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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소로 들어선 그의 얼굴이 여전히 개구지다. 항상 웃음기가 어린 얼굴은 10여년 전 데뷔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천진하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얼마간 차분하고 복잡한 뉘앙스가 더해졌다. 스물의 잔상이 남은 서른의 얼굴, 소년의 잔상이 남은 남자의 얼굴이다. ‘소년이 남자가 되다.’ 이른 나이에 연기를 시작한 남자배우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반드시 한번쯤 듣게 되는 말이다. 그래서 그만큼 닳은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돈의 맛>의 윤철로 돌아온 배우 온주완의 변곡점을 이야기하자니 그만한 관용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입대 전 그는 방황하는 10대의 초상이었다. 출발선에는 <발레교습소>의 백댄서 지망생 이창섭이나 <태풍태양>의 인라인 스케이터 쨍이 있었다. 두 영화에서 그는 높은 하늘 위로 두둥실 떠가는 꿈을 올려다보며 때로는 세상을 때로는 자신을 원망하는 새파란 젊음을 연기했다. <피터팬의 공식>의 수영선수 김한수의 사정은 좀더
[온주완] 소년, 남자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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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1981 출생
데뷔 연극 <별에서 들리는 소리>(2000)
출연작 <웰컴 투 동막골>(2005) <유년기의 끝>(2006)
<라듸오 데이즈>(2007) <불을 지펴라>(2007) <마더>(2009) <열쇠>(2009) <친정엄마>(2010)
-<U.F.O.>에서 어린 시절 외계인에게 납치됐다고 믿는 고등학생 광남 역을 맡았다.
=공귀현 감독님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이다. 영상원 단편 작업을 많이 한 터라 감독님이 내 존재를 알고 있었고 연락을 주셨다. <U.F.O.> 촬영할 때 서른살이었는데, 이젠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
-수많은 단편영화에 출연했다. 작품 수를 세고 있나.
=80편 넘으면서 못 셌다. 단편영화만 90편 가까이 찍었다. 상업영화까지 합치면 100편쯤 되지 않을까.
-본인의 연기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꼽자면.
=단편
[who are you] 정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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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형사>는 강지환의 뱃살만으로도 시선이 멈추는 영화다. 강지환 자신도 지금까지 두툼한 뱃살을 가져본 적이 없었고, 우리도 본 적이 없다. 그의 뱃살은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이나 <공공의 적>의 설경구가 가졌던 뱃살과 성격이 다르다. 매끈하고 세련되고 또렷했던 그동안의 강지환과 뱃살 사이의 이물감은 영화에서 몸을 불렸던 다른 배우들보다도 크다. 솔직히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강지환의 필모그래피는 안정적으로 쌓여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소 무리해 보이는 도전을 감행한 데에는 분명 이미지 변신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목표가 있을 것이다.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강지환이 바라보는 고지에 대해 물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차형사 같은 몸을 가져본 적이 있나.
=없다. 71, 72kg을 유지하면서 살았다. 잘 안 찌는 체질이다. 술 많이 마시면 배만 나온다.
-그런 체질인데, 어떻게 찌웠나.
=처음에는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자장면, 피
[강지환] 코미디 배우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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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다. <만추>가 3월23일 중국 전역 2천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나흘 만에 약 3천만위안(약 54억원)을 돌파하며 5월8일까지 약 6500만위안(약 10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수치는 중국에서 개봉한 역대 한국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기록이다. 잠깐. 지난해 한국에서 개봉한 <만추>는 평단의 호평은 받았으나 많은 관객을 불러모으지는 못하지 않았던가. 대체 중국 관객은 <만추>의 어떤 점을 사랑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만추>를 제작한 보람영화사 이주익 대표에게 들어봤다. 그리고 <만추>의 중국 개봉과 현재 중국 영화산업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함께 들었다.
-<만추>가 중국에서 개봉한 지 두달 가까이 지났다. 얼마나 흥행했나.
=개봉일인 3월23일부터 5월8일 현재까지 공식 집계로 약 1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방 극장이 워낙 많다보니 집계가 많이 느리다.
-한국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
[이주익] “영화 파일의 철저한 관리가 흥행 성공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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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인을 보고 있으면 양지에서 잘 자란 식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길쭉하고 가느다란 팔다리 때문만은 아니다. 비와 바람을 이파리와 뿌리에 머금고 사는 식물처럼, 그녀는 내면에 에너지를 간직한 뒤 적시에 그 힘을 밖으로 표출해낼 줄 안다. 영화 <혜화,동>의 혜화와 드라마 <보통의 연애>의 윤혜가 유다인의 그런 장점을 극대화한 캐릭터일 것이다. <천국의 아이들>의 유진은 다르다. 기간제 교사로 부임해 문제학생 전담반을 맡게 된 유진은 학생들이 머금은 상처를 보듬는 인물이다. 유다인을 담고 있는 사람에서 누군가에게 담아주는 사람으로, 영화 현장의 막내 배우에서 ‘선배’ 배우로 거듭나게 한 <천국의 아이들>은 배우 유다인의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드라마 <맛있는 인생> 하면서 많이 빠졌다. 몸무게는 안 재봤는데 주변에서 살 빠진 것 같다고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가보다 했다.
-너무
[유다인] 지금은 성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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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1995 출생
2004 KBS 드라마 <웨딩>으로 데뷔
2006~현재 (드라마) MBC <로열 패밀리>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전설의 고향> <이장과 군수> <천국의 아이들>
-<천국의 아이들>의 성아 역은 학교에서 꼴통에 골초로 통하는 문제아다. 성아를 연기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나.
=그런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그냥 우리 학교 애들을 떠올리면서 따라하기도 하고 그랬다. (웃음)
-성아를 연기하면서 어떤 점에 신경 썼나.
=실감나게 욕하는 것에 신경 썼다. 불량스러운 모습이 실제처럼 보이게끔. (웃음) 특히 맨 처음 성아가 아저씨에게 담배 한갑 사달라고 하는 부분은 더 순진하게 보이도록 했다. 그다음 장면이 성아가 골목으로 들어가 담배 피우는 장면이기 때문에 목적에 실패하자 골목에서 욕하며 담배 피우는 장면이 일종의 반전처럼 보이도록.
-또래 친구들과 함께 작품을
[who are you] 김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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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우_ 그냥 직구예요, 직구, 임상수 감독님 어법은. 감추지 않아요. 꼼수가 없어요. 캐릭터들도 생각을 있는 그대로 얘기해요.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는데 하다보니 그게 통쾌하더라고요.
김효진_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통해서 말하는 게 되게 속시원하다는 기분을 느낀 건 처음이었어요.
<돈의 맛>을 왜 선택했느냐는 물음에 김강우는 “임 감독님은 배우가 전에 갖고 있던 이미지를 다시 써먹지 않는 분이어서”라고 답했다. 같은 물음에 김효진은 “임 감독님의 여자 캐릭터들은 절대 진부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곧 <무적자>의 상처 많은 남자 김철이나 <하하하>의 화 잘 내는 시인 강정호는 여기 없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매리는 외박중>에서 은근한 카리스마로 어필했던 서준이나 <창피해>의 한없이 착해 빠진 윤지우도 여기 없다. 그러니 그들이 쌓아온 두꺼운 필모그래피는 잠시 접어두어도 좋겠다. 지금은 <돈의 맛>에서 그들이 느꼈던
[김강우, 김효진] 솔직하고 외로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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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윤식_ 윤여정씨 하면 임상수 감독이 좋아하는 배우이지요.
윤여정_ 좋아하는 배우가 아니라 늙은 여배우를 나밖에 몰라요.
백윤식_ 아마 임상수 감독이 만든 작품엔 큰 역이고 단역이고 다 참여했을 거야.
윤여정_ <바람난 가족> 이후로는 다 출연했어요. <눈물>하고 <처녀들의 저녁식사> 빼고는.
1947년생의 동갑내기 두 배우는 여태 한 작품에서 함께 연기를 한 적이 없다. 배우로 비슷한 시공간을 살아왔지만 이들의 궤적은 겹치지 않았다. 그런데 딱 한 작품, 백윤식과 윤여정의 궤적이 포개지는 순간이 있다.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 중앙정보부 김 부장으로 영화의 전면에 나선 이는 백윤식이고, 단역으로 또 에필로그의 내레이션으로 이름을 올린 건 윤여정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7년이 흘러 두 배우는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에서 부부의 연을 맺는다. 그런데 극중 나미(김효진)의 대사를 빌려 표현하면 이 부부는 “서로를 학대하면
[윤여정, 백윤식] 순리대로 이루어지게 마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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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맛>의 주영작(김강우), 백금옥(윤여정), 윤 회장(백윤식), 윤나미(김효진)는 하나같이 흥미롭다. 백씨 집안의 상속녀이자 집안의 실질적 권력자인 백금옥은 청년의 몸을 탐하고, 백금옥의 비서인 주영작은 점점 돈의 맛에 빠져든다. 돈의 맛에 중독된 채 살아온 백금옥의 남편 윤 회장은 뒤늦게 필리핀 가정부와 ‘진짜’ 사랑에 빠지고, 이들 부부의 딸인 윤나미는 썩을 대로 썩은 이 집안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욕망을 통제할 줄 아는 인물로 주영작에게 친절과 호의를 베푼다. 임상수 감독은 좀처럼 배우의 이미지를 재탕하지 않는 감독이다. 그렇기에 <돈의 맛>을 보면 이 배우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던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들의 필모그래피에서 단연 튀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빠져나온 네 배우를 만났다. 같은 해에 태어났고 연기를 시작한 시기도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력을 쌓아온 윤여정과 백윤식은 늙은 배우로 산다는 것에 대해 들려주었다. 반면 김강우와 김효진은
[윤여정, 백윤식, 김효진, 김강우] 연기의 맛에 빠진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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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연출할 당시, 민규동 감독은 자주 트윗을 날렸다. 현장에서 느낀 상념을 전하거나, 거장들이 남긴 말을 인용했다. 하지만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연출할 때, 그의 트윗은 조용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나 불안과 외로움을 공유할 친구가 필요해서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결국 그 안에도 구원이 있는 것 같지는 않더라. 더이상 잘될 거다, 잘할 수 있다는 최면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온 것 같다. 이제 새로운 마약이 필요하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아내 연정인(임수정)도 외로움과 불안에서 도피시켜줄 마약을 찾는 여자다. 그의 마약은 ‘말’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아우르며 세상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그녀의 화법은 남이 듣건 말건 어떻게 생각하건 말건 말을 던지는 SNS 시대의 대화와 닮아 있다. 아마도 민규동 감독은 연정인의 대사를 쓰는 동안 이미 1년치 트윗을 모두 날렸을 것이다. 개봉을 앞둔 그의
[민규동] “장성기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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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 이런 효과음이 있었으면 얼마나 잘 어울렸을까. 5월8일 밤 삼청동의 한 카페 옥상 테이블에 류승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레게 머리에, 가슴골이 약간 드러난 피케 셔츠, 스모키풍의 메이크업 등 외양도 외양이지만 사진기자를 자신감있게 대하는 그의 태도는 영락없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성기였다. 전설의 카사노바인 성기는 두현(이선균)에게 ‘자신의 아내를 유혹해달라’는 어이없는 제안을 받는다. 그때부터 성기는 유부녀 정인(임수정)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임수정이 류승룡에게 넘어갔냐고? 그건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분명한 건 성기가 사랑스러운 남자라는 것. 민규동 감독의 전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O.S.T 중 하나인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 한 구절을 인용해 성기를 설명해보자.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줘도 아깝지 않은 남자가 바로 성기다.
-<조선의 왕>(
[류승룡]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싶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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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스미스만큼 돈값 하는 배우는 없다. 아니, 어쩌면 윌 스미스는 21세기 할리우드에서 유일하게 돈값을 하는 배우일지도 모른다. 할리우드의 스타 시스템이 이젠 예전만 못하다. 어떤 배우도 단지 이름만으로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런 시대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명성을 유지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가십 매거진의 패셔니스타로 살아남기, 혹은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 출연하기. 특히 후자는 중요하다. 죽을 쑤던 톰 크루즈를 되살린 게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이었다는 사실을 한번 생각해보라.
윌 스미스는 희한한 스타다. 그는 <맨 인 블랙2>와 <나쁜 녀석들2> 이후 단 한편의 프랜차이즈 속편에도 출연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1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영화에 연속적으로 출연한 배우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맨 인 블랙2>(2002), <나쁜 녀석들2>(2003), <아이, 로봇>(2004), <샤크테일>(
[윌 스미스] 돈값하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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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좀 찾아와봐!” 사람엔터테인먼트 이소영 대표는 3년 전 <씨네21>(705호 뉴페이스 ‘춤추던 집중력으로’)을 뒤적이다 말고 긴급 수배령을 내렸다. 당시 이 대표는 <바다쪽으로, 한뼘 더>에 출연한, 김예리의 또렷한 눈빛에서 범상치 않은 강단을 발견했을 것이다. 신인배우 영입 시도는, 그러나 수포로 돌아갔다. “제가 무용을 하고 있으니까 저 친구는 ‘갈 길이 따로 있나보다’라고 생각하셨을 거예요.” 그 뒤로 2년이 흘렀고, 우연한 자리에서 김예리와 이 대표는 처음으로 대면했다. 이번엔 이 대표가 이겼다. “서른까지만 재미삼아 연기할 것”이라던 춤꾼 김예리의 마음이 흔들렸다. “(무용)선생님도 그러셨어요. 이런 기회를 놓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춤은 죽을 때까지 출 수 있는데 뭘 걱정하냐고.” 배우보다 춤꾼이 되길 원했던 가족도 “(배우)할 거면 제대로 하라”고 등떠밀었다. 김예리 대신 한예리라는 가명을 쓰게 된 것도 가족의 응원 덕분이다. “엄마가 한
[한예리] 당신은 배우가 될 운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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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또박또박, 느리게 했다. 시선은 먼 곳을 향했고, 얼굴은 찡그림 하나 없이 여유로웠다. ‘고요하고 쓸쓸하다’라는 뜻의 적요(寂蓼)라는 이름과 더없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흰머리로 가득한 <은교>의 이적요와 달리 박해일의 머리는 검은색이었고, 짧은 머리는 동안인 그를 더욱 젊어 보이게 했다. 외양적인 면모만 놓고 보면 이적요와 실제 박해일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것 같은 그는 아직 ‘이적요’를 떠나보내지 못했다고 한다. 비바람이 세차게 불던 봄 같지 않은 어느 봄날, 이적요와의 이별을 앞둔 박해일은 유독 쓸쓸해 보였다.
-오늘이 몇 번째 인터뷰인가요.
=셀 수도 없죠. 아마도 서른 몇 번째? 매 작품 끝날 때 ‘이런 작품을 이렇게 찍었다’고 얘기하는 게 이제는 편해요.
-정지우 감독에게 처음 <은교>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 일흔살의 이적요가 아닌 또래 나이인 소설가 서지우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요.
=감독님께서 처음부터 분명하게 이적요 역을 제
[박해일] 적요하고도 푸릇한 그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