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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보라 감독의 부모님은 청각장애인이다. 이길보라 감독 남매는 청각장애인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남매는 부모와 세상 사이의 다리가 되어야 했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의 첫 신은 감독의 아버지가 영어로 쓰인 ‘메리 크리스마스’ 패널을 거꾸로 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부모님은 그것이 뒤집힌 글자라는 것을 모른 채로 “잘 달았다”고 흡족해한다. “이들의 세계에는 이들만의 삶의 문법이 따로 있다”는 생각에서 감독은 그것을 그대로 두었다 한다. 그 순간부터 감독은 그 세계 안으로 친절히 관객을 안내한다.
-가족을 촬영한다고 했을 때 가족의 반대 의견은 없었나.
=신기하게도 거부하지 않더라. 사회적으로 소수자이다보니 할 말이 너무 많은 거다. 동생도 부모님에 대해 설명하고 싶은데 어떻게, 무엇을 설명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부모님의 세계를 좀더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수화를 쓰는 이들을 촬영하려니 장면 구성에 관한 고민도 필요했겠다.
=항상
[flash on] 딸이 직접 카메라에 담은 부모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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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전속결. 인터뷰 시간보다 30분 일찍 스튜디오에 도착해 미리 해온 메이크업을 간단하게 매만진 뒤 곧바로 카메라 앞에 서서 다양한 포즈를 척척 취하는 한고은은 TV 속 모습 그대로 시원시원했다. 마치 익숙한 곳이라도 왔다는 듯 말이다. 1995년 슈퍼엘리트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지 올해로 20년째지만 그녀의 연기 인생과 함께 나이를 먹고 있는 <씨네21>과의 인연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었다. 심지어 첫 영화 출연작 <태양은 없다>(감독 김성수, 1998)가 개봉했을 때도 <씨네21>에 소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자 한고은은 깜짝 놀랐다. “정말인가? 진작에 만났어야 했는데, 이제야… 좀 늦었다. (웃음)”
공포영화 <검은손>(개봉 4월16일)에서 한고은이 연기한 유경은 털털한 그녀의 실제 모습과 거리가 먼 성형외과 전문의다.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된 여동생(배그린)에 대한 죄책감을 안은 채 동생의 뒷바라지를 하며 살아가고, 유전자
[한고은] <검은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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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분노의 질주: 더 세븐>
드라마
2015 <왕좌의 게임> 시즌5
2014 <왕좌의 게임> 시즌4
2013 <왕좌의 게임> 시즌3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확실히 남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영화다. 테러 조직의 표적이 되는 천재 해커를 구하고 보니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미녀가 등장한다. 천재, 아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커 램지 역을 맡은 내털리 이매뉴얼에게 어울리는 곳은 어두운 사무실이 아니라 작열하는 태양 아래 굴곡진 몸매를 뽐낼 수 있는 자리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이 두바이를 무대로 택한 건 어쩌면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를 선보이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만큼, 인상적인 수영복 신이다. 도미니카인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아 까무잡잡한 피부에 매력적인 곱슬머리를 자랑하는 89년생 영국 출신 여배우의 건강한 외모는 화려한 태양을 닮았다. 2007년 TV시리즈 <Most H
[who are you] 내털리 이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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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감독, 아니 이제는 작가라는 호칭이 더 어울릴 그녀는 자신의 단편애니메이션을 그림책으로 다시 엮어 출간하는 등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심지어 지난 4월2일 폐막한 2015 볼로냐아동도서전에 <나의 작은 인형상자>를 출품해 무려 2회 연속으로 수상도 했다. 매체에 최적화된 방법을 누구보다 빨리 체득하고 기어이 만들어내는 신통방통한 예술가의 다음 행보는 또 어디일까 궁금해져 그녀의 작업실을 직접 찾았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진실된 자신만의 이야기라면, 그것이 매체의 특성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녀가 미처 그림으로 옮겨 그리지 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작가로 활동 중이다. 출판과 애니메이션 제작을 동시에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애니메이션을 어렵게 완성했는데 영화제에서만 상영되고 마는 현실이 아쉬웠다.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책의 형태로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
[trans × cross] 이야기의 원천은 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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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동그랗게 뜬 ‘아가씨’가 서울역사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분장받는 공간이 좁아서, 전환도 할 겸 구경나왔어요.” 아직 준비가 덜 된 탓에 머리에는 굵은 집게핀을 꽂고 슬리퍼를 신은 김태리의 시선은 이미 촬영을 진행 중인 김민희에 머물러 있다. 오래된 역사의 고풍스러운 공간에서 지금 막 걸어나온 것 같은 우아한 옷차림의 김민희와, 자신의 눈빛이 방해가 될 새라 벽 너머로 조심스럽게 그녀를 지켜보는 김태리를 보며 영화 속 그들의 조합을 짐작해본다.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김민희) 언니를 처음 만났는데…. 너~ 무 예쁘고, 너~ 무 사랑스럽고, 정말 소녀 같아요, 언니는! 저에게도 전혀 거리감 없이 대해주셔서 만날 때마다 제가 ‘치근덕’거리고 있어요. (웃음)” <연애의 온도>의 김민희를 본 뒤 <뜨거운 것이 좋아>와 <화차>를 보며 그녀를 “파기” 시작했고, <아가씨>의 오디션 과정에서도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냐는 질문에 “김민
[김태리] 나라는 인간에 대한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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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열렸던 <아가씨>의 제작사 용필름 송년모임에서 김민희가 유독 눈에 띄었다. <아가씨>에 막 캐스팅됐기 때문일까. 그는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옆자리에 앉아 있던 박찬욱 감독의 곁을 지키며 그의 말을 경청했고, 술자리에 있었던 그 누구에게도 그들의 대화에 낄 틈을 주지 않았으며, 덕분에 시끌벅적한 술집에서 두 사람의 자리만 시간이 멈춘 듯했다. 김민희가 박찬욱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는 소식이 영화계 안팎에서 화제가 됐던 때다. “박찬욱 감독님의 신작이라는 사실이 출연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냐고? 내가 뭐라고…. (웃음) 그저 그의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것만으로도 행운이자 감사한 일”이라는 게 김민희의 겸손한 출연 소감이다. 불과 4개월 전의 일인데 촬영을 두달 앞둔 지금, 김민희는 그때가 까마득하다. “그 이후로 (김)태리씨, 박 감독님과 많이 만났다. 그런데 배우, 스탭 첫 미팅이 있던 지난주 하정우 선배와 처음 만나 식사를 하니 촬영
[김민희] 원작과 다르게, 원작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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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지금껏 ‘하정우’는 존재하지 않던 카드였다. 그는 윤종빈 감독의 스토리를 전달하는 생생한 페르소나(<용서받지 못한 자>(2005),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 <군도: 민란의 시대>(2014))였고, 나홍진 감독의 징글징글한 장르(<추격자>(2008), <황해>(2010))를 구현해낸 아이콘이자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2012)이나 올여름 개봉할 최동훈 감독의 <암살>(2015)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서 어마어마한 활동량을 선보인 동력이었다. <더 테러 라이브>(2013)로 신인감독 김병우의 지지자로 역할했던 그는, 최근 <허삼관>(2014)으로 자신의 연출작에 힘을 더하면서 ‘새로운’ 시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정우는 어느덧 한국 영화계에서 흔들리지 않는 온전한 세계로 자리매김했고, 그 명확함이 곧 스코어로
[하정우] 두 얼굴의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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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은 사진 찍기와 보기를 좋아하지만 본인이 찍히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가 <씨네21> 표지에 최다 등장한 (전업)감독이 된 오늘의 현실은, 전적으로 체념의 소산이다. “사진작가 입장에서도 일이니까요.” 물론 마지노선은 있다. 십수년 전 유망주로 묶인 김지운 감독과 나란히 신문사에 불려가, 둘이서 먼 하늘 소실점을 가리키며 그윽이 시선을 던지는 포즈를 주문받은 적이 있는데, 지금이라면 정중히 사양할 요청이다. 박찬욱 감독의 사진 수난사라면 <씨네21>도 결백하진 않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무렵, 효창공원에 청해 그네를 태우는가 하면 비둘기 떼를 그의 앞으로 몰아서 (오우삼 스타일로) 푸드덕 날렸던 표지가 있었다. 박찬욱 감독에게 매우 어색한 하루로 추억되는 이 표지는 공교롭게도 역대 최악의 오자(‘Cooming Soon!’)가 얹히면서 <씨네21>의 흑역사로 등재되기도 했다(찾아보지 마시라). 여하튼 산전수전 끝
[박찬욱] 비밀과 거짓말 그리고 감정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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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제작 모호필름, 용필름•배급 CJ엔터테인먼트)가 <씨네21> 1000호 커버로 첫 공개됐다. 알려진 대로 세라 워터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아가씨>는 1930년대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그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그리고 백작에게 고용돼 아가씨의 하녀로 일하게 된 소녀(김태리)를 다루는 이야기다. 박찬욱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만든 <스토커>(2013) 이후 다시 한국 영화계로 돌아와 준비하는 영화이며(물론 그 사이에 동생 박찬경 감독과 함께 만든 다큐멘터리 <고진감래>(2013)와 단편 <A Rose Reborn>이 있긴 하다) 하정우, 김민희, 김태리 등 이제껏 한번도 호흡을 맞추지 않은 배우들과의 첫 작업이다. 게다가 임승용 프로듀서, 정정훈 촬영감독, 류성희 미술감독, 송종희 분장감독 등 박찬욱 감독의 오랜 동료가 오랜만
[박찬욱,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아가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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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제작자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한국영화 제작사 중 10년을 버틴 영화사조차 그리 많지 않은 걸 보면 영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닌 듯하다. 그 와중에 1995년 우노필름으로 시작해 20년을 버텨온 싸이더스 픽쳐스의 존재는 그 세월만으로도 눈에 띈다. 투자배급으로 전환하며 여러 부침을 겪었지만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싸이더스는 왕년의 제작 명가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그 선두에 2012년 34살의 젊은 나이에 싸이더스 픽쳐스의 대표이사로 발탁되며 화제를 모았던 이한대 대표가 서 있다. 지난 20년이 앞으로의 20년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그의 비전과 전망을 들어봤다.
-사무실이 넓고 시원하다. 얼마 전 이사를 했다고 들었다.
=좀더 적합한 환경을 찾아서 옮겼다. 요즘엔 협업이 늘어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왔다. 회의실도 더 늘리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사실도 마련했다. 마음껏 영화 보면서 일하고 싶은 의욕을 자극하는 환
[flash on] 명가의 재건을 넘어 강한 제작사로 거듭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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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영화과가 통폐합 위기를 맞았다. 영화학과와 영상학과를 통합하겠다는 학교쪽 발표에 학생들은 행정관을 점거하고 탄원서를 제출하며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건국대학교 학생 고경표, 이종석, 샤이니 민호, 걸스데이 혜리를 비롯하여 김태우, 이주승, 김유정, 김조광수 감독 등 영화인들이 ‘건국대학교 영화과를 살려주세요’ 피켓을 들고 동참 행렬에 나섰다. 학교의 통폐합 발표 직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결성해 활발하게 반대 운동을 개진 중인 영화과 10학번 김승주 비대위원장을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에서 만났다. 아름다워야 할 봄날의 캠퍼스는 여기저기 붙은 대자보와 입학하자마자 통폐합 통보를 받은 신입생들로 어수선한 광경이었다.
-학과 통폐합 발표에 영화과는 비대위를 결성하고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통폐합을 저지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진행 중인가.
=1인 시위부터 릴레이 단식, 행정관 점거 시위를 했고 해시태그를 이용한 SNS 시위도 진행하
[flash on] 학과는 학생들의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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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그건 돌이킬 수 없어.” 사랑 때문에 가족을 떠난 남자는 이번 사랑만은 영원할 거라고 생각한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말이 얼마나 거대한 무게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질투>는 이 남자의 잘못된 확신이 불러오는 파국을 담담히 응시하는 영화다. 열띤 감정에 사로잡혀 연인의 고독과 불안감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남자는, 텅 빈 방에 홀로 남고서야 비로소 그녀가 느꼈을 감정들을 체감하게 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말마따나 “젊은 베르테르”의 운명을 따르게 된 남자를 연기하는 건 프랑스 배우 루이 가렐이다. 제멋대로 헝클어진 곱슬머리와 깃 세운 코트, 무심한 표정이 트레이드 마크인 이 배우는 아버지 필립 가렐의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연출에 어떤 서정성을 덧입히는 역할을 한다. 그저 거리를 걷는 장면에서조차 영화의 공기를 압도해버리는 존재감은 루이 가렐의 타고난 재능이라 할 만하다. ‘스타’ 배우를 기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의 아버
[루이 가렐] <질투> <생 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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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제5의 물결>
2015 <보케>
2014 <팔로우>
2014 <더 게스트>
2014 <번드>
2013 <레이버 데이>
2013 <신시사이저>
2013 <블링 링>
2013 <플라잉 몽키즈>
2012 <배드 블러드: 더 헝거>
2006 <배드 블러드>
공포영화 속 희생양이었던 아름다운 금발 소녀가 <팔로우>에선 단숨에 주연으로 나섰다. 고 브리트니 머피를 연상케 하는 하얀 피부에 커다란 눈, 연약한 소녀 이미지의 마이카 먼로가 그 주인공. 공포영화 <팔로우> 전반에 흐르는 멜랑콜리하고 멜로적인 무드는 그녀에게 상당 부분 빚지고 있다. 마이카 먼로는 어른의 세계로 이행하는 10대 소녀의 불안감과 방어기제를 표현하며, 막연한 존재에 대한 공포를 순간순간의 센티멘털리즘으로 치환한다. 물 위에 대형 연을 띄운 뒤 그 연줄을 몸에 묶고
[who are you] 마이카 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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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2015 <스물> 삽화 캐릭터 디자인
2014 <족구왕> 홍보 웹툰
다음 인기 웹툰 <노점묵시록>의 백봉 작가가 영화계와 연을 맺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족구왕> 때는 영화 홍보사의 의뢰로 번외편 격인 웹툰을 발표했다. 그때는 영화 홍보 차원에서 참여했다면 이번 <스물>에서는 시나리오 기획 단계에서부터 함께 참여해 영화 일부에 삽입된 30여컷 분량의 삽화를 직접 그렸다. 극중 영화감독을 꿈꾸는 치호(김우빈)가 술을 마시다 느닷없이 자기가 구상한 이야기라며 ‘고추 행성의 침공’이란 제목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 삽입된 만화가 바로 백봉 작가의 작품이다. 일단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하긴 했지만 이번엔 혼자 망하는 작업이 아닌 까닭에 부담감이 컸다”라고 말하는 백봉 작가는 극중 치호처럼 스스로의 작업에 대단히 만족하는 중이다. “처음 감독님에게 <스물>이란 20대 청춘영화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
[STAFF 37.5] 이런 건 나만 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