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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제작자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한국영화 제작사 중 10년을 버틴 영화사조차 그리 많지 않은 걸 보면 영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닌 듯하다. 그 와중에 1995년 우노필름으로 시작해 20년을 버텨온 싸이더스 픽쳐스의 존재는 그 세월만으로도 눈에 띈다. 투자배급으로 전환하며 여러 부침을 겪었지만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싸이더스는 왕년의 제작 명가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그 선두에 2012년 34살의 젊은 나이에 싸이더스 픽쳐스의 대표이사로 발탁되며 화제를 모았던 이한대 대표가 서 있다. 지난 20년이 앞으로의 20년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그의 비전과 전망을 들어봤다.
-사무실이 넓고 시원하다. 얼마 전 이사를 했다고 들었다.
=좀더 적합한 환경을 찾아서 옮겼다. 요즘엔 협업이 늘어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왔다. 회의실도 더 늘리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사실도 마련했다. 마음껏 영화 보면서 일하고 싶은 의욕을 자극하는 환
[flash on] 명가의 재건을 넘어 강한 제작사로 거듭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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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영화과가 통폐합 위기를 맞았다. 영화학과와 영상학과를 통합하겠다는 학교쪽 발표에 학생들은 행정관을 점거하고 탄원서를 제출하며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건국대학교 학생 고경표, 이종석, 샤이니 민호, 걸스데이 혜리를 비롯하여 김태우, 이주승, 김유정, 김조광수 감독 등 영화인들이 ‘건국대학교 영화과를 살려주세요’ 피켓을 들고 동참 행렬에 나섰다. 학교의 통폐합 발표 직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결성해 활발하게 반대 운동을 개진 중인 영화과 10학번 김승주 비대위원장을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에서 만났다. 아름다워야 할 봄날의 캠퍼스는 여기저기 붙은 대자보와 입학하자마자 통폐합 통보를 받은 신입생들로 어수선한 광경이었다.
-학과 통폐합 발표에 영화과는 비대위를 결성하고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통폐합을 저지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진행 중인가.
=1인 시위부터 릴레이 단식, 행정관 점거 시위를 했고 해시태그를 이용한 SNS 시위도 진행하
[flash on] 학과는 학생들의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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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그건 돌이킬 수 없어.” 사랑 때문에 가족을 떠난 남자는 이번 사랑만은 영원할 거라고 생각한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말이 얼마나 거대한 무게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질투>는 이 남자의 잘못된 확신이 불러오는 파국을 담담히 응시하는 영화다. 열띤 감정에 사로잡혀 연인의 고독과 불안감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남자는, 텅 빈 방에 홀로 남고서야 비로소 그녀가 느꼈을 감정들을 체감하게 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말마따나 “젊은 베르테르”의 운명을 따르게 된 남자를 연기하는 건 프랑스 배우 루이 가렐이다. 제멋대로 헝클어진 곱슬머리와 깃 세운 코트, 무심한 표정이 트레이드 마크인 이 배우는 아버지 필립 가렐의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연출에 어떤 서정성을 덧입히는 역할을 한다. 그저 거리를 걷는 장면에서조차 영화의 공기를 압도해버리는 존재감은 루이 가렐의 타고난 재능이라 할 만하다. ‘스타’ 배우를 기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의 아버
[루이 가렐] <질투> <생 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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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제5의 물결>
2015 <보케>
2014 <팔로우>
2014 <더 게스트>
2014 <번드>
2013 <레이버 데이>
2013 <신시사이저>
2013 <블링 링>
2013 <플라잉 몽키즈>
2012 <배드 블러드: 더 헝거>
2006 <배드 블러드>
공포영화 속 희생양이었던 아름다운 금발 소녀가 <팔로우>에선 단숨에 주연으로 나섰다. 고 브리트니 머피를 연상케 하는 하얀 피부에 커다란 눈, 연약한 소녀 이미지의 마이카 먼로가 그 주인공. 공포영화 <팔로우> 전반에 흐르는 멜랑콜리하고 멜로적인 무드는 그녀에게 상당 부분 빚지고 있다. 마이카 먼로는 어른의 세계로 이행하는 10대 소녀의 불안감과 방어기제를 표현하며, 막연한 존재에 대한 공포를 순간순간의 센티멘털리즘으로 치환한다. 물 위에 대형 연을 띄운 뒤 그 연줄을 몸에 묶고
[who are you] 마이카 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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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2015 <스물> 삽화 캐릭터 디자인
2014 <족구왕> 홍보 웹툰
다음 인기 웹툰 <노점묵시록>의 백봉 작가가 영화계와 연을 맺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족구왕> 때는 영화 홍보사의 의뢰로 번외편 격인 웹툰을 발표했다. 그때는 영화 홍보 차원에서 참여했다면 이번 <스물>에서는 시나리오 기획 단계에서부터 함께 참여해 영화 일부에 삽입된 30여컷 분량의 삽화를 직접 그렸다. 극중 영화감독을 꿈꾸는 치호(김우빈)가 술을 마시다 느닷없이 자기가 구상한 이야기라며 ‘고추 행성의 침공’이란 제목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 삽입된 만화가 바로 백봉 작가의 작품이다. 일단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하긴 했지만 이번엔 혼자 망하는 작업이 아닌 까닭에 부담감이 컸다”라고 말하는 백봉 작가는 극중 치호처럼 스스로의 작업에 대단히 만족하는 중이다. “처음 감독님에게 <스물>이란 20대 청춘영화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
[STAFF 37.5] 이런 건 나만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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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최종 믹싱 마무리가 안 돼서 걱정이다.” <장수상회>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던 3월26일, 영화 잘 보겠다고 보낸 문자 메시지에 대한 강제규 감독의 답장이었다. 흥행 참패한 <마이웨이>(2011) 이후 오랜만에 내놓는 신작이라는 사실이 그의 입술을 더욱 마르게 했을 것이다. 데뷔작 <은행나무 침대>(1996)부터 <쉬리>(1999), <태극기 휘날리며>(2004), <마이웨이>(2011)까지 덩치가 큰 영화만 찍어온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로맨스를, 그것도 30대나 40대가 아닌 70대의 사랑을 그린 <장수상회>는 다소 낯설다. 잘 알려진 대로 <장수상회>는 재개발을 앞둔 서울 변두리의 한 동네, 장수상회라는 슈퍼마켓에서 일하고 있는 노년의 직원 성칠(박근형)이 앞집 여자 금님(윤여정)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소동에 휘말리는 내용을 그린 이야기다. 전작과 달리 기술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았
[강제규] “욕심 내려놓으니 감정의 작은 알갱이들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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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셰프는 많았지만 ‘허세’ 셰프는 처음이다. “뼛속 깊이 혈액까지 셰프인 셰프”라고 자기소개를 하고 “내 요리가 맛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고 단언한다. 그가 바로 셰프 최현석이다. 그는 요즘 올’리브의 <올리브쇼 2015>,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종횡무진 활동 중이다. 언제 어디에서 봐도 요리에 관해서라면 그의 자신감은 최고다. 실속 없이 기세만 등등한 건 절대 아니다. 간장으로 젤리를 만들고, 레몬으로 면발을 뽑아내는 등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남들이 해보이지 않은 창작 요리 수백 가지를 척척 선보여왔다. 오죽하면 ‘크레이지’ 셰프라는 닉네임까지 붙었을까. 입맛 까다로운 미식가들과 내로라하는 동료 셰프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허세기 가득한 입담과 재미난 퍼포먼스로 멋들어지게 요리하는 스타 셰프 최현석을 만났다. 요리 철학 역시도 똑 부러졌다.
-섭외를 하려고 전화를 했더니 셰프의 스케줄
[trans × cross] “음식 가지고 장난치지 않는다는 게 첫 번째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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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영화만 다루는 잡지가 아니었나. 드라마를 다루기도 하나.” 의상을 갈아입던 최우식은 <씨네21> 998호를 사진 기자에게 들고 가서 물었다. <오만과 편견> <호구의 사랑> 등 최근 드라마에만 출연하고 있어 자신이 왜 영화 잡지 표지에 선정됐는지 의아했나보다. 그의 궁금증에 대해 전형적인 대답을 내놓자면, 지난해 <거인>(감독 김태용)과 <빅매치>(감독 최호)를 연달아 찍은 뒤 곧바로 드라마 <오만과 편견>과 <호구의 사랑>에 합류해 매편 자신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그다. 3월31일 종영한 <호구의 사랑>에서 맡은 호구도 귀여웠고, <호구의 사랑> 직전에 찍었던 <오만과 편견>에서 그가 연기한 ‘뺀질이’ 이장원 검사는 전작 <거인>의 영재와 대비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 <호구의 사랑> 종영일이었던 지난 3
[최우식] 가능성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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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와 야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감독을 다룬 다큐멘터리 <파울볼>의 연출은 조정래, 김보경 감독 2인 체제로 이루어졌다. 3년 동안 원더스를 따라다니며 모든 경기를 기록한 이들은, 자신들을 ‘영화판의 원더스’로 표현했다. 구단의 해체라는 예상치 못한 사건마저 다큐멘터리의 한 굴곡으로 연출해내며 원더스의 선수들처럼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은 이들을 제작사인 TPS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났다.
-<파울볼>을 3년 동안 찍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개봉하는 소감이 어떤가.
=조정래_감개무량하다. 개봉 자체가 기적이다. 수많은 선수들과 김성근 감독에게 감사하다.
김보경_VIP 시사 때 선수들이 있는 상영관에 무대 인사하러 들어갔는데 눈물이 났다. 선수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완성해서 돌려주는 영화다. 그 진심이 관객에게도 느껴졌으면 좋겠다.
-야구에 원래 관심이 있었나. 고양 원더스의 다큐멘터리를 하게 된 까닭이 궁금하다.
=조정래_사회
[flash on] 야구 다큐멘터리로만 한정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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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소에 들어서는 달시 파켓이 명함을 건넨다. ‘프로파간다’가 디자인을 맡았다는 소박하고도 귀여운 들꽃 문양이 한눈에 들어왔다. 올해로 2회를 맞는 들꽃영화상 시상식은 그렇게 한국 독립영화를 지지하는 이들의 애정어린 조력으로 운영되는 행사다. 한해의 주목할 만한 저예산 독립영화를 선정해 10개 부문의 상을 시상하는 이 행사를 운영하는 건 미국 출신의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이다. 4월9일 남산 문학의 집에서 열리는 들꽃영화제 시상식을 앞두고 그와의 만남을 청했다.
-지난해 제1회 들꽃영화상 시상식을 진행해본 소감이 어땠나.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지금 영화를 제작 중인데, 내년에 제가 ‘들꽃영화상’에서 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영화인도 있었고. (웃음) 우리 영화상이 큰 시상식은 아니지만, 다른 시상식보다는 아늑하고 친근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2회 영화상에서 달라지는 점이 있다면.
=보다 프로페셔널한 행
[flash on] 지속가능한 영화제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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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렌스 감독은 휴 그랜트와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는 유일한 감독이다. <투 윅스 노티스>(2002)를 시작으로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2007),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2009), 또 <한 번 더 해피엔딩>(2014)에 이르기까지 벌써 네 번째 작업에 이른다. 제아무리 성공적인 결과에도 특정 영화인과의 관계망에 좀체 연결고리를 형성하지 않는 휴 그랜트로서는 특이한 선택이다. 횟수는 이렇게 늘어가는데, 아쉽게도 이 협업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어 보인다. 잘라 말해 그는 배우 휴 그랜트의 최고치를 끌어내주는 감독이 아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기념비적 작품이자 휴 그랜트의 출세작인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1994)은 마이크 뉴웰 감독이 연출했고, 휴 그랜트를 대중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화신으로 굳건하게 만들어준 <노팅 힐>(1999)의 연출은 로저 미첼이었다. 바람기 다분한 뺀질미를 가지
[휴 그랜트] <한 번 더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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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바스티유 데이>
2015 <신데렐라>
2013 <프라미스>
2010 <채트룸>
2000 <공모>
드라마
2014 <클론다이크>
2012 <버드송>
2011 <사이렌>
2011~13 <왕좌의 게임>
2009 <호프 스프링>
케네스 브래너 감독이 연출한 <신데렐라>가 관객에게 안겨준 선물 중 하나는 말 그대로 동화 속 왕자님을 연기하는 배우 리처드 매든의 캐스팅이다. 그의 새파란 눈동자는 실사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그 빛깔이 너무나 고와 여배우의 얼굴에 집중해야 할 시선을 분산시킬 정도다. 전국을 돌며 유리구두의 주인을 찾아나서는 와중에도 왕자님의 눈은 벌게지는 대신 푸른 광채를 쏟아내니 말 다 했다. 영화의 완성도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을지라도 동화를 더욱 동화답게 만들어주는 눈동자임은 분명하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리처드 매든은 연극, 영화, T
[who are you] 리처드 매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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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2015 <그라운드의 이방인>
“리대웅.” 다큐멘터리 <그라운드의 이방인>의 김명준 감독과 조은성 프로듀서가 리키다케 도시유키 일본 프로듀서에게 지어준 한국 이름이다. 오사카에서 나고 자랐고, 곰처럼 몸집이 커 성에서 따온 ‘리’와 오사카(大阪)에서 따온 클 ‘대’ 그리고 곰 ‘웅’을 조합한 것이다. 리키다케(力武)라는 성이 ‘힘 있는 무사’라는 뜻도 있어 그럴듯한 작명이다. ‘오사카의 곰’ 리키다케 도시유키의 조력이 없었다면 <그라운드의 이방인>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을 것이다.
알려진 대로 리키다케 도시유키가 <그라운드의 이방인>과 인연을 맺게 된 건 김명준 감독의 전작 <우리학교>(2006) 때문이다. 그는 가수 이은미, 장사익의 일본 현지 공연을 기획하는 프로듀서이자 오사카 재일동포들이 하나 되는 원 코리아 페스티벌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영화를 보고 큰 감명을 받은 리키다케 도시유키는 “<
[STAFF 37.5] 좀더 많은 일본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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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마당의 꿈돌이”였던 진명현 KT&G 상상마당 영화사업팀 팀장이 “애정이 컸던 꽃밭”을 떠난다. “월급쟁이로 10년을 살면 그 뒤 10년도 월급쟁이로밖에 못 살 것 같아서” 독립을 결심했다. 강진아 감독의 <환상속의 그대>(2013), 이유빈 감독의 <셔틀콕>(2013), 김경묵 감독의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2014), 우문기 감독의 <족구왕>(2014) 등 젊은 감독들의 젊은 영화를 주로 배급•마케팅하며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승부해온 그가 이번에 새로이 준비하는 일은 독립영화 감독 및 배우들을 지원하는 1인 에이전시.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을 연료 삼아 또 다른 ‘재미’를 찾아나서려 하는 진명현 팀장을 만났다.
-공식 퇴사일은 언제인가.
=4월20일. 출근은 3월31일까지 하는데, 그동안 쓰지 않은 연차를 붙이니 퇴사일이 늦어졌다.
-사표 내던 날 기분은 어땠나.
=처음 영화 일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들이 주르
[진명현] 중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