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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 최덕문 등 출연한 배우 모두 주인공이다. 그런 점에서 <암살>은 그들의 에너지와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할 만하다.” 최동훈 감독의 말대로 <암살>(7월22일 개봉)은 배우의 면면이 화려하다. 때는 1930년대 일제 치하.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조진웅), 폭탄 전문가 황덕삼(최덕문) 등 세명을 조선주둔군 사령관 가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강인국을 살해하는 작전에 투입하기로 한다. 김구의 신임을 받고 있는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이정재)은 세명의 독립군을 찾아나선다. 영화 프로모션 일정을 정신없이 소화하고 있었음에도 이정재, 하정우, 전지현 세 배우는 지친 기색이 전혀 없었다. 덕분에 넓디넓은 야외 스튜디오가 꽉 차 보였다.
[이정재, 전지현, 하정우]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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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디너>는 헤르만 코흐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영화다. 주인공 형제 부부의 관계는 ‘식사’로 이어져있다. 하지만 식사가 편안하게 진행되는 경우는 없다. 어느 날 그들의 자녀가 벌인 사건으로 가족 사이엔 불신의 틈이 발생한다. 이바노 데 마테오 감독은 “개인의 욕구가 사회적 책임, 윤리적인 선택보다 중요해질 때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말하고 싶어 <더 디너>를 연출했다”고 한다. 감독은 전작 <곡예사>(Gli equilibristi, 2012)에서도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작은 균열을 다룬 바 있다. <더 디너>에 관해 궁금한 점을 묻고자 감독에게 편지를 썼다.
-원작에서 놓치고 싶지 않았던 부분은.
=<더 디너>는 불확실한 신념에 대한 영화다. 소설이 주제와 상황을 다루며 보여주는 거칠고 명료한 방식에 끌렸다. 소설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소설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설정인 반면, 영화에서는
[people] 마지막 신에서 시선이 갖는 위력을 느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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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은 좌익세력을 통제하기 위해 국민보도연맹을 조직했다. 그리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들을 구금하고 학살했다. 23만~45만명으로 추산되는 희생자 대부분은 사상과 이념보다는 당장의 생존 자체가 더 중했던 평범한 농민들이었다. 보도연맹사건은 국가가 저지른 끔찍한 민간인 학살이었다. 구자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레드 툼>은 보도연맹 희생자 유가족, 학살의 목격자, 시체 묻는 부역에 동원된 소극적 가담자들의 증언을 엮어, 반세기 넘게 ‘빨갱이 무덤’에 묻혔던 진실을 전한다. 현재 창원에서 <민중의 소리>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구자환 감독이 인터뷰를 위해 서울까지 먼 발걸음을 했다.
-창원, 진주, 거제 등지의 보도연맹 희생자 유해 발굴지를 따라가는 만큼 경남 지역에서 더 많은 상영 기회가 있다면 좋을 텐데 확정된 상영관을 보니 경남에선 창원이 유일하더라.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부터 천대를 많이 받았는데 개봉하는 이 시점까지도 그렇다. 201
[people] “이분들이 진짜 빨갱이였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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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나의 절친 악당들>(2015)
소품 <열한시>(2013), <돈의 맛>(2012)
푸드 <하녀>(2010)
푸드 스타일링, 테이블 세팅 <그때 그사람들>(2004)
<하녀>(2010)의 푸드, <돈의 맛>(2012)의 소품, <나의 절친 악당들>(2015)의 미술. 필모그래피만 보면 도통 종잡을 수 없는 행보다. 유진경 미술감독은 얼마 전까지 푸드 스타일리스트였다. 방송, 광고, 잡지 등 여러 매체에서 소개하는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세팅하는 게 그녀가 해온 일이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로서 참여한 <그때 그사람들>(2004)이 첫 영화 작업이자 임상수 감독과 처음 맺은 인연이다. 영화의 후반부, 궁정동 안가 총격 시퀀스에서 최후의 만찬으로 올라간 로브스터 요리가 그녀의 작품이었다. “검은색 접시에 로브스터 요리를 올렸다. 당시 아무나 먹을 수 없는 음식이기도 하고, 로브스터의 붉은
[STAFF 37.5] “새롭고 독특한 공간을 설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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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화두이자 비전이다.” 25년여간 삼성나이세스와 삼성영상사업단 영화팀을 거쳐 CJ엔터테인먼트 국내사업 대표까지 지낸 길종철 전 CJ E&M 상무의 확고한 생각이다. 한국 영화산업의 최전선에서 일하며 그가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영화의 본질은 스토리라는 데 대한 강한 확신이다. 2013년 10월, CJ E&M을 퇴사한 이후 그는 스토리 연구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 현재 한양대 연극영화과 특임교수로 학생들에게 이야기의 근간에 대해 가르치는 한편, 얼마 전 문을 연 영화 비즈니스 전문가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 로카(LOCA)에서도 스토리와 관련된 특강을 하고 있다. 그가 스토리에 대한 이론적 접근에 이토록 매달리는 건 결국 대중에게 통하는 영화에 한발 더 다가가려는 치열한 시도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스토리의 실체는 무엇일까. 일주일에 대여섯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 그가 수시로 찾아간다는 CGV오리에서 그를 만나 물었다.
-CJ엔터테인먼트 국
[길종철] 독창성과 보편적 가치를 담은 이야기 그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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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2012)
<덴 쉬 파운드 미>(2007)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2000)
<캐스트 어웨이>(2000)
<왓 위민 원트>(2000)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1997)
배우들이 연출로 자신의 새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것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제 그리 낯선 일은 아니다. 아역배우로 시작해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거치며 스타로 성장한 다음, 나름의 저예산 독립영화로 영역을 옮겨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펼쳐놓는 배우, 감독들을 우리는 여럿 보아왔다. 여배우, 감독만 치더라도 (조금씩 다른 경로를 거치긴 했지만) 조디 포스터나 소피아 코폴라, 그리고 최근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안젤리나 졸리 등이 쉽게 떠오른다. 하지만 이들에 비하면 헬렌 헌트는 꽤 조용한 ‘감독 신고식’을 치른 편이다. <라이드: 나에게로의 여행>(이하 <라이드>)은 2007년 &l
[헬렌 헌트] 투명하게 역할에 스며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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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단편
2013 <C’est Si Bon>
2012 <내가 같이 있어줄게>
2011 <붉은 손>
2010 <백서>
장편
2013 <파스카>
“용기를 잃을까봐 두려워. 맞서 싸워야 할 것들이 많은데….” <파스카>의 요셉은 고등학교를 자퇴한 열아홉 소년이다. 그리고 마흔살의 가을을 사랑한다. 가을과 요셉은 고양이들을 자식처럼 키우며, 함께 밥 먹고 함께 잠이 든다. 이 사랑의 책임을 현실적으로 떠안는 건 가을이다. 요셉은,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신이 무력한 존재임을 느낀다. “요셉은 무모하게 마음만으로 모든 것을 뚫고 나가는 인물이다. 직업이며 사회적 배경을 모두 걷어냈을 때, 요셉에게 남는 본질적인 마음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그 마음은 다름 아닌 순수하고 용기 있는 사랑이다. 성호준은 “삶의 경험치가 달라도”, “마음의 꼴이 닮은 사람은 알아볼 수 있는 법”이라고 했다. <홀리모터스>에서 드니 라
[who are you] 확신대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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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캐릭터 하나는 확실하다. 최근 ‘양꼬치엔칭따오’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배우 정상훈이다. 정상훈은 <SNL코리아> 시즌6의 한 코너인 ‘글로벌 위켄드 와이’에서 엉터리 중국어 연기를 펼치는 중국 특파원 ‘양꼬치엔칭따오’를 맡으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SNL코리아>에는 지난 2월부터 합류해 ‘양꼬치엔칭따오’로 인기를 얻었고 국내 최초로 칭타오 맥주의 광고모델까지 되었으나 배우가 아닌 개그맨으로 알려지는 웃지 못할 부작용(!)도 발생했다. 하지만 정상훈은 “18년 동안 ‘어디서 많이 본 사람’으로 지냈는데 이젠 ‘양꼬치엔칭따오!’라고 외치며 달려와주는 이들이 생겨 무척 재밌고 좋다”고 말한다. 진지한 뮤지컬 배우이자 유쾌한 SNL 크루, 또 다정한 남편이자 아빠이기도 한 그에겐 하루하루가 “긍정의 날들”이다.
-<SNL코리아> 시즌6을 얼마 전 마치고 요샌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10주년 기념 공연 연습에 한창이라고.
=연
[trans × cross] 무대 활동이 내겐 큰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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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갑동이>가 정점이었던 것 같다. 말끔한 외모로 여자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해 끔찍한 연쇄살인범으로 변모하는 사이코패스 ‘류태오’. 그 급작스러운 변화 속에 이준의 강점인 강렬한 연기가 존재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듯한 쏘아보는 눈빛 연기는 반짝하고 인정받았다가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는 배우 ‘오영’의 삶을 극적으로 포착한 <배우는 배우다>(2013)에서 시작됐다. 그리하여 이준이라는 배우를 악보에 적어 내려가자면, 포르테 기호 ‘f’ 하나로는 한참 모자라고 ‘ff’(포르티시모, 매우 세게), ‘fff’(포르티시시모, 가장 세게) 정도는 붙여줘야 설명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안판석 감독은 그런 이준에게 장착된 빳빳한 ‘힘’을 일거에 앗아갔다.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그는 특권층의 자제지만 부와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사랑을 택하는 청년 ‘한인상’을 연기했다. 인생의 굴곡을 모르는 데다 욕심도 야망도 열정
[이준] 서늘한 기운 풍기는 촌장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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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니 87년생 천우희는 항상 실제보다 한참 어린 소녀로 각인되어왔다. <써니>(2011)에서 본드에 취해 깨진 병을 들고 매점에서 악다구니를 쓰던 ‘본드녀’가 그녀였고, <한공주>(2013)에서는 끔찍한 성폭행의 피해자이지만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고 죄인처럼 도망 다녀야 하는 17살의 ‘공주’였다. <우아한 거짓말>(2013)에서 그녀는 가난한 환경에서도 어린 동생을 돌봐야 하는 책임을 진 의젓한 언니 역할로 소임을 다했다. 앞서 <26년>(2012)에서 권정혁(임슬옹)의 누이로 잠깐 얼굴을 비칠 때도 그녀는 교복 차림이었다. 이 많은 소녀들 사이에서 교복으로 상징되는 해맑은 소녀의 이미지를 단 한번도 ‘입어보지 못했’다는 지점에 이르면, 배우 천우희가 대변하는 분위기가 보다 명확해진다.
“<우아한 거짓말> 때 이젠 교복을 벗어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 (웃음)” 전쟁통에 가족을 잃은 젊은 과부. 마을에서 쫓겨나
[천우희] 무당 노릇을 강요받는 젊은 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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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더러 ‘피곤한 중년의 아이콘’이라더라. (웃음)” <골든타임>(2012)에서 3일 밤낮으로 수술한 뒤 퇴근하다가 응급 환자가 들어왔다는 전화를 받고 다시 병원으로 차를 돌리는 의사 최인혁, <미생>(2014)에서 오로지 일만 하는 직장인 오상식 등 최근 드라마에서 이성민이 연기한 인물들은 김광태 감독이 촌장 역할에 이성민을 떠올린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골든타임>에서 빨갛게 충혈된 눈, 피곤에 전 푸석푸석한 피부 등 선배님의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 촌장 집권 말기의 피곤한 마을 풍경을 잘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아 출연을 부탁드렸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
촌장의 하루 일과는 마을 일에서 시작해 마을 일로 끝난다. 마을의 대소사는 전부 그에게 보고되고, 그의 결정을 따른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심지어 마을 사람들의 취침시간도 그가 종을 쳐서 알릴 정도다. “마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을 잘 아우르고 있
[이성민] 양면성을 지닌 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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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피아노 연주 하면 드라마 <밀회>(2014)의 유아인이다. 기타 연주 하면 <고고70>(2008)의 조승우다. 앞으로 피리 연주 하면 <손님>의 류승룡부터 떠올려야 할지도 모르겠다(앞의 두 악기와 달리 피리가 등장하는 영화가 또 나올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손님>에서 류승룡이 연기한 우룡은 피리 부는 사나이다. 절름발이의 몸으로 폐병을 앓는 아들 영남(구승현)과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아다니는 그는 한마디로 “산전수전 다 겪은 남자”다. “귀때기가 달린 짐승들은 모두 움직”일 만큼 피리 연주에 재능이 있는 남자이기도 하다. 한국전쟁으로 먹고살기 힘든 상황임에도 얼굴에 살이 통통 붙어 후덕해 보이는 인상은 그가 “인성 좋은 사람”인 동시에 “수완이 좋은 사람”임을 보여준다. 살면서 큰 죄 한번 짓지 않고 살았을 법한 그가 지도에는 없는 마을에 들어가 마을 촌장(이성민)의 부탁을 받고 들끓는 쥐들을 내쫓다가 감당하기 힘든
[류승룡] 풍곡리의 피리 부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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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가 8할이다. 연기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김광태 감독이 전한 관전 포인트대로 <손님>(개봉 7월9일)은 연기 선수들이 모였다. 류승룡, 이성민, 천우희, 이준이 그들이다. 1950년대, 떠돌이 악사 우룡(류승룡)과 그의 아들 영남(구승현)은 영남이 앓고 있는 폐병을 고치러 서울로 가는 길에 한 외딴 마을에 들른다.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폐허가 된 바깥세상과 달리 마을은 평화롭기만 하다. 다만, 숫자가 늘어나는 쥐떼들이 유일한 골칫거리다. 촌장(이성민)은 우룡에게 병원비를 줄 테니 쥐떼들을 쫓아내달라고 요청하고, 우룡은 촌장과의 약속을 믿고 쥐떼들을 마을 밖으로 몰아낸다. 그때부터 감춰져왔던 마을의 진실이 드러난다. 서스펜스를 차곡차곡 쌓아가기 위해서는 배우의 연기가 중요한 작품인데, 저 배우들이라면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지난해 촬영이 끝난 까닭에 오랜만에 만난 네 배우는 스튜디오에 들어오자마자 서로의 안부부터 물었다. 다음 장부터 극장
[류승룡, 이성민, 천우희, 이준] 연기 선수들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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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음식을 테마로 한 영화제인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7월9일 개막된다. 영화제의 기획자인 정우정 집행위원장은 현재 영화사 메타플레이의 대표이자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 겸임교수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일본 삿포로국제단편영화제 등의 프로그래머를 역임해 영화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영화제 전문가’로 통하는 인물. 2007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원스>(2006)를 개막작으로 선정해 국내에 <원스> 열풍을 몰고 온 안목이 이번에도 주효할까.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열리는 아트나인에서 정우정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당신이 대표로 있으며, 서울국제음식영화제를 기획하고 실행 중인 메타플레이는 어떤 회사인가. 창립 동기와 과정이 궁금하다.
=메타플레이는 제작부터 배급, 수입, 영화제 기획을 모두 아우르는 업체다. 1997년에 뉴욕대학교(NYU)에서 석사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시작으로 쭉 영화제 일을 해왔다. 어느 순
[people] 맛있는 영화, 맛있는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