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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 스튜디오 지브리 해체 소식이 들려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와 함께 누적된 경영 부진이 이유라고 한다. 정확히는 스튜디오 전체의 해체가 아니라 제작부문의 해산이다. 지브리가 앞으로 절대 작품을 만들지 않겠다고 언급한 적은 한번도 없다. 좋은 기획이 진행되면 언제든 다시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왕국이라는 일본, 그중에서도 첫 번째로 꼽는 상징적인 스튜디오의 위기(혹은 변화)는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기고 있다.
결과적으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의 <추억의 마니>는 현재 지브리 제작진이 함께 만든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지난해 일본 개봉 당시 스튜디오 지브리에 새로운 활력을 실어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예상외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안타까움을 샀다. 그럼에도 <추억의 마니>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간판을 내걸기 손색이 없다. 아니 미야자키의 시대가 가고 이제 새로운 세대가 지브리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면,
마음을 기울이면 지브리의 미래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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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안무감독
2015 <순수의 시대>(퍼포먼스 디렉터•안무감독) <내 심장을 쏴라> <오늘의 연애>
2014 <하이힐> <수상한 그녀> <플랜맨>
2011 <써니>
윤미영 감독은 <순수의 시대>의 스탭 크레딧에 두번 이름을 올린다. 안무감독으로 한번, 퍼포먼스 디렉터로 또 한번. 일반적으로 퍼포먼스 디렉터는 배우들의 움직임과 관련한 모든 것을 관장하는 사람인데, <순수의 시대>에서 윤미영 감독은 안무와 함께 베드신 연출을 담당했다. 치정 멜로인 <순수의 시대>에서 베드신은 캐릭터의 심리, 캐릭터들간의 관계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우리 몸 안에 순수도 있고 에로도 있지 않나. 각 장면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우선 중요했다.” 윤미영 감독이 특히 공들여 찍은 장면은 민재(신하균)와 가희(강한나)의 첫 정사 신. “옷고름이 먼저냐, 치
[STAFF 37.5]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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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제대로 못 잤다. 내 말이 영화계에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것에 대해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극장과 관련한 여러 이슈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CJ CGV 대표로서 침묵하는 것도 옳진 않은 것 같다.” CJ CGV 서정 대표의 말처럼 콘텐츠에서 유통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현재 한국 영화산업에서 멀티플렉스, 특히 CJ CGV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최근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논란을 비롯해 대기업 수직계열화, 스크린 독과점 등 산업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 중 유독 CGV만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것도 리딩 기업에 대한 영화계의 기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CJ CGV 대표로 선임된 지 올해로 3년째인 서정 대표가 극장과 관련한 최근의 여러 이슈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1986년 삼성물산을 시작으로 2001년 CJ몰 사업부장으로 CJ그룹에 입사한 뒤, CJ오쇼핑에서 미디어지원담당, 마케팅실장,
[서정] 글로벌 시장 경쟁력, 4DX와 스크린X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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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시대”라는 말로 tvN <수요미식회>가 문을 열었다. 매주 특정 음식을 소재로 해 미식을 논하는 프로그램이다. 패널 중 눈에 띄는 이는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다. <농민신문> 사회부에서 13년간 기자로 일하는 동안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꾸준히 음식과 식문화를 탐구했고, 개인 블로그와 몇권의 저서를 통해 식문화의 기원과 맥락에 대한 상세하고 정확한 해설을 해왔다. 김재환 감독의 <트루맛쇼>(2011)에선 “시청자가 천박하니까 방송도 입맛도 천박해진다”는 직언을 날렸고 JTBC <미각스캔들>에 고정 출연하며 음식에 대한 환상을 와장창 깨부수기도 수차례, 마침내 <수요미식회>에서 그는 막힘없고 거침없는 미식일기를 펼쳐 보인다. 평소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자주 찾는다는 파주 인근의 한 커피숍에서 그와의 만남을 청했다. 커피에 곁들여 나온 초콜릿만 가지고서도 너끈히 한 시간은 말을 늘어놓을
[trans × cross] 나는 음식과 식문화를 통해 인문학을 하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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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영화를 본 이주승은 변요한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번에 대박났다”고. 과언이 아니었다. 예언이었다. 홍석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제작연구과정 7기 작품인 <소셜포비아>는 현피( ‘현실 플레이어 킬(Player Kill)’의 준말)를 소재로 한 독특한 사회파 드라마다. 영화에 대한 관심은 부산에서부터 들불처럼 퍼져나갔고,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고 주연배우 변요한과 이주승이 TV드라마 <미생>과 <피노키오>를 통해 각각 스타가 되면서 개봉 전부터 화제의 정점에 올랐다. 롤플레잉 게임 속을 누비는 듯한 몰입감과 스릴, 은근한 복선과 현실에 대한 은유는 <소셜포비아>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다. 온라인 세상에 대한 애정과 걱정이 뚝뚝 묻어나는 비하인드를 홍석재 감독으로부터 들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어떤 선수에게 가해진 악플러들의 공격에서 모티브를 얻었
[flash on] 이들을 괴물로만 보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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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 아빠와 불량한 아빠. 아이는 어느 쪽을 더 닮게 될까? <채피>는 어린아이 수준의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 채피가 두명의 인간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아 독특한 개성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채피에게 껄렁한 걸음걸이와 굵은 금목걸이를 걸어준 건 요하네스버그 빈민가 출신의 갱스터 아빠 닌자이지만, 그가 세상을 보는 시각과 고운 마음을 갖게 된 데에는 채피를 만들어낸 천재 과학자 디온의 역할이 크다. 결국 모범적인 아빠와 떨어져 갱스터 부모와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 와중에도 채피는 “어떤 경우에도 폭력을 쓰면 안 된다”는 디온의 말을 잊지 않는다. 지극히 폭력적인 순간이 찾아왔을 때 디온의 그 한마디는 ‘갱스터 키드’로 자라난 채피를 머뭇거리게 한다.
닭 인형과 물감을 들고 다니며, 애 키우듯 자신이 창조해낸 로봇의 인성을 만들어가는 남자를 연기하는 건 영국 배우 데브 파텔이다. 군수업체에서 일하고 있지만, 정작 회사의 주력 분야인 무기 제작
[데브 파텔] <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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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조류인간> <치외법권>
2013 <7번방의 선물>
드라마
2009 <세 남자>
뮤직비디오
이승환 <화양연화>
박수진 <빈자리>
“친구들에게 <조류인간> 보라고 독촉 전화를 돌리다 왔다. (하하)” <조류인간>의 주연배우 정한비의 열의가 대단하다.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간다는 영화의 메시지가 참 좋은데 상영관이 많지 않아서 아쉽다”며 해맑게 웃는다. 영화에서 그녀는 새가 되려는 여자 한비 역을 맡았다. 독특한 캐릭터에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대한 고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라는 신연식 감독의 말에 힌트를 얻었다. 한비의 마음을 읽어보려고 그녀는 패러글라이딩도 시도해봤다. “하늘 위에 있는데 기분이 묘했다. 새의 정체성을 가진 한비가 있어야 할 곳이 여기라고 생각하니 괜히 눈물이 나더라.”
정한비 역시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
[who are you] 정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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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촬영
2015 <동주>(가제)
2014 <조류인간> <프랑스 영화처럼>
2013 <배우는 배우다>
2012 <러시안 소설>
2011 <최종면접>
2010 <더위>
2008 <갸르송>
2005 <좋은 배우>
2004 <런치박스>
2003 <피아노 레슨>
편집
2010 <페어러브>
2005 <좋은 배우>
2004 <런치박스>
2003 <피아노 레슨>
미술
2012 <러시안 소설>
2010 <페어러브>
저예산은 디폴트요, 효과는 옵션이다. 현장에서 신연식 감독과 가장 많이 나눈 말이 “될까, 안 될까”란다. “디자인을 전공한 덕에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예산에 맞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도사가 다 됐다. 신연식 감독과는 모든 작업을 함께한 최고(最高)의 파트너다. 최고(最古)의 파트
[STAFF 37.5] 콩테로 그리듯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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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감독 김석윤)에 출연한 가수 조관우를 보고 두번 놀랐다. 잠깐 치고 빠지는 카메오가 아니라 김명민과 오달수 콤비에게 제대로 고춧가루 뿌리는 악역을, 영화 출연이 처음인 그가 맡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가 맡은 조 악사는 성이 조씨인 데다가 가야금을 연주한다는 설정인데, 실제 조관우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캐릭터라는 것을 듣고 또 한번 놀랐다(알려진 대로 판소리 명창이자 세종전통예술진흥회 이사장인 조통달 선생의 아들인 조관우는 어린 시절 ‘가야금 신동’이라 불렸다). 1994년 가수 데뷔했을 때 방송에 출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대중에게 얼굴을 내보이지 않아 ‘얼굴 없는 가수’로 불렸던 그가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에 출연해 연기에 도전한 사연이 무척 궁금했다. “집이 일산이라 일산을 거의 벗어나는 일이 없다”는 조관우가 오랜만에 <씨네21>이 있는 홍대 근처로 봄 나들이를 나왔다.
-영화를 본
[조관우] 나도 저 배우들처럼 빛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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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호는 몰라도 ‘<미생>의 하 대리’ 하면 금방 말이 통한다. 사원증을 삐딱하게 셔츠 앞주머니에 꽂고, 신입사원 ‘안영이’(강소라)를 부단히도 괴롭히던 하 대리는 한번 보면 잊기 힘든 ‘미운’ 캐릭터였다. 남 비위맞추느라 돌려서 말할 줄 몰라 학교 다닐 때 후배들에게 미움도 꽤 받았다는 그가, 그 ‘걸걸한’ 입담을 한껏 살려서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토요일 낮 12시, 케이블 영화채널 스크린(SCREEN)의 프로그램 <위클리 영화의 발견>의 한 코너인 ‘신작의 발견’에서 전석호는 신작을 씹고 뜯고 즐기고 사족을 더하는, 영화 읽어주는 남자로 역할한다. 전석호의 영화 가이드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를 들어보았다.
-<미생>의 ‘하 대리’로 얼굴이 알려져서 요즘 생활도 좀 달라졌겠다.
=인터뷰가 좀 많아진 걸 빼면 마찬가지다. 하던 대로 매일 대학로로 출퇴근하고 사람 만나고 똑같은 생활이다. 지난 4~5년간 쉬지 않고 공연을 했는데 공연이
[trans × cross] “마음 맞는 동료를 만나는 데 신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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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포비아>를 연출한 홍석재 감독은 변요한과 이주승을 ‘양’과 ‘음’으로 표현했다. 뜨겁고 생동감 넘치는 변요한이 관객에게 ‘다가가는’ 성격이라면, 날카로움과 연약함이 공존하는 이주승은 관객을 ‘다가오게’ 하는 성격의 배우다. 쉽게 말해 변요한이 다음 세대의 ‘하정우’ 같은 스타성을 가진 배우라면, 이주승은 <살인의 추억>(2003)의 박해일을 맞닥뜨렸을 때의 서늘한 비밀을 간직한 배우에 비교될 수 있다. SNS로 인해 시작된 파국을 그린 <소셜포비아>는 이렇게 상반된 두 배우의 이미지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현실적인 스릴러다. tvN 드라마 <미생>과 SBS의 <피노키오>로 대중의 시선을 받기 이전, 감식안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들이 앞으로 두각을 나타내리라 점쳤던 두 배우. 한 작품 안에서 팽팽한 대립각으로 줄타기를 하는 그들의 연기를 보는 건 <소셜포비아>를 주목하게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다. 지난해 부산
[이주승, 변요한] 검증된 것 이상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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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감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4회 마리끌레르영화제가 이와이 슌지 감독 특별전을 여는 이유란다. 특별전 상영작은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 <하나와 앨리스>(2004)와 국내 미개봉작인 <뱀파이어>(2011)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잠시 한국을 찾았다. 오랜만의 방한이 반가워 그에게 잠시 시간을 쪼개달라 청했다. 여전히 이와이 슌지 감독은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까지 전방위로 활동 중이었다. 얼굴이 꺼칠해 보인다고 하니 “인터뷰 전날도 늦은 밤까지 신작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고 답한다. 늘 그렇듯 간결한 답변에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질문을 한참 곱씹다 천천히 답을 내놓는 데에선 작업에 대한 애정과 함께한 이들에 대한 배려가 깊이 느껴졌다.
-특별전 상영작은 직접 골랐나. 전부 아오이 유우의 출연작이라 아오이 유우 특별전 같기도 하다.
=공교롭게 그렇게 됐다. (웃
[flash on] “다음 작품은 인터넷 세계와 현실 사이에서 번뇌하는 여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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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학교는 많다. 하지만 영화 비즈니스를 전문적으로 가르쳐주는 곳은 없다. 강기명 대표가 설립한 로카(LOCA, Leader of Cinema Academy)는 영화비즈니스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아카데미다. 벽산그룹 홍보실, 중앙시네마 프로그래머 및 영업•홍보팀장, 씨네21i 콘텐츠기획팀장, 영화사 구안 대표, CJ CGV 무비꼴라쥬(아트하우스의 전신) 팀장 등 20년 가까이 영화 일을 해온 그다. 주 3회, 3개월 동안 기획•개발부터 투자, 수입, 마케팅, 배급, 극장 등 영화산업의 모든 공정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하니 진로를 영화계로 정한 학생들은 등록을 서두르는 게 좋겠다. 개강은 3월 셋쨋주부터다(자세한 것은 로카 홈페이지(www.theloca.kr)나 페이스북(www.facebook.com/locademy)을 참고할 것).
-수강 문의는 많이 오나.
=광고와 보도자료가 나간 뒤로 학생들이 많이 문의해오고 있다.
-영화 비즈니스 전문 아카데미를
[flash on] 영화계 실무자들의 베이스캠프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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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템포가 아니야.” <위플래쉬>에서 19살 드럼학도 앤드류(마일스 텔러)를 무엇보다 곤혹스럽게 만든 건 플레처 교수(J. K. 시먼스)의 이 입버릇이었다. 어안이 벙벙한 채 슬쩍 박자를 늦춰 연주하면 불호령이 떨어지고, 눈치 보며 속도를 높이면 따귀가 날아든다. 종국에는 지금 내고 있는 연주의 박자가 빠른지 느린지조차 모를 지경의 공황상태로 이끄는 모호한 템포의 실체? 악보에도 답이 없고, 심지어 플레처 본인도 명확한 정의를 내려주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내 템포’란 오로지 그 자신의 머릿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문제는 박자 맞추기 까다로운 것이 드럼 템포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앤드류가 플레처의 밴드에 발탁된 첫날, 그는 연주 도중 “버디 리치가 여기 있군”이라는 스승의 극찬을 받는다. 하지만 그로부터 앤드류의 정수리를 향해 접이식 의자가 살벌하게 날아오기까지는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기복이 심한 감정 상태. 어쩌다 플레처가 상냥하게
[J. K. 시먼스] <위플래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