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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호는 몰라도 ‘<미생>의 하 대리’ 하면 금방 말이 통한다. 사원증을 삐딱하게 셔츠 앞주머니에 꽂고, 신입사원 ‘안영이’(강소라)를 부단히도 괴롭히던 하 대리는 한번 보면 잊기 힘든 ‘미운’ 캐릭터였다. 남 비위맞추느라 돌려서 말할 줄 몰라 학교 다닐 때 후배들에게 미움도 꽤 받았다는 그가, 그 ‘걸걸한’ 입담을 한껏 살려서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토요일 낮 12시, 케이블 영화채널 스크린(SCREEN)의 프로그램 <위클리 영화의 발견>의 한 코너인 ‘신작의 발견’에서 전석호는 신작을 씹고 뜯고 즐기고 사족을 더하는, 영화 읽어주는 남자로 역할한다. 전석호의 영화 가이드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를 들어보았다.
-<미생>의 ‘하 대리’로 얼굴이 알려져서 요즘 생활도 좀 달라졌겠다.
=인터뷰가 좀 많아진 걸 빼면 마찬가지다. 하던 대로 매일 대학로로 출퇴근하고 사람 만나고 똑같은 생활이다. 지난 4~5년간 쉬지 않고 공연을 했는데 공연이
[trans × cross] “마음 맞는 동료를 만나는 데 신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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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포비아>를 연출한 홍석재 감독은 변요한과 이주승을 ‘양’과 ‘음’으로 표현했다. 뜨겁고 생동감 넘치는 변요한이 관객에게 ‘다가가는’ 성격이라면, 날카로움과 연약함이 공존하는 이주승은 관객을 ‘다가오게’ 하는 성격의 배우다. 쉽게 말해 변요한이 다음 세대의 ‘하정우’ 같은 스타성을 가진 배우라면, 이주승은 <살인의 추억>(2003)의 박해일을 맞닥뜨렸을 때의 서늘한 비밀을 간직한 배우에 비교될 수 있다. SNS로 인해 시작된 파국을 그린 <소셜포비아>는 이렇게 상반된 두 배우의 이미지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현실적인 스릴러다. tvN 드라마 <미생>과 SBS의 <피노키오>로 대중의 시선을 받기 이전, 감식안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들이 앞으로 두각을 나타내리라 점쳤던 두 배우. 한 작품 안에서 팽팽한 대립각으로 줄타기를 하는 그들의 연기를 보는 건 <소셜포비아>를 주목하게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다. 지난해 부산
[이주승, 변요한] 검증된 것 이상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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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감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4회 마리끌레르영화제가 이와이 슌지 감독 특별전을 여는 이유란다. 특별전 상영작은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 <하나와 앨리스>(2004)와 국내 미개봉작인 <뱀파이어>(2011)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잠시 한국을 찾았다. 오랜만의 방한이 반가워 그에게 잠시 시간을 쪼개달라 청했다. 여전히 이와이 슌지 감독은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까지 전방위로 활동 중이었다. 얼굴이 꺼칠해 보인다고 하니 “인터뷰 전날도 늦은 밤까지 신작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고 답한다. 늘 그렇듯 간결한 답변에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질문을 한참 곱씹다 천천히 답을 내놓는 데에선 작업에 대한 애정과 함께한 이들에 대한 배려가 깊이 느껴졌다.
-특별전 상영작은 직접 골랐나. 전부 아오이 유우의 출연작이라 아오이 유우 특별전 같기도 하다.
=공교롭게 그렇게 됐다. (웃
[flash on] “다음 작품은 인터넷 세계와 현실 사이에서 번뇌하는 여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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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학교는 많다. 하지만 영화 비즈니스를 전문적으로 가르쳐주는 곳은 없다. 강기명 대표가 설립한 로카(LOCA, Leader of Cinema Academy)는 영화비즈니스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아카데미다. 벽산그룹 홍보실, 중앙시네마 프로그래머 및 영업•홍보팀장, 씨네21i 콘텐츠기획팀장, 영화사 구안 대표, CJ CGV 무비꼴라쥬(아트하우스의 전신) 팀장 등 20년 가까이 영화 일을 해온 그다. 주 3회, 3개월 동안 기획•개발부터 투자, 수입, 마케팅, 배급, 극장 등 영화산업의 모든 공정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하니 진로를 영화계로 정한 학생들은 등록을 서두르는 게 좋겠다. 개강은 3월 셋쨋주부터다(자세한 것은 로카 홈페이지(www.theloca.kr)나 페이스북(www.facebook.com/locademy)을 참고할 것).
-수강 문의는 많이 오나.
=광고와 보도자료가 나간 뒤로 학생들이 많이 문의해오고 있다.
-영화 비즈니스 전문 아카데미를
[flash on] 영화계 실무자들의 베이스캠프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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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템포가 아니야.” <위플래쉬>에서 19살 드럼학도 앤드류(마일스 텔러)를 무엇보다 곤혹스럽게 만든 건 플레처 교수(J. K. 시먼스)의 이 입버릇이었다. 어안이 벙벙한 채 슬쩍 박자를 늦춰 연주하면 불호령이 떨어지고, 눈치 보며 속도를 높이면 따귀가 날아든다. 종국에는 지금 내고 있는 연주의 박자가 빠른지 느린지조차 모를 지경의 공황상태로 이끄는 모호한 템포의 실체? 악보에도 답이 없고, 심지어 플레처 본인도 명확한 정의를 내려주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내 템포’란 오로지 그 자신의 머릿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문제는 박자 맞추기 까다로운 것이 드럼 템포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앤드류가 플레처의 밴드에 발탁된 첫날, 그는 연주 도중 “버디 리치가 여기 있군”이라는 스승의 극찬을 받는다. 하지만 그로부터 앤드류의 정수리를 향해 접이식 의자가 살벌하게 날아오기까지는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기복이 심한 감정 상태. 어쩌다 플레처가 상냥하게
[J. K. 시먼스] <위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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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2014 <니드 포 스피드> <심벨린>
2012 <포 엘렌> <5년째 약혼중>
2011 <비스틀리>
2010 <소셜 네트워크>
1999 <크레이지 인 알라바마>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이전까지 다코타 존슨은 연기로 평가받는 배우가 아니라 가족사가 먼저 거론되는 배우였다. 존슨은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집안에서 태어났다. 히치콕의 뮤즈였던 <새>의 티피 헤드런과 배우 피터 그리피스가 그녀의 조부모이고, <사랑의 용기>의 멜라니 그리피스와 <마이애미 바이스>의 돈 존슨이 그녀의 부모다. 엄마의 복잡한 사랑 덕에 안토니오 반데라스도 잠시 존슨의 가족(의붓아버지)이 되는데, 반데라스가 연출하고 멜라니 그리피스가 출연한 <크레이지 인 알라바마>에 그녀도 단역으로 출연한다. 이후 존슨은 <소셜 네트워
[who are you] 다코타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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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금슬금, 소리도 없이 누군가가 카페 안으로 슥 들어왔다. 예의 부스스한 머리와 동그란 안경에 보랏빛 점퍼를 걸치고 베이지색 민무늬 스니커즈를 신은 김창완이다. 그런데 표정이 영 멍하다. 얼핏 봐도 방금, 그것도 겨우 잠에서 깬 듯한 얼굴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창완은 지난밤 김창완 밴드의 3집 ≪용서≫의 발매 기념 콘서트에 흠뻑 취해 있었다. 공연의 여흥과 숙취의 고됨이 채 가시기 전일 텐데도 그는 힘든 내색이 전혀 없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며 달콤쌉싸름한 아포가토를 주문하더니 후루룩 넘기고 말 뿐. 그러고는 내리 음악 이야기를 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꼽을 때면 그는 단 한번도 빼놓지 않고 기타와 공연이라 말해오지 않았던가. 그렇게 가수 김창완으로 살아온 지 올해로 꼭 38년째다. 막내동생과의 사별 이후 그는 더이상 ‘산울림’으로 활동하지 않고 있지만, 2008년부터 ‘김창완 밴드’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용서≫는 밴드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김창완] “아름다움은 뒷전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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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가 에세이집 <가능한 꿈의 공간들>을 출간했다. 90년대 후반부터 SF작가로 활동한 듀나는 소설 집필과 더불어 각종 매체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사회 곳곳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다. <씨네21> 초창기부터 영화에 관한 글과 평론을 기고해온 오랜 필진이기도 하다. 광활한 여백이 연상되는 제목에서부터 책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가능한 꿈의 공간들>은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담은 ‘잡식에세이’다. 영화에 관한 글과 사회 비평을 비롯해 극장 환경, 디지털 문화 등 듀나가 꾸준히 관심을 표현해온 이슈들까지 빼곡하게 담았다. 듀나는 책에 다음과 같이 썼다. “SF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의 영역을 커버한다. 일반적인 이야기꾼은 현실세계에서 가능할 법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SF작가는 존재 가능한 우주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룬다.” 뾰족한 듯 섬세하고, 냉정한 듯 사려깊은 그의 글을
[trans × cross] 40대를 넘어도 아줌마 역할에 갇히지 않는 여배우들이 많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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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상속자들>이 끝난 지난해 1월, 2014년을 빛낼 신인배우로 강하늘을 처음 만났다. 그때만 해도 강하늘은 가능성의 배우였다. 그리고 1년 뒤. 그는 매일 무대에 오르고 있다. 한달에 한편꼴로 자신의 영화가 개봉하고 있다. 2014년을 그 누구보다도 바쁘게 보낸 강하늘과 다시 마주 앉았다. <상속자들> 이후 강하늘은 <소녀괴담> <엔젤 아이즈> <쎄시봉> <순수의 시대> <스물> <미생>을 차례로 찍었다. 작품과 작품 사이 쉴 틈도 없었다. 2015년의 시작은 연극과 함께였다. 1월9일부터 3월1일까지 두달 가까이 월요일을 빼곤 매일 무대에 섰다. 자신의 생일(2월21일)과 설 연휴까지 몽땅 연극에 바쳤다. “생일이요? 그냥 토요일이에요. 공연 두 타임 있는.” “설이 뭐예요? 3시 공연밖에 몰라요.” 능청스럽게 말한 뒤 크게 웃음을 터뜨리던 강하늘은 오히려 연극 <해롤드 앤 모드>
[강하늘] 내일 또 봅시다, 강하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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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부문 황금곰상은 나영길 감독의 <호산나>에 돌아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작품으로 제작된 <호산나>는 이미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을 비롯해 미쟝센단편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클레르몽페랑국제단편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화제의 작품이다. 제목의 ‘호산나’는 신약 성경에 나오는 “구하옵나니, 이제 구원하소서”라는 뜻으로, 신과 같은 치유력을 가진 소년과 그에게 의지한 채 파괴되어가는 인간 군상이 살아가는 살풍경한 마을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구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짧은 지면으로 풀기 힘든 풍부한 상징과 과감한 비주얼 구현이 인상적인 작품으로, 러닝타임은 25분에 불과하지만 그 해석과 호불호를 둘러싼 논쟁의 시간은 사뭇 길어질 영화다.
-수상의 분위기는 점쳤나. (웃음)
=전혀 언질이 없었고 기대도 안 했다. (웃음) 일단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것만으로도 내겐 영광이었다. 클레르몽페랑 때는 14
[flash on] 구원자의 피로감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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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에게 명함을 받았다. 큼직하게 적힌 이름 위로 보랏빛 나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그런데 명함을 건네받자마자 김수미는 급한 일이 생겼다며 인터뷰를 미루자고 했다. 아침에 병원에 데려다준 딸이 첫아이를 출산했단다. 다른 날을 기약하고 돌아나오는 길에 명함 위에 피어 있던 나팔꽃이 떠올랐다. 나팔꽃의 꽃말은 ‘기쁜 소식’이다.
기쁜 소식은 이뿐만이 아니다. 다시 전성기라 해도 좋을 만큼 김수미는 부쩍 바빠졌다. 오랜만에 원톱 주연을 맡은 영화 <헬머니>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MBC 드라마 <전설의 마녀>도 나날이 화젯거리를 만들고 있다. <전설의 마녀>에서 맡은 ‘김영옥’은 김수미의 실제 본명과 고향을 그대로 차용한 인물이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를 만큼 무식하고 뻔뻔하지만 함께 수감된 동기들과 우정을 나누는 정 많은 캐릭터다. 시청자의 웃음을 끌어내는 주역이기도 하다. 실은 연출인 주성우 PD의 이전 캐스팅 제안을 거절했던 것이 못내 미
[김수미] <헬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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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순수의 시대>
2013 <우는 남자>
2013 <친구2>
2013 <동창생>
드라마
2013 <미스코리아>
인터뷰 연습이라도 하고 나왔나보다. 하나를 물으면 그다음 질문까지 예상해 술술 대답한다. <순수의 시대>에서 시종일관 몸에 힘을 준 모습 때문에 과묵할 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럼에도 강한나는 “원래 말 많은 성격은 아니니 할 말이 많았나보다”라고 해맑게 웃었다. 장편영화는 <친구2>(감독 곽경택, 2013), <우는 남자>(감독 이정범, 2013), <동창생(감독 박홍수, 2013)에 이어 이제 겨우 네편째인 데다가 주연은 처음인 그에게 신하균, 장혁, 강하늘 등 남자 셋 사이에서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책은 감당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순수의 시대>에서 강한나가 맡은 가희는 아슬아슬한 여자다. 뭇 남성들의
[who are you] 강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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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음향
2015 <꿈보다 해몽>
동시녹음
2014 <숙희> <설해>
2013 <더 파이브>
2012 <말로는 힘들어> <수목장> <사랑해! 진영아> <어떤 시선>
2011 <스타: 빛나는 사랑> <다른 나라에서> <로맨스 조> <밍크코트>
2001 <노랑머리2>
동시녹음팀
2010 <사요나라 이츠카>
2008 <잘 알지도 못하면서> <숙명>
붐 오퍼레이터
2013 <스톤>
2008 <고고70> <그녀는 예뻤다>
2007 <트럭>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리턴>
2006 <사랑 따윈 필요없어>
2005 <코마>
꿈 해몽하는 형사, 아니 시나리오 쓰는 동시녹음기사다. 무슨 소리냐고? 이광국
[STAFF 37.5] 동시녹음은 재료고 녹음실은 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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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 말을 끝으로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다. 엘리베이터 안에 혼자 남겨진 유영식 한국영화아카데미 신임 원장은 말 그대로 “벙쪘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원장에 새로 임명돼 아카데미 후배인 최익환 전임 원장(11기)에게 “팁”을 들으러 갔다가 헤어지며 들은 말이란다. ‘후임’을 향한 ‘선임’으로서의 경고이자, “막중한 책임이 요구되는 힘든 자리”란 의미로 막역한 선배에게 건네는 걱정어린 충고였다. 그의 경고와 충고는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2014년 11월12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유영식 원장은 “겨우 적응을 마치고 한창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유영식 원장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영화아카데미 9기로 입학했고 ‘헝그리 정신’으로 산전수전 다 겪고 나서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아나키스트>(2000)로 감독 데뷔를 했고 <아카시아>(2003)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2011) 등의 프로듀서로도 활발히 활동하
[유영식] 비즈니스 프로듀서 양성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