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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얘기가 뭐가 있다고….” 보경사 심보경 대표는 인터뷰하자는 요청에 살짝 머뭇거렸다. 매년 한두편은 거뜬하게 만들어내는 젊은 제작자들도 많은 데다가, 현재 후반작업 중인 신작 <빅매치>라면 개봉할 때 최호 감독이나 배우들에게 물어보라는 게 그의 속뜻이다. 하지만 <빅매치>는 심보경 대표가 <고고70>(2008)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작품 아닌가. 1993년 명필름에 입사해 <접속>(1997)으로 프로듀서 데뷔한 뒤 <공동경비구역 JSA>(2000), <후아유>(2002), <바람난 가족>(2003) 등 명필름 영화 제작 전반을 이끌었으며, 명필름과 강제규필름이 합병한 MK픽쳐스에서 <사생결단>(2006)을 제작했고, 2005년 자신의 이름을 딴 제작사 보경사를 차려 <걸스카우트>(2007), <고고70>, 최근의 <빅매치>까지 여러 편을 만들어온 그다. 말할 게
[심보경] 나다운 영화, 완성도로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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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눈 세 친구 현태(지성), 인철(주지훈), 민수(이광수)는 예상치 못한 한 사건을 겪으면서 위기에 봉착한다. 그들의 우정이 너무나 강했기에 사건은 더욱 미궁으로 빠져든다. 이제 막 그 사건에서 빠져나온 세 사람은 입을 모아 “다시는 이런 조합을 만나지 못할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지성, 주지훈, 이광수, 세 사람의 실제 모습이 적당히 반영된 것 같은 <좋은 친구들>은 그처럼 끈끈한 스킨십으로 채워진 영화다. 남자배우들이라면 한번쯤 서로 다른 개성의 남자들끼리 부대끼는 진한 우정의 드라마를 꿈꿀 텐데, <좋은 친구들>은 이들의 그런 욕구가 절묘하게 하나로 만난 영화다. 게다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가 무의미할 만큼 그들은 진짜 우정을 나눴다. 그래서일까, 실제로 그들은 ‘홍보 인터뷰’라는 느낌이 전혀 없다고 했다. 기자들 역시 그저 그들의 즐거운 수다에 슬쩍 끼어든 느낌이었다. (웃음)과 (일동 웃음)을 무한 남발할 수밖에 없게 된 것에
[좋은 친구들] 한잔 더? 한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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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퀴어영화의 산증인 김조광수 감독과 그가 “눈여겨본” 재능 있는 신예 김태용 감독이 옴니버스 퀴어영화 <원나잇 온리>(2014)로 뭉쳤다. 게이들에게 술자리를 주선하고 그들을 등쳐먹으며 사는 남자와 그 남자를 사랑하는 또 다른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첫 번째 단편 <밤벌레>(2012)는 김태용 감독의 첫 번째 퀴어영화다. 두 번째 단편인 김조광수 감독의 <하룻밤>(2013)은 이제 막 스무살이 되는 세 남자의 첫사랑의 아픔을 담았다. 두 감독은 퀴어영화라는 구분 짓기에 앞서 누구나 한번쯤 겪는 사랑의 아픈 순간을 말하고 싶었다고 전해왔다. 장대비가 시원스레 내리던 여름의 초입, 두 사람을 만나 멜로드라마 <원나잇 온리>에 대해 물었다.
-두 단편을 어떻게 하나로 묶을 생각을 했나.
=김조광수_김태용 감독이 스무살일 때부터 알고 지냈고 이 친구가 영화를 잘 만들어서 눈여겨보고 있었다. 2012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밤벌레&g
[flash on] “기존 퀴어영화에 대한 나름의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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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반 진담 반 요즘 누가 영화책 사보느냐는 말을 듣는다. 더구나 이렇게 두껍고 어려운 책이면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영화학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좀처럼 책을 덮지 못할 것이다. <영화이미지학>은 난잡하게 흩어진 영화이론을 ‘영화이미지’라는 새로운 뼈대 위에 재정리한다.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독자적인 개념을 통해 영화이론의 중심을 잡아주는 드문 책이다. <영화 속의 얼굴> 등 그간 꾸준히 영화이론서 번역을 해온 김호영 교수(한양대학교 프랑스언어문화학과)의 오랜 연구의 결실이다. 영화책 읽지 않는 시대에 읽어야 할 책을 낸 그에게 그 뚝심의 이유에 대해 물었다.
-<영화이미지학>이란 제목은 익숙하면서도 생소하다.
=영화 속 이미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하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구태의연하고 재미없는 제목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이렇게 지었다. 영화서사학, 영화정신분석학, 영화기호학 등 다양한 영화이론이 있지만 이들은
[flash on] “본질을 건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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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2009 <여고괴담5>
드라마
2014 <닥터 이방인>
겉 다르고 속 다르다. 새침 떨 줄 알았는데 정반대다. “알바해봤냐고? 외모 때문에 부잣집 딸내미로 보는 분들이 많은데 중/고등학생 때 안 해본 알바가 없다. 편의점 단기 근무를 비롯해 전단지 돌리기, 웨딩홀 알바, 카페 서빙, 국숫집 서빙, 또 뭐했더라….”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에서 편의점 ‘알바생’ 은영을 연기한 정혜인은 거침없고, 막힘없다.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또 다른 알바생 하나(유영)에게 편의점 일을 인수인계하는 은영은 “말수가 적고 차분하며 보이시한 친구”지만, 김경묵 감독은 촬영현장에서 그녀의 실제 성격과 기질을 적극 활용했을 것이다. “감독님이 항상 내 생각을 먼저 물어봐주신 게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 ‘모를 때가 좋지’ 같은 은영의 대사도 영화의 메시지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아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신
[who are you] 정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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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주인공 멜라니 로랑은 영화가 시작된 지 45분이 지나고서야 등장한다. 그녀가 몇 마디 대사를 던진 뒤에도 영화는 한동안 멜라니 로랑을 비추지 않는다. 누군가의 기억의 일부로 존재하는 멜라니 로랑이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등장하는 장면은 출연분을 전부 합쳐도 단 몇분뿐이다. 그럼에도 그녀가 스크린에 등장한 이후부터 관객의 모든 관심과 호기심은 순식간에 멜라니 로랑에게로 쏠린다. 제레미 아이언스, 마르티나 게덱 등의 걸출한 선배들마저 순식간에 잊어버리게 만드는 멜라니 로랑의 매혹의 비결은 뭘까.
멜라니 로랑은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살라자르 독재정권에 맞서는 레지스탕스 여인, 스테파니아를 연기한다. 순간기억능력으로 레지스탕스에 큰 도움을 주는 동지 스테파니아는 함께 투쟁하는 연인 조지(오거스트 딜)를 “미치게 만드는” 매력적인 ‘여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테파니아는 조지의 친구이자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난 아마데우(잭 휴스턴)
[멜라니 로랑] <리스본행 야간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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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2014 <살아남은 아이들>(촬영 중)
2013 <풍경>
2009 <기이한 춤: 기무>
모바일 단편영화
2013 <미생: 프리퀄>(안영이, 오차장, 한석률편)
장편영화
2014 <경주>
2012 <피에타>
<경주>(2014)의 장소 헌팅차 경주에 내려갈 때만 해도 조영직 촬영감독의 마음은 급했다. <풍경>(2013)에 이어 호흡을 맞추는 장률 감독에게 좀더 좋은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감독의 전작들을 다시 보며 감독의 화면 연출을 파악하는가 하면 주로 조감독이나 스크립터가 담당하는 콘티도 직접 그려 보였다. 그런데 정작 장률 감독은 “차부터 한잔 하자”고 했다. 그 여유를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다. “선생님은 별말 없이 촬영할 곳을 가만히 바라보시더라. 그러곤 그만 가자, 하시고. 카메라를 어디에 둘지 정도만 얘기하셨다. 근데 선생님이 바라보신 곳이 곧 카메라의 위치가
[STAFF 37.5] 미화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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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2011)의 광고전단에 소개된 말을 빌리자면 김경묵은 이른바 ‘문제적 감독’이다. 앞서 스무살에 만든 장편 데뷔작 <얼굴 없는 것들>(2005)은 한국의 <살로 소돔의 120일>이라 불릴 만큼 강도 높은 동성애 묘사로 일부 관객에게 강력한 반발을 샀다. 세 번째 장편 <줄탁동시>는 해외에선 호평이었지만 국내에선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고 관객을 만나지 못할 뻔했다. 그런 김경묵 감독이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색깔의 영화를 들고 나왔을 때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경묵 감독의 네 번째 장편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는 전에 없이 밝고 화사한 톤으로 관객에게 새롭게 말을 건다. 여전히 김경묵 감독 특유의 문제의식과 질문과 어두운 정서를 깔고 있지만 확실히, 변했다. 극적인 변화를 맞이한 김경묵 감독에게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가 무엇에 대해 ‘끝’을 고하는 영화인지 물었다. 이것은 오늘의 끝과 새
[김경묵] 피하지 않는다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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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앵콜요청금지>)다고 했다. ‘가야 할 곳을 모르고 있’(<잔인한 사월>)다고도 했다.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윤덕원이 써내려간 가사들에는 체념 섞인 막막함이 흐른다. 그런 그가 다가오는 8월 솔로로 자신의 첫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한다. 지난 6월9일 선공개한 타이틀곡 <흐린 길>에서도 그는 여전히 ‘이 흐린 길에 어디쯤에 있는지’ 알 수 없다고 고백한다. 어느새 지나쳐버린, 이미 사라져버린 날들과 그때의 어떤 마음을 곱씹게 만드는 그의 노랫말이 이번에는 또 어떤 후일담들로 채워졌을까. 올해로 밴드 활동 10년차이지만, 그는 자신을 “신인가수”라고 소개하며 음악하는 사람으로 사는 길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한다. “오버하지 않는 음악”을 내놓고 싶다는 그가 부르는 노래를 미리 만나봤다.
-브로콜리 너마저가 아닌 솔로로 활동을 준비 중이다.
=브로콜리 너마저 멤버 중 한명이 결혼하고 현재 출산을 앞두고 있다. 그러다
[trans x cross] 체념은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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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만들어진 이후에 한번도 같은 수의 대국이 이루어진 적이 없다.” 정우성의 이 말은 “단 한번도 <비트>의 민과 이어지는 캐릭터를 하려고 했던 적이 없었다”는 말과 같은 의미로 들린다. 또한 그 말은 정우성의 손이 왜 <신의 한 수>로 향하게 됐는지도 잘 알려준다. 착수부터 계가까지. 다음의 인터뷰는 <신의 한 수>와 그의 다른 여러 ‘수’들을 놓고 정우성과 벌인 한판의 대국이다.
착수(着手)와 행마(行馬)
착수 바둑판에 한 수씩 바둑돌을 두는 일.
행마 세력을 펴서 돌을 놓기 시작하는 단계.
“이제야 뭔가 준비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기보다 무엇이든 해보고 싶다.” 데뷔한 지 올해로 꼭 20년을 채우는 정우성에겐 지나온 시간의 감회보다 앞으로 나아갈 20년의 시간에 대한 설렘이 더 크다. “지금까진 ‘정우성’이라는 이미지를 드러낸 작품이 많았다. 앞으로 20년간은 내 안의 표정을 제대로 보여주는 시간이 될 거다.”
[정우성] 20년 내공이 담긴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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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씨네21> 영화평론상에 당선돼 글을 쓰기 시작한 이지현 영화평론가가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프랑스인 김명실>은 그녀가 프랑스 캉에서 유학 시절 만난 프랑스인 화가 친구 ‘쎄실’, 즉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곧 프랑스로 입양된 김명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지현 감독은 노랑머리 부모를 둔 까만 머리 소녀의 사연을 구구절절 들려주는 대신 쎄실의 평범한 날들을 조심스레 기록한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이 영화를 붙들고 있었던 이지현 평론가에게, 이지현 ‘감독’으로 만나고 싶다고 전화를 걸었다.
-감독이란 호칭이 그리도 어색한가.
=단편을 찍긴 했지만 그땐 스스로 감독이란 자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캉에서 영화 공부하던 당시 쎄실을 만났다. 첫 만남 당시 쎄실은 온전히 ‘프랑스인’으로 다가왔나.
=2004년 겨울 즈음 캉의 시네마테크에서 일하던 쎄실의 남자친구를 알게 됐다. 당시 캉 지역에 한국인 유학생이 나 혼자였을 거다.
[flash on] 평론보다 연출이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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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포매니악 볼륨1>에서 샤이아 러버프는 조(스테이시 마틴)의 유일한 사랑이다. 사랑이라는 달콤하고 불편함 감정보다는 ‘욕정’이라는 동물적 감각에 몸을 내맡긴 영화에서, 그가 지닌 자부심(?)이랄까. 어린 시절 자신의 성기에서 특별한 느낌을 발견한 조는 피보나치 수열에 따라, 아니 그냥 쉽게 말해 ‘조루’라고 하면 더 이해가 빠를 제롬(샤이아 러버프)에게 처녀성을 줬다. “내 처녀성을 너한테 주면 안될까?” “안 될 것 없지.” 첫 만남에서 제롬이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는 암시는, 바로 조가 손동작 한번으로 그의 고장난 오토바이를 고쳐주는 장면이다. 마치 ‘이렇게 좀 했어야지!’라고 말하는 것 같은? 아무튼 지금의 샤이아 러버프를 있게 한 <트랜스포머>(2007)에서 샘 윗위키(샤이아 러버프)와 자동차 정비기술도 뛰어난 섹시녀 미카엘라(메간 폭스)의 첫만남을 패러디하는 것 같은 그 장면은 ‘이제 당신이 전혀 예상치 못한 샤이아 러버프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는
[샤이아 러버프] <님포매니악 볼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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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들어가는 영화라 설렜을까.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감독 김성호)의 스탭과 배우가 한자리에 모인 서울 시내의 한 고깃집에서 삼거리픽쳐스 엄용훈 대표는 한시도 가만있질 않았다. 투자자들을 자리에 안내하랴, 배우들과 스탭들을 챙기랴, 행사를 진행하랴, 몸이 열개라도 부족해 보였지만 얼굴만큼은 무척 환했다. <도가니>(2011), <러브픽션>(2012) 이후 그가 2년 만에 내놓는 신작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미국의 유명 작가 바버라 오코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경제 불황으로 아버지가 가정을 내팽개치면서 주인공 소녀 지소(이레)는 엄마 정현(강혜정)과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는데, 새집을 얻는 데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웃집 할머니(김혜자)가 애지중지하는 개를 훔치면서 벌어지는 성장담이다. 따뜻한 이야기가 꼭 엄용훈 대표의 착한 심성을 닮았다.
-배우와 스탭이 상견례하는 ‘500만 출정식’으로 고사를 대
[엄용훈] 가부장 사회에서 가장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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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배우들과 조우한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3년 만에 돌아온다. 샤이아 러버프가 떠난 대신 마크 월버그가 합류했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완결편이라 생각됐던 <트랜스포머3>(2011)에서 시카고를 무대로 펼쳐졌던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마지막 결전 이후의 이야기다. 오랜 원작의 팬들 중에는 배우들이 교체된 것처럼 감독도 교체되길 원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어쨌건 적어도 박스오피스가 언제나 사랑해온 감독 마이클 베이가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았다. 무엇보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시리즈 사상 강력한 상대로 평가받는, 앞서 예고편에서 그 음산하고 날렵한 체구를 과시했던 ‘락다운’의 등장이다. 새로운 땅에서 맞닥뜨린 새로운 적들, 이번에도 <트랜스포머>를 외면하긴 힘들 것이다.
이제 진짜 여름이 시작되는구나. 마이클 베이의 새로운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매번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기다려온 팬들이라면 이번에도 한결같은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변신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