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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제작을 한 연분홍치마를 만나보는 건 어떤가?” 인터뷰 요청을 하자 <두 개의 문>을 배급한 시네마 달 김일권 대표는 인터뷰를 사양했다. 이유를 물어보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 작품에 용산 철거민들의 반응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는 비판이 있는데, 연분홍치마는 참사 이후 아주 오랫동안 현장에서 영상활동가로서 기록을 했다. 누구보다도 용산 철거민 가족과 친밀한 연대감이 형성되었고. 피해자의 목소리가 전혀 담기지 않은 이 다큐멘터리를 철거민 가족이 상영해도 괜찮다고 했기 때문에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는 거다. 그 점에서 연분홍치마가 이 다큐멘터리에서 취하는 태도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궁금했다. 개봉 첫주 16개관의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개봉 일주일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한 뒤 한달 만에 5만 관객을 동원해 <워낭소리> 다음으로 독립영화 흥행을 기록한 독립 다큐멘터리 전문 배급사 시네마 달의 배급과 마케팅 이야기가. &l
[김일권] 인디스페이스는 입소문의 진원지가 됐고 그렇게 연이어 매진이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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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검사, 대한민국에 또 있을까. 정치 운운하는 대선 캠프 보좌관에게 ‘팩트’로 무안을 주고, 죄보다 사람이 먼저이며, 마음 가는 여자에게 “이건 먹고 이건 바르고 이건 붙여”라며 약봉지를 챙겨주는 남자. 최정우 검사는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이하 <추적자>)의 가장 큰 판타지였다. 모든 인물이 들끓는 욕망과 분노로 앞만 보고 달릴 때, 최정우 검사는 정의와 이성이라는 큰 원칙에 따라 발걸음을 내딛는다. 모두가 한번쯤 꿈꿔보는 이상적인 대한민국 검사를 연기한 이는 연기생활 15년차의 배우 류승수다. <달마야 놀자>의 명천 스님으로 대중에게 각인됐던 그는 <추적자>의 최정우 검사로 “12년 만에 이름표를 바꿔 끼우는” 경험을 했단다. 하지만 “여름방학 생활계획표도 계획대로 안되는데, 어디 인생이 계획대로 될 리가 있나”라는 그의 드라마 속 명대사처럼, <추적자>를 뒤돌아보는 류승수의 마음은 차분하고 담백했다. 그의
[류승수] 오버하는 연기는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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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영화
2012 <통통한 혁명>
2010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2010 <주유소 습격사건2>
드라마
2012 <스트레인저6>
2009 <드림>
2008 <타짜>
-모델이지만 사랑에 빠져 엄청나게 살을 찌우는 도아라 역을 맡았다. 특수분장 없이 실제로 살을 찌웠다던데….
=총 3주에 걸쳐 20kg 정도를 찌웠다. 먹기만 하면 찌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고생했다. 단기간에 찌우려니 골고루 찌는 게 아니라 배만 나오더라. 그래서 살을 찌우는 데 주어진 시간이 2주였는데 일주일을 더 고생했다. 맛집 탐방도 하고. (웃음) 지금은 원래 체중으로 돌아왔다. (웃음)
-여배우인데 갑자기 체중을 불리는 게 부담이 되진 않았나.
=갑자기 달라진 모습에 스스로도 적응이 안되긴 했다. 샤워할 때 불을 끄기도 했었으니까. 살 찌운 지 일주일째엔 바지가 안 맞기 시작하더라. 그런데 배우 그리고 여자로서
[who are you] 이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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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시점이 논란이다. 마약과 군 복무로 이어진 그의 행보 이후, 누군가는 주지훈의 ‘이른’ 복귀를 탓한다. 방송 출연, 광고도 어느 하나 쉽지 않다. 그러나 주지훈은 말한다. “제가 싫어서 죽을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런데 쉬는 동안 제 작품을 보고 힘을 얻었다는 분들을 봤어요. 아,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 했죠.”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주지훈의 입장이고 이 모든 것도 변명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러면 우리의 입장은? 주지훈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고, 그가 가진 가능성의 영역은 독보적이다. 주지훈은 항상 50살 이후의 ‘좋은 배우 주지훈’을 이야기해왔고, 지금은 그의 긴 행보 중 한 시기다. 어려운 한 걸음이 될 수도 있지만, 배우 주지훈을 위해선 필요한 보폭이다. 장규성 감독의 코믹사극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개봉을 앞두고 주지훈을 만났다.
탁 까놓고 말하자. 2009년의 주지훈에 대해서. 수순으로 보자면 캐스팅 기사가 나와야 할 시
[주지훈] 주지훈, 주지훈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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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앨범
1997 어어부프로젝트 1집 ≪손익분기점≫
1998 어어부프로젝트 2집 ≪개, 럭키스타≫
2000 어어부프로젝트 3집 ≪21C New Hair≫
2002 어어부프로젝트 3집 <복수는 나의 것> O.S.T.
2008 백현진 ≪Time of Reflection≫
2011 백현진 ≪찰라의 기초≫
영화
2001 <꽃섬> 출연
2002 <뽀삐> 출연
2009 <디엔드> 연출
2011 <영원한 농담> 연출
2012 <설마 그럴리가 없어> 출연
2012 <모피를 입은 비너스> 출연
백현진의 예술활동 범위는 전방위다. 뛰어난 음악인이자 미술가인 백현진은 영화연출도 했다. 이미 단편영화 두편을 만들었다. 요즘에는 연출뿐 아니라 배우로서 영화출연도 잦아졌다. 간간이 우정출연하는가 싶더니 최근 개봉한 장편영화 <모피를 입은 비너스>에서는 놀랍게도 주연이다. 창작에의 영감을 얻기 위해 애쓰다
[백현진] 노래 부르고 붓질하는 게 나에겐 명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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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녀가 되길 갈망하는 소녀랄까. 아니면 소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숙녀랄까. 짧은 파마머리며, 짙게 그려진 아이라인이며, 입술을 생기있게 뒤덮은 분홍 립스틱이며, 스튜디오의 문을 열고 들어온 남보라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우리가 알던 그는 언제나 교복을 입은 사춘기 소녀이자 누군가의 여동생 혹은 딸이 아니었던가(<고死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2010), <써니>(2011), <하울링>(2012)). 그러나 잊고 있는 게 있었다. 아이는 언젠가 성장해 어른이 된다는 진리를. 그것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소녀’ 남보라가 익숙한 관객에게 호러 옴니버스영화 <무서운 이야기>의 단편 <콩쥐, 팥쥐> 속 그의 모습은 다소 생소, 아니 충격 그 자체다. 동명의 전래동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했다는 이 작품에서 남보라가 맡은 역할은 ‘공지’(정은채)의 동생 ‘박지’. 언니 공지가 가진 거라
[남보라]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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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영화
2012 <무서운 이야기>
2011 <도가니>
2010 <우리 만난 적 있나요>
드라마
2012 <각시탈>
2011 <뿌리깊은 나무>
-몇 학년인가요.
=내년에 중학교 가요. 수업 끝나자마자 옷 갈아입고 바로 왔어요.
-<무서운 이야기>의 4편 중 정범식 감독의 단편 <해와 달>에 나와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쑥스러워하며) 감독님께서 연락을…. (옆에서 엄마가 “정범식 감독님께서 <도가니>에서 연기한 연두의 눈빛을 인상적으로 보신 것 같아요”라고 거든다.)
-극중에서 동생과 함께 텅 빈 아파트를 지키며 엄마를 기다리는 누나 ‘선이’ 역을 맡았어요.
=감독님께서 동생을 잘 보호해주는 ‘강인한 누나’라고 얘기해주셨어요. 공포영화였지만 생각보다 무섭거나 어렵진 않았어요.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뭐였어요.
=괴한이 아파트에 침입해 베란다에서 남매를 노려볼 때
[who are you]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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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 섭외가 많을 것 같은 데 왜 한번도 안 나오시나요?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같은 데 한 번 나오시면 팬층이 더 두터워질 텐데요…. 저희 엄마 완전 팬이세요. 예전 아침드라마 출연한 걸 보시고선~. _고고학자(미투데이)
=글쎄요. (만약에 <힐링캠프…>에 출연한다면 무엇을 힐링하고 싶냐는 질문에) 치유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기보다…. 이경규씨, 한혜진씨, 김제동씨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뭐든지 힐링해주지 않을까 싶고.
-<도둑들>에서 팹시가 아닌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_최엄지(페이스북)
=같은 여성 캐릭터 중에서 보면 예니콜(전지현)이나 씹던껌(김해숙) 다 매력 있는데, 대본 봤을 때 가장 마음에 든 건 씹던껌이다. 내가 좀더 나이가 들어 연기를 할 수 있다면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스틸컷을 보니까 콧수염이 있던데 본인의 첫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었나요
[도둑들] SNS(미투데이, 페이스북)를 통해 받은 <씨네21> 독자들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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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은 <도둑들> 중 캐스팅이 가장 까다로운 배우였다. 최동훈 감독에게 김수현은 ‘기준미달’이었다. 막내도둑 잠파노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어도 극의 균형에서는 한치 빠져서도 안되는, 김윤석,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의 에너지를 다분히 나눠가질 수 있는 배우여야 했다. “이미 김수현은 <드림하이>로 가능성이 입증된 때였고, 주변에서도 가장 추천을 많이 한 배우였다.” 최동훈 감독의 딴죽은 그래서 ‘잠파노 역을 하기에 이미 너무 유명했다’는 정도였다. “감독님이 역할이 크지 않으니 미안해서라도 너를 캐스팅하기가 쉽지 않다고. 근데 난 드라마 몇편 한 거지 영화는 처음이다. 오히려 좋더라. 그러니 부담이 덜해지고, 부담이 줄어드니 여유가 생기고, 여유가 생기니 배울 기회도 더 많아지더라. 내겐 최고의 캐릭터였다.”
42.4%라는 기록적 시청률을 올린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모두가 ‘훤앓이’를 하는 와중에, 김수현은 이미 도둑팀의 임무를 완수했다.
[김수현] 영화를 품은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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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씨네21>(408호 ‘전지현에 대한 3가지 보고서’ 기획기사 중)은 전지현에게 “10년 뒤면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적 있다. 그때 그의 대답이 궁금하지 않은가. “물론 여자니까, 결혼을 했을 것 같고. 연기를 계속 하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해외로) 많이 나가고 싶다.” 놀랍게도 세 가지 예상 모두 적중했다. 얼마 전 결혼을 했고, <도둑들>을 찍었고 현재 류승완 감독의 신작 <베를린>도 찍고 있다. 그리고 <블러드>(2007), <설화와 비밀의 부채>(2010) 등 해외 프로젝트도 몇편 경험했다. 그러나 이 얘기를 들은 전지현은 새삼스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 맞았네.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너무 어렸을 때라. 그런 예상을 했다니 신기하다.”
잠깐 잊고 있었다. 무심하고 시크하면서도 장난기 많고 건강했던 ‘엽기적인 그녀’ 전지현 말이다. 영화면 영화, CF면 CF
[전지현] 해피엔딩은 나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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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수염은 뽀빠이의 자존심인데 그걸 마카오 박한테 뜯긴 거지!” 차분히 말하던 이정재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멋있다’라는 표현보다 ‘허세’라는 표현이 어울릴 콧수염을 자존심처럼 지키는 남자, <도둑들>의 뽀빠이는 그런 남자였고 이정재는 뽀빠이가 된 것처럼 장난기 섞인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 뽀빠이에게 마카오 박은 그가 훔치고 싶은 것들을 모두 갖춘 동경의 대상이자 언제라도 짓밟고 싶은 가장 큰 적수다. 그래서 마카오 박에게 뽀빠이의 콧수염이 무참히 뜯기는 순간 관객은 묘한 쾌감과 함께 발가벗겨진 뽀빠이를 목격하게 된다. 그날, 가장 치욕적인 순간인 ‘콧수염 장면’을 설명하는 이정재는 다시금 그 현장에 선 것처럼 보였다.
얼핏 허세어린 콧수염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캐릭터 같지만 뽀빠이는 <도둑들>에서 탐욕, 사랑, 배신, 동경 등 자신의 내면을 가장 다양하게 드러내 보이는 인물이다. 이정재 역시 “본인은 굉장히 명석한 줄 알지만 실은 모든 게
[이정재] 댄디가이의 끝없는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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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이 인터뷰가 <타짜>의 정 마담과 <도둑들>의 팹시에 대한 비교가 아니면 좋겠다.” 아마도 <도둑들>의 합류를 결정하고 가장 많이 들었을 질문. 김혜수는 그 비교를 일단 내려놓자고 제안한다. “흔히 말하는 이전 캐릭터를 뛰어넘는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 좋은 건 좋은 것대로 보존돼야지, 만날 자기를 뛰어넘고 싶지도 않고.”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저음과 고음을 절묘하게 오가는 어투, 똑 부러지는 화법. 확신에 찬 태도. 인터뷰를 하는 그녀의 모든 것이 정 마담의 것을 똑 닮아 있다. <타짜>의 정 마담은 배우를 관찰하고, 그 배우의 말투와 표정까지 시나리오에 반영하는 최동훈 감독에게 포착된 자연인 김혜수가 틀림없다. 어쩔 수 없지만, 이러니 팹시와 비교를 시도할밖에 없다. <타짜>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도둑들>의 팹시엔 어떤 김혜수가 반영되어 있을까. “감독님이 정 마담을 내가 가진 외적 이미지의
[김혜수] 물러서서 조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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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연기파야? 액션배우지.” 사진 촬영을 위해 옷 갈아입다 말고 나온 김윤석을 누군가가 치켜세웠나보다. 심드렁한 김윤석의 저 반응은 겸손을 가장한 표현이 아니다. 전작을 일일이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최근의 <황해>만 봐도 그는 정신없이 먹잇감을 뒤쫓고, 족발이든 도끼든 손에 잡히는 거라면 뭐든지 집어들어 괴물처럼 휘두르지 않았나. <완득이>의 동주 선생은 잠시 잊자. 조선족의 내면을 보여줘야 했던 구남(하정우)과 달리 영화 속의 면가(김윤석)는 조선족의 끈질긴 생존본능과 그것으로 인한 극단적인 육체성을 겉으로 드러내야 했다. 그 광기를 그의 오랜 동료 최동훈 감독이 놓칠 리 없다. “<황해> 시사를 마친 뒤 따로 술 한잔 더 했다. 그때 <도둑들> 얘기를 처음 꺼내더라. 중국어하는 거 보니까 간지도 나고, 중국어 대사도 가능하겠다고 하더라. (웃음)” <타짜> <전우치> 등 최동훈 감독의 거의 모든 작품에 출
[김윤석] 액션으로 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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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렬 구조다. 한·중 연합 도둑들이 마카오 카지노에서 300억원짜리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동안, 10명의 배우들은 관객의 마음을 훔쳐야 한다. 수치로 볼 때 n분의 1이니 배우당 책임의 분량이 적어질 거라고 판단하기 쉽다. 그건 명백한 오해임을 알려둔다. 극적 클라이맥스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이 영화에서 배우들은 각 신을 완벽히 장악해야 한다. 쿨하고 멋있는 <오션스 일레븐>의 도둑들 대신, 홍콩 누아르에서 튀어나온 듯한 사연과 정서까지 모두 통틀어 표현해야 한다. 도드라지지 않게 자신을 각인시키는 절체절명의 미션. 캐릭터의 경합이 아니라, 이건 분명 겁이 날 정도의 연기 각축전이다.
‘최동훈 사단’이라 불리는 김윤석, 김혜수와 새로 영입된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다섯 배우를 <도둑들>의 이름으로 소환했다. 공덕동 스튜디오가 원래 작긴 하지만, 이번엔 다섯 배우의 에너지를 담기에 좀 심각할 정도로 협소해 보였다.
[도둑들] 배우의 품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