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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와 호흡을 맞춘 프로듀서가 스즈키 도시오였다면, 차세대 지브리를 이끌어갈 프로듀서는 단연 니시무라 요시아키다. <가구야 공주 이야기>(2013)로 첫 프로듀싱을 맡은 그는 이미 차세대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프로듀서 중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에게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래에 대해 물었고, 일본 애니메이션 전반의 변화에 대한 사려 깊은 답변이 돌아왔다.
-<추억의 마니>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마지막 작품인가. 혹 <가구야 공주 이야기>의 아쉬운 흥행 성적이 스튜디오의 해산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그 부분은 내가 지브리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 다만 <가구야 공주 이야기>의 흥행 성적과 스튜디오 지브리의 제작 부문 해산과는 관계없다고 생각한다.
-<추억의 마니>는 <가구야 공주 이야기>의 스탭과 <에반게리온>의 스탭까지, 현재 모을 수 있는 최고의
앞으로 영상물은 신작 아닌 아카이브와 싸우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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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여름, <바람이 분다>의 주인공 목소리를 연기한 <에반게리온>의 감독 안노 히데아키가 스승 미야자키 하야오의 출세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의 속편을 만들지 모른다는 소문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곧 당사자인 둘은 가능성이 없다며 소문을 일소했다. 하지만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불확실한 후계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명감독의 퇴장을 아쉬워한 사람들이 그를 이을 마땅한 인재를 무의식중에 갈망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재정 문제로 휴식기에 들어간 지브리의 현 상황에서 당장 그 출현을 바라기는 무리다. 하지만 그것을 향한 움직임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면 포스트 미야자키에 도전했던 그들은 대체 누구였을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포스트 미야자키의 인물사를, 혹시 지브리의 마지막 장편이 될 수도 있는 <추억의 마니>의 국내 개봉 즈음에 정리해본다.
아버지를 넘지 못한 아들, 미야자키 고로
지
포스트 미야자키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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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성장했고 미야자키의 은퇴와 더불어 한 시대를 마감 중이다. 이번 스튜디오 지브리의 제작부문 해산 결정을 흥행 부진과 경영 악화 탓으로만 미루는 건 단순하고 게으른 해석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문화에서 지브리가 차지하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지브리가 어떤 변화의 과정을 겪어왔는지를 살펴본 후에야 이번 결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를 위해 김일림 필자에게 스튜디오 지브리가 일본 애니메이션에 남긴 족적과 의미에 대한 정리를 부탁했다. 찬찬히 읽어보면 큰 그림이 보인다.
새삼스럽지만,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 ‘일본’은 금기였다. 1998년에 시작된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계기로 ‘일본’은 비로소 평범한 외국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는 단연코 애니메이션이었다. 우려와 달리 일본 애니메이션 개방으로 인해 한국 영화 시장의 판도가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폭력성과 선정성이 큰 문제가 된 적도 없었다. 다만 일본
지브리라는 ‘낮’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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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기대를 짊어진 감독들이 있다. 요네바야시 히로마사도 그중 한명이다. 첫 작품 <마루 밑 아리에티>(2010)에서는 성실함과 탄탄함을 증명했지만 본인이 색깔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했다. 짐작건대 <추억의 마니> 앞에는 스튜디오 지브리라는 이름보다 요네바야시 히로마사라는 수식어가 먼저 붙을 것 같다. 지브리의 과거와 미래를 이을 징검다리가 될 그에게 시시콜콜하게 질문을 던졌고 꼼꼼한 답변을 건네받았다. 차분한 듯 핵심을 찌르는 어른스러움.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스타일이다.
-영국 작가 조앤 G. 로빈슨의 동명의 아동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했다. 전작 <마루 밑 아리에티>도 영국 아동문학이 원작이었는데.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가 책을 가져왔다. 애니메이션으로 그리기에는 어려운 소재라 한번 거절했지만, 이야기가 갖고 있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분위기가 좋았다. 무엇보다 세상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고리가 존재하며, 그 내면과 외면에
미야자키 감독보다 관객을 먼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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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이하 지브리)의 간판을 거는 순간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들이 있다. 거대한 환상, 푸근한 작화, 모험과 동심, 잃어버린 세계에 대한 향수 등. 30년 가까이 지브리 작품을 사랑했던 관객의 기대라 해도 좋겠다. 무엇보다 ‘토토로’의 푹신한 배, ‘포뇨’의 둥그스름한 파도, ‘라퓨타’ 거신병의 완만한 곡선은 오직 지브리만의 것이다. 그 이미지들만으로도 이미 마음의 빗장이 풀린다.
대개 일관된 경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더하기 마련이지만 빼어난 전통은 종종 가능성을 제한하는 딱딱한 틀로 작동하기도 한다. 어느 순간부터 지브리는 창작‘집단’이라기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동의어처럼 인식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상상력이 워낙 빼어나고 넓은 까닭에 그 한계를 넘으려는 시도는 드물었다. 간혹 있었던 시도도 이런저런 이유로 번번이 좌절됐다. 이것은 스튜디오의 생명력 문제다. 후계자를 양성하지 못하는 한 1세대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가 펜을 놓는 순간 지브
그림처럼 완성되는 교감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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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 스튜디오 지브리 해체 소식이 들려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와 함께 누적된 경영 부진이 이유라고 한다. 정확히는 스튜디오 전체의 해체가 아니라 제작부문의 해산이다. 지브리가 앞으로 절대 작품을 만들지 않겠다고 언급한 적은 한번도 없다. 좋은 기획이 진행되면 언제든 다시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왕국이라는 일본, 그중에서도 첫 번째로 꼽는 상징적인 스튜디오의 위기(혹은 변화)는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기고 있다.
결과적으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의 <추억의 마니>는 현재 지브리 제작진이 함께 만든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지난해 일본 개봉 당시 스튜디오 지브리에 새로운 활력을 실어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예상외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안타까움을 샀다. 그럼에도 <추억의 마니>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간판을 내걸기 손색이 없다. 아니 미야자키의 시대가 가고 이제 새로운 세대가 지브리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면,
마음을 기울이면 지브리의 미래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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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안무감독
2015 <순수의 시대>(퍼포먼스 디렉터•안무감독) <내 심장을 쏴라> <오늘의 연애>
2014 <하이힐> <수상한 그녀> <플랜맨>
2011 <써니>
윤미영 감독은 <순수의 시대>의 스탭 크레딧에 두번 이름을 올린다. 안무감독으로 한번, 퍼포먼스 디렉터로 또 한번. 일반적으로 퍼포먼스 디렉터는 배우들의 움직임과 관련한 모든 것을 관장하는 사람인데, <순수의 시대>에서 윤미영 감독은 안무와 함께 베드신 연출을 담당했다. 치정 멜로인 <순수의 시대>에서 베드신은 캐릭터의 심리, 캐릭터들간의 관계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우리 몸 안에 순수도 있고 에로도 있지 않나. 각 장면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우선 중요했다.” 윤미영 감독이 특히 공들여 찍은 장면은 민재(신하균)와 가희(강한나)의 첫 정사 신. “옷고름이 먼저냐, 치
[STAFF 37.5]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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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제대로 못 잤다. 내 말이 영화계에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것에 대해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극장과 관련한 여러 이슈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CJ CGV 대표로서 침묵하는 것도 옳진 않은 것 같다.” CJ CGV 서정 대표의 말처럼 콘텐츠에서 유통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현재 한국 영화산업에서 멀티플렉스, 특히 CJ CGV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최근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논란을 비롯해 대기업 수직계열화, 스크린 독과점 등 산업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 중 유독 CGV만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것도 리딩 기업에 대한 영화계의 기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CJ CGV 대표로 선임된 지 올해로 3년째인 서정 대표가 극장과 관련한 최근의 여러 이슈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1986년 삼성물산을 시작으로 2001년 CJ몰 사업부장으로 CJ그룹에 입사한 뒤, CJ오쇼핑에서 미디어지원담당, 마케팅실장,
[서정] 글로벌 시장 경쟁력, 4DX와 스크린X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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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시대”라는 말로 tvN <수요미식회>가 문을 열었다. 매주 특정 음식을 소재로 해 미식을 논하는 프로그램이다. 패널 중 눈에 띄는 이는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다. <농민신문> 사회부에서 13년간 기자로 일하는 동안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꾸준히 음식과 식문화를 탐구했고, 개인 블로그와 몇권의 저서를 통해 식문화의 기원과 맥락에 대한 상세하고 정확한 해설을 해왔다. 김재환 감독의 <트루맛쇼>(2011)에선 “시청자가 천박하니까 방송도 입맛도 천박해진다”는 직언을 날렸고 JTBC <미각스캔들>에 고정 출연하며 음식에 대한 환상을 와장창 깨부수기도 수차례, 마침내 <수요미식회>에서 그는 막힘없고 거침없는 미식일기를 펼쳐 보인다. 평소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자주 찾는다는 파주 인근의 한 커피숍에서 그와의 만남을 청했다. 커피에 곁들여 나온 초콜릿만 가지고서도 너끈히 한 시간은 말을 늘어놓을
[trans × cross] 나는 음식과 식문화를 통해 인문학을 하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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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영화를 본 이주승은 변요한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번에 대박났다”고. 과언이 아니었다. 예언이었다. 홍석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제작연구과정 7기 작품인 <소셜포비아>는 현피( ‘현실 플레이어 킬(Player Kill)’의 준말)를 소재로 한 독특한 사회파 드라마다. 영화에 대한 관심은 부산에서부터 들불처럼 퍼져나갔고,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고 주연배우 변요한과 이주승이 TV드라마 <미생>과 <피노키오>를 통해 각각 스타가 되면서 개봉 전부터 화제의 정점에 올랐다. 롤플레잉 게임 속을 누비는 듯한 몰입감과 스릴, 은근한 복선과 현실에 대한 은유는 <소셜포비아>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다. 온라인 세상에 대한 애정과 걱정이 뚝뚝 묻어나는 비하인드를 홍석재 감독으로부터 들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어떤 선수에게 가해진 악플러들의 공격에서 모티브를 얻었
[flash on] 이들을 괴물로만 보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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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 아빠와 불량한 아빠. 아이는 어느 쪽을 더 닮게 될까? <채피>는 어린아이 수준의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 채피가 두명의 인간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아 독특한 개성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채피에게 껄렁한 걸음걸이와 굵은 금목걸이를 걸어준 건 요하네스버그 빈민가 출신의 갱스터 아빠 닌자이지만, 그가 세상을 보는 시각과 고운 마음을 갖게 된 데에는 채피를 만들어낸 천재 과학자 디온의 역할이 크다. 결국 모범적인 아빠와 떨어져 갱스터 부모와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 와중에도 채피는 “어떤 경우에도 폭력을 쓰면 안 된다”는 디온의 말을 잊지 않는다. 지극히 폭력적인 순간이 찾아왔을 때 디온의 그 한마디는 ‘갱스터 키드’로 자라난 채피를 머뭇거리게 한다.
닭 인형과 물감을 들고 다니며, 애 키우듯 자신이 창조해낸 로봇의 인성을 만들어가는 남자를 연기하는 건 영국 배우 데브 파텔이다. 군수업체에서 일하고 있지만, 정작 회사의 주력 분야인 무기 제작
[데브 파텔] <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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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조류인간> <치외법권>
2013 <7번방의 선물>
드라마
2009 <세 남자>
뮤직비디오
이승환 <화양연화>
박수진 <빈자리>
“친구들에게 <조류인간> 보라고 독촉 전화를 돌리다 왔다. (하하)” <조류인간>의 주연배우 정한비의 열의가 대단하다.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간다는 영화의 메시지가 참 좋은데 상영관이 많지 않아서 아쉽다”며 해맑게 웃는다. 영화에서 그녀는 새가 되려는 여자 한비 역을 맡았다. 독특한 캐릭터에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대한 고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라는 신연식 감독의 말에 힌트를 얻었다. 한비의 마음을 읽어보려고 그녀는 패러글라이딩도 시도해봤다. “하늘 위에 있는데 기분이 묘했다. 새의 정체성을 가진 한비가 있어야 할 곳이 여기라고 생각하니 괜히 눈물이 나더라.”
정한비 역시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
[who are you] 정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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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촬영
2015 <동주>(가제)
2014 <조류인간> <프랑스 영화처럼>
2013 <배우는 배우다>
2012 <러시안 소설>
2011 <최종면접>
2010 <더위>
2008 <갸르송>
2005 <좋은 배우>
2004 <런치박스>
2003 <피아노 레슨>
편집
2010 <페어러브>
2005 <좋은 배우>
2004 <런치박스>
2003 <피아노 레슨>
미술
2012 <러시안 소설>
2010 <페어러브>
저예산은 디폴트요, 효과는 옵션이다. 현장에서 신연식 감독과 가장 많이 나눈 말이 “될까, 안 될까”란다. “디자인을 전공한 덕에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예산에 맞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도사가 다 됐다. 신연식 감독과는 모든 작업을 함께한 최고(最高)의 파트너다. 최고(最古)의 파트
[STAFF 37.5] 콩테로 그리듯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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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감독 김석윤)에 출연한 가수 조관우를 보고 두번 놀랐다. 잠깐 치고 빠지는 카메오가 아니라 김명민과 오달수 콤비에게 제대로 고춧가루 뿌리는 악역을, 영화 출연이 처음인 그가 맡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가 맡은 조 악사는 성이 조씨인 데다가 가야금을 연주한다는 설정인데, 실제 조관우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캐릭터라는 것을 듣고 또 한번 놀랐다(알려진 대로 판소리 명창이자 세종전통예술진흥회 이사장인 조통달 선생의 아들인 조관우는 어린 시절 ‘가야금 신동’이라 불렸다). 1994년 가수 데뷔했을 때 방송에 출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대중에게 얼굴을 내보이지 않아 ‘얼굴 없는 가수’로 불렸던 그가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에 출연해 연기에 도전한 사연이 무척 궁금했다. “집이 일산이라 일산을 거의 벗어나는 일이 없다”는 조관우가 오랜만에 <씨네21>이 있는 홍대 근처로 봄 나들이를 나왔다.
-영화를 본
[조관우] 나도 저 배우들처럼 빛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