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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어로>는 조립형 장난감 같은 애니메이션이다. 관객은 로봇만화 향수를 자극하는 구성, 디테일한 배경 묘사에서 오는 사실감, 롤러코스터 같은 액션 쾌감 같은 완성도 높은 파츠들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조합하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각각의 파츠를 무척 잘 만들었다는 거다. 전체적인 구성이 감독의 역할이라면 핵심 파츠 중 하나인 캐릭터 디자인은 김상진 슈퍼바이저의 몫이었다. 뒷골목 익숙한 분위기까지 재현한 세밀한 배경 위로 뛰어노는 5명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야말로 <빅 히어로>의 핵심이자 정체성이었다. 이들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김상진 슈퍼바이저에게 <빅 히어로>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마블과 디즈니의 첫 번째 콜라보레이션이다. 원작을 얼마나 참고했나.
=솔직히 원작은 보지 않았다. 등장인물과 핵심 컨셉만 들고 와 백지에서 새롭게 시작했다. 존 래세터가 주문한 건 한 가지다. 단순하고 귀엽게. 배경은 최대한 복잡하고 사
[빅 히어로] “꿈을 좇다보면 기회는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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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홀 감독의 전작은 <곰돌이 푸>, 콘 로이 프로듀서의 전작은 <라푼젤>이다. 동화의 세계에서 빠져나온 두 사람은 어린 시절 자신들이 열광한 마블 코믹스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일에 착수했다. 1월14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진행된 <빅 히어로> 기자회견장에서 이들은 마치 자신들이 슈퍼히어로가 된 듯 익살스런 포즈를 취했다. 이후 45분간 마주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에도 그들의 얼굴엔 언뜻언뜻 개구쟁이 소년의 표정이 떠올랐다. <빅 히어로>가 젊고 경쾌한 애니메이션으로 완성된 데에는 만드는 사람들의 젊은 정서도 한몫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블 코믹스에 디즈니의 감동을 입힌 두 사람을 만났다(공동감독 크리스 윌리엄스는 한국을 찾지 않았다).
-<빅 히어로>는 전형적인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돈 홀_그렇게 봐줘서 고맙다. 스튜디오에서도 한 가지 스타일의 영화에 집착하는 것을 피한다. <라푼젤> <
[빅 히어로] 코미디, 액션, 감동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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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마블의 첫 콜라보레이션 작업물인 <빅 히어로>는 치료용 목적으로 개발된 로봇 베이맥스와 천재소년 히로의 우정을 바탕으로 한 슈퍼히어로영화다. 마블과 디즈니, 두 집안의 궁합은 꽤 잘 맞아 보인다. 지금까지의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결을 달리하는 <빅 히어로>의 매력을 짚어봤다.
마법에 걸린 공주 자매의 이야기 <겨울왕국>은 누가 뭐래도 디즈니 영화였다. <겨울왕국>을 보고 픽사나 드림웍스를 떠올리는 사람은 여태 보지 못했다. 디즈니는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선보임으로써 옛 영광을 되찾았다. 디즈니의 신작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는 그러한 <겨울왕국>의 대척점에 놓여 있는 작품이다. 10대 소년의 감성으로 무장한 <빅 히어로>는 어딘가 디즈니 애니메이션답지 않다(마치 디즈니다운 영화가 뭔데, 라고 자신만만하게 항의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로봇 격투 장면으로 시동을 걸고,
[빅 히어로] 공주님, 왕자님은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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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작가 찰리 카우프먼은 <존 말코비치 되기>가 다른 어떤 유명인사도 아닌 존 말코비치에 관한 이야기여야 한다고 고집했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성(姓)의 발음도 발음이지만 (남녀노소가 오직 ‘말코비치’라는 말로만 대화하는 명장면을 추억해보라), 카우프먼이 꼽은 더 중대한 이유는 이 배우의 중심에 들어앉은 ‘불가지성’(unknowability)이었다.
그는 무슨 생각일까? 어떤 기분일까? 말코비치는 고도로 오만한 동시에 공손해 보인다. 악역을 연기하는 그의 분노는 대개 폭발보다 암시를 통해 우리를 소름끼치게 한다. 소싯적부터 극단을 결성해 연출까지 나아간 엄숙한 면모의 배우이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데에 코털만큼도 개의치 않는다. 연기 리서치를 의미 없게 여긴다는 점도 유명하다. <마음의 고향>에서 시각장애인 역을 맡은 그를 영화사가 특수학교에 보내놨더니 딱 2시간 듣고 땡땡이를 쳤는데 결국 오스카 후보 지명을 받았다. 활동 분야는 영화제작부터 오
[trans × cross] 말코비치, 말코비치? 말코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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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원 감독은 혜성처럼 등장한 독립애니메이션계의 기대주다. 대학 2학년 때 만든 첫 단편 <코피루왁>으로 2010년 인디애니페스트 대상을 수상해 주변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 후 4년, 한지원 감독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성과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코피루왁>을 시작으로 <학교 가는 길> <럭키 미> <사랑한다 말해> 4편의 단편을 묶은 <생각보다 맑은>이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단편을, 그것도 학창 시절 작업과 졸업작품을 묶어 극장용으로 개봉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만한 완성도를 지녔다는 의미다. 기존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던 신선함과 참신함은 기본이고 청춘의 고민을 솔직하고 깔끔하게 담아 대중성도 충분히 갖춘 수작이다. 어쩌면 한국 독립애니메이션의 내일을 맑게 해줄 한지원 감독에게 첫 극장 개봉까지의 과정을 들었다.
-얼마 전 첫 시사를 마쳤다.
[flash on] 한국 독립애니메이션의 내일을 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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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광주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한다.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예술 분야의 균형 발전을 위해 10년 이상 추진해온 노력의 결실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의 콘텐츠를 채울 예술극장은 본격적인 개관에 앞서 1월부터 7월까지 한달에 한번 ‘컨템포러리 토크’를 기획했다. 영화, 연극, 전시 등 동시대 공연예술을 이끌고 있는 여러 예술가를 한자리에 불러 생생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보기 드문 자리다. 아시아 예술극장을 기획총괄하고 있는 김성희 예술감독은 차이밍량,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헬리 미나르티, 프리 라이젠 등 얼핏 조합하기 힘들어 보이는 각국의 아티스트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동시대 아시아 예술의 현재와 공연예술 분야의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참신한 기획이다. 그간 공연예술 분야에서 경계를 넘나들며 쌓아온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김성희 예술감독에게 동시대 아시아 공연예술에 대해 물었다.
-아시아 예술극장이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현재 경제, 정치 분야뿐 아니라 문화 영역의 지도도
[flash on] 아시아를 중심으로 사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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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궁금했어. 진짜 네가 누군지. 숨는 놈 말고 견디는 놈 말고 네 인생을 상대하는 놈. 있기는 하냐?” 승민의 도발은 수명을 바꿔놓았다. 나중에야 수명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승민에게 뒤늦은 답을 건넨다. “나야. 내 인생을 상대하러 나선 놈, 바로 나.”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내 심장을 쏴라>. 이민기(오른쪽)는 갇혀서 미친놈 승민을, 여진구(왼쪽)는 미쳐서 갇힌 놈 수명을 연기한다. 이민기와 여진구에게도 <내 심장을 쏴라>는 지금까지의 그들을 똑바로 마주하게 만든 특별한 작품이다. 수리정신병원 안에서 그들은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미친놈들의 정신병원 동기 시절 이야기가 궁금해 이민기와 여진구를 나란히 불러 앉혔다.(<내 심장을 쏴라>의 크랭크업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인 2014년 7월18일에 진행된 인터뷰입니다.)
-씨네21_원작에선 건장하던 승민과 가냘픈 수명이 이민기와 여진구를 만나며 느낌이 많이 달라졌다. 시작은
[여진구, 이민기] <내 심장을 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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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오늘의 연애>
2014 <모모살롱>
드라마
2012 MBC <아들 녀석들>
2011 MBC 시트콤 <몽땅 내 사랑>
<오늘의 연애>에서 18년 친구 사이인 준수(이승기)와 현우(문채원)가 거의 매일 들르는 술집에서, 리지는 그 술집 주인이자 준수의 친구(고윤)를 짝사랑하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출연한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제의가 들어왔을 때부터 무조건 내가 하고 싶다고 졸랐다. 내 짧은 연기 인생(?)에서 가장 ‘화끈’했던 러브신이 편집된 건 너무 아쉽지만. (웃음)” 그럼에도 박진표 감독에 대한 신뢰는 상당하다. <내 사랑 내 곁에>(2009)에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을 캐스팅했던 박진표 감독은 ‘매의 눈’을 가진 감독이기도 하다. 리지에 따르면 자신의 평소 말투나 동작들을 캐릭터에 적극 반영해줘서 고맙다고.
2010년 걸그룹 애프터
[who are you] 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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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부 프로젝트(이하 어어부)는 무엇이다, 라고 규정하려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좀처럼 들어본 적 없는 음색의 보컬, 기이한 사운드, 그보다 더 파격적인 앨범 구성은 어어부를 규정 불가한, 아니 규정을 허하지 않는 밴드로 만들어버린다. 어어부의 보컬이자 작사를 담당하는 백현진과 작곡과 편곡을 책임지는 장영규 두 기인이 오랜만에 정규앨범 ≪탐정명 나그네의 기록≫을 발매(2014년 12월18일)했다. 앨범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더니, 앨범의 구성을 들여다보면 더욱 기묘해 도통 빠져나올 수가 없다. 대강의 내용은 이러하다.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남한에 거주하는 40대 이혼남. 그의 직업은 탐정이며 탐정명은 나그네다. 그가 쓴 1년간의 일기 혹은 일지 뭉치를 누군가가 주워든다. 그리고 일기는 뒤죽박죽 뒤섞인다. 그러니까,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모두 그 남자의 어떤 하루들이 무작위로 섞인 모음이다. 어어부는 어째서 나그네를 앞세우고 나타난 걸까. 음악뿐 아니라 영화와도 범상치 않은
[trans × cross] 탐정명 나그네의 분노와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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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강타한 한류스타의 호방함이란. 이민호는 141개국을 도는 4개월여의 글로벌 투어 <2014 리부트 이민호(RE:MINHO)>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며칠 전 귀국했다. 여독을 다 풀기도 전에 <강남 1970>의 홍보에 뛰어들었지만 이민호에게 이 정도 바쁜 일정쯤은 익숙해 보였다. 인터뷰 중에도 이민호는 천진함과 당당함을 넘나드는 차세대 셀러브리티로서의 애티튜드를 한순간도 잃지 않았다. “피곤하지 않냐고요? 벌써 4, 5년째 계속하고 있는 투어라 이젠 무대 위에서 즐겁게 놀고 있어요. 노래를 너무 많이 불러서 목도 다 쉬었네요. 하하하.” 무엇보다 이민호는 정말 즐거워 보였다. 쉴 틈 없는 일정과 자신을 향한 대중의 환호 모두가 못 견디게 좋다는 듯.
드라마 <시티헌터>의 이윤성, <신의>의 최영 장군, <상속자들>의 김탄은 모두 필요 이상으로 고민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이었다. 밝고 명랑한 이민호의 실제 모습과는 사뭇 다른
[이민호] 더 깊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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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아르에 자주 불려나가는 배우들이 있다. 김래원도 그중 하나다. 유하 감독은 이미 김래원에게 한번 러브콜을 보낸 적이 있다. “그 반대예요. 제가 오히려 유하 감독님을 꼭 뵙고 싶었죠. 하필 다른 작품과 겹쳐 고사했는데 이번에 불러주셔서 적극 참여했어요.” <강남 1970>에서 김래원이 연기한 백용기는 “그냥 나쁜 놈”이다. “태생부터 야망이 넘치고 욕심 많은 친구예요. 영화 안에서 용기가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에 대한 배려는 사실 없어요. 그래서 감독님을 직접 찾아뵀죠. 감독님은 ‘그냥 깡패’라고 가볍게 일축하시더라고요. 그 말의 행간을 파악하고 나니 바로 수긍이 됐죠.” 김래원에 따르면 <강남 1970>에서 백용기의 몫은 크지 않다. 하지만 김래원에게 <강남 1970>은 “배우가 작품 안에서 해내야 할 몫의 의미”를 깨우쳐준 중요한 작품이다. 김래원은 인터뷰 도중 “이 작품은 종대의 이야기”라고 몇번이나 힘주어 말했다. “용기는 종대만큼 내면이 깊
[김래원] 여유를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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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적등본에 이름도 올리지 못한 두 소년, 종대와 용기는 서로에게 기대며 자랐다. 친형제 이상의 우정을 나누며. 김래원과 이민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드라마 <펀치> 촬영이 끝나는 대로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어요.”(김래원) “데뷔 전부터 알던 사이라 종대와 용기의 관계를 연기하기도 어렵지 않았어요.”(이민호) 촬영을 하는 동안에도 이민호는 김래원의 곁에 딱 붙어 쉴새없이 말을 걸어댔다. 김래원은 그런 이민호를 귀엽게 바라보며 내내 입가에서 미소를 내려놓지 않았다. 너그럽고 다정한 형, 솔직하고 쾌활한 동생이었다. 시작은 같았으나 다른 길을 걷게 된 김종대와 백용기처럼, <강남 1970>이란 영화는 김래원과 이민호에게 각각 다른 형태의 배움을 안겼다. 얻은 것 한 가지는 같다. 진짜 ‘남자’ 되기.
[이민호, 김래원] 두 남자가 배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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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의 든든한 맏이, 쓰마부키 사토시는 최근 누군가의 아들을 연기하는 일이 늘었다. 야마다 요지의 <동경가족>(2013)에선 분방한 막내아들 쇼지를, 이시이 유야의 <이별까지 7일>에서는 가족 문제로 속을 끓이는 첫째아들 코스케를 연기했다. 1966년의 인기 드라마 <젊은이들>의 최근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동생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맏아들 아사히가 되었다. 자꾸만 누군가의 아들이 되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이별까지 7일>을 예로 들었다. “‘가족’은 인간의 영원한 테마다. 내가 작품에 참여함으로써 (관객이) 이상적인 가족의 의미에 대해 좀더 생각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어머니(하라다 미에코)의 시한부 판정으로 가족이 안고 있는 깊은 문제들이 표면에 드러난다. 장남 코스케는 그 중심에서 가족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별까지 7일>에 이어 이시이 유야, 이케마쓰 소스케와는 또 한번 작업을 함께했다.
[쓰마부키 사토시] <이별까지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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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페루에서 혼자 런던에 온 꼬마 곰 패딩턴은 기차역에 오도카니 앉아 있다가 브라운 부인의 눈에 띈다. 그리고 우여곡절을 거쳐 가족이 된다. 빨간색과 겨자색을 즐겨 입는, 꼬마 요정처럼 친절하고 발랄한 엄마 브라운 부인, 겉은 까칠하지만 속내는 보드라운 큰딸과 마냥 천진하고 즐거운 작은아들, 그리고 아빠 브라운씨, 그는… 곰돌이를 닮았다. 길거리에서 굴러들어온 패딩턴이 싫다고 자꾸 내치지만, 패딩턴과 나란히 있으면 종(種)을 초월하여 영락없이 부자지간인, 커다란 인간 곰돌이다. 아무리 차갑게 보이려고 애써도 그 외모 때문에 자꾸만 푸근해진다.
이 남자, 작고 동그란 파란 눈과 조그맣게 오뚝 솟은 코, 재미있는 곱슬머리, 동그스름한 얼굴과 둥근 배를 가진 영화 <패딩턴>의 아빠는 휴 보네빌이다. 어디서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눈에 익은 배우. 20년 넘게 무대와 TV, 라디오, 영화를 넘나들며 영국의 얼굴과 목소리가 되었던 그도 자기를 제대로 알고 있어, 자신과 가
[휴 보네빌] <패딩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