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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베에르셰바에서 출생한 슐로미 엘카베츠는 대학강사로 일하며 틈틈이 각본가로도 활동했다. 유명 배우인 누나 로니트 엘카베츠와 <아내를 얻는 법>(2004)을 공동 연출한 이후 쭉 함께 영화를 만들고 있다. <7일장>(2007)과 <비비안의 이혼재판>(2014)까지 로니트와 공동 연출한 세 작품을 아울러 ‘비비안 3부작’이라 부른다. 세 영화는 모두 비비안이라는 한 주인공의 삶을 다룬다. 비비안은 로니트가 연기했다. 그사이 슐로미는 <증언>(2011)을 혼자 연출하기도 했다. 제67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작이었던 <비비안의 이혼재판>은 올해 제1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새로운 물결 섹션에서 상영됐다. 비비안은 남편과 이혼하려 하지만 이스라엘에선 남편의 완전한 동의가 있어야만 이혼이 성립한다. 남편이 동의해주지 않아 비비안은 재판정과 대기소를 오가며 지난한 시간을 보낸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사무국에서 로니트 없이 홀로 방한한
[flash on] 입 밖으로 이야기를 꺼낼 때 싸울 수 있는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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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특별전은 21편의 스웨덴 여성영화들로 꾸려졌다. 여성들이 직면한 사적이고 정치적인 이슈들을 여성감독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들이다. 이는 자국 영화 산업의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 영화인에게 꾸준한 지원을 해온 스웨덴 영화 정책의 결과물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성과를 견인한 곳이 스웨덴영화진흥원(Swedish Film Institute, 이하 SFI)으로, 스웨덴영화계 전반을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는 스웨덴 제일의 영화 기관이다. 그곳의 대표인 안나 세르네르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찾았다. 그를 만나 스웨덴에서 여성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와, 정부 지원 비중을 늘려나가는 스웨덴 영화 정책의 중요한 변화들에 대해서 들어봤다.
-이번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는 스웨덴의 젊은 여성감독들이 만든 성장영화들이 눈에 띈다.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나.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정곰상을 수상한 산나 렌켄 감독의 <마이 스키니 시스터>를 꼽겠다.
[flash on] 영화 산업에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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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미국의 대법원장 후보였던 클라렌스 토머스가 부하직원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아니타 힐을 지속적으로 성희롱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인 아니타의 증언 후 이 사건은 청문회에 소환됐다. 아니타는 성희롱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던 시절, 흑인, 여성이라는 차별을 딛고 거대권력에 당당히 맞선 히로인이었다. 미국 내 페미니즘 운동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사건인 아니타 스토리는 많은 이들이 영화화하려 했지만 당사자의 허락을 구하지 못해 이루어지지 못했다. 2010년 그녀를 다시 카메라 앞에 서게 한 건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프리다 리 모크 감독이었다. 다큐멘터리 <아니타 힐>(2013)로 한국을 찾은 프리다 리 모크 감독을 만났다.
-설치미술 작가인 중국계 미국인 마야 린(<마야 린: 어 스트롱 클리어 비전>(1994), 아카데미 최우수장편다큐멘터리상 수상), 베스트셀러 작가 앤 라모트(<버드 바이 버드 위드 앤>(1999)), <뮌헨&g
[flash on] 우리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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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지금 이 순간, 가장 핫한 리버럴 아이콘을 꼽으라면 단연 샤를리즈 테론이다. 테론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 이하 <분노의 도로>)와 관련해 페미니스트로서 적극 발언 중이다. 테론이 젠더 이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해온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며 젠더 이슈에만 목소리를 보태온 것도 물론 아니다. “쉽사리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싸우렴.” 샤를리즈 테론의 어머니는 항상 그에게 당부했다. 아마도 그는 그 말을 깊이 새기고 살았을 것이다. 2007년 테론은 CTAOP(The Charlize Theron Africa Outreach Project)를 창설해 오스카 위너이자 유엔 친선대사라는 명예를 에이즈와 싸우는 아프리카의 청소년을 돕는 데 썼다. 폭력과 무관심에 갇힌 아동을 위해 기꺼이 광고에 출연했고, 동물의 생존권을 주장하며 모피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성 소수자의 결혼권을 지지하며 “미국 땅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기 전
[샤를리즈 테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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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투모로우랜드>
2015 <몰리 문 앤드 디 인크레더블 북 오브 히프너티즘>
2012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2012 <다크 섀도우>
TV
2013 <미스터 셀프리지>
2012 <스테핑 업>
13살 영국 출신의 주근깨 빼빼 마른 신인배우 래피 캐시디는 주인공의 아역으로 스치듯 등장했던 지난 출연작과 달리 <투모로우랜드>에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지구의 평행세계 ‘투모로우랜드’에 입성할 꿈 많은 아이들을 선발하는 아테나는 광선총을 쏘며 곡예에 가까운 와이어 액션을 선보인다. <한나>의 시얼샤 로넌이나 <킥애스: 영웅의 탄생>의 클로이 머레츠에 이어 ‘소녀 액션’ 분야의 적통을 잇는 캐릭터라 할 만하다. 그녀의 등장은 개봉 이전에는 비밀에 부쳐졌는데 브래드 버드 감독과 각본가인 데이먼 린델로프가 래피 캐시디가 맡은 캐릭터를 철저히 숨기길 원했기 때문이
[who are you] 래피 캐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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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2015 <무뢰한>
2014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아버지의 이메일> <소리굽쇠>
2012 <줄탁동시>
2011 <스파이 파파>
촬영부
2011 <체포왕>
2007 <해부학교실>
2005 <너는 내 운명>
2004 <발레교습소>
“<줄탁동시>(감독 김경묵)에 나오는 새벽 장면을 보는데 화면에서 느껴지는 힘이 굉장하더라. 누가 촬영했는지 궁금해서 수소문해 연락을 넣었다.” 오승욱 감독이 15년 만에 신작 <무뢰한>을 준비하며 강국현 촬영감독을 파트너로 꼽은 이유다. 강국현 촬영감독은 평소 오 감독과는 일면식도 없었고, 상업영화 촬영팀을 이끈 경력도 전무했다. 하지만 그 어떤 편견도 없이 자신이 촬영한 작품만 보고 “과감해서 좋다”고 말해주는 오 감독이라면 한번 제대로 작품으로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무뢰한>을 찍어나가기 시작했다.
[STAFF 37.5] 현실을 바라보는 영화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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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2003)의 백운학 감독이 돌아왔다. 그가 12년 만에 연출한 두 번째 장편 <악의 연대기>는 승진을 앞둔 시점에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만 형사반장 최창식(손현주)의 심리적 궤적을 따라가는 영화다. 은폐하려던 사건을 누군가가 최창식 반장의 면전에 던져놓는다. 최창식 반장은 자신의 손으로 사건을 수사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다. 경찰들은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아서, 최창식 반장은 자신을 수렁으로 몰아넣은 누군가를 찾아서 각기 수사망을 좁혀간다. 최창식 반장의 곁엔 그를 수족처럼 따르는 후배 오 형사(마동석), 차동재 형사(박서준)가 있고 그들 앞에 유력한 용의자로 보이는 김진규(최다니엘)가 제 발로 나타난다. 12년 만의 연출이라 과욕 혹은 독기가 엿보이지 않을까 짐작했으나 오히려 백운학 감독은 여전히 낭만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이었다. 연하의 배우를 존중하는 마음에 그를 형이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았고, 후배인 제작자에게 쓴소리를 들을 때조차
[백운학] “손현주 선배에게 몸 아닌 눈으로 연기해달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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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한은 팝재즈 그룹 윈터플레이의 멤버이자 작곡가, 트럼펫 연주자로 활동해온 뮤지션이다. ‘누보송 프로젝트’로 한국 가요를 재즈풍으로 리메이크하여 프로듀싱하고, 유희열, 김조한, 다이나믹듀오 등 10명의 아티스트들과 공연 <텐플러스원>을 선보이는 등 재즈를 기반으로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그런 그가 최근엔 드라마 음악감독으로 나섰다. 훅이 있는 신파조의 발라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보편적 한국 드라마와 달리 그는 재즈를 다양하게 변주한 50여곡을 상황에 따라 사용했고 빅밴드를 기용하여 연주했다. 안방에서 예상치 못한 귀호강을 시켜준 이주한 음악감독을 작업실이자 제작사인 라우드피그에서 만났다. 음악에 대한 질문에 O.S.T를 일일이 들려주며 설명하다 즉석에서 트럼펫을 한 소절 연주해 보이기까지 한 그는, 재즈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지닌 뮤지션이었다.
-드라마 O.S.T 발매 최초로, 지난 5월12일 명동성당 마리아홀에서 <앵그리맘> O.S
[trans × cross] 재즈와 드라마의 신선한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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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배우 다 곽경택 감독과는 첫 작업이다.
=유해진_곽 감독님은 잘생긴 배우들과만 작업하시지 않나. 윤석이 형이야 잘생기셨지만. (웃음)
김윤석_아이고 또 그런다. 허허. 내가 보기와 달리 ‘의외로’(웃음) 강한 남자들이 나오는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장르적으로 보면 곽 감독님과는 만나기 힘들었는데 <극비수사>로는 꼭 만나뵙고 싶었다. 직접 작업을 해보니 감독님은 배우들에게 콘티뿐 아니라 참고가 될 만한 사진까지 일일이 다 챙겨서 보내주실 정도로 정석대로 작업하는 분이더라. 서로 대화도 많이 나누고 굉장히 편했다.
-두 배우는 <타짜>(2006), <전우치>(2009), <타짜-신의 손>(2014, 이 작품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 장면이 없다.-편집자)에 이어 <극비수사>로 네 번째 한 작품 안에서 만났다.
=유해진_<극비수사>는 유괴라는 무거운 주제라 조심스러웠지만 아이를 구하려는 공
[김윤석, 유해진]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더 치열한 작품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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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하지 않은 역할의 유해진. 익숙한 그림은 아니다. <타짜-신의 손>(2014),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미쓰GO>(2012) 등 그가 출연한 몇 작품만 열거해봐도 그의 등장에는 ‘유머’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따라붙는다. 그런 그가 <극비수사>에서 도사 김중산으로 등장한다고 했을 땐, ‘유해진다운’ 코믹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모락모락 피어났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유해진은 그 기대를 비켜서서 웃음기를 싹 거둬들였다. 유해진 특유의 경쾌한 입말의 재미도 지그시 눌렀다. 대신 그 어느 때보다 성실하고 진중한 도사 김중산이 돼 공길용 형사와 짝을 이뤄 유괴 아동을 찾아 나선다.
그의 근작 중 보기 드문 진지한 캐릭터라 준비하는 유해진의 마음이 어땠을지부터 궁금했다. “코믹이든 아니든, 어떤 배역을 맡든지 늘 고민은 똑같다. ‘과연 이게 괜찮을까?’ 무슨 역을 맡든 언제나 두려움은 있다. 다만 김중산 선생님은 실
[유해진] 중용(中庸)의 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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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역의 김윤석. 낯설지 않은 그림이다. <추격자>(2008)에서 출장 안마소를 운영하는 전직 경찰 엄중호나 시골에서 껄렁거리다 급작스레 탈주범을 잡으러 달려가는 <거북이 달린다>(2009)의 조필성 형사가 단박에 떠오른다. 선 굵은 형사로 스크린 위에 자신의 인상을 뚝뚝 찍어내 보이던 김윤석이다. 그런 그가 <극비수사>에서 다시 한번 형사가 된다고 했을 땐, 그조차 어떤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던 것 같다. “솔직히 조심스러웠다. 내가 수사물이나 수사물에 기대 있는 영화를 몇번 해봤지 않나. 그때랑 비슷한 역할이면 너무 익숙한 그림이다. 스릴러에 수사물을 결합하는 장르적 시도라든지, 이상한 반전을 집어넣는 식의 (익숙한) 드라마에서 배우가 소비되는 걸 경계하고 있었다.” 관객에게 뻔히 읽히는 수는 일부러 멀찍이 두고자 한 그가 <극비수사>의 공길용 형사가 되기로 결심한 데는 어떤 확신이 있었던 걸까. “음식에 비유하자면 <극비수사>
[김윤석] 인간미 철철 흐르는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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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진아, 너랑 이렇게 둘이 사진 찍는 거 처음인 것 같은데? 허허.” “그러게요, 형. 허허.” 카메라 앞에 선 김윤석과 유해진이 쑥스러운 듯 스윽 웃어 보인다. 소란스럽기보다는 조용하게, 수다스럽기보다는 묵직하게 말을 잇는 두 남자. 그런 이들이 이번에는 형사와 도사가 돼 제대로 말을 섞었다. 1978년 부산에서 벌어진 실제 유괴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곽경택 감독의 신작 <극비수사>(개봉 6월18일)에서 김윤석과 유해진은 각각 공길용 형사와 김중산 도사라는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 사람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괴된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극비리에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끝까지 가보는 형사와 도사의 이야기다. 자극적인 수사물보다는 코끝이 찡해지는 가족극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기도 하다. 연기로 쉼 없이 자신을 단련해온 개성 강한 두 배우가 진중한 드라마 안에서 과연 어떤 화학작용을 만들어냈을까. 섣부른 짐작보다는 색다른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김윤석과 유해
[김윤석, 유해진] 소신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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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개인적인 선택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행위다. 2013년 김조광수와 김승환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발표했을 때 그들의 결혼은 합법적인 동성혼의 정당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중요한 이벤트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그 과정을 찍은 다큐멘터리 <마이 페어 웨딩>은 심각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다. 그저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동성커플도 결혼 준비에 지지고 볶는 건 똑같다는 걸 알려줄 뿐이다. 그들도 우리처럼, 이 당연한 문구가 상식이 되는 세상을 위해 지금도 멈추지 않고 투쟁 중인 두 사람을 만났다.
-드디어 개봉이다. 식상해도 이 질문을 먼저 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두 사람의 결혼을 영화로 남기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무엇인가.
=김승환_미국의 게이운동가 하비 밀크에 대해서도 영화로 제작됐지만 실제 그의 모습에 대해선 거친 영상 몇개가 있을 뿐이다. 하비 밀크의 운동이 강조된 것에 비해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어떤 고민을 껴안고 살았는지에 대한 살아 있는
[flash on] 결혼, 센 예방주사를 맞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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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절대, 단 한번도 나 자신이 ‘프리티 걸’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간혹 ‘엄청나게 예쁜’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나리오를 받으면 왜 이 시나리오를 내게 보냈는지 의문이 든다.” 롭 마셜의 뮤지컬영화 <숲속으로>(2014)를 통해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를 신은 안나 켄드릭이지만, 그녀는 자신이 ‘공주’과의 여배우가 아니라고 단호히 말한다. 1m 60cm가 채 되지 않는 아담한 체구, 고집스런 인상을 주는 날렵하고 뾰족한 코, 살짝 돌출된 치아를 시원하게 드러내며 웃는 표정 등 켄드릭의 외형적 특징은 전형적이기보다 개성적이다. 가녀린 듯 강해 보이고, 순진한 듯 영악해 보이고, 어린 듯 성숙해 보이는 이중적 이미지의 공존 또한 켄드릭의 매력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것 한 가지는 그녀가 ‘작은 거인’이라는 사실이다.
12살이던 1998년에 뮤지컬 <하이 소사이어티>의 디나 역으로 토니 어워드 뮤지컬 부문 최우수 여배우상 후보에 오른 켄
[안나 켄드릭]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