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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들과 가장 어린 부모. 김애란 작가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두근두근 내 인생>은 남들보다 빨리 늙는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아름(조성목)의 이야기다. 한때 태권도 유망주였던 대수(강동원)와 가수를 꿈꾸던 당찬 성격의 미라(송혜교)는 17살에 아이를 가져 불과 34살에 16살, 하지만 신체 나이는 80살인 아들 아름의 부모가 되어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나아가던 아름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고 이런저런 두근거리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성석제 작가는 원작 <두근두근 내 인생>에 대해 “인생이 알 수 없는 신비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나이든 어린 영혼이 건네는 이야기를 읽는 동안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며 “비극에서 낙천의 보석을 골라내는 타고난 재능, 희극에서 통찰에 이르는 길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정묘한 내비게이터의 면모를 본다”고 썼다. 이재용 감독이 가 닿고자 했던 지점도 그 말 속에 녹아 있다. 최근 <여배우들&
[이재용] ‘산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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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전설>은 데이비드 밴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여러 편의 소설을 모은 한권의 책이기도 한 <자살의 전설>은 십대에 아버지를 잃은 데이비드 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자살한 아버지, 가족 문제가 심각했던 새어머니, 어머니의 가족들, 아버지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차례로 쓴 작가는 지금 이혼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다. 무의식이야말로 소설의 가장 큰 자양분이라는 그는, 가장 가까운 이들의 삶으로부터 무의식의 자양분을 얻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오전에는 집필 때문에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나는 미리 계획을 짜거나 아우트라인을 완성하고 소설을 쓰지 않는다. 그냥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면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본다. 매일 아침 2시간씩 쓴다.
-2시간씩만 쓰나.
=2시간만 쓰고 남은 일과 중에는 소설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구성에 대해서든 뭐든. 매일 아침 자연스럽게 글을 써내려갈 뿐이다.
[trans x cross] 무의식의 흐름 붙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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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의 함대길이 되는 순간, 원작 만화와 전편 <타짜>와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타짜2>에 합류한다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큰 산”이라는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다. 잘해야 본전, 얻는다 해도 많지 않은 득일 게 훤했다. 하지만 그 엄청난 리스크가 최승현을 <타짜2>의 세계로 끌어당겼다. 초짜에서 타짜를 거쳐 마침내 신의 손에까지 이르는 함대길의 험난한 여정에 최승현은 겁없이 올라탔다. 자신의 세 번째 영화 <타짜2>의 개봉(9월3일)을 딱 일주일 앞둔 시점에 그와 마주 앉았다. 함대길이라는 “도박 같은” 인물에 기꺼이 자신을 올인한 최승현의 한수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보자마자 최승현이 자세를 낮춰 인사를 건넨다. 낯을 가리는 수줍음 많은 소년 같다고 느껴질 만큼 정중했다. 사진 촬영 내내 별말이 없어 강형철 감독이 말한 “엉뚱하고 허술한” 최
[최승현] 대담하고 화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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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이해하는 마지막 단계는 그것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다. 뤽 베송 감독의 저력은 아무도 딛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는 그 길을 구체적으로 풀어 친절하게 제시하는 데 있다. <루시>는 시간과 존재에 대한 뤽 베송의 철학적 비전이 담긴 영화지만 그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쉽고 편안하고 재미있다. <루시>의 제작과정을 알려주는 그의 말투도 자신의 영화를 닮았다. 각종 비유를 동원한 맛깔나는 설명을 듣다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루시>는 당신 영화 중 최고의 흥행을 거두고 있다. 축하한다.
=모든 영화를 열정적으로 만들었지만 시기나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흥행이 되지 않는다. 그건 오직 관객의 마음에 달린 일이다. 결과에는 겸손하고 싶다. 감독으로서 내 역할이 실패했을 때 책임지는 거니까. (웃음) 국가,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영화를 이해해주는 것 같아 기분은 좋다.
-SF, 액션 등의 요소가 있지만
[flash on] “누구라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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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의 교수이자 영화학자인 크리스 베리가 한국을 찾았다. ‘세계 속의 한국영화: 한•중영화 커넥션과 그 너머’라는 주제로 한국예술종합학교 ‘트랜스: 아시아영상문화연구소’와 한국영상자료원이 공동주관하는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중국 내 소수민족 영화를 꾸준히 연구해왔고, 그중에서도 조선족 출신인 영화감독 장률에 관심이 많다. 4년 전에도 장률 감독의 영화에 관한 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그는 장률과 티베트의 페마 체단 감독의 영화 세계를 비교했고, 문화이론에서 기존의 민족 개념을 넘어서는 트랜스내셔널리즘적 접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번 심포지엄에 참여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중국영화로 학사, 박사 학위를 받으며 꾸준히 공부해오던 차였다. <China on Screen>이라는 책을 공동집필하면서 소수민족의 영화가 나의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1990년대 중반 한국에 학술 투어를 왔다가 운 좋게도 트랜스:
[flash on] 탈민족 관점에서 소수민족 영화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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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 스톤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 시리즈로 가둬놓을 수는 없다. 그에게는 영화 속 스파이더맨인 앤드루 가필드를 현실의 남자친구로 만들어준 보배로운 시리즈이겠지만(최근에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하며 연인 앤드루 가필드를 다음 타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팬들은 그가 더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었고 우디 앨런의 <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신선한 출구가 됐다. 1988년생 에마 스톤은 여러 TV드라마를 통해 경력을 쌓아가다 <슈퍼배드>(2007), <좀비랜드>(2009), <이지A>(2010) 등을 통해 할리우드의 ‘잇걸’로 등극했다. 또래의 주목할 만한 배우들을 모두 제치고 새로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한국 음식을 무척 좋아하는) 여주인공 ‘그웬 스테이시’로 발탁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500일의 썸머>(2009)의 감독이기도 했던 마크 웹 또한 이 시리즈의 새로운 감독으로 이
[에마 스톤] <매직 인 더 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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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바이패스> <프라이드>
2013 <선샤인 온 리스> <블랙퍼스트 위드 조니 윌킨슨> <포 도즈 인 페릴> <하우 아이 리브 나우>
2012 <프라이빗 피스풀>
2009 <더 보이즈 아 백>
2008 <디파이언스>
2006 <도둑의 왕>
2003 <피터 팬>
드라마
2015 <캡틴 판타스틱>(촬영 중)
2012 <버드송> 외
<피터 팬>의 주근깨 ‘뽀글머리’ 소년이 <선샤인 온 리스>의 훈남으로 자랐다. 게다가 특유의 귀여움을 훈훈한 얼굴 어딘가에 남겨둔 채로 말이다. 호주 출신으로 영국에서 자란 조지 매케이는 9살 무렵 학교로 찾아온 캐스팅 관계자의 눈에 띄어 <피터 팬> 컬리 역으로 데뷔했다. 그 덕에 학교 수업에서 빠진 매케이는 “이거구나!” 하며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꼭
[who are you] 조지 매케이 George Mack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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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소나기> <벙어리 삼룡이> 현재 작업 중
“어디? 레바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연필로명상하기’에 취재를 다녀온 이주현 기자가 그곳에 레바논 출신의 애니메이터가 있다는 말을 전하자, 다들 되물었다. 미국도, 유럽도 아닌 레바논에서 애니메이션을 하러 한국에 왔다고? 게다가 1920~30년대 한국 문인들이 쓴 단편문학을 애니메이션화하는 작업에 참여한다니.
‘패트릭 스패르, 2013년 6월24일.’ 스탭들이 연필로명상하기에서 처음으로 일을 시작할 때면 안재훈 감독이 직접 써준다는 이름표가 스패르의 자리에도 놓여 있다. “이거 받았을 때 정말 행복했다. 대학 졸업 후 베이루트에서 7년간 프리랜서로 TV광고용 애니메이션 작업을 했지만 한번도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여기 오기까지 오랜 시간을 보낸 후라 더 감사했다.” 그의 기쁨 뒤엔 애니메이션을 향한 애정과 연필로명상하기를 향한 끈질긴 구애가 있
[STAFF 37.5] 나답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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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아는 사실을 모두가 아는 방식으로 듣는 건 재미없다. 한눈에 봐도 육감적인 아름다움이 넘쳐흐르는 스칼렛 요한슨의 외모는 고전적인 금발 미녀의 전형에 가깝다. 풍만한 육체에서 묻어나는 성숙한 분위기는 데뷔 초기부터 그녀를 또래의 여배우들과 구별됐다. 또 한 가지 색다른 면은 제시카 알바나 아만다 사이프리드 같은 당대의 여배우들보다 주디 갈런드나 마릴린 먼로와 비교하는 편이 더 편하다는 점이다. 한데 할리우드 고전 스타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스칼렛 요한슨의 우아함이 그녀의 소탈함과 섞이는 순간 그녀는 인형에서 사람으로 거듭난다. 이 모양이 사뭇 이질적이고 그래서 더 끌린다.
영화가 아이콘에게 바라는 건 살아 있는 표정이 아니라 몇번을 반복해도 망가지지 않는 안정적인 형태다. 몇몇 할리우드 스타들은 이 역할에 충실하다. 필요에 따라 언제든 ‘금발의 고혹적인 미녀’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교체가 가능하고 유의어처럼 소비되는 것이다. 배우는 사라져도 금발의 미녀라는 아이콘은 영생한
[스칼렛 요한슨] 금발로 가릴 수 없는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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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들랏 타히믹은 필리핀 독립영화의 대부이자, 신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을 통해 지난 30여년간 제3세계 영화를 대표해온 이름이기도 하다. 특별전에서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한 시각예술가 허상범은 그와 그의 영화에 대해 “종종 스스로 민족문화에 대한 상징적 캐릭터를 만들고 그 인물을 현실로서 기록하는 미학적 전략을 취한다. <향기로운 악몽>(1977)에서는 최초의 우주인으로 버너 본 브라운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만들고 자신은 그 인물에 팬레터를 보내는 상황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특별전에서 열정적인 퍼포먼스까지 진행한 그는 한국 남부지역의 계단식 논이 보고 싶다며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마치 졸업생처럼 학사모를 쓰고 나와 진행한 퍼포먼스가 무척 인상적이다. (웃음)
=할리우드 대학을 20년 만에 졸업했다는 의미다. (웃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다 필요 없고 우리 고유의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기술적인 장비도 필요하고 이야기도 생각해내야 한다. 어렵지만 계속 고민해야 한다. 지금
[flash on] 우주적 흐름에 영화를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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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편이다. 발레와 힙합댄스의 만남, 스트리트 댄스, 3D 테크놀로지 댄스 등 시리즈마다 새로운 춤의 영역을 스크린에 담아온 <스텝업> 시리즈가 다시 돌아왔다. <스텝업: 올인>이라는 제목처럼 이번엔 시리즈의 모든 걸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그 중심에 시리즈를 총괄해온 안무가 자말 심스가 있다. 17살 때부터 프로댄서로 활동해온 그는 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해온 최고의 안무가다. 제니퍼 로페즈, 마돈나, 마일리 사이러스, 어셔의 뮤직비디오와 무대 퍼포먼스, 뮤지컬 <렌트>, 영화 <풋루스> 등이 모두 그가 참여한 작품이다. <스텝업> 시리즈를 가능하게 하는 ‘연결조직세포’ 자말 심스를 만났다.
-매 시리즈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이번 시리즈의 핵심은 댄스 배틀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쇼 배틀 경연을 위한 과정이 중심이다. 그 때문에 이전 시리즈에서 두각을 보인 댄서들이 돌아온다. 춤의 장르와 스타일도 다양해진다
[flash on] 춤꾼의 눈엔 프랑켄슈타인도 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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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쿤츠의 소설 <살인예언자> 첫 번째 편이 스티븐 소머즈의 손에서 <오드 토머스>로 영화화됐다. <오드 토머스>는 마을에 나타난 낯선 남자의 주변에 죽음의 마물 ‘바다흐’가 떼지어 몰려든 것을 본 오드 토머스가 거대한 참사를 예감하고 이를 막기 위해 분투한다는 이야기다. 스티븐 소머즈의 <오드 토머스>는 “내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 단 한번도 마음에 든 적이 없었다”라는 이 섬세한 작가에게도 대단히 흡족했던 모양이다. 수십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장르문학 대가가 영화 <오드 토머스>의 프로모션차 보내온 길고 유쾌한 서신을 짤막하게 정리해 이곳에 옮긴다.
-‘죽음을 예견하는 남자’라는 설정과 주인공 오드 토머스의 캐릭터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됐나.
=소설 <공포의 얼굴>을 쓰고 있을 때, “내 이름은 오드 토머스, 나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라는 대사 한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순간 일기장을 펴고 이 대
[flash on] 내 작품 영화화한 중 처음으로 마음에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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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이고 무뚝뚝한 영국 신사’ 혹은 ‘<오만과 편견>의 영원한 미스터 다아시’. 콜린 퍼스를 정의내리고자 하는 여러 시도는 이제 별 의미가 없을 정도로, 어느덧 50대 중반에 접어든 그는 이제 그만의 고유한 향기를 풍긴다. 특히 오랜 연인의 죽음 이후 삶의 의미를 상실한 채 죽음보다 더한 외로운 일상을 살아갔던 <싱글맨>(2009), 왕위를 포기한 형 때문에 본의 아니게 왕위에 오른 말더듬이 영국 왕으로 출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가져간 <킹스 스피치>(2010)를 거치며 그 존재감은 더 단단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특유의 영국 악센트와 부드러운 매너로 마치 휴 그랜트의 반대유형처럼 존재했던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와 <러브 액츄얼리>(2003)의 훈훈한 매력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콜린 퍼스는 자기만의 거대한 성(城)을 여전히 더 크고 화려하게 지어가고 있는 중이다.
<매직 인 더 문라이트>의 스탠리(
[콜린 퍼스] <매직 인 더 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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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갓 오브 이집트>
2014 <라이드>
2014 <더 기버: 기억전달자>
2014 <더 시그널>
2014 <말레피센트>
2013 <오큘러스>
<더 기버: 기억전달자>의 ‘더 원’이라고나 할까. 영화 속 ‘커뮤니티’에서 평생의 직업을 부여하는 직위수여식에서 ‘기억보유자’로 선택된 단 한사람이다. 평범한 소년이었던 조너스(브렌턴 스웨이츠)는 자신의 삶이 거짓이고, 사회가 인위적으로 디자인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커뮤니티를 벗어날 결심을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 친구들의 기억을 풀어주고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제프 브리지스와 메릴 스트립이라는 대배우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 보면 볼수록 호기심 가득한 선한 눈매의 브렌턴 스웨이츠는 기분 좋은 발견이다. 원작자 로이스 로리는 그를 두고 “워낙 섬세하고 지적으로 보이는 배우라 원작보다 나이가 많은 조너스로 설정하는 게 가능했다
[who are you] 브렌턴 스웨이츠 Brenton Thwa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