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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빌려준다? 딱 봐도 한심해 보이는 백수 아빠 채태만을 참다 못한 딸이 세상에 던진 당돌하고 발칙한 제안이다. 사람은 좋은데 변변한 일자리 하나 없는 태만을 답답해하는 건 아내 지수도 뒤지지 않는다. 홀로 가정을 이끌어가는 지수의 눈엔 “쓸모없는” 남편이 매사 걸리적거릴 뿐이다. 그런데 웬걸. 불량 아빠, 빵점 남편 태만을 빌려달라는 수상한 전화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기 시작한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 코믹하고 어수룩한 태만이 된 김상경과 온 힘으로 가족을 보듬는 지수를 연기한 문정희를 만나 물었다. ‘아빠 렌털’이라니요? 황당한 상황 속에서 이 가족은 대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집에서 놀지만 말고 뭐라도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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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제한상영가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김선 감독의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가 7월10일 대법원으로부터 제한상영가 최종 취소 판정을 받았다. <자가당착>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두 차례(2011년 6월14일, 2012년 9월22일)나 제한상영가를 받았고 여기에 불복한 감독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2013년 5월10일)한 바 있다. 그 뒤 영등위는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고등법원에 이어 대법원 상고까지 이어갔으나 결국 패소했다. 김선 감독은 <자가당착>의 제한상영가 등급은 취소됐을지 몰라도 제한상영가를 둘러싼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최종 승소한 소감부터 물어야겠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씁쓸하다. 대법원 판결 이유도 고등법원과 같은데 당연한 싸움을 2년간 끌었다. 영등위에 분노가 치민다. 영등위가 대법원 상고까지 하는 걸 보면서 상영 금지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정치 풍자를 두려
[flash on] 이겼지만 계속 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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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용 감독은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독립장편영화 <고갈>(2008) 조감독과 <똥파리>(2008) 제작부를 거친 뒤 단편 <얼어붙은 땅>(2010)으로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에 초청됐던 그는 이후 <밤벌레>(2012), <도시의 밤>(2012) 등을 만들며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이어왔다. 그의 첫 번째 장편 <거인>은 바로 그 지난 시간들을 결산하는 듯한 느낌의 영화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은 이제 드디어 치유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탕웨이의 남편’이기도 한 김태용 감독과 동명이인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시민평론가상과 올해의 배우상(최우식)을 수상하며 작품 그 자체로 더 각인된 것은 물론이다.
-<거인>은 거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알고 있다.
=나 역시 그룹홈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그때 겪었던 일들이 주요한 모티브가 됐다. 처음에는 그를 둘러
[flash on] 눈높이 낮추고 책임감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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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모모세, 여기를 봐>
2011 <시민 폴리스 69>
2010 <흰자위>
TV
2014 <우레로 미체험소녀> <어게인!!> <맛상> <모든 것이 F가 된다>
2013 <사이토씨2>
2012 <우레로 미완성소녀>
2011 <우레로 미확인소녀>
잡지 모델
<소엔> <JILLE> <린넬> <With>
<모모세, 여기를 봐>의 ‘모모세’라는 이름은 어쩐지 작지만 몸집이 단단한 새를 떠올리게 한다. 이름의 이미지처럼 씩씩하고 가끔 엉뚱하며 때때로 외로움을 타는 소녀, 모모세를 연기한 배우는 바로 하야미 아카리다. “모모세의 활발하고 소년 같은 성격”이 자신과 “닮았다”는 하야미 아카리는 캐릭터의 천진한 면을 살리기 위해 그동안 길러온 긴 생머리를 단숨에 잘랐다. 단발머리 덕분에 선이 굵고 이목구비가 선명한 얼
[who are you] 하야미 아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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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집을 나와 보호시설인 그룹홈에서 지내는 열일곱 영재(최우식)는 어느덧 시설을 나가야 할 나이가 됐지만, 무책임한 아버지(김수현) 집으로는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아 초조하다. 당장의 삶도 팍팍하다. 성당 안에서는 밝은 웃음을 띠며 언젠가 신부가 될 모범생처럼 지내지만, 한편으로는 후원품인 운동화를 훔쳐 학교에서 파는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다. 게다가 꿈에 그리는 신학교에 가기에는, 실업계 학생으로서 성적이 영 시원찮다. 점점 진짜 독립해야 할 날이 다가오고 있지만 그 무엇도 속 시원히 풀려가는 일이 없는 것. 그처럼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한데, 자신에게 동생 민재(장유상)마저 떠맡기려는 아버지로 인해 절망과 분노는 극에 달한다. 모든 게 그대로인데 몸집만 커져버린 ‘거인’의 무게가 그 위태로운 영혼을 짓누른다.
스스로 고아가 된 <거인>의 영재를 연기한 최우식은 단연 올해의 발견이라 부를 만하다. 2011년 TV드라마 <짝패>에서
[최우식]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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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2014 <나의 독재자> 미술감독
2014 <신촌좀비만화> 미술감독
2013 <변호인> 미술팀장
2013 <설국열차> 세트 디자이너
2011 <고지전> 미술팀
2010 <악마를 보았다> 컨셉 디자인
2010 <이끼> 소품팀
2009 <마더> 세트 드레서
2007 <눈부신 날에> 촬영팀
2005 <새드무비> 촬영부
“시대극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나의 독재자>는 김병한 미술감독의 입봉작이다. 하지만 ‘얼음’ 대신 ‘어름’이 적힌 간판이 즐비한 70년대 거리는 그에게 낯선 공간이 아니다. 류성희 미술감독팀에서 <고지전>과 <변호인> 등을 제작하며 시대극만의 독특한 공기와 방법론을 익혔기 때문. 미술팀 식구들도 시대극에 정통한 팀원들로 꾸렸다. 옛날 풍경이 사실적이라는 칭찬에 차분하게 답하던 그가 미술팀에 고마움을 표한다. “70
[STAFF 37.5] “시간에 대한 섬세한 감각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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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는 부지영 감독의 첫 번째 상업영화이자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이후 두 번째 장편영화다. 이랜드 홈에버 파업, 홍익대 청소노동자 파업 등을 모티브 삼은 <카트>는 마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회사의 부당해고에 맞서 제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담는다. 인터뷰 중 부지영 감독이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더 또랑또랑하게 만들어 답한 순간이 있었다. 정규직으로서 어떻게든 자기 자리만 보전하려는 최 과장(이승준)이나 자신들의 불편함이 먼저인 마트의 고객이 참 나쁜 사람들이라고 얘기했을 때였다. 부지영 감독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잘 몰라서 그렇다. 그들은 내 돈으로 마트에서 소비하는 거니 응당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중심으로 사고하면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마트 직원들이 왜 파업을 하는지까지는 생각하지 못하는 거다.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조금만 마음을 열고 눈을 뜨면 그들에게 공감
[부지영] 마음을 열고 눈을 뜨면 들리는 내 주변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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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반듯한 청년. 스튜디오에 들어선 도경수를 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와 큼지막한 눈이 만들어내는 묘한 신뢰감.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촬영 내내 별말 없이 차분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이 왠지 듬직해 보인달까. 그건 반듯함과는 또 다른 신중함처럼 보였다. 그러면서도 도경수는 예의 해사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건 또 제 주변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데울 줄 아는 능력 같아 보였다. 그런 도경수가 자신의 첫 번째 영화 <카트>에서 불만 가득한 얼굴로 엄마를 대하는 아들, 여동생에게 살가운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쌀쌀맞은 오빠로 변했다. 차분하고 예의 바른 도경수가 보여주는 방황 혹은 반항이란 어떤 걸까. 지켜보고 싶었다.
<카트>에서 도경수가 연기한 고등학생 태영은 시종일관 까칠하고 무뚝뚝하다. 이유는 있다. 마트 일로 만날 바쁜 엄마(염정아)가 깜빡 잊고 급식비를 미납해 속상해서이기도 하고 친구들과 달리 자신만 구
[도경수] 마음속 어둠을 열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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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쭉하고 가냘픈 몸의 곡선을 그대로 살려 도도하고 까칠하며 새침한 캐릭터를 두루 걸쳐온 여배우. 염정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런 염정아에게 <카트>의 한선희는 지금까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분위기의 캐릭터다. 이번만큼은 염정아의 큰 키가 더없이 껑충해 보이고, 호리호리한 몸은 있던 특징도 없애버린다는 유니폼 속에 흔적도 없이 파묻혀버린다. 그녀가 구부정한 어깨로 주변의 눈치를 보며 이리 뛰고 저리 뛸 때면 금방이라도 고꾸라질 것 같아 위태롭다. “모니터 보면서 알았다. 내 큰 키, 그게 되게 안쓰러워 보이더라.” 그렇게 염정아와 마주앉아 염정아와 한선희를 견줘보다가 문득 염정아는 한선희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더 마트’의 비정규직 사원 한선희는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5년 동안 단 1점의 벌점도 받지 않았고 갖은 연장 근무도 군소리 없이 해왔으니 이번만큼은 희망을 걸어본다. “선희는 우리 엄마처럼 희생적이고
[염정아] 소박함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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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거 있니?”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선배 염정아가 후배 도경수를 살뜰히 챙긴다. <카트>에서 엄마 선희와 아들 태영으로 호흡을 맞출 때도 그랬을까. “선배 앞에서 눈치 보고 연기하면 절대 안 된다”, “떨지 말고 너 하던 대로 편하게 해라”. 염정아는 엄마 같은 마음으로 연기를 처음 하는 도경수를 편안한 분위기로 이끌었다. 그렇게 엄마와 아들로 만난 두 사람은 <카트>를 통해 각자의 도전을 시도했다. 도도할 것만 같던 염정아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선희가 됐고 큰소리 한번 내지 않고 살아왔다는 도경수는 반항기 가득한 소년 태영이 되었다. 영화 개봉(11월13일)에 앞서 두 사람을 만났다. <카트>가 두 사람에게 남긴 진한 흔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카트] 노동자 엄마 반항아 아들의 세상을 향한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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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픽쳐스 김주성 대표는 광고(제일기획), 방송(CJ미디어 대표(2009∼2012년)), 영화(삼성영상사업단(1995년), CJ엔터테인먼트 대표(2005∼2009년)), IPTV 플랫폼(KT미디어허브 대표(2012년)) 등 콘텐츠 산업의 다양한 분야를 두루 거친 전문 경영인이다. 올해 초, KT 황창규 신임 회장 체제에서 유임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회사를 나와 투자배급사 와우픽쳐스를 설립해 새로운 도전을 했다. CJ엔터테인먼트 대표 시절, 해외 공동제작의 중요성을 유독 강조했던 그는 “최종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잘해보려는 건 아니다. 아시아와 전세계에 통하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회사 설립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이 없을 것 같다.
=새로운 업무가 아니니 정신이 없진 않다. 기존에 해왔던 것을 하는 건 의미가 없는 듯하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황창규 신임 회장 체
[flash on] 천천히, 단단히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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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나의 독재자> <마녀> <우는 남자>
2013 <관상> <고양이 소녀>
2009 <김씨 표류기> 외
뮤지컬
2014 <비스티 보이즈> <글루미데이> <나쁜자석> <빨래> 외
“철주 하자!” 이규형은 <나의 독재자>의 이해준 감독이 했다는 이 말을 잊을 수 없어 보였다. 연극과 뮤지컬로 연기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왔지만 상업영화에서는 눈에 띄는 역할을 맡지 못하던 차에 철주라는 비중 있는 역을 맡게 됐다. 철주는 서울대 국문과 출신의 주사파로 중앙정보부가 김일성 대역 배우인 성근(설경구)의 사상 교육을 위해 성근 옆에 붙인 인물이다. 이규형은 유약해 보이나 ‘똘끼’가 느껴지는 엘리트 청년을 표현하기 위해 한달 반 동안 14kg 가까이 체중을 감량했다. 대사에 나오는 교조주의, 주체사상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아야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아 중국
[who are you] 이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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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 마돈나>와 <김씨 표류기>, 그리고 <나의 독재자>. 이해준 감독이 만든 모든 영화의오프닝 크레딧에선 ‘반짝반짝영화사’라는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2000년대 초, 충무로의 주목받는 여성 프로듀서와 재능 있는 시나리오작가로 인연을 맺은 반짝반짝영화사의 김무령 대표와 이해준 감독은 오랜 영화적 동지다. <살인의 추억>을 함께 작업한 봉준호 감독이 ‘철의 여인’이라 부를 정도인 김무령 대표의 철두철미한 성격과 이해준 감독 특유의 독특한 감성이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일까. 그들의 영화는 최근 충무로에서 보기 드문 소재와 디테일함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10월30일 개봉하는 <나의 독재자>는 두 사람의 세 번째 합작품이다.
-<나의 독재자>는 <천하장사 마돈나> <김씨 표류기>에 이어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세 번째 작품이다. 개봉을 앞두고 요즘 어떤 얘기를 나누나.
=김무령_별 말
[이해준, 김무령] 아버지께 꼭 보여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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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청춘.’ 박해일은 <나의 독재자>의 태식을 그렇게 표현했다. “삼십대에 연기하는 마지막 인물이지 않을까 싶어 나에겐 청춘으로서 마지막 캐릭터라는 느낌도 있다. 화면도 최대한 뽀얗게 해달라고 했다! (웃음) 결핍이 많은 태식은 어른이 돼도 내면은 성장하지 못한 채 여전히 철없는 마음으로 아버지를 바라본다. 영화가 드러내고자 하는 코믹한 톤이 있지만 태식의 내면까지 밝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렇다면 태식이 가진 어둠이 순간순간 보일 타점들은 어디일까. 무겁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런 태식의 과거들을 오래 생각해볼 필요는 있었다.”
사고친 아버지의 일을 수습하느라 고등학교 연합고사를 볼 수 없었던 소년 태식은 자라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다단계로 건강보조기구를 판매하고 있는 태식은 빚더미를 타고 앉았어도 강남에 살며 외제차를 모는 인물이다. 박해일이 연기하는 성인 태식은 기운찬 목소리로 “돈은 목숨!”이라고 외치며 영화의 2막을 연다. 배우가 되기 전의 청년
[박해일] 어쩐지 낯설지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