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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어떤 영화는 온전히 배우의 역량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다. 허술한 영화가 배우의 재능에 기대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완벽을 향해 한층 한층 구성요소를 쌓아간 장인의 퍼즐게임 그 마지막 한 조각을 채울 특권은 오직 배우에게만 허락된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이란 그런 것이다. 하지만 배우가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는 거꾸로 자신을 비워야 할 필요가 있다. 특정 감정을 명확하게 지시하는 단호함보다는 무언가가 일어나기 직전의 조짐을 형성하는 재능이 필요하다. 데이비드 핀처의 스릴러 <나를 찾아줘>의 마지막 조각은 두말할 것도 없이 로저먼드 파이크다.
<나를 찾아줘>는 그녀로 인해 시작되고 그녀를 통해 끝난다. 수사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실제 화면구성도 그렇다. “너의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알고 싶어.” 남편의 달콤한 말투로 문을 여는 영화는 뒤이어 “너의 머리통을 으깨서라도”라는 살벌한 멘트를 겹치며 ‘그녀’라는 미지를 그려나간다. 단적으로 말해 &
[로저먼드 파이크] <나를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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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3 <서울연애>의 단편 <춘곤증> <싸이코메트리>
연극
2014 <관객모독>
드라마
2014 <가족끼리 왜 이래> <사랑해서 남주나>
2013 <굿 닥터> <유리가면> <KBS 드라마 스페셜 사춘기 메들리>
2012 <친애하는 당신에게>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웹 드라마
2014 <썸남썸녀>
윤박은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이자 개봉(10월30일)을 앞둔 옴니버스영화 <서울연애>의 <춘곤증>(감독 김태용)에서 상원을 연기했다. 지방 출신으로 전자상가에서 일하며 연상의 누나를 사랑하는 연하남인데 꽤 귀엽고 당돌하다. 그런 상원을 연기한 윤박에게 한번 더 시선이 간 건 누나에 대한 마음을 표현할 때마다 어느새 발갛게 달아올라 있던 그의 귀 때문이다. “(배우로서) 단점 같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
[who are you] 윤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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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이자 영화연구자인 김소영 교수, ‘전영객잔’의 필자로서 한 시절을 보낸 그녀에 대한 독자들의 향수와 관심은 여전하다. 그사이 그녀는 김정이라는 감독명으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얼마 전엔 한국영화 연구서 <파국의 지도>와 영화평론집 <비상과 환상> 등 두권의 책을 동시에 출간했다. <파국의 지도>는 한국이라는 영화적 사태에 대한 통시적 영화연구서다. 한국영화의 시원(始原)에서 1960년대를 경유해 촛불집회의 대중 경험이 반영된 2009년 전후의 영화를 살펴본다. 평론집 <비상과 환상>은 최근 한국영화의 증상을 진단하는 예지와 같은 책이다. 통시적 연구 작업에서 가능한 문제 발굴과, 동시대적 작업인 비평에서 가능할 논평과 비전이 두 책을 넘나들며 대화처럼 엮여든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정에서 김소영 교수를 만났다.
-2000년대 대표 영화평론가다. 현장평론을 떠난 요즘 어떠한 아쉬움은 없나.
=일단 데드라인 없는 삶이 즐겁다
[김소영] 사라지는 것들을 불러모으는 트랜스 아시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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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가 11월5일 개봉한다. <인터스텔라>는 그가 우주로 시선을 확장해 만든 첫 번째 SF 영화다. 배우 및 스탭들이 참석한 캐스트 스크리닝에서 영화를 본 한 관계자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따스함과 스탠리 큐브릭의 명석함이 모두 담겨 있다”고 영화를 평했다. 이보다 더한 찬사가 있을까. 외신 인터뷰와 프로덕션 자료를 참고해 <인터스텔라>가 어떤 영화가 될지 미리 내다보았다. 크리스토퍼 놀란과 함께 우주여행을 떠나기 전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을 담았다.
1 스티븐 스필버그 정신으로 탄생하다
어쩌면 우리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터스텔라>를 볼 수도 있었다. 8년 전, 스필버그와 프로듀서 린다 옵스트 그리고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킵 손은 파라마운트 픽처스에서 <인터스텔라>를 준비 중이었다. 린다 옵스트와 킵 손은 로버트 저메키스의 <콘택트> 때 만나 인연을 다졌고, 킵 손은 린다 옵스트에게 ‘뒤틀린
[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의 우주선에 탑승한 당신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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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 콘텐츠 이동훈 대표의 주무대는 한국과 미국이다. 그는 양국을 오가며 영화와 드라마를 공동제작하고 있다. 미국 CBS 스튜디오, 배우 대니얼 대 김이 설립한 제작사 3AD와 함께 제작하는 한국 드라마 <굿 닥터>의 리메이크작에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고, <ABC>와 함께 제작하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리메이크작의 제작 총괄(EP)을 맡고 있다. 또한 배우 김남길의 소속사 스타제이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미국 드라마 <홈랜드>의 판권을 구매해 ‘한국판 <홈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영화 <연가: 포카레카레 아나>로 아시아 프로젝트마켓(APM)에 참여한 그를 부산 마켓에서 만나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연가: 포카레카레 아나>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지난해 10월4일 뉴질랜드 대사관의 소개로 뉴질랜드에서 감독과 작가로 활동하는 마이클 베넷을 소개받았다. 그때 <연가
[flash on] 뻔한 비즈니스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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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는 소년을 사랑했고, 소년은 그 남자를 미워했다. 소년과 남자는 함께 밤길을 걸었고, 날이 밝아온 뒤 남자는 사라졌으며 소년은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킬 유어 달링>은 루시엔 카가 자신을 사랑한 데이비드 캐머러를 살해한 실제 사건을 극화한 영화다. 루시엔 카는 미국 비트문학 작가들의 영감의 원천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인물이다. 베일에 싸인 그 인물을 연기한 이는 데인 드한이다. 예비 문학가들의 매혹의 뮤즈였던 루시엔 카에 관해 데인 드한과 짧은 서신을 나눴다.
-<킬 유어 달링>은 루시엔 카를 거칠고 매혹적인 인물로 묘사한다.
=나로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누군가와 시시덕거리면서도 분명한 선을 긋는 루시엔의 태도였다. 루시엔은 그들이 자신을 사랑하도록 만들고는 그 마음을 곧바로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마치 검정과부거미 같지 않나(검정과부거미의 암컷은 짝짓기 직후 수컷을 잡아먹는다.-편집자). 내가 루시엔 카를 연기하고 싶었던 이유도 그가, 내가 이전
[데인 드한] <킬 유어 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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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게 일반적인 세상에서 <초콜렛 도넛>의 루디(앨런 커밍)가 별나 보일 만도 하다. 옆방 사는 싱글맘과 그의 아들이 계속 신경 쓰이는 눈치니 말이다. 옆방 그녀가 소음에 가깝게 음악을 틀어대서도 아니고, 종종 낯선 남자를 집 안에 끌어들여서도 아니다. 루디의 시선을 끄는 건 그 집 아들. 엄마로부터 아무런 돌봄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그 소년,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마르코(아이작 레이바)다. 마약 복용으로 체포된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마르코가 아동보호소로 보내질 처지가 되자 루디는 아이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와 변변찮은 아침상을 차려주고 초콜릿 도넛을 좋아한다는 마르코에게 “끼니로 도넛 먹으면 안 좋아요”라며 엄마처럼 잔소리를 한다. 이 무슨 옆집 남자의 오지랖인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루디의 행동은 어색하지도 과도한 친절로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마르코를 향한 루디의 다감하고 세심한 눈길은, 무수한 순간 <초콜렛 도넛>에
[앨런 커밍] <초콜렛 도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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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들꽃>, 단편 <더러워 정말>
2013 단편 <울게 하소서> <집으로>
연극
2013 <옐로슈즈> <햄릿 레퀴엠>
특급 신인배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신설된 올해의 배우상 초대 심사위원 김희애는 <들꽃>에서 가출소녀 수향을 연기한 조수향에게 첫 수상의 영광을 안겼다. “남동철 한국영화 프로그래머께서 직접 전화해 알려주셨다. 이건 거짓말인가, 아니면 꿈인가? 수상할 때 김희애 선배님이 무릎을 구부려 상을 주시는데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 나중에 사진을 보니 내가 죄인처럼 굽실거리고 있었다. (웃음)”
올해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조수향에게 <들꽃>은 첫 장편영화다. “중학생 때 가출한 적도 있는데 그 상황에 놓이면 수향처럼 당차게 행동하긴커녕 겁이 나 몸을 사리게 된다. 영화 속 상황과 인물들은 그저 영화에만 있는 상황이고 인물이었으면 좋겠다.” 추위에 발까지 꽝꽝
[who are you] 조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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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로케이션 매니저
로케이션 매니저
영화 <슬로우 비디오>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 <히어로> <아이 러브 이태리> <아이리스2>
프로덕션 슈퍼바이저 <허삼관>(가제)
프로듀서 <가문의 영광5: 가문의 귀환>
제작팀 <시선너머-바나나 쉐이크>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하모니> <날아라 펭귄> <해운대> <색즉시공2> <바르게 살자>
김현철 제작팀장
제작실장 <족구왕>
제작팀장 <슬로우 비디오> <집으로 가는 길> <점쟁이들>
제작팀 <블라인드>
“골목길을 지나면 (감독님이 원하는) 그 카페가 보였는데… 꿈을 꾼 거더라. (웃음)” <슬로우 비디오>의 박정훈(오른쪽) 로케이션 매니저의 애잔한 일화다. 동네 길을 따라 드라마가 펼쳐지는 <슬로우
[STAFF 37.5] 길과 벌이는 전쟁 같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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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류작가가 낡고 오래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그 모습이 내 마음을 애달프게 만들었어요.” <황금시대>의 한 장면, 격동의 시대로부터 살아남은 어느 중국 문인은 당대의 여성 작가 샤오홍을 이렇게 추억한다. 항일전쟁과 혁명의 기운이 가득했던 1930, 40년대 중국, <생사의 장>과 <상가> 등의 걸작을 남긴 채 서른한살로 세상을 떠난 샤오홍(1911~42)은 너무 일찍 피어 안타깝게 시들어버린 꽃이었다. 그녀의 일대기를 조명한 허안화 감독의 <황금시대>에서 가난과 사랑, 오해와 스캔들로 점철된 샤오홍의 삶을 재현하는 이는 중국 배우 탕웨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어디에도 쓰지 않았기에 끝내 알 수 없었던 샤오홍의 미스터리한 속마음을 헤아리고 상상하는 건 전적으로 탕웨이의 몫이었다. 그녀가 다사다난한 여인의 초상을 그려내는 데 탁월하다는 점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황금시대>의 샤오홍을 보면서는 유독 묘한 기분이 들었다.
[탕웨이] 여인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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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삐삐롱스타킹, 원더버드, 모조소년의 보컬이었던 고구마가 권병준이라는 본명으로 미디어퍼포먼스, 사운드아트를 선보인 지도 4년이 지났다. 1990년대 말 파격적인 무대매너와 실험적인 전자음악 사운드를 선보였던 그는 2005년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나 ‘아트-사이언스’ 석사과정을 마쳤고 그곳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취직했다.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소리를 만들고 악기를 만들게 된 것이다. 공연 <모든 것을 가진 하나>(2010), <여섯개의 마네킹>(2011) 등을 통해 넘치는 실험정신을 선보인 그가 최근 신작 <또 다른 달 또 다른 생>(10월9일과 10일 LIG아트홀 강남에서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또 다른 달 또 다른 생>은 10여년간 그가 해온 작업을 하나로 꿰어놓은 공연. 첫 공연을 사흘 앞둔 날 저녁, 리허설 중인 공연장을 찾았다. 무대 정면엔 수증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수증기
[trans x cross] 통과할 수 있는 벽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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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7일 부산 벡스코에서는 아시아필름마켓2014의 주요 행사 중 하나인 아시아스타캐스팅포럼이 열렸다. 중국 영화시장의 성장세는 영화산업의 근간이랄 수 있는 스타시스템이 자리잡아가는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아시아스타캐스팅포럼에 중국 대표로 부산을 찾은 이지엔터테인먼트가 그 좋은 증거다. 이지엔터테인먼트는 올해 2월에 문을 연 신생회사지만 주아문, 송가를 비롯한 스타들과 감독, 시나리오작가로 구성된 만만치 않은 진용을 자랑한다. 물론 이러한 내실이 하루아침에 쌓인 건 아니다. 중국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자들이 모여 분명한 목적의식 아래 설립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지엔터테인먼트의 공동대표 제시카 첸 역시 10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아시아스타캐스팅포럼에는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
=4년 전 홍콩영화제 고문으로 활동하던 중 중국 배우의 발전에 대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알게 된 분 중 한명이 지금 아시아필름마켓에서 일하고 있는데 올해 이런 행사가 있는데 참여해보는
[flash on] “중국어 하는 배우에 대한 수요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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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어 로즈 리본>
2013 <아메리칸 허슬> <리스본행 야간열차> <킬 유어 달링>
2012 <낫 페이드 어웨이>
2011 <핫 포테이토> <와일드 살로메>
2010 <이클립스> <미스터 나이스>
2009 <부기우기> <슈링크>
2008 <아웃랜더>
2006 <팩토리 걸>
2004 <스파르타쿠스>
TV시리즈
2010~2013 <보드워크 엠파이어>
2009~2010 <이스트윅>
잭 휴스턴의 증조부는 배우 월터 휴스턴이고, 그의 할아버지는 영화감독 존 휴스턴이고, 아버지는 시나리오작가 토니 휴스턴이다. 자신보다 유명한 가족 덕에 아직은 ‘잭’이라는 이름보다 휴스턴가의 사람으로 자주 소개되던 그는 지난해 자신과 이름이 같은 실존 인물을 연기했다. <킬 유어 달링>에서 잭 휴스턴은 미국 청
[who are you] 잭 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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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뺑덕>의 한적한 놀이공원, 덕이(이솜)는 하루에 10명이 올까 말까 한 놀이공원 매표소에서 일한다. 그저 멍하게 밖을 내다보거나 깨작깨작 낙서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 그 앞에 학규(정우성)가 나타난다. 영화 첫 장면의 흩날리는 벚꽃처럼 순식간에 쏟아지는 강렬한 호기심. ‘저런 비주얼의 남자가 도대체 이런 촌동네에 왜 있는 걸까.’ 덕이는 초현실적 정경 앞에 넋을 잃는다. 그리고 돈을 꿀꺽 삼켜버린 자판기 앞에 멍하게 서 있는 학규에게 다가가서는 익숙한 동작으로 자판기를 탁 친다. “이건 때려줘야 돼요.” 묘하게도 그 장면은 한참 뒤 학규에게 버림받고 변하게 되는 덕이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나쁜 놈(학규)은 때려줘야 돼요’쯤 될까. 학규가 먹을 찌개에 쓰레기를 넣어 끓이고, 욕조에서 몸싸움을 하기도 한다. 거침없이 순수하고 착했던 아이,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는 그저 밝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삶의 행로로 들어선다.
놀이공
[이솜] <마담 뺑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