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생적인 아이.” 데뷔 초기 안젤리나 졸리를 처음 접한 미디어의 이 표현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파워 넘치는 여전사로 2000년대 할리우드를 종횡무진 내달리기 이전, 안젤리나 졸리는 또 다른 의미에서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누구에게 길들여지거나 어디에 순응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달까. 동물적인, 그래서 더 관능적인, 날것 그대로의 졸리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HBO>의 TV영화 <지아>(1998)는 이런 졸리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그녀는 “짐승 같았고”, “활화산같이 생겼”으며 그래서 “육감적”이라는 말을 듣던 실존 인물인 모델 지아 카란지를 거의 완벽하게 체화했다. 이 정도의 싱크로율은 지아와 비슷한 성장 과정을 겪은 졸리였기에 가능했으리라 짐작된다. 배우인 부모의 이혼, 아버지 존 보이트에 대한 원망, 가난한 유년기를 통과하며 졸리는 방황했다. 20대 초반까지 마약을 경험하고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고 고백한 그녀는 자해를 시도
[안젤리나 졸리] <말레피센트>
-
2014 <수상한 그녀> <방황하는 칼날> <우는 남자> <국제시장> <상의원> <타짜2> <협녀: 칼의 기억>
2013 <고령화가족> <감시자들> <집으로 가는 길>
2012 <베를린> <내 아내의 모든 것>
2011 <완득이> <푸른 소금> <써니>
2007 <황진이> 외 다수
D.I.(Digital Intermediate) 컬러리스트? 영화인에겐 익숙하지만, 관객에겐 생소한 크레딧이다. 색보정 기사라고도 불리는 컬러리스트는 촬영이 끝난 영상의 색감과 밝기 등을 조정하는 후반작업 스탭이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촬영 환경이 바뀌면서 컬러리스트의 업무 양은 늘어났고 그 비중도 높아졌다. 다양한 디지털카메라의 세팅값, 노출값을 체크할 뿐 아니라 영화 전체의 색감을 조율한다. 김태경 촬영감독 (<은교> &
[STAFF 37.5] 그 영화만의 ‘색깔’을 찾아서
-
구로사와 아키라, 나루세 미키오, 미조구치 겐조, 오즈 야스지로. 일본 영화계의 거인들을 열거하는 건 배우 가가와 교코를 설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같다. 가가와 교코는 일본영화의 황금기라 불리는 1950, 60년대를 이들 감독들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보냈다. 자신의 연기 인생의 중요한 한 시절을 거장들과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가가와 교쿄는 주목받곤 한다. 더욱 놀라운 건, 1932년생인 그녀가 여전히 배우로서 자신의 원칙을 지키며 활동 중이라는 사실이다. 일본 영화사의 산증인인 이 노배우가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가가와 교코 회고전’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녀는 일본인 최초로 국제영상자료원연맹(FIAF)의 ‘필름 보존상’을 수상할 만큼 영화 자료의 보존에도 적극적이다. 이번 회고전에서도 그녀는 이런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과거의 영화들과 그 시절의 촬영현장에 대한 생생한 증언자로 나섰다. 지금부터 전하는 인터뷰는 가가와 교코가 회상하는 자신의 연기 인생사이자 동시에 일
[가가와 교코] 마음이 몸을 이끄니
-
이정범 감독은 ‘<아저씨> 감독의 다음 영화’라는 시선과 내내 싸웠다. <아저씨>(2010)는 이제 막 두편을 만들었던 그에게 단숨에 ‘대표작’이라는 영광을 안겨주었지만,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그렇게 <우는 남자>는 <아저씨>로부터의 거리두기로 시작한 영화다. 그럼에도 <아저씨>의 태식(원빈)과 <우는 남자>의 곤(장동건) 사이에서, 액션 누아르의 장르적 매혹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도 막중했다. ‘멀고도 가깝게’라는 흔한 표현이 두 작품 사이에 자리한 긴장감이다. 인터뷰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됐다.
-도입부에서 소녀를 쳐다보고 물을 주르륵 뱉어내는 장난을 치는 곤을 보고 있으면, 감독이 처음부터 장동건을 대놓고 ‘양아치스럽게’ 연출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맞다. 실제로는 무척 점잖고 신사적인 남자인 장동건을 껄렁껄렁한 남자로 만들고 싶었다. 첫 등장 장면
[이정범] 트릭보다 정서
-
-
“허락된다면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 한강은 시 <피 흐르는 눈3>의 첫 소절에 이렇게 썼다. 허락된다면, 이라는 가정법은 무의미하다. 허락되지 않더라도 한강은 고통에 대해 말할 테니까.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에 이은 한강의 여섯번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역시 상처입고 고통받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1980년 5월18일의 광주로 걸어들어간다. 그곳에서 계엄군에 맞서 싸운 15살 소년 동호를, 군홧발에 짓밟힌 영혼을, 살아남은 사람들을 만난다. <소년이 온다>는 “인간을 껴안고 싶었다”는 작가의 마음이 한 문장, 한 문장 깊게 배어 있는 소설이다. 아직 <소년이 온다>와 이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작가는 자분자분한 말투로 때론 힘겹게, 때론 조심스럽게 ‘그날’을 이야기했다.
-또 한권의 책이 세상
[trans x cross] 빛나고 꽃피는 그곳으로
-
<우는 남자>의 최모경(김민희)은 울고 또 운다. 한없이 ‘우는 여자’ 최모경의 사연은 딱하고 또 딱하다. 모경은 아이를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채 치매에 걸린 엄마의 병수발을 들어야 한다. 죽은 남편이 연루된 사건으로 툭하면 경찰에 소환된다. 심지어는 그 자신이 킬러 곤(장동건)의 타깃이 되어 쫓긴다. 서로를 죽이려고 에너지를 뿜어대는 거친 남자들 사이에서 가냘픈 모경은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다. 탈진할 정도로 우는 가련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저러다 도망치기도 전에 쓰러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 이상하다. 보통 여자 캐릭터가 지나치게 울면 답답하기 마련인데 모경이 울면 울수록 어쩐지 영화에 눌어붙은 피와 땀이 지워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핏물로 범벅된 곤의 지저분한 얼굴을 모경이 눈물로 대신 씻겨주는 것 같기도 하다. 피와 액션으로 점철된 <우는 남자>에서 관객의 숨통을 틔우는 건 전적으로 모경의 맑은 얼굴이다. 김민희의 얼굴도 시간의
[김민희] 저 깊은 곳까지 내려놓고, 비운다
-
십대 때부터 모델로 활동한 미르카 비올라는 스무살 무렵부터 영화를 공부하며 십여년간 연출팀 스탭으로 일했다. 2011년에야 내놓은 늦은 데뷔작 <사랑의 상처>는 미혼모가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이야기였다.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초청된 그의 두 번째 영화 <캠걸>은 네명의 여성들이 자립하는 과정을 그렸다. 먹고살 길이 막막한 알리체(안토니아 리스코바)와 친구들은 웹캠 앞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캠걸 사업을 시작하지만 알리체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캠걸>은 또한 대학생 딸을 둔 엄마 미르카 비올라가 자신의 자녀 세대에 보내는 응원과 당부이기도 하다.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인물들, 디지털 문화의 부작용 등 <캠걸>은 여성 문제뿐만 아니라 청년 세대의 문제도 관심 있게 다루고 있다.
=이탈리아는 오랜 경제 위기로 직장인들의 은퇴 시기도 빨라지고, 젊은이들이 직업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인터넷은 접근성이 좋아 효과적이
[flash on] 여성의 강한 면모를 그려내고 싶다
-
“요즘 들어 특히 더 팔자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취미로 나팔을 배우고 있는데, (입술을 가늘게 만들어 양옆으로 벌리며) 이렇게 해야 소리가 난다. 그러니 더 파일 수밖에. 고민이다. 때려치울까 말까. 너무 주름이 진해져서. (웃음) 나팔은, ‘이제 와서 이런 걸 배워 뭐하지’ 하는 생각을 좀 이겨보려고 배우고 있다. 소리도 좋고.”
김뢰하의 얼굴엔 팔자주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오래된 강의 물줄기처럼 두뺨에 가지런히 얹힌 팔자주름은 김뢰하의 얼굴을 세찬 남성의 얼굴로 만들었다. 어느 인터뷰에선 굵게 팬 주름이 “태생적인 것”이라고도 했지만,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 주름의 3할 정도는 스스로가 만들어간 것일 테다. 거기에 바둑돌처럼 단단한 두눈. 두눈에 슬쩍만 힘을 줘도 상대로 하여금 방어 태세를 취하게 만드는 그 눈빛도 김뢰하를 강한 남성으로 각인시키는 데 일조했다. 건달, 깡패, 조폭, 혹은 형사. <살인의 추억>의 조용구 형사, <달콤한 인생
[김뢰하] <스톤>
-
영화
2014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2013 <어덜트 월드>
2012 <킥 애스2: 겁 없는 녀석들>
2011 <겟 썸2>
2010 <킥 애스: 영웅의 탄생>
2008 <겟 썸> <리마커블 파워> <가든 오브 더 나잇>
2007 <아메리칸 크라임> <마마 보이>
2004 <클리핑 아담> <필 오브 더 퓨처> <슬립오버>
2003 <원 트리 힐>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본 뒤 그에게 홀리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퀵실버, 에반 피터스는 그야말로 <엑스맨>을 휩쓸고 지나갔다. 순간이동에 가까운 속도로 관객의 혼을 빼놨고, 주방 신에서 총알의 위치를 조정하는 동안 관객의 마음까지 조정했다. 슈퍼히어로물인 <킥 애스: 영웅의 탄생>에서 영웅이 된 친구 애런 존슨의 활약을 지켜
[who are you] 에반 피터스 Evan Peters
-
장진이 돌아왔다. <기막힌 사내들>(1998)로 데뷔한 이래 거의 매해 거르지 않고 영화를 만들었던 그는 연극과 영화와 TV를 가리지 않고 활동해온, 그래서 정작 자신은 머쓱해하는 표현인 ‘문화 게릴라’라고도 불렸다. 최근에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을 비롯해 tvN <SNL 코리아>를 이끌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퀴즈왕>(2010)과 <로맨틱 헤븐>(2011)으로부터 3년여의 공백이랄까? 다른 감독들에게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일 테지만 매체를 넘나드는 왕성한 탐식가인 그에게는 제법 긴 휴지기로 느껴진다. 게다가 <하이힐>은 이전 작업들과 굉장히 다른 선로에 놓인 것처럼 느껴지는 변화의 작품이다. 그런데 이미 그는 그다음 작품인 김성균, 조진웅 주연의 <우리는 형제입니다>(2014) 촬영까지 종료한 상태다. 영화감독으로서 다시금 예전의 속도와 감각을 되찾은 것일까. 그렇게 궁금한 것들이 가득한
[장진] 영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마음
-
“모델 김원중이 우리의 1순위였다.” ‘2014 FILM LIVE: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의 홍보대사에 다른 대안은 없었다. 올해 영화제의 메인 컨셉이 ‘글램’이라면 더더욱. 남성적이기보다는 중성적이며 때론 페미닌한 매력까지 가졌다는 평을 듣는 김원중이 아닌가. 그런 그가 ‘글램록’ 스타일의 영화들을 소개한다면? 게다가 그는 지금 대한민국 패션계가 가장 사랑하는 스타일 아이콘이다. 그런 그와 함께 영화를 본다면? 영화제를 알린다는 홍보대사의 취지에 이만큼 딱 맞는 인물도 드물다. 그는 올해부터 매년 음악의 특정 장르를 선정해 음악영화제 본연의 컨셉에 충실하겠다는 영화제가 내놓은 회심의 카드다. 홍대 상상마당 영화관에서 6월6일부터 열흘간 펼쳐질 페스티벌에 함께하는 그를 만났다.
-영화제의 홍보대사로 선정될 만큼 평소에 영화와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건가.
=일상에서 영화와 음악은 항상 나와 함께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특별히, 유별나게 관심을 갖고 있다거나 깊이 파고든
[trans x cross] 관객 눈높이에서 영화제를 공유하겠다
-
경주 여자 신민아. 낯설다. 찻집 주인 신민아. 낯설다. 대중에게 신민아는 밝고 명랑하고 당돌한 청춘 아이콘이 아니었던가. 낯선 건 또 있다. 장률 감독과 신민아. 예술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감독과 상업영화에서 주로 활동해온 여배우의 조합이라니. 역시 또 낯설다. 장률 감독은 “누구에게나 이면이 있다. 내가 만나본 신민아는 차분하고 소박한 친구”라고 말하지만, 장률 감독의 영화에서 찻집을 운영하는 경주 여자 신민아는 상상이 쉽지 않다. “데뷔한 뒤 <경주>에 출연하기 전까지 명랑하고 밝은 캐릭터만 연기했던 것 같아요. <경주> 같은 영화에 대한 욕심이 있었어요. 장률 감독은 알고 있었냐고요? 아뇨. 감독님을 만나고 난 뒤 <두만강>(2009), <풍경>(2013) 등 감독님의 전작을 찾아봤어요. <두만강>은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좋았어요.” 신민아가 장률 감독의 신작 <경주>를 들고 관객 앞에 섰다. <10억&g
[신민아] 꿈이 이르고, 꿈에 이르니
-
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진심”과 “인연”으로 움직이는 배우다. “김성수 감독으로부터 진심이 가득 담긴 러브레터를 받았어요. 국적보단 감독과 나의 개인적인 관계성, 인연을 먼저 생각해 <무명인>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무명인>에 앞서서도 그는 이재한 감독의 <사요나라 이츠카>, 김태희와 공연한 <나와 스타의 99일>로 이미 여러 차례 한국의 스탭들과 교류한 바 있고, 아미르 나데리의 <컷>을 촬영할 땐 미국, 터키, 이란, 프랑스의 스탭들과도 함께 일했다. “합작영화를 할 땐 문화적 장벽 때문에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극복해가며 얻는 성취감과 만족도가 훨씬 큽니다. 김성수 감독과는 동갑이라 체험적으로 통하는 구석이 있었어요. 스필버그 영화든 성룡의 영화든 우린 아마 같은 것들을 보며 자랐을 거예요. <무명인>도 서로 ‘그 느낌, 말 안 해도 알지?’ 하는 식으로 얘기를 나눠가며 만든 영화죠.”
배역을 고르는
[니시지마 히데토시] <무명인>
-
영화
2014 <스위트 프랑세즈>
2014 <더 다크 밸리>
2014 <말레피센트>
2012 <비잔티움>
2012 <온 더 로드>
2011 <익스트림 No.13>
2008 <프랭클린>
2007 <컨트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얼굴을 한 삐딱한 청년이 있다. 먹고 마시기를 즐기고, 그 못지않게 춤과 노래를 즐기고, 그보다 더 대마를 즐긴다. 샘 라일리가 연기한 <온 더 로드>의 작가지망생 샐이다. 느긋한 성품과 한량의 영혼을 가진 건 실제의 샘 라일리도 마찬가지다. <말레피센트>의 까마귀 디아발은 말레피센트의 수족으로 늘 반 걸음쯤 뒤에서 그녀를 지켜본다. ‘디즈니 영화’ <말레피센트>에서 말레피센트와 디아발 사이를 흐르는 위험한 분위기를 읽어낸 이가 있다면 그건 틀림없이 안젤리나 졸리를 바라보는 샘 라일리의 속 모를 눈빛 때문일 거다.
무명 록
[who are you] 샘 라일리 Sam Riley