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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를 잡아먹는 배역이 있다. 좀처럼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강렬한 존재감은 종종 현실로 넘어와 배우를 압도하기도 한다. 해리 포터는 그런 의미에서 손에 꼽을 만한 캐릭터 중 하나다. “해리 포터가 책에서 빠져나와 그대로 걸어 들어오는 것 같았다”는 조앤 K. 롤링의 한마디로 소년은 해리 포터가 되었다. 똘망똘망한 눈에 큰 안경, 해맑은 미소의 소년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완벽히 구현하며” 현실영역에서 말 그대로 ‘되살아난’ 것이다. 해리 포터는 대니얼 래드클리프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이자 축복이었지만 동시에 넘어야 할 산이기도 했다. 많은 배우들이 거대한 배역을 맡은 이후 좌절한다. 때론 이를 극복하며 새롭게 거듭나기도 한다. 배우로서 단단해진다는 건 그런 담금질의 과정을 거쳤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니얼 래드클리프의 경우 여느 배우들과 달리 애초에 이 위대한 배역과 싸워볼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다. 그는 처음부터 해리 포터로 태어났고 이후 배우로 자각하기 시작한 뒤
[대니얼 래드클리프] <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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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패션왕>
2013 <젊은 예술가들>, 단편 <섹스킹>
2010 단편 <증상>
2009 단편 <헤모필리아>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피테쿠스!” 범상치 않은 첫마디로 폭소를 유발한 신 스틸러는 바로 <패션왕>의 창주다. 주인공 기명(주원)의 단짝친구 창주는 금박지 재킷, 파란 아이섀도, 꽃무늬 원피스 등 4차원 패션을 통해 존재감을 뽐낸다. 그런 창주를 연기한 신주환은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지인들 사이에서 싱크로율 100%의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으로 불렸다. “웹툰이 나왔을 때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거기 나 닮은 캐릭터가 있다고. 그게 창주였다. (웃음)” 닮은 것이 전부는 아니다. “웹툰과 또 다른 창주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던 그는 등장하는 대목의 대사를 직접 제안할 만큼 열성적이었다. “원작 캐릭터에 신선함을 더하면서 만화적인 부분과 현실적인 부분의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who are you] 신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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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우승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냉혹한 <헝거게임>의 세계에서, 팬들의 눈물과 더불어 안녕을 고한 등장인물들은 벌써 수십명에 달한다. 하지만 시리즈의 새로운 장은 새로운 인물들이 채우는 법. <헝거게임: 모킹제이>에서 캣니스의 주요 조력자나 주변 인물로 새롭게 주목해야 할 만한 인물들을 소개한다.
알마 코인
줄리언 무어
13구역의 대통령. 75년 전 캐피톨에 반란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철의 여인이다. 그 전쟁의 여파로 가족을 잃었다. 홀로 대중의 운명을 좌우할 선택과 책임을 짊어진다는 점에서 캣니스와 비슷한 점이 많은 인물. 헝거게임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캣니스를 자신이 주도하는 혁명의 상징으로 삼으려 한다. 수잔 콜린스의 원작 소설에서 그녀는 캣니스의 시선으로 묘사되었으며 비중도 많은 편이 아니었지만, 줄리언 무어가 시리즈에 새롭게 합류하며 주요 인물로 거듭나게 되었다. 원작 소설의 내용이 변하지 않는다면, <헝거게임: 모킹제이> 2부의 중요
[헝거게임: 모킹제이] 천재 해커에서 대통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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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게임이 아니라 전쟁이다. 수잔 콜린스의 판타지 소설 <모킹제이>를 원작으로 한 <헝거게임: 모킹제이>의 첫 파트(두번째 파트는 2015년 개봉예정이다)가 11월20일 국내 개봉한다. 미국의 10대, 20대 젊은 독자층을 겨냥한 영어덜트 소설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즈의 3편에 해당되는 이 작품은 특유의 진중하고 어두운 세계관을 일관성 있게 전개해왔다. 캐피톨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이번 작품은 더 많은 죽음과 비극으로 가득하다. 개봉에 앞서 <헝거게임: 모킹제이>에 궁금한 점과 이번 작품에서 보다 주목해야 할 등장인물들을 소개한다.
1 수잔 콜린스의 원작 <모킹제이>를 영화화했다는데, 1부의 내용은 어디까지인가?
“이제 12구역은 없어.” 낯선 비행선에서 고향이 없어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듣고 패닉에 빠지는 캣니스(제니퍼 로렌스)의 표정. 그 공포에 질린 캣니스의 얼굴로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는 막을 내렸었다
[헝거게임: 모킹제이] 더 거대한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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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2015 <소녀> <조선명탐정: 놉의 딸>
2014 <카트> <제보자>
2013 <변호인> <찌라시: 위험한 소문> <관능의 법칙> <연애의 온도>
2012 <건축학개론>
2011 <의뢰인>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2010 <의형제> <혜화,동>
2008 <영화는 영화다>
“디스크가 생겨서 물리치료 받으러 다니고 있다.” 부상 소식에 놀라 이유를 물으니 “오지랖” 때문이란다. 40여명의 연극배우들이 <카트>에서 이름 없는 조합원 역할들을 맡아주게 된 데에는 최철웅 캐스팅 디렉터의 오랜 설득이 있었다. “우리 누나들도 OO야~ 하고 불리다가 시집가니까 그냥 ‘누구 엄마’, ‘얘야’가 되더라. <카트>를 보며 자기 이름을 잃은 누나들 생각이 많이 났고, 이들 한명 한명이 모두 삶의 주인공이라는
[STAFF 37.5] 이유 있는 오지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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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왕>은 바로 세상의 중심에서 패션을 외치는 한 왕따 소년의 이야기다. ‘간지’에 눈뜬 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가 되기로 결심한 기안고 ‘빵셔틀’ 우기명(주원)의 인생을 건 도전과 라이벌 원호(안재현)와의 런웨이 배틀, 그리고 그의 곁에서 언제나 이름을 불러주는 전교 1등 은진(설리)은 만화가 아니라 생생한 우리 주변의 존재가 된다. <패션왕>은 누적 조회수 5억뷰, 26주간 네이버 웹툰 1위, 평균 회당 조회수 440만건, 기록만으로도 화제를 모은 동명 웹툰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형형색색 캐릭터들의 매력과 패션의 향연, 그리고 각종 패러디 열풍과 신조어를 낳았던 원작이 어떻게 실사로 옮겨질지 팬들의 기대가 컸다. <선물>(2001)로 데뷔한 이후 로맨틱 코미디 <작업의 정석>(2005), 호러영화 <두사람이다>(2007), 그리고 중국과의 합작영화 <이별계약>(2013) 등 다양한 행보를 보여온 오기환 감독은
[오기환] 표류 끝, 부유 끝, 유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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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것들>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의 김경묵 감독이 병역을 거부했다. 학교의 위계적인 문화에 대한 반감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했던 그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순서였는지 모른다. 예상되는 1년6개월의 수감에 대한 무력감을 이겨내며 꼼꼼하게 소견서도 썼다. ‘어둠은 빛보다 어둡지 않다’라는 문구를 쓸 때 특히 힘이 들어갔다. 처음에 한두장으로 끝내려고 했던 소견서는 다섯쪽을 꽉꽉 채운 뒤에야 멈췄다. ‘겁 없는’ 감독이던 그가 그 어느 때보다 ‘두려움’이라는 감정과 깊이 마주한 시간이었다. 오는 11월19일 첫 심리 공판을 앞둔 김 감독을 만났다. 영화 대신 소견서가 이날의 텍스트였다.
-소견서를 쓰는 데 며칠 걸렸나.
=9월 초부터 쓰려 해봤지만 2주간은 아무것도 못 썼다. 그냥 ‘병역을 거부합니다’라고만 써낼까 싶었는데 소견서라는 게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기도 하지 않나. 왜 안 써질까를 생각해보니 내가 쓰려던 게 당시 느꼈던 가장 절실한 감정이 아니었다.
[flash on] 사는 게 내 영화 제목과 비슷한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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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한국을 방문했던 로건 레먼은 ‘샤이 보이’라는 별명을 얻어갔다. 상대(정확히는 전현무 아나운서)의 무안한 칭찬과 짓궂은 장난에 얼굴이 새빨개져선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웃음만 흘렸던 소년은 그사이 어른이 되어 있었다. <퓨리> 홍보차 로건 레먼이 한국을 찾았다. 티 없이 맑은 얼굴과 크지 않은 몸집은 레먼을 여전히 10대 소년으로 오해하게 만들지만, 그의 눈빛과 연기와 태도엔 확실히 여유와 강단이 보태졌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역할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 같다. 이전보다 성숙하고, 깊이 있고, 복잡한 배역들이 들어오는데, 이젠 열여덟살 때 연기했던 순수한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게 좀 지루해졌다.” 최근에서야, 정확히는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노아>와 데이비드 에이어의 <퓨리>에 이르러서야 “성숙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성인배우가 된 느낌이 든다”고도 했다. ‘퍼시 잭슨’의 그림자와 귀엽기만 한 남동생 이미지는 <노아>
[로건 레먼] <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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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사랑이다? 멀지 않은 미래, 식량 위기로 혼란에 빠진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인터스텔라>는 인류의 멸종에 맞서 시공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들의 모험기이자 또한 그것을 초월하는 멜로드라마다. 브랜드(앤 해서웨이)를 비롯한 소수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지하 벙커에 격리된 채로 더이상 인류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지구에서 떠날 방법을 찾고, 목숨을 걸고 새로운 행성을 찾아 우주로 나설 준비를 한다. 지난 20세기에 범한 잘못이 전세계적인 식량 부족을 불러왔고, 공식적으로 해체된 것으로 알려진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마치 비밀 사조직처럼 은거 중인 것. 그들은 토성 근처에서 불가사의한 현상을 발견하는데, 고차원의 시공간으로 향하는 웜홀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우연히 그들에게 가닿은 전직 NASA 우주비행사 쿠퍼(매튜 매커너헤이)가 합류해 ‘나사로 미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특별탐험팀은 왕복탐사선과 착륙선, 그리고 내공비행선을 제작해 불가사의한 틈으로 열린 미
[앤 해서웨이] <인터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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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봄>
2012 <꽃은 시드는 게 아니라…>(단편)
첫사랑에 빠진 소녀 같다. <봄>의 민경과 배우 이유영 둘 다 말이다. 시골에서 허드렛일을 전전하던 민경은 요양 온 조각가 앞에 모델로 설 때만큼은 청아한 얼굴로 변한다. “시나리오를 읽고 한눈에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영도 작품에 대해 말할 때마다 홍조를 띠고 한껏 들뜬 표정이다. 데뷔작으로 밀라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녀지만 알고 보면 민경처럼 전혀 다른 길을 걷다 적성을 찾았다. 남들처럼 “대학에 가는 대신 미용 일을 하다 22살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해 연기를 시작”했을 때 “민경이 그랬듯 나 자신을 찾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다른 점은 “털털하고 거침없다”는 것. 풍파에 시달리며 얼굴에 흉터처럼 그림자가 드리운 민경과 달리 이유영은 발랄하고 해맑다. 힘들었던 점을 묻자 “정말 재밌었다. 촬영 내내 경치 좋고 공기 좋은 데 놀러간 기분이었다”는 답이 먼저 나온다
[who are you] 이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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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축구 영화다. 임유철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누구에게나 찬란한>(11월6일 개봉)은 국내 최초 지역아동센터 유소년 축구팀 희망FC의 도전을 다룬 이야기다.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 축구팀을 그렸던 전작 <비상>(2006)이 그랬듯이 어려운 환경에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축구를 하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촬영 도중 다큐멘터리의 원래 주인공이었던 희망FC 박철우 감독이 사임하고, 김태근 감독이 새로 부임하는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임유철 감독이 6년 동안 끝까지 카메라를 놓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시사 때 희망FC 아이들이 참석해 영화를 봤다.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나.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굉장히 좋아했다. 박철우 감독이 팀에서 나간 뒤 김태근 감독이 오기까지 3개월 정도 걸렸다. 그동안 실질적으로 연습이 불가능했다. 부모님들 모두 나를 원망했다. ‘영화 때문에 박철우 감독을 자른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영화를 공개한 뒤에는 모든 오
[임유철] 정직한 땀이 일구는 가치를 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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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웃느라고 바쁘다.” 에픽하이의 정규 8집 앨범 ≪신발장≫이 각종 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에 대한 타블로의 말이다. 올해로 데뷔 11주년을 맞이한 에픽하이의 세 멤버들은 순간의 감정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그 찰나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얻은 듯 보였다. 지난 앨범의 부진, 학력위조 논란 등의 시련을 겪으며 타블로와 투컷, 미쓰라가 떠올렸던 건 지난 11년간 그들과 함께했던 다양한 감정의 파노라마였다. 그 감정들을 신발장에 가지런히 놓인 신발처럼 차곡차곡 눌러담은 에픽하이의 8집 앨범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신발장≫의 타이틀곡 <헤픈 엔딩>이 각종 차트에서 2주간 1위를 했다. <Born Hater>와 <스포일러> 등 다른 곡들도 상위권에 오르는 등 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최근 서로 어떤 얘기들을 나누나.
=타블로_그냥 웃느라고 바쁘다. 다시 음악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이런 놀라운 결과는 기대도 안
[trans x cross] 상처 뒤에 얻은 여유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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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 문정희가 연기한 지수는 ‘슈퍼맘’이다. 10년째 백수로 지내는 남편 태만(김상경)을 대신해 미용실을 운영하며 가족 생계를 책임진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강한 모성애를 보여줬던 전작 <연가시>(2012)와 <숨바꼭질>(2013)과 달리 지수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평범한 아줌마다. 스튜디오에 들어오자마자 사진 찍는 순서를 직접 챙길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문정희의 모습은 슈퍼맘 지수와 똑 닮았다.
-사진 찍는 순서까지 직접 체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씨네21> 표지 촬영이 처음이라 그런 건 아니고. (웃음) 사진은 오래 남는 데다가 영화가 잘됐으면 좋겠다 싶어서. 영화는 봤나. 어땠나.
-따뜻한 가족 드라마였다. 전작 <연가시>와 <숨바꼭질>에 비하면 지수는 지극히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다.
=전작에서 센 캐릭터를 연기했다.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인물들이었다. 그래서 <숨바꼭질>
[문정희] 한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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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출신이면 뭐하나. 하는 일마다 족족 실패다. 심지어 지금은 하는 일도 없는 백수 아빠에 무능 남편이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 김상경은 집안의 근심 덩어리인 가장 채태만이 되었다. 고집스레 현장을 누비던 형사(<살인의 추억> <몽타주>)나 의사, 검사, 재벌 2세 같은 번듯한 캐릭터를 익숙하게 소화해온 김상경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김상경은 태만이라는 낯선 인물로 어떤 변화를 시도한 걸까.
-전작인 <몽타주>와 비교해도 전혀 다른 장르와 캐릭터다. 어떤 면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나.
=일단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아빠를 빌려준다’는 설정도 충분히 개연성 있어 보였다. 심부름센터나 흥신소도 많잖나. 무엇보다 내가 안 해본 캐릭터였다는 게 컸다. 어떻게 보면 <몽타주>까지는 내가 해온 틀 안에 있는 편이었다. 근데 이건 전혀 해본 적 없는 거라 흥미로웠다.
-그간 해보지 않았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코믹.
[김상경] 내가 모르는 나를 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