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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스쳐지나가길 다행이지 안 그러면 큰일날 뻔했어요”라는 서필(오달수)의 말에 김민(김명민)이라서 할 수 있는 대답은 단 하나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관통했다. 나니까 이 정도였지.” 톰을 골탕 먹이기 바쁜 <톰과 제리>의 약삭빠른 고양이 제리처럼 김민은 늘 서필을 힘 빠지게 만든다. 잘난 척의 달인, 예쁜 여자만 보면 다리가 후들거리는 탓에 곁에 두고 싶지 않지만, 부족한 이 2%의 허점을 영특한 두뇌와 불의를 못 참는 정의로움으로 보상하고도 남는 조선의 명탐정. 자칫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코믹도 드라마도 잡을 수 없는 김민이라는 까탈스런 캐릭터는 김명민을 만나 거부감 없는 생명을 얻게 된다.
2%의 코믹
뛰어난 두뇌, 민심을 염려하는 군자의 마음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지만 실생활은 2% 부족한 조선의 탐정. 김민의 캐릭터가 완성될 수 있는 열쇠는 이 2%의 코믹에 달려 있었다. 늘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던 김명민에게서 기대할 수 없었던 그 ‘허점’은 1편의 흥
[김명민] 코믹과 드라마 모두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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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설 연휴 극장가.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와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이라는 화제작 사이에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470만 관객을 동원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공개 후 모두들 속편을 외쳤다. “흥행은 그다음 일이었고, 우리끼리는 이미 촬영 중반부터 속편을 만들자고 했다. 그만큼 감독, 스탭, 배우의 호흡이 잘 맞았고 현장이 재밌었다. 아이디어도 서로 주고받고 농담 삼아 말했는데, 그게 정말 현실이 됐다.” 속편을 향한 모두의 의지를 김명민이 전한다.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에서 1편의 드라마를 풍성하게 한 한지민에 이어 이연희가 가세했다. 스케일은 커지고, 드라마는 풍성해졌다. 규모가 커져 자칫 1편의 장점이었던 ‘엉성한’ 매력이 사라질까봐 거듭 ‘누르는’ 점검도 했다. 2편의 사건은 정조 19년, 조선 경제를 뒤흔드는 불량 은(銀) 유통사건의 배후에 자리한 거대한 범죄조직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한 탐정
[김명민, 오달수, 이연희] 조선 최고의 콤비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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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청년 오마르(아담 바크리)는 뜻하지 않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를 오가는 이중첩자가 된다. 자유를 되찾기 위해 시작한 첩자 노릇은 도리어 오마르의 발목을 잡는다. 감독 하니아부 아사드는 전작 <천국을 향하여>에서도 개인의 욕망과 공공의 목표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년들을 그린 바 있다. 실화에 바탕한 <오마르>는 실제로 감독의 친구가 첩보원으로부터 받은 협박에서 출발했다. 첩보원은 “너의 비밀을 알고 있다. 우리와 일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매장될 것이다”라고 말했고, 이야기를 들은 감독은 친구가 느꼈을 딜레마가 좋은 드라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한다.
-<오마르>는 전작보다 조금 더 개인의 문제를 파고든 영화다.
=이건 보편적인 러브 스토리다. 1975년에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보고 ‘세상에! 나도 권위에 도전하는 삶을 살 거야!’라고 결심했다.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싶어졌고 그래서 인도적인 이야기에 집중
[flash on] 의심과 공포, 믿음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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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프린스 바이스우드 감독은 국내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그녀는 데뷔 15년차인 ‘중견’ 시나리오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감독 데뷔작인 <러브 앤 바스켓볼>(2000)은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되었으며, 인디펜던트 스프릿 어워드 시상식에서 신인각본상을 수상하며 인정받았다. 영화 이전에 TV시리즈 연출과 시나리오작가로 이름을 알린 그녀는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꾸준히 활동 중이다. 그녀의 작품 중 최초의 국내 개봉작인 <블랙버드>는 가수 노니와 경관 카즈의 사랑 이야기이자 니나 시몬의 노래 <블랙버드>를 위해 만든 작품처럼 보인다. 그녀의 작품에서 음악은 늘 인상적이었는데 <블랙버드>에서 음악은 하나의 배경음악을 넘어 또 다른 주인공으로 위치하고 있다. 감독과 영화, 그리고 음악에 관한 짧은 서신을 나눴다.
-오랫동안 공을 들인 작품이라고 들었다.
초안을 2007년에 마무리하고 바로 다른 작품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항상 이
[flash on] 주인공 피부색보다 이야기에 집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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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중인 1950년, 함경남도 흥남부두는 철수하는 미군 함정에 올라타 부산으로 가려는 피난민들로 아수라장이다. 지난 13일 천만 관객을 돌파한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황정민) 일가도 그 난리 통에 가족과 생이별을 한다. 어린 막순은 그때 잃어버린 덕수의 여동생이다. 훗날 덕수는 이산가족찾기 방송을 통해 미국으로 입양 간 막순과 극적으로 재회하게 된다. 성인 막순을 연기한 재미동포 2세 최 스텔라 김이 한국을 찾았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그녀가 한국영화에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은 <국제시장>의 감정선이 고조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녀는 <국제시장>이 자신의 부모님이 겪어온 삶과 똑 닮았다며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전해왔다.
-성인 막순 역의 배우를 물색하던 <국제시장>의 이종석 조감독이 당신이 출연한 유튜브의 짧은 영상을 보고 연락을 취한 걸로 안다.
=‘What kind
[flash on] 부모 세대의 아픈 기억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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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1) 미간을 찡그리고 입을 약간 벌린 채 “이 지랄맞은 미스터리는 뭐죠?” (표정2) 양 눈썹을 한껏 위로 치켜세운 후 가식적일 만큼 크게 웃으며 “예스, 아이 두!” 내가 기억하는 배우 로라 던의 표정은 이 두 사이를 오간다. <블루 벨벳>에서 <인랜드 엠파이어>까지 데이비드 린치 작품에서의 표정이 첫 번째라면, <아이 엠 샘>을 거쳐 <안녕, 헤이즐>과 <와일드>에 이르는 강인한 엄마 역할의 로라 던은 두 번째 표정으로 대변된다. 이 두 사이의 간극이 큰 만큼 로라 던이라는 배우가 지니고 있는 이미지의 편차도 크다. 기이하게도 로라 던이라는 배우에게는 불온함과 건강함, 수수께끼와 생의 예찬, 피상성과 은밀함이 공존하고 있다.
178cm의 깡마르고 흐느적거리는 큰 신장, 금발의 긴 얼굴형에 울상에 가까운 입매.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밋밋하고 매혹적이라 보기에는 볼륨이 적다. <광란의 사랑>과 같은 폭주하는 영화
[로라 던]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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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쿵푸 팬더3> <피치 퍼펙트2> <그림스비>
2014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
2013 <페인 & 게인>
2012 <배철러레트> <피치 퍼펙트>
2011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드라마
2013∼14 <슈퍼 펀 나이트>
2003∼7 <피자>
방심하면, 밀려난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은 영미권에서 한 ‘유머’하는 코미디언들이 웃음 각축전을 벌이는 영화다. 벤 스틸러와 로빈 윌리엄스, 스티브 쿠건과 리키 저베이스. 이 베테랑 코미디 배우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신인이 있다. 대영박물관의 야간 경비원 틸리로 출연하는 호주 출신의 여배우 르벨 윌슨이다. 검문소에서 서류를 작성하다 깜빡 잠이 들더라도 아무 일 없는 일상을 반복하던 틸리는, 고대 석판에 의해 깨어난 네안데르탈인 ‘라’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뉴욕 자연
[who are you] 르벨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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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투성이의 땅에서 모든 것이 끝난다. <강남 1970>은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를 잇는 유하 감독의 ‘강남 3부작’을 완성하는 영화다. 자신의 욕망을 향해 부나방처럼 질주하다 끝내 현실의 벽에 부딪혀 비운의 결말을 맞는 밑바닥 인생들. 전작을 통해 유하 감독이 보여줬던 청춘과 폭력과 어둠의 이미지는 이번 영화에서도 여전하지만, <강남 1970>에서 가장 중요한 건 모든 욕망과 비극의 시발점인 ‘강남’이라는 공간이다. 개발의 진통을 겪기 전, ‘야지’라고 불렸던 강남의 시뻘건 흙과 먼지구덩이 속에서 유하 감독은 무엇을 건져내려 한 걸까. 현란한 간판들이 늘어서 있는 현대 강남의 한복판에서, 강남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그에게 물었다.
-<하울링> 이후 3년 만의 복귀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지난해에 개봉했으면 2년 만이었겠다. (웃음) <하울링>을 마무리한 뒤 지난 3년은 ‘강남 3부작’을 완결하
[유하] 지갑이 형님이 되는 뒤틀린 세상의 기원을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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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모래시계>(1995)가 혈기왕성한 30대 최민수의 모든 것이 집약된 작품이었다면,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오만과 편견>(2014)은 50대 최민수가 가진 경험과 노련함을 가감 없이 보여준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서 문희만 부장검사를 맡았던 그는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능구렁이 같은 인물이 되기 위해 ‘최민수’를 싹 지워버렸다. 감정 표현이 솔직하고, 아직도 철들지 않은 그가 자신과 전혀 다른 인물에 흠뻑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두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하나는 현재 극장 개봉하고 있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노숙자 대포 역할로 거의 8년 만에 영화에 출연하기 전까지 그를 스크린에서 볼 수 없었다는 아쉬움. 또 하나는 이제부터 ‘배우 최민수’를 좀더 자주 접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 <오만과 편견> 촬영이 끝난 그에게 뒤늦은 만남을 청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혼자 음악 창작하고, 사람 안 만나고, 그러고
[최민수] 살아가는 게 내 직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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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4일,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쳐스 엄용훈 대표가 사임했다. 그가 제작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흥행 부진에 따른 결정이다. 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의 호평과 시사회 관객의 응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박스 경쟁 시기에서 정상 수준의 1/3 정도의 개봉관밖에 확보하지 못했고, 그나마 받은 상영관은 조조와 심야시간대가 주를 이루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개봉했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1월21일 현재 상영관 수는 10개 남짓. 하지만 좌석점유율 60%를 상회할 만큼 관객의 입소문이 퍼지고 있고, 대관 상영도 줄을 잇고 있다. 제작사 삼거리픽쳐스 사무실에서 만난 엄용훈 대표는 “제작자로서, 영화 소비자로서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내는 아주 이상한 한국영화산업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영관은 얼마나 남았나.
=14개 정도 남았다. 이중 단관 극장이나 지방 상영관은 장기상영하기로 했다. 현실이 아쉽긴 하나 멀
[flash on] 관객의 수요가 스크린 공급으로 건강하게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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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상남자’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신의 계시를 받고 대홍수로부터 세상을 구할 거대한 방주를 만들었던 노아, 위대한 철학자이자 과학자이기도 한 슈퍼맨의 아버지 조엘을 모두 연기한 남자. 러셀 크로는 뭔가 ‘세상의 근원’과도 같은 남자다. 거기에 더해 <글래디에이터>(2000)의 막시무스 장군까지 떠올려보면 이른바 할리우드 남자배우 중 그야말로 ‘끝’인 배우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도착하는 공항에서부터 ‘귀요미’ 브이자를 그려 보인 그를 향해 ‘러요미’라는 별명마저 붙었다. TV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에서 그를 ‘세계 어디를 가나 싸우는 남자’로 묘사할 정도였던, 터프하고 과격한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지나칠 정도로 후덕하고 마음씨 좋은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장편 데뷔작인 <워터 디바이너>의 배우 겸 감독 자격으로 인터뷰 자리에 마주한 그는 실로 진지했다. 하나의 질문에 꽂히면 심지어 통역사가 메모하기
[러셀 크로] <워터 디바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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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강남 1970>
드라마
2013 <못난이 주의보>
2012 <내 딸 서영이>
“나 같은 애 처음 봤대 본 순간 느낌 왔대~ 수많은 사람 그 속에서도 유별나게도 난 빛이 났대~.” 설현이 소속돼 있는 걸그룹 AOA의 싱글곡 <사뿐사뿐>의 도입부다. 유하 감독 눈에도 설현은 유별나게 빛이 났던 모양이다. “오디션장 문 열고 들어올 때부터 선혜 같다고 하셨다더라고요.” <강남 1970>에서 설현이 연기한 ‘선혜’는 건달 생활을 청산한 강길수(정진영)의 금지옥엽 딸이자 김종대(이민호)의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여동생이다. 선혜는 저마다의 욕망으로 펄펄 끓는 용광로 같은 <강남 1970>에서 유일하게 관객의 숨을 터주는 청량한 인물이다. 자연스럽고 깨끗한 외모와 신인다운 풋풋함을 지닌 설현은 선혜 캐릭터에도 적역이었다.
여배우가 드문 촬영장에서 실제로도 현장 막둥이였으니 얼마나 귀염받았을지 보지 않아도
[who are you] 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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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영화
2014 <허삼관> <나의 사랑 나의 신부>
2013 <몬스터> <신촌좀비만화> 중 <너를 봤어>
2012 <은밀하게 위대하게> <감기>
2011 <나의 PS 파트너> <타워>
2010 <마이웨이>
2009 <심야의 FM> <해운대>
2008 <우리집에 왜왔니>
2007 <추격자> <기다리다 미쳐>
2005 <날아라 허동구> <연리지>
2004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예전에는 마트에 가면 필요한 물건만 딱 샀는데 이젠 라면 한 봉지를 사러 가도 한두 시간은 금방이다. (하하)” <허삼관>의 박준용 소품실장 얘기다. 영화 소품 일을 시작하면서 그는 어디를 가도 그냥 쉽게 돌아서는 법이 없다. “재밌는 아이템, 신기한 물건이 어디 없나 보고 또 본다. 그러다
[STAFF 37.5] 연필 한 자루 사는 데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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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도 영화도 자못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시이 유야는 작품을 통해 현대 일본 사회를 향한 “화와 분노”를 슬그머니 드러내온 신진 연출가다. 수편의 실험적인 단편을 연출하다 오사카예술대학졸업작품인 장편영화 <무키다시 닛폰>(2005)으로 피아영화제 대상과 음악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국내엔 <행복한 사전>(2013)으로 이름을 알렸고 <이별까지 7일>(2014)은 그의 아홉번째 장편영화다. 최근 <이별까지 7일>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고자 한국을 찾은 그의 발길을 잠시 붙들었다. 무심하게 툭툭 던지는 이시이 유야의 말끝엔 젊은 작가의 예리한 칼날이 숨어 있었다.
-하야미 가즈마사의 소설 <이별까지 7일>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
=이번에 처음 작업해보는 나가이 다쿠로 프로듀서에게 제안 받았다. 원작에서 큰 감동을 느꼈다고 하더라.
-원작을 각색할 때 어떤 것을 취하고, 어떤 것을 버려야 겠다고
[이시이 유야] 시대와 사회가 내뿜는 공기에서 영화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