변하지 마라’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TV드라마 <황금물고기>에 극중 박상원
[who are you] 이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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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궁금했다. 한국영화계에서 제일 바쁜 사람 중 하나였던 정두홍 무술감독의 얘기를 한동안 들을 수 없었기 때문. 올여름과 가을, 그는 <지.아이.조2: 리탤리에이션>(이하 <지.아이.조2>)에 ‘스톰 쉐도우’ 이병헌의 ‘스턴트 더블’로 참여해 뉴올리언스에서 4개월여 촬영하고 돌아왔다. 내년 여름 개봉예정인 2편에서도 이병헌은 강렬한 액션신을 선보이며 천적인 ‘스네이크 아이즈’와 다시 한번 진검승부를 펼친다. 그렇게 이병헌의 대역을 소화하는 가운데 마셜아츠(무술액션)에 관한 코디네이터이기도 했다. 현장에서 ‘두’로 불리며 마치 초창기 스턴트맨 시절의 활력을 다시 한번 느꼈고 무술감독으로서의 여러 고민도 가다듬는 시간이었다.
-이미 1편인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2009) 때도 참여하려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부터 할리우드 영화현장을 체험하고 싶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끝내고 (이)병헌이가 출연을 고민하
[정두홍] 한국식 무술의 합, 통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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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섭했다. “<씨네21>과 인터뷰할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농담이, “무대가 나의 시작이고 끝이다”라는 확고한 말이. 그러나 <로맨틱 헤븐> 이후 영화 현장을 떠나 연극 무대와 라이브쇼 세트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장진 감독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활력 넘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2월9일 개막한 기획 연극 시리즈 <연극열전4>의 첫 작품이자 장진 감독이 4년 만에 대학로 무대에 연출자로 복귀한 <리턴 투 햄릿>은 무대 뒤 연극배우들의 실제 모습과 애환을 그린 연극이다. 2회 방영을 마치기가 무섭게 ‘장진 어록’이라는 말을 양산해낸 라이브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코리아>(이하 <SNL 코리아>, 채널 tvN)는 스타들이 다양한 무대 세트를 넘나들며 ‘생방’으로 한국사회에 대해 뼈있는 농담을 던지는 정치풍자성 강한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장진’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연극, 그리고 그런 연극의 본질을 똑
[장진] 무대와 생방송, ‘라이브’에 목숨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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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다. 강제규 감독이 오다기리 조를 선택한 이유 말이다. 우리가 아는 오다기리 조는 대규모 상업영화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독립영화 계열의 작가들에게 아름다운 육체와 곡예 같은 연기를 제공하는 남자다. 강제규는 “장동건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완벽한 해답은 아니다. 그보다 더한 미스터리가 있다. 오다기리 조가 <마이웨이>를 선택한 이유 말이다. 우리가 알던 오다기리라면 당연히 이 역할은 거절했어야 옳다.
사실 오다기리는 강제규의 제안을 거절했었다. 그는 대본을 읽자마자 “내 타입의 영화가 아니니 찍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한다. “일본에서도 대작을 거의 안 했다. 대작은 돈이 든다. 대히트를 쳐야만 환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모두 끌어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추구하는 바도, 예술성도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영화. 그건 TV다. 영화가 아니다.” 오다기리 조는 시나리오에서 무려 10
[오다기리 조] 그에게 블록버스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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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의 ‘준식’은 따져 물을 게 많은 남자다. 2차대전, 일본군으로 징집돼 소련 포로수용소로, 독일군으로, 또다시 미군 포로가 된 믿기지 않는 대장정은 너무 영화 같아서 영화가 될 수 있었다고 쳐두자. 그럼 그가 거쳐간 전투 속, 전쟁으로 사지가 갈가리 찢겨나가고, 인성이 남김없이 파괴되는 현장을 모조리 목도하면서도 마라토너에 대한 신념과 착한 본성을 잃지 않는 건 가능한가? 속수무책의 판타지 속 이 기묘한 남자에 대한 책임을 물을 단 한 사람.
시사가 끝난 뒤 만난 장동건은 여유로워 보였다. 마치 전투를 치르는 듯 참여했다던 현장에 대한 기억도 추억이 되었나 싶다. 준식의 고난을 몸으로 시각화하고자 8kg을 감량해야 했고, 추위에 얇은 군복 하나로 버텨야 했던 고난의 촬영현장에 대해서도 이젠 웃으며 응수한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참 많이 지난 것 같다. 내가 <마이웨이>를 언제 찍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한 3개월은 집에서 여유도 부렸다. 아기가
[장동건] 배우로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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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니스로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의 영화사. 미래의 누군가가 이런 제목의 책을 쓴다면 그 분기점은 <마이웨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장동건과 오다기리 조. 몇년 전만 해도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두 남자를 한 영화에서 볼 수 있으리라고 상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는 그 상상도 못할 일을 해냈다. 이건 영화적인 성패와 상관없는, 영화적 유미주의의 압도적 승리라고 부를 법도 하다. <마이웨이>에서 장동건은 제2의 손기정을 꿈꾸는 조선 청년 준식을, 오다기리 조는 일본을 대표하는 마라토너 타츠오를 연기한다. 둘은 경성, 몽골, 시베리아 수용소를 거쳐 노르망디 해변에 도달하고, 경쟁의식으로 시작된 관계는 증오를 거쳐 결국 기묘한 우정으로 끝난다. 9개월 동안 정신과 육체를 모조리 <마이웨이>에 바친 두 남자를 만났다.
[장동건, 오다기리 조] 아름다운 남자들의 ‘마이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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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게임>의 김용철. 그는 롯데 자이언츠의 4번 타자다. 그가 배트를 내려놓고 글러브를 집어들면 어떨까. 그는 영락없이 직구로 승부를 보려 할 것이다. 김용철이라는 야구선수를 잘 알고 하는 말이냐고. 전혀 아니다. 야구에 문외한으로서 김용철에 대해서는 눈곱만치도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김용철이라는 이름을 잠시 걸쳤던 조진웅은 그럴 것 같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투수의 구질에 비유하자면 그는 직구를 닮은 남자였다. 삶을, 연기를, 인간을 대하는 그의 기본자세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다. 출연하기로 약속한 연극이 ‘자빠졌을’ 때는 직접 기획까지 책임지며 무대를 되살려내기도 했고, 서울시립극단에서는 자신이 꿈꿨던 저항적 예술과 거리가 멀어 입단 3주 만에 짐을 싸들고 나오기도 했다. 연애를 할 때도 헤어지면 헤어졌지 바람피우는 법은 없고, 끊을 수 없는 담배를 끊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단다. 잠시 다음 질문을 헤아리느라 대화가 끊기자 “다 받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세
[조진웅] 충무로의 제일검이 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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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와 <물 없는 바다>까지 두 작품을 거치며 무엇이 달라진 것 같나.
=첫 작품을 찍을 때가 23살이니 딱 그 나이만큼 찍었던 것 같다. (웃음) <물 없는 바다>는 그때보다 더 편하게 찍었다. 그런데 2011년이 되니 지금 <물 없는 바다>를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물 없는 바다>의 예리는 마음속 상처로 대인기피증에 걸린 여자다. 예리가 안고 있는 상실감이나 슬픔을 세상과의 단절로만 표현하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예리는 충격적인 사건을 목격하고 그것 때문에 세상에서 도망친 사람이다. 살면서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 처음엔 감을 잡기 힘들었다. 특히 증오하던 오빠가 장애인이 된 걸 보고 집에 와 오열하는 장면이 힘들었다. 어떤 정도의 수위로 울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처음 찍고 만족스럽지 않아서 다시 찍었던 장면이다. 당시엔 예리에게 빠져들기 위해 촬영 내내 우울한 감정을 이끌고 가는 게
[who are you] 유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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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였다. 영화에서는 선동열이 최동원을 우러러보는 쪽이었는데, 사진촬영 중에는 조승우가 양동근을 흘끗거리는 쪽이었다. 쉴새없이 미간을 쥐었다 놓았다 부산히 근육을 놀리는 조승우 뒤에서 양동근은 해탈한 부처인 양 무덤덤한 표정으로 떡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두 시간 남짓 지켜본 인상으로 섣불리 판단하건대, 그는 승부사의 기질을 아예 혹은 거의 타고 나지 않은 듯했다. 그는 라이벌과의 설전보다 자신과의 싸움에 몰두하는 인간형에 가까웠고, 그가 해석해낸 <퍼펙트 게임> 속 선동열도 비슷했다. “선동열 감독님이 최동원 감독님에게 품었던 감정은 단순했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 자꾸 비교하는 소리 듣기 싫으니 확 그냥 이겨버리고 잊어버리자. 뭐 그런 마음 아니었겠어요?” 선동열 감독의 당시 심정이야 알 길이 없지만 양동근의 성미는 짐작이 갔다.
양동근은 야구공 한번 던져본 적 없는 초짜 중의 초짜였다. 마이클 조던의 팬이지만 그가 야구로 외도했던 시기에조차 경기 한번 본 적 없다고
[양동근] 쿨한 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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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가 금색 잠자리 안경을 쓰고 돌아왔다. 그는 <퍼펙트 게임>에서 전설이 된 고(故) 최동원 감독을 연기했다. 어린 시절 야구선수를 꿈꾸었던 조승우에게 최동원으로 살아볼 수 있는 <퍼펙트 게임>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회사 대표님이 저 보라고 <퍼펙트 게임> 시나리오를 차에 놔두셨어요. <지킬 앤 하이드> 공연을 하러 가는 길에 차 안에서 한 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시나리오를 다 읽었죠. 바로 결정했어요.” 부산 사투리를 구사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가 영화를 하면서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세 가지가 있어요. 양동근이랑 해보고 싶다, 손병호 선배와 한번 만나보고 싶다, 야구영화 해보고 싶다. <퍼펙트 게임>에서 그게 다 이뤄졌죠.”
<퍼펙트 게임>의 출연을 결정한 조승우는 시나리오 속 선동열을 보면서 자연스레 양동근을 떠올렸다. “시나리오에서 동근이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거예요.” 조승우는 제작사에
[조승우] 고독한 승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